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61화 (161/200)

161화 오랜만의 해외 사업

진욱은 착공식 이후로도 바쁘게 움직였다.

최근 상장 이후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아성패션에 대한 경영권 지분 확보 그리고 리모델링 중인 지역 동물원들 공사 등 하나하나 체크할게 너무 많았다.

한편 그 와중에 진욱은 부산에서 또 연락을 받았다.

[요새 별일 없으시죠?]

“아, 박 사장님!”

진욱의 영원한 파트너 중 하나인 중안무역 박 사장의 전화를 반갑게 받은 진욱이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잠시 머물다가 연락드렸습니다.]

“그래요? 어디 계십니까? 제가 직접 찾아뵙죠.”

진욱은 갑작스러운 스케줄을 잡고서 바로 일어났다.

* * *

“오랜만입니다. 그간 별일 없으셨죠?”

“하하하, 저야 뭐 맨날 회사 일로 해외 나가는 게 일이죠, 뭐.”

박 사장은 껄껄 웃고는 진욱에게 선물이라며 상자 하나를 건네줬다.

열어 보니 그 안에는 서류 봉투가 있었다.

“이게 뭡니까?”

“하 사장님에게는 선물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진욱이 서류 봉투를 집어 이리저리 살펴봤다.

서류 봉투에 단추가 달리고 실로 묶여 있는 것이, 진짜 중요해 보였다.

진욱이 그것을 열어 본 순간, 안에 있는 입찰계획서를 바로 볼 수 있었다.

장소는 대만.

그리고 입찰 내용은 어류 사료 공장 피드 피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 여기는…….”

진욱도 잘 아는 곳이었다.

어류 배합사료 진출을 앞둔 아시아권에서는 상당한 네임드.

특히 양어장 배합사료로는 자신들이 후 발주자여서 언제나 그 위에 있던 존재였다.

“이번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피드 피쉬가 최근 대규모 회계 부정으로 인해서 대만은행이 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죠. 대규모 분식 회계가 걸리고, 기존 경영인들이 모두 사임한 상황에서 은행 산하로 들어갔다고.”

“물론 은행은 전문적으로 사료 회사를 경영할 목적이 아닌지라 구조 조정과 기업 정상화 이후로 바로 매각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게…….”

“네, 공개 입찰에 대한 내용입니다.”

진욱은 박 사장이 준 그 선물이 매우 흡족했다.

역시나 이 사람하고 만날 때는 정말 큰 건이 오간다.

“이거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요. 아주 좋은 선물입니다. 오늘 밥값은 제가 내지요.”

“하하하, 그럼 추가로 뭐 좀 시킬까요?”

진욱은 박 사장을 위해서 레스토랑의 고급 와인과 음식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이후로 바로 인수 준비를 위해 움직일 셈이었다.

* * *

“이번에 피드 피쉬가 공개 매각 대상에 올랐습니다. 저희가 인수 준비를 할 것입니다.”

“피드 피쉬 말입니까? 흐으음.”

진욱의 의사에 임원들은 바로 관련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피드 피쉬의 지분 35.7%를 대만은행이 소유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지분만 인수한다면 경영권을 가질 수 있었다.

“저희가 그동안 사업 교류를 위해 국제 사료 회사들의 지분을 하나씩 가진 게 있습니다.”

“네, 한 4% 됩니다.”

김성욱 재무부장의 말에 진욱은 계산을 하면서 펜으로 적어 갔다.

“아슬아슬하게 40%가 안 되긴 하지만… 뭐, 좋습니다. 지분 확보 이후로 계속 늘려 나가면 되니까요.”

그렇게 피드 피쉬를 인수하기 위한 본격적인 TF팀이 만들어졌다.

“현재 사내 현금 조사해 주시고, 투자 융자에 대한 것도 알아봐 주세요. 아, 아성저축은행은 제가 가 보겠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금액은 이제 은행 대출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아성사료그룹의 자금력이었다.

