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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54화 (154/200)

154화 반드시 손에 넣는다

진욱은 상록 집에 가기 전에 세화에게 오늘 본가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세화도 같이 가겠다고 해서 급히 길을 돌려 아내와 아이를 픽업하고 내려갔다.

“같이 내려가니 좋긴 하네.”

“네, 안 그래도 반찬 통하고, 어머니가 보내 주신 과일 드리려고요.”

“아~ 장모님이 과일 보내 주신다고 하더니, 그거야?”

“네.”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이 직접 아들 은준을 데려다 품에 안았다.

누구를 닮았는지 매우 얌전했고, 공갈 꼭지를 뻐금거리는 아이를 진욱이 토닥이면서 상록에 가는 길까지 돌봤다.

* * *

“어서들 와~.”

“나도 여기 있다?”

진욱이 도착했을 때, 집에는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모두 한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집에 고용한 가정부 아주머니 덕분에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지고 있었다.

“어머, 대표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 네. 일은 하시기 편한가요?”

“네, 여기처럼 배려해 주시는 곳도 없어요. 호호호-.”

세화의 집을 돌보는 고위층 전문 가정부 업체의 추천을 받아서 상록으로 보낸 이들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싫다고 하셨지만, 막상 파견 보낸 뒤로는 편하신지 이것저것 보조를 맡겼다.

“수원댁 아주머니는 술 새로 준비하시고요. 파주댁은 음식 좀 추가로 만들어야겠어요.”

“네~ 사모님.”

진욱은 식탁에 놓인 잡채를 슬쩍 집어 먹어 봤고, 세화는 시댁에서 가져온 망고, 키위 등의 과일을 어머니에게 드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거실로 온 진욱은 같이 자리에 앉아 큰아버지와 아버지와 같이 술자리를 가졌다.

“형님, 이번에 명인대 인수 정말 잘 하신 겁니다.”

“허허, 그래? 상만이 네가 생각해도 그렇냐?”

“그 왜, 예전부터 아버지의 소원이었지 않습니까? 평생 동안 번 돈으로 늘그막에 학교 하나 운영하면서, 애들을 키우고 싶다고요.”

“그래, 기억나지. 그래서 내가 학교 인수한 거잖아?”

일흔에 가까운 두 노인이 예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하자 진욱은 잔잔한 미소로 두 분의 대화를 들었다.

“요새는 말이죠. 칠순 넘고서 바로 은퇴하고 싶네요.”

“에이~ 아직 멀었어. 한창이야.”

상규는 껄껄 웃으면서 그 나이에도 글라스에 가득 담긴 위스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상만아, 난 말이다. 진성이 놈한테 회사 물려주기가 그렇다?”

“에이~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우리 집안 장손인데요?”

“그놈은 실무는 해도, 나서지를 못해. 누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천상이 2인자야. 쯧쯧-.”

그러면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인 상규는 뻐끔거리다가 진욱 쪽을 바라봤다.

“그에 비해 상만이 너는 아들 하나는 진짜 잘 키웠어.”

“하하하, 그런가요?”

“근데 진영이 걔는 진짜 시집 안 간대냐?”

“아이고~ 저도 포기했습니다. 진미가 둘째 가졌고, 이 녀석도 애 아빠인데 그거는…….”

경영 이야기부터 가족 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진욱은 지금의 상황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도 그래! 이 녀석이 아주 제대로 자리를 잡아 줬다니까?”

“하하하, 큰아버지가 빠른 결정을 해 주신 거죠.”

“그 부산대 장학생, 그건 진짜 신의 한 수였다. 덕분에 쉽게 들어갔어.”

지난날의 사업 이야기를 하면서 껄껄 웃을 때, 상만은 흐뭇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봤다.

그러던 중 진욱은 술잔을 들고는 조용히 큰아버지와 아버지를 바라봤다.

상규와 상만은 말없이 자신들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고 잔을 비웠다.

“진욱이는 또 이럴 때 사업 이야기 하려는 거냐?”

