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51화 (151/200)

151화 그래서 시작합니다

진욱은 아성금융그룹의 본사로 쓰이고 있는 종로지점에 도착했다.

1층이 저축은행이고, 그 위로 연 면적 1만 7천 평에 20층 높이의 빌딩이었는데, 이것 역시도 큰아버지의 개인 소유 건물이었다.

“휘유~ 언제 봐도 진짜…….”

한때 건설 사업 하다가 때려치우고, 부동산과 임대업에 투자했던 큰아버지는 수백~수천억대 빌딩이 개인 소유로 여러 채였다.

사실 초반에도 펫푸드 숍 프랜차이즈를 만들면서 목 좋은 자리를 전부 제공해 줬었다.

게다가 초반 출자금도 진성이 형 일만 돕는 조건으로 수십억씩 무상으로 제공해 주곤 했다.

“어서오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여기…….”

1층 안내 데스크의 여직원에게 신분증과 명함을 건네주자 그녀는 바로 확인하고는 황급히 인사했다.

“아, 하 대표님이셨군요.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여직원이 후다닥 달려간 뒤로 보안 팀장이 황급히 와서 진욱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곳 보안 팀장입니다.”

“아, 네. 지금 바로 올라갈 수 있을까요?”

“회장님께 연락드렸습니다. 바로 올라오라 하십니다.”

“네, 그러죠.”

수행 비서도 없이 단촐하게 온 후줄근한 인상의 청년이 회장의 조카이자, 언론에도 알려진 유명 CEO이니 부산스러운 게 당연했다.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바깥 풍경이 그대로 드러났고, 진욱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

‘우리도 오픈형 엘리베이터로 바꿀까?’

탁 트인 청담동 빌딩이니 볼거리는 충분할 거다.

띵-

[20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회장 집무실 앞에 있는 데스크의 직원들이 나와 진욱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네.”

큰아버지 한 번 뵈는데, 과잉 의전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그 뒤로 노크를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안에서는 큰아버지가 골프채를 들고 퍼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큰 회장님, 저 왔습니다.”

“어, 왔냐?”

시가 한 대를 물고, 골프채를 든 채로 다가간 상규가 진욱의 어깨를 토닥이며 소파에 앉으라고 제안했다.

“미스 김, 커피 두 잔.”

“네, 회장님.”

‘요새도 비서실 여직원을 미스 김이라고 부르는구나…….’

90년대에나 쓰던 여직원 호칭에 진욱은 내심 신기해하면서도, 확실히 자기 집하고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미스 김이라 불린 비서가 커피를 가져왔을 때, 상규는 빙긋 웃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크~ 역시 커피는 미스 김이 잘 타지.”

‘와~ 그런 이야기 요새 하면 큰일 나는데…….’

“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어머니 건강은 요새 어떠시지?”

“많이 좋아졌어요. 병원비 지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뭘~ 다 우리 직원인데.”

공손히 인사하면서 돌아간 것을 두고 상규는 커피를 들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참한 아가씨인데, 어머니가 뇌출혈이었다고 하더라고. 사정이 딱해서 병원비 전액 지원해 줬어.”

“하하하… 사내 복지가 정말 좋군요.”

“에이~ 사람 다루려면 기본이지.”

진욱은 그 말에 아까의 구시대적인 마인드를 한 방에 뒤집는 큰아버지의 품격을 알 수 있었다.

괜스레 새 삶을 산 뒤로 훈수와 더불어 용돈을 두둑히 주시던 지난날이 생각났다.

“뭐, 우리 회사 직원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래서, 학교 인수 건에 대해서 맡기려고 하는데 뭐 좀 알아 온 것 있어?”

“현재 회사 내에는 인수 팀이 꾸려져 있습니까?”

“그건 이제 네가 해야겠지? 그룹 전략실장 자리 주마. 지금부터 시작해 봐.”

“…네?”

“왜? 실장은 별로야? 본부장으로 할까?”

자리야 하나 만들어서 쿨하게 주겠다는 상규의 제안에 진욱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일단 교육 사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는 시간이 왔다.