하지만,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한 융자였고, 혹시 모를 추가 금액을 위해서였다.

진욱은 바로 종로에 있는 큰아버지를 만나 대출에 관련된 상담을 했고, 이후 상록으로 향해 아버지도 만났다.

두 분 다 한번 해 보라며 응원해 줬고, 진욱은 바로 팀을 꾸려서 대만으로 향했다.

* * *

대만 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진욱은 예약한 숙소로 향해 바로 옷을 갈아입고는 바로 공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서류를 들고서 대만은행 본점으로 향했다.

입찰 서류를 제안했을 때, 영업부의 관련자들이 바로 달려왔고, VIP의 대우를 받으며 은행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이번 피드 피쉬 매각을 담당하는 영업 2부팀의 스전창이라고 합니다.”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스 이사님.”

한자로는 시씨지만, 본토 발음에 맞춰 불러 주는 진욱이었다.

스전창은 빙긋 웃으면서 차를 내왔고, 현재 상황에 대해 말했다.

“일단 아시고 이곳까지 오셨겠지만, 다시 한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저희 대만은행은 소유하고 있는 35.7%의 지분을 공개 매각할 예정입니다. 최종 입찰은 다다음 주인 14일이며, 오후 12시가 되면 바로 발표해서 가장 높은 금액을 쓴 기업에게 매각할 것입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공개 입찰을 통한 지분 거래에 대한 경쟁을 설명해 주는 스전창 이사.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현재 가격에 대해 알아봤다.

“현재가 주당 4천 타이완 달러군요. 얼마를 생각해야 할까요?”

한화로는 대략 17만 원 정도였다.

진욱의 질문에 스전창은 빙긋 웃으면서 찻잔을 들었다.

“그건 아성이 얼마나 입찰하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경쟁사에 대해서도 알 수 없겠죠?”

“물론입니다. 다만, 대만의 뉴스 채널을 보신다면 어느 업체가 참여하는지는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스전창의 말에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마시면서 다른 제안을 했다.

“저희가 이곳에 현지 법인을 만든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이전부터 대만은행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거래를 해 왔는데 말입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피드 피쉬에 대한 인수 이후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융자가 가능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아, 당연히 가능합니다. 인수에 성공하신다면 말이죠.”

원론적인 대답을 해 준 스전창을 보고서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아성사료 역시도 하나의 기고객.

이제부터는 인수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했다.

* * *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온 진욱은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4천 대만 달러가 적정가라고 하는데, 인수가를 얼마나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표님, 이번에 입찰에 참여한 회사 중에 미국 업체도 하나 있습니다.”

“호오, 어디죠?”

“마스터 푸드입니다.”

“아~ 그래도 주거래 회사인데, 이런 곳에서 또 경쟁자로 만나네.”

마스터 푸드 코리아 임원들하고는 애증의 관계. 거기에 미국 본사에도 공장 진출을 위해서 신세 진 것도 있어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두 번째 경쟁자는 대만의 종합 유통 기업, 차이나 로지스틱스입니다.”

“흐음, 만만치 않은 상대네요.”

차이나 로지스틱스 역시도 익숙한 기업이었다.

진욱에게는 아성사료가 처음 수출을 할 때 대만의 현지 유통물류센터로 그곳을 이용했고, 특히 대만에서 이름난 자회사 C마트에 납품하는 데 도움이 된 회사였다.

“그 외에도 대만 내에 있는 자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네, 경제지 보면 알 만한 기업 이름들이 보이는군요.”

진욱은 그것을 보고서 임원들에게 말했다.

“일단 박 이사님.”

“네, 대표님.”

진욱은 같이 동행한 박경수 해외사업부 팀장에게 첫 오더를 내렸다.

“일단 피드 피쉬 공장을 한번 봐 주세요. 안에 있는 기계 상태는 어떤가, 실제 카탈로그에 나온 것과 같은 상황인가, 최근 3년간 사료 품질에 대한 이슈가 있었나 등입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박 이사 다음으로는 중국통이라 불리는 최한민 부장을 불렀다.