위스키를 쭉 들이켠 뒤로 빠르게 눈치를 챈 상규가 먼저 말을 걸었다.

거기에 맞춰 아버지 상만 역시도 키득거리면서 진욱을 바라봤다.

“형님, 모르셨습니까? 이놈 이거, 큰 건 하나 하려고 하면 꼭 술 들어갔을 때 말을 한다니까요?”

“하, 하하… 별로 그러지는 않는데요.”

“그렇지 않기는 무슨! 너 회식하다가 큰 건 만든 게 한두 개가 아니잖냐?”

낄낄 웃으면서 하는 상만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진욱.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보고서 그냥 오늘은 가족끼리 술이나 마시기로 했다.

“다들 취하셨으니 내일 말하죠.”

“그럼 지금 운만 띄워. 상만아,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가야겠다?”

“네? 하하하! 그러시죠, 형님. 오늘 묵고 가세요.”

진욱은 그렇게 주말을 놔두고서 하룻밤을 본가에서 보냈고, 오랜만에 자신이 쓰던 위층 방에 가족들이 모였다.

* * *

다음 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다들 해장국을 먹을 때, 진욱이 어제 못 한 말을 꺼냈다.

“수의대 신설할 겁니다.”

“뭐? 수의대?”

“야, 진욱아. 그거 정치권에서 안 된다고 해서 접은 것 아니었냐?”

이미 다 끝난 떡밥을 가지고, 왜 또 그런 말을 하냐는 상규의 반응.

하지만 진욱의 결심은 이미 굳어 있었다.

“네, 그래서 따로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수의사협회 찾아가서 거기 사무총장이라는 사람도 만나 봤는데요.”

“만나 봤는데?”

“공급 과잉이라고 안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진욱의 말에 상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반려동물 의약품 사업도 한다고 하지 않았나? 동물 병원 문제도 있고 말이야.”

“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접었지만, 이번에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

진욱의 말에 상규는 국을 한술 뜨다가 넌지시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대학 재단 인수할 때 수의대 유치, 수의대 유치 하며 노래를 불렀던 게 그거 때문이었구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의 티타임 때 진욱은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모아 놓고 거실에서 회의에 들어갔다.

주변을 어떻게 이용하고, 정치권에 또 어떻게 줄을 대고, 골프를 누구랑 쳐야 하는지 각자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 와중에 부인들은 과일을 준비했고, 몇 시간에 걸친 회의가 계속됐다.

결국 하루를 자고 난 뒤에 오후가 되어서야 점심까지 먹고 돌아가게 됐다.

수행 비서를 보낸 뒤로 직접 운전하게 된 진욱은 조수석에 아내랑 아이를 태운 뒤로 집으로 향했다.

“직접 운전 돼요? 내가 할까?”

“됐어. 10시간은 넘게 잤는데, 술기운도 없고.”

진욱은 바로 차를 몰고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엄마 품 안에 있는 은준이 발버둥 치는 것을 세화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벨트로 고정했다.

“아우, 어제는 얌전하더니만 오늘은 왜 이런지…….”

“저기 말이지.”

“네?”

“갑자기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진욱이 운을 띄우자 세화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디로 가는데요?”

“…미안.”

이제는 말 안 해도 안다는 듯이 말하는 아내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는 진욱.

그러고는 오늘부터 움직일 준비를 했다.

“부산으로 다녀오는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어. 거기서 협상을 좀 해야 하거든.”

“높으신 분들 만나는 건가 보네요. 네, 그래요.”

세화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들을 데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진욱은 바로 주변에 연락을 돌리고 또 진영에게 임시 대표이사 대리를 맡긴 다음에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부산 지사장에게 연락해서 바로 숙소를 잡게 하고, 짐을 챙겼다.

“이번에 가면 그거 사다 주세요. 부산 어묵.”

“아이스박스 하나에 통째로 채워 올게.”

“뭐, 그렇게는 필요없고…….”

진욱은 웃으면서 그날 저녁 바로 떠났다.

