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62화 (162/200)

162화 고작 1달러의 차이

진욱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대만은행 사무실에 도착했다.

현지 호텔에서 맞춘 정장은 한 치수 넉넉한 상태라 여유가 있었고, 그래서 더 느긋한 얼굴인 진욱이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아직도 머리가 복잡했다.

‘이미 금액은 적어 넣었고, 떨어지냐 마냐인데 말이지.’

만약 붙는다면 바로 인수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혹시라도 오버 슈팅이 나온다면 좀 골치가 아프긴 하지만 어떻게 수익 증대를 노려서 원금 회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자신들보다 더 큰 금액이 나왔다면, 그게 더 문제일 것이다.

진욱이 직접 왔는데도 결국 아무 성과도 못 이루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꼴이 될 테니 말이다.

한편 진욱의 옆자리에는 풍채 좋은 노인이 멋지게 기른 수염을 만지면서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었다.

차이나 로지스틱스의 회장 양청원, 해외에서는 제임스 양이라 불리는 대만 재계의 거물이었다.

“미스터 하, 자네는 얼마나 썼는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묻는 그의 물음에 진욱은 그저 미소로 대답했다.

한편 뒤쪽에 있는 마스터 푸드 역시도 아시아/태평양 지사의 임원들이 본사와 연락을 하면서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종적으로 이 셋 중의 하나가 피드 피쉬를 인수하게 된다.

시간이 계속 흐를수록 진욱의 옆에 종이컵이 쌓여 갔고, 뒤에 있는 마스터 푸드 임원들도 담배 타임을 가지며 밖으로 나갈 때, 여전히 여유로운 양 회장을 향해 이번엔 진욱이 물었다.

“회장님께서는 여유가 있으신 게, 높은 금액을 부르셨나 봅니다?”

“후후후, 높지. 아주 크게 질렀거든.”

저게 블러핑인지, 진짜로 세게 부른 건지는 곧 드러날 것이다.

[자, 지금부터 대만은행 산하의 피드 피쉬 주식 공개 매각에 대해 입찰 제안서를 공개하겠습니다.]

대만은행 영업부의 스전창 이사는 그동안 여러 기업이 눈치 싸움을 하면서 넣은 금액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큰 금액을 쓴 곳에 피드 피쉬 지분을 전액 매각하기로 했다.

모두가 긴장하며 스 이사의 입에 집중하고 있을 때, 인수가 유력한 세 기업의 인수 금액이 하나하나 발표됐다.

“……!”

“What!?”

“…흠!”

모두의 두 눈이 커지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결과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제일 놀란 것은 역시 진욱이었다.

* * *

“1달러 차이라니…….”

“그것도 미국 달러도 아니고 대만 달러로 말이죠. 하하하하!”

진욱은 다시 생각해도 웃긴 상황이라 마음껏 기뻐했다.

대만은행이 소유한 피드 피쉬의 35.7%의 지분에 가장 큰 금액을 제안한 것은 아성사료그룹이었다.

진욱이 막판에 주당 7,910달러로 올린 것이 신의 한수였다.

반면 자신만만하던 차이나 로지스틱스 그룹이 내놓은 돈은 7,909달러였다.

그들 역시 8천까지는 너무 많은 오버 슈팅이라 생각했는데, 7,900달러를 제안한 마스터 푸드와 같이 딱 그 정도로 생각하고 일부러 끝자리 수를 바꾼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되버렸다.

단 1타이완 달러 차이로 인수에 성공한 피드 피쉬 지분을 두고서 임원들과 같이 늦은 시간에 대만에서 파티를 하며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무튼 다들 수고해 주셨습니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호텔 안에서 머리 싸매시느라 다들 욕보셨어요.”

“하하하, 아닙니다. 대표님.”

진욱은 돌아가는 대로 이번 인수 합병에 노력한 임직원들에게 승진 기회와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모 오피스 드라마에도 나오듯이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승진하고 월급 챙겨 주는 거다.’ 라는 말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진욱이었다.

“대표님, 일단 내일 제가 차이나 로지스틱스로 한번 가 보겠습니다.”

“아, 뭐… 아까 제임스 양 회장님 표정이 장난 아니긴 했죠.”