“최 부장님, 대만 언론사 통해서 홍보 좀 부탁드립니다. 특히 여기에서도 아성펫푸드에 대한 이미지는 좋은데, 이번에 공식적으로 진출한다고 알릴 겁니다.”

“알겠습니다. 대만 언론사들 통해서 홍보 기사 준비하겠습니다.”

진욱은 두 명에게 오더를 내린 뒤로 다른 간부진에게 태블릿을 내밀고 머리를 맞댔다.

“자, 지금부터는 주당 얼마를 제안해야 입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같이 토론을 해 봅시다.”

“네, 대표님.”

그렇게 호텔 방 안에서 회의를 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졌다.

한가롭게 여행 나온 게 아니다 보니 호텔에서 숙식하면서 바깥은 거의 나가지 않고 숫자를 가지고 계속 논의했다.

“5천 대만 달러를 쓴다는 팀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거의 남는 게 없을 텐데, 고작 기존 주가 3만 원 올린 거를 넙죽 팔까요?”

진욱은 그 말에 대해서 처음부터 ‘인수 의사가 없는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입찰 경쟁에 붙었지만, 상대방이 제풀에 나가떨어져서 단독 입찰로 간 케이스는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경우가 달랐다.

특히 아성에게 있어서는 첫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것이었고, 국내와 달리 정치권의 논리나 기업 간에 어른의 사정이 통하지 않았다.

시간은 2주를 받았지만, 벌써 남은 시간이 이틀밖에 안남았다.

“역시 7,500 달러가 좋지 않겠습니까?”

“8,000 달러를 채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오버 슈팅 소리를 들을 겁니다.”

7,500 대만 달러면, 한화 32만 1천 원, 8,000 대만 달러면, 34만 3천 원이다.

불과 2만 1천 원 차이지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확실하게 인수를 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진욱이었다.

그 와중에 박 이사는 최근 공장을 시찰하고 여론 동향을 보면서 자신이 알아 온 이야기에 대해 말했다.

“대표님, 제가 듣기로는 이번에 제일 많은 돈을 쓴다는 건 차이나 로지스틱스 쪽이라고 합니다.”

“거기가 대만 제일의 유통 공룡이라 돈 쓰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회장이 욕심이 많아서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다 한다는 말이 있고요.”

대만 자국 기업.

유통 공룡이면서 매각 공고가 나왔을 때, 가장 적극적이라는 곳.

그들이라면 확실히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그래서 더 고민이었다.

오버 슈팅을 생각하고 8천 대만 달러를 제안해 볼지, 아니면 여기서 리스크를 생각해서 7,500 달러를 제안해 볼지. 안 된다면 아쉽지만, 다른 기업을 노려야 할 것이다.

“애매하단 말이죠.”

시간은 계속 흐르면서 호텔 룸서비스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안에서는 마라톤 회의가 계속 이어졌다.

잠시 쉬는 시간에 집에다가 영상 통화를 해서 아이와 부인을 한 번씩 보면서 인사도 해 주고, 창 밖에서 대만의 거리 뷰를 즐기는 게 유일한 놀 거리였다.

그렇게 머리를 식히고 돌아온 진욱은 결심했다.

“다들 들어 보세요. 7,500 대만 달러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역시 주당 8천으로 준비하시겠습니까?”

“7천…….”

진욱은 실시간으로 손가락을 이리저리 까딱이면서 바로 암산을 하고는 마침내 결심했다.

“9백…….”

주당 7,900달러를 생각한다는 말에 임원들은 바로 입찰 제안을 준비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진욱이 한 방 더 쳤다.

“10!”

주당, 7,910달러.

이것이 진욱이 결정한 금액이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입찰 종료 2시간을 남기고서 진욱은 주당 7,910달러를 제안했고, 곧 발표될 오후 12시의 결과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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