“일단, 교육 사업이라면 학교 인수겠죠?”

“그렇지. 대학교로.”

“생각해 두신 곳은 있으신가요?”

“글쎄?”

“……?”

상규는 커피를 마시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건 이제부터 네가 생각해야겠지?”

“네?”

“수도권 쪽으로 말이야. 괜찮은 학교 리스트 한번 가져와 봐.”

“저기… 큰아버지?”

“왜? 힘들어?”

“그런 식으로 인수를 한다고요?”

“돈이야 충분하니까, 그냥 물어 오면 내가 알아서 그 학교 사 버리면 되는 거잖아?”

진욱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테스트하기 위해 이러시는 것인지 몰랐다.

그 상황에서 일단은 대학교가 어떻게 민간 기업에게 인수되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기로 했다.

“저기, 큰아버지? 일단 그런 식으로 돈으로 바로 살 수 있는 학교는 없습니다.”

“어, 그러냐? 그럼 어떻게 사는데?”

“그… 일단은 교육부 산하에 있는 정부 재정 지원 대학교 목록에서 자금적으로 위기에 빠진 리스트를 찾아야죠.”

“아, 그게 그 부실 대학인가 하는 거지?”

사립대가 무슨 정부 도움을 받냐고 말한다면, 학자금 대출 신청 가능 여부와 각 학과별로 이루어지는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정도나, 석/박사 전문 인력 인재 양성으로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금액 등을 말한다.

그리고 이 정부 지원을 받는 데 제약이 걸린 것이 정부 지원 제한 대학, 흔히 말하는 부실 대학의 전초였다.

“오~ 그러니까, 그런 곳을 찾아서 우리가 인수하는 거냐?”

“일단 수도권 쪽으로 알아보자면, 사립대학의 이사회가 있습니다. 그 재단을 통해 기금 출연을 하면, 그쪽에서 그 금액에 대한 대가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호~ 그리고?”

“거기서 또 투표를 통해 이사장으로 추대되는 것이죠. 그런 다음 이사회를 통해서 학교 법인을 바꾸는 것이죠. 일종의 대주주가 되는 겁니다.”

“그냥 돈 주고 땡이 아니었구만.”

“민선 이사라도 교육부 인가를 받아야 되니까 그런 방식으로 가는 겁니다.”

진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상규를 보니 대략적으로 이해한 것 같았다.

“이제 그러면 이사장으로 추대할 것이 큰아버지가 되실지, 아니면 큰아버지가 영입한 교육자를 앉히시고 뒤에서 운영하실지를 선택하셔야죠.”

“사장 고용하듯이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다음, 이사장을 통해서 학교 재단을 통해 전입금을 내서 지원하는 거죠. 이게 사립학교법입니다.”

“그렇구만, 아주 잘 알아들었다.”

상규는 역시 진욱을 부르길 잘했다면서 껄껄 웃었다.

하지만 진욱은 정말로 그걸 몰라서 자신을 부른 건가 순수하게 궁금했다.

부동산과 금융으로 수조 원의 돈을 굴려 보신 분이 이런 면에 있어서는 한참 어린 조카한테 절차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니 말이다.

“암튼 알았다. 그럼 이제 발로 뛰어서 적당한 학교를 알아봐 줘 봐.”

“아, 네. 그렇게 해야겠군요.”

“자, 이거 쓰고.”

상규는 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진욱에게 건넸다.

법인 카드인가 싶어서 받았는데, 이건 큰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있는 개인 카드였다.

“법인 카드는 이리저리 쓰기 귀찮으니까 그냥 내 것 써라. 안에 있는 건 마음껏 써도 된다.”

“아, 아니 그건…….”

“사양~ 하지 마~. 자고로 사업하는 사람은 거마비가 두둑해야 큰 성과를 거두는 거야.”

자신이 생각하는 경영과는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

하지만, 그래도 한번 움직여 봐야 했다.

“네, 그럼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래, 회사 한번 돌아보면서 필요한 인물 있으면 바로바로 픽 해. 내가 다 결재해 줄 테니까.”