그래도 아성사료와 합작해서 펫푸드 유통에 손을 써 준 곳이니 사이가 나빠지면 큰일 났다.

“박 이사님이 한 번 더 신경 써 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펫푸드 납품에 대해서도 협상을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양 회장을 만나서라도 담판을 짓겠습니다.”

“네, 좋아요. 그다음으로…….”

진욱은 지분 인수 후의 처리와 관련해 생각한 것들에 대해 말했다.

“지분 인수 정리하고서 기존 피드 피쉬에 있는 공장에 대한 손해보험과 직원 고용 승계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거는 해 주실 분이…….”

“대표님, 제가 하겠습니다.”

최한민 부장이 직접 나서겠다고 하자 진욱은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으로 중화권 사업부 5년 차니 내년에 임원 자리에 배치해도 될 것 같았다.

“좋아요. 입찰은 끝났으니 이제 본사에 금액 요청을 하고, 천천히 준비합시다. 이번 달까지 대만에 머물면서 준비할 것 다 마치고서 제가 본사 가서 바로 확정할 겁니다.”

“네, 대표님!”

이번에도 수월하게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내일은 아마 진욱이 지분 인수를 두고 [피드 피쉬]에 시찰을 나갈 것이고, 그러면서 연설도 중국어로 직접 준비할 것이다.

“자~ 자~ 인수 다음이 더 중요하죠. 모두들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진욱은 임직원들을 다독이면서, 내일부터 바쁘게 움직이려 했다.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 인근의 신베이시에 도착한 진욱은 피드 피쉬 공장에 도착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게 이젠 내 것이지.”

과거에는 의류 산업이 주축이었다가, 대만 정부의 방침으로 IT나 각종 전자 산업을 집중적으로 양성했었다.

하지만 전부 그쪽만 있는 것은 아니고, 수도에 직접 남품하는 식품 공장과 유통 물류 센터의 규모도 상당했는데, 피드 피쉬도 그중 하나였다.

중국 본토나 대만이나 사람들이 정말 좋아한다는 붉은색의 잉어 로고가 인상적인 공장이었다.

내부에 들어갔을 때, 물비린내가 확 났는데 그 안에는 수많은 잉어가 있었다.

“배합사료를 연구할 때, 이곳에 있는 양어장에서 테스트를 합니다.”

“그렇군요.”

공장장 왕스슈는 새 주인 회사인 아성사료의 진욱을 모시고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치어를 수급해 오고, A/B/C로 나누어서 어느 쪽이 더 영양가가 놓고 성장세가 좋은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아주 훌륭하군요.”

이들의 주력 사업은 바다와 강가의 양식장 등에 납품하는 배합사료가 주력이었다.

과거 친환경 사료 붐을 동아시아에서 진욱이 시작했고, 어분 등의 생사료 대신 배합사료 위주로 대세가 된 시스템은 피드 피쉬에서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다음으로 안내할 곳은 관상어 사료 연구실입니다.”

“네,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관상어 시장은 미화 45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하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1%가 채 안 되는 4억 달러 남짓이었다.

관상어라고 해야, 동네 수족관에서 파는 비단잉어나 금붕어, 동남아에서 수입한 열대어 양식 정도가 전부였다.

진욱은 그 중심으로 이 피드 피쉬를 성장시키고, 현재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급 관상어 육성 사업에 대해서 같이 협업을 이룰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지분 인수 이후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해야 할 게 많았다.

“일단 양식업도 잘해 주시지만, 관상어 쪽으로 투자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특히 지금 한국에서 고급 관상어 사업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만도 비단잉어 사업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심이 많죠?”

“네, 맞습니다.”

최고급 관상어의 경우 아시아, 특히 중화권과 일본에서 그 수요가 어마어마했다.

복을 부르는 붉은 비단잉어, 하지만 그 화려한 색을 유지하려면 특정 사료를 먹여야 하고, 피드 피쉬의 경우 그 고급 관상어에 대한 전문 사료 기술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이곳을 인수하려 한 겁니다. 한국에서 육성하고, 대만에서 만든 사료로 한번 전 세계의 관상어 시장을 뒤흔들어 봅시다.”

“저희 피드 피쉬 일동은 대표이사님을 따르겠습니다.”