* * *

“하 사장~ 오랜만에 보니 신수가 더 훤해지셨네?”

“총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어데? 나야 뭐, 맨날 똑같지.”

진욱은 부산대 총장 정만호를 만나 차 한잔의 시간을 가졌다.

이미 전화로 대략적인 이야기를 나눈 둘은 본격적으로 수의대 유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실 말이야. 전임 총장이셨던 백경민 명예 교수님도 그걸로 몇 년 싸우셨어. 3년 동안 추진하다가 어긋났어.”

“네, 저희도 수의대 신설을 놓고서 그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 협회 놈들 말이야. 도무지 협상의 여지가 없어! 여지가!”

정 총장은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는지 아이스티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진욱은 조용히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한번 읽어 주시겠습니까?”

“으음? 어디 보자…….”

정 총장이 품에서 돋보기안경을 꺼내 쓰면서 천천히 읽어 봤다.

“보시면 알겠지만, 현재 지역별로 배분된 수의대 정원입니다. 특히 서울의 건충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공립대학입니다.”

“그래~ 알지~ 그래서 부산에는 수의대가 없어서 우리가 유치하려고 했고.”

“저희 역시도 이번에 명인대 재단을 인수하면서 경기도에 없는 수의대 신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원화 캠퍼스로 된 명인대 용인에 유치하려고 하는 경기도 수의대 설립.

그것을 위해서 지금 큰아버지가 여당 쪽 인사 및 경기도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하고, 자신 역시도 여기에서 협상을 한다.

“총장님, 저희가 같이 부산과 경기도 일대에 수의대 신설을 재추진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지. 정원은 한 40명씩만 배분되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그것 때문에 부탁드립니다. 부산시장 한번 만나고 이야기 한번 해 보죠.”

“흐으으음, 좋아! 내가 한번 연락하고 자리 만들어 보겠네.”

진욱은 전임자가 하지 못한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에 싱글벙글하는 정 총장을 보고 이번 건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 * *

며칠 후.

부산시 관계자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눌 때, 그쪽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수의사협회에서 두 분과 같이 대담회를 하자고 합니다.”

“네?”

“한국 수의사 협회 부산 지부에서 직접 시장님 동석하에 토론을 하자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토론이요? 흐으음.”

진욱은 부산시청 부시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옆에 있던 정 총장과 기획처장 양 교수를 본 진욱은 부시장을 향해 그 제안을 승낙한다고 말했다.

“네, 좋습니다. 얼마든지 토론하지요.”

“아, 직접 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진욱은 얼마든지 참여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나섰고, 부시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준비를 했다.

그리고 부산시장이 직접 참관한 자리에서 그들은 정식으로 수의대 설립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부산수의사회의 강형수라고 합니다.”

“아성사료그룹의 하진욱입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면서 웃고 있지만, 그 안에는 칼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의대 신설을 위해서 치열한 공방전이 있을 예정이었다.

“시장님은 한 20분 정도 늦으신다고 합니다. 그때 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시죠?”

정무부시장의 말에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커피나 한잔 마시죠.”

“그래, 그러자고.”

진욱은 부산대 교수진과 함께 잠시 밖으로 나가 공무원 휴게실에 있는 커피숍을 이용했다.

“하 사장, 잘할 수 있겠어요?”

“토론이야 문제 없죠. 교수님들은 제가 말한 걸 빨리 준비해 주세요.”

“그, 그래. 그건 문제 없어요.”

진욱이 부산대와 건 딜.

이제는 부산에서 제법 큰 규모의 향토기업 수준이 된 아성 일가.

그가 국공립대인 부산대를 푸시해 줘서, 지난번 좌초된 수의대 신설을 도와준다.

그리고 그 대가로 경기도에 수의대 신설을 부산대 역시도 쌍끌이로 지원해 주기로 해서 러닝메이트로 계속 움직인다.

“시장님 오신다고 합니다.”

“후우~ 그럼 가 볼까요?”

진욱은 옷매무새를 다듬은 다음 다시 시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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