“하하, 네…….”

그렇게 하진욱의 대학교 재단 인수에 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 *

얼마 후 진욱은 강남 본사와 큰아버지의 종로 본사를 번갈아 가면서 출근했다.

그리고 영업 팀과 재무 팀 중에 지원을 받아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물들을 직접 뽑아냈다.

대부분은 오너 일가 사람이 큰 건을 맡는다고 하니 이리저리 숟가락 얹으려고 찾아온 사람이었다.

즉, 오더를 내려도 실무는 거의 다 진욱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번 TF 팀 인원들을 통솔하는 김근우 전무라고 합니다.”

“아, 네. 김 전무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큰아버지의 비서실장으로 각종 굵직굵직한 사업을 처리했다고 들은 인물이었다.

어중이떠중이처럼 모인 인물들이라고 하지만, 이 사람은 정말 유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네, 김 전무님. 일단 수도권 일대의 인수 타진이 가능한 대학교 리스트를 알아봐 주세요.”

“현재 서울의 유명 대학들은 재단이 탄탄한 상황이고, 경기도는 비리가 낀 구 재단이 많은데… 구분을 해 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그 뒤로 진욱은 영업부 임원들에게도 오더를 내렸다.

“일단 먼저 정보를 흘려 보죠. 교육부를 통해 적당한 사학 재단을 알아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 보세요.”

“대표님, 그러면 나중에 협상할 때 힘들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재정 파탄 상태여서 정부가 보낸 관선 이사가 있는 학교가 많을 겁니다. 그쪽 역시도 나랏돈 부으면서 사립대학 살리느니 빨리 털고 싶어서 제안 많이 할 거예요.”

진욱의 말에 대학 인수 팀 임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황에서 어중이떠중이 대학을 인수해서 괜히 잡대 하나의 생명만 늘릴 수는 없으니 제대로 된 개혁책을 내놓았다.

“일단 이것을 중심으로 합시다. 이사회 입성 즉시 재단 경영 참여 그리고 취업 특성화 학과 설립, 담당 지자체하고 학교 면적 부지 공사 규제 완화… 마지막으로…….”

진욱은 이것에 대해 말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질러 버리기로 했다.

“그 학교 총학생회의 시위 성향까지요.”

“네?”

“하하하, 대표님, 혹시 뭐 한총련이나 그런 걸 생각하셔서 말하신 겁니까?”

김 전무가 멋쩍게 ‘마지막은 굳이?’라는 얼굴을 했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면서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다.

“최근에 큰 사업을 몇 건 하면서 지역 개발을 하는데, 그쪽 시민 단체와 시위 발언권으로 삽 못 뜨는 경우 많이 봤어요. 우리가 큰돈 들여서 사는데 반대하는 세력까지 품을 수는 없죠.”

아직 마흔도 안 된 친구가 벌써부터 시민 단체나 운동권 등에 대해 운운하면서 걸리적거리니 없는 쪽을 선택하자고 하니, 나이 든 임원들은 묘하게 보면서도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영업 팀이 구둣발 닳도록 움직이고, 법인 카드에 수시로 식사비가 나오면서 교육부 사람들과 이야기가 늘어졌다.

진욱 역시도 최근 재정 지원 제한 대학 일대를 보면서 목 좋은 대학교 부지를 찾아봤다.

“확장성이 필요하고, 이왕이면 이원화 캠퍼스도 염두에 둘 수 있으면 좋겠고……. 정 안 되면 인서울과 통합해서 1+1로 학교 재단을 인수 할 수도 있고.”

방법이야 다양하니, 일단 괜찮은 매물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큰아버지의 단순 기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학 재단-금융-건설-부동산 임대라는 상호 협력이 가능하면서 캐시 카우가 확실한 것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서 진욱은 확실히 움직이기로 했다.

만약 이번에 대학 재단을 인수하면 큰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수의학과 까지는 아니더라도 애견 미용이나 패션 쪽에 대해서 특별 예체능 학과를 설립하는 것 정도는 요청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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