부정 회계만 아니었어도 자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충분히 자생이 가능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경영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은 공장의 연구원과 생산직들이었다.

공장장 왕스슈를 포함한 공장 직원들은 조회를 통해 새 CEO 하진욱의 투자를 기대했고, 거기에 아성사료는 응답했다.

“그럼 이제 가 볼까요? 전 직원들에게 새 경영인에 대한 인사를 하기 위해서요.”

“알겠습니다. 이미 모든 직원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욱은 그 말에 빙긋 웃으면서 바로 큐 카드를 준비했다.

* * *

대만에서의 일은 진욱에게 있어 굉장히 뜻깊었다.

귀환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진욱을 보자마자 바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진욱 대표이사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성사료 그룹이 대만에 3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하시는 겁니까?”

“최근 신사업을 준비하면서 해외 공장들을 늘려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플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규모로 네다섯 곳을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국내 사업 투자 계획은 없으십니까?”

진욱은 순간 자신이 재벌 대기업의 오너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기업 규모에 비해 언론에 굉장히 많이 등장했던 아성사료그룹의 이미지.

특히 진욱에게는 그룹 회장이자 아버지인 하상만 회장보다도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실무자라는 이미지가 있어 더욱 그를 찾았다.

진욱은 언론사 기자들을 보고는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으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대표님! 하진욱 대표님!”

진욱은 그 순간 두 손을 들었다.

“자~ 자~ 다들 진정해 주시고요. 일단 길게는 못 있지만,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짧게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질문 공세에 대해서 하나하나 중요한 것에 대해 말했다.

“먼저, 이번 대만의 사료 공장 인수는 애견과 축산 사료에 이어서 수산업에 대한 양식 사료와 관상어에 대한 투자로…….”

진욱은 이건 백 퍼 지상파 뉴스에 나올 이야기니 최대한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했다. 기존의 사업 내용에 더해 주식 시장도 적당히 성장할 만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잔뜩 담아서 말이다.

이후 집에 연락하고, 바로 상록 본사부터 다녀온 진욱은 언제나와 같이 아버지에게 서류 결재를 받기 위해 잔뜩 준비했고, 이미 상만은 기다렸다는 듯이 잉크를 가득 채운 만년필을 들고서 아들이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허공에 사인 시늉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척하면 척!’인 부자의 케미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대만에서 가져온 펑리수와 카스테라를 아내에게 건네줬다.

오늘은 오랜 기간 동안 쌓인 출장의 여독을 풀면서 푹 쉴 셈이었다.

하지만…….

* * *

[RRR- RRRRR-RRRRR-!]

쾅! 쾅쾅쾅! 딩- 동- 딩- 동!

“으으음! 뭐야, 대체…….”

늦은 새벽에 자다 깬 진욱과 옆에서 부스스한 얼굴로 눈을 비비는 세화.

바깥에서 울리는 차임벨 소리와 문을 두들기는 통해 애까지 깨 버렸다.

“으아아아앙!”

“휴우- 당신이 은준이 좀 맡아 줘. 나가 볼게.”

“네…….”

새벽 3시 반인데 갑자기 소란스러운 상황에 진욱은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들고 나와 불을 켰다.

“음? 뭐야, 이거?”

지금 문 두들기는 것뿐만 아니라,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한가득이었다.

일단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인물을 봤는데, 익숙한 얼굴의 여성이 사색이 돼 있었다.

“뭐야? 누나였어?”

진욱이 지금 문 두들긴다는 것을 보고 열어 주자 그녀는 바로 문을 열면서 빽 외쳤다.

“아, 왜 전화를 안 받아! 사무실에서 몇 번이나 걸었는데!!”

“아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야 이 미친 녀석아! 지금 네가 산 해외 공장 불타고 있다는데 아직도 모르냐?”

“…뭐?!”

“주재원들이 실시간으로 보내고 있다고! 화재 진압 힘들다고!”

진영은 실시간 SNS 메신저로 받은 사진을 바로 진욱에게 보여 줬다.

불과 며칠 전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향후 해외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으려던 피드 피쉬…….

그곳이 지금 불타고 있으며, 새벽에 수많은 소방차가 와서 진화하는 사진이었다.

“미친! 이거 뭐야?”

인수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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