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48화 (148/200)

148화 동물원은 미끼

진욱은 광주시장 박용태의 제안을 듣고서 고민에 빠졌다.

일단 생각은 해 보겠다고 했지만 말이 제안이지, 정치권 인간들이 돌아가면서 제안하는 것이 걸리긴 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입장료 천 원 받고서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동물원.

그것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대수술이 필요했다.

“일단 그걸 인수한다고 해도, 유료 관람으로 받으면 얘기가 나올테고…….”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지자체와 현 집권당에 대해서 뭔가 뜯어낼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다.

가뜩이나 지난 청문회로 인해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태인데, 이참에 적당히 여당에도 손을 벌릴 필요가 있었다.

‘뭐, 과반 이상 의석의 거대 정당이니 가까이해서 나쁠 게 없지.’

정치 같은 건 관심이 없지만, 기업 활동 하면서 집권당과의 관계는 중요했다.

그래서 일단 수익은 좀 적게 나오더라도 이 건에 대해서는 한번 해 보기로 했다.

‘뭐, 동물원 인수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장이나 유통업 단지도 좋겠고.’

진욱은 그것을 생각해 두면서 일단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 건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승낙 없이 바로 추진할 수 있었기에 통보에 가까웠고, 부산 동물원 개발팀이 이번에는 광주로 오게 됐다.

* * *

“대표님, 이거 지자체에서 하는 강매 아닙니까?”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이 건은 매출 올리기가 힘들 것 같은데…….”

재무제표를 확인하면서, 현재 수요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가득한 빛고을주파크를 보고 임원들은 난처한 얼굴이었다.

특히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김백일 이사가 진욱에게 말했다.

“대표님, 이건 거절해도 그쪽에서 할 말이 없는 건입니다.”

“맞습니다. 잘못하면, 다른 지자체들도 계속 달려들어서 저희가 시립동물원 전부 떠맡을 수도 있습니다.”

정 상무 역시도 동의하면서 진욱에게 이번 광주 동물원 사업 건은 별로 이득이 없으니 그만두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진욱은 그 상황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대표님!”

“단순히 동물원 사업 건만 가지고 생각하면 진짜 남는 것 하나 없는 자선사업이겠죠. 하지만, 오히려 그걸 협상 카드로 쓰는 겁니다.”

진욱의 자신만만한 반응에 임원들은 과연 동물원을 무슨 협상의 카드로 쓸지 이목을 기울였다.

그리고 진욱은 자신이 생각한 것을 품에서 펜을 꺼내 필담 형식으로 써서 보여 줬다.

“……!”

“허어… 되겠습니까?”

“되게 해야죠. 뭐, 안 된다면…….”

진욱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이 사업 끝내는 거죠.”

성사만 된다면 정말 대박이겠지만, 일단은 반반의 상황이었다.

* * *

얼마 후.

진욱은 광주시장과 다시 만나 자신의 목표를 말했다.

“동물원을 인수하는 데에 있어, 저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뭡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도와드리죠.”

진욱은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것을 두고서 먼저 기획안을 가져왔다.

누런색 서류 봉투 안에 담긴 것들을 뽑아 한번 천천히 읽고 있던 박 시장의 작은 눈이 부릅떠졌다.

“허, 허허…….”

그는 멋쩍게 웃으면서 품에서 돋보기안경을 꺼내 쓰고는 다시 그 내용을 읽어 나갔다.

진욱은 그 상황을 여유있게 지켜봤고, 마침내 모든 것을 다 읽은 박 시장은 천장을 한 번 보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우- 이건 정말이지…….”

“안 됩니까?”

“매우 어려운 안건을 가져와 주셨군요.”

박 시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탁자에 손을 올려놨다.

[호남 복합 쇼핑몰 및 공단 투자 제안서.]

그동안 지역 경제에 중견급 유통 매장은 몇 개 있어도, 초대형 복합 쇼핑몰은 없었던 호남 지역에 던지는 엄청난 폭탄이었다.

호남권은 이전부터 해외 대형 마트나 복합 쇼핑몰 설립 계획이 기업들을 통해 정해졌지만, 그때마다 언제나 지역 상권과 결탁한 시민 단체와 현 여당이 반대해 왔었다.

이번 건 역시도 단순 대형 유통 매장 설립이라면, 박 시장이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표심을 먹고 사는 정치인이기에 시민 단체들과 소상공인들이 공사 현장에서 드러누워 버리면, 답이 없었다.

“일단 추진은 해 보겠지만, 시의회와 광주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걸 추진해 주신다면, 광주 빛고을주파크는 물론이고, 제 인맥을 총동원해서 일자리를 위한 공장까지 같이 짓겠습니다.”

일단 아성사료 하나만 하더라도, 제법 규모 있는 공장 설립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거기에 또 다른 업체가 참여한다면? 특히 아성의 사돈 기업인 대화그룹이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삼정전자 등의 공장 하나만 유치해도 재선은 따 놓은 당상이 될 것이다.

“이거…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시장님 역시도 저에게 천천히 시간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진욱은 남은 기간 동안 광주 관광이나 하겠다면서 너스레를 떨었고 대화를 마치고 돌아갔을 때, 품에서 담배를 꺼내 다급히 물었다.

치익-

불을 붙인 담배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원래는 광주광역시 내의 막대한 부채 문제로 인해 사회적 기업 프레임으로 적당히 동물원 하나 민간 기업에 팔고, 급한 불을 끄려고 했었다.

그 정도만 해도 규모는 700~800억 정도.

하지만, 역으로 받은 제안은 그것을 상회하는 건이었다.

공장 하나 짓는 데 2천억은 들 것이고, 복합 쇼핑몰까지 진짜로 대기업 끼고서 들어온다면, 그 규모는 8천억에서 1조는 넘을 것이다.

“하필, 이 시기에 말이야.”

가뜩이나 전임 시장이 신누리그룹과 대형 쇼핑몰을 유치하려고 했으나, 지역 경제 상생을 들먹이면서 이 자리에 오른 게 그였다.

하지만, 여기서 입을 싹 씻고 유치한다면 나올 비난이 두려웠다.

그렇다고 이걸 포기하기에는 파이가 너무 컸다.

“후우-.”

박 시장은 담배 연기 섞인 한숨을 내쉬다가 바로 전화를 들었다.

“대표님? 저 박용태입니다. 통화 가능하십니까?”

그가 선택한 것은 일단 중앙당의 높으신 분이었다.

* * *

“광주?”

“네, 관심 있으세요?”

“신누리가 버린 곳이잖아?”

“버린 게 아니라 뒤통수를 맞은 거죠.”

진욱은 규완에게 대화그룹이 광주에 복합 쇼핑몰을 설립하는 것에 대한 떡밥을 털어놨다.

처음은 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시립 동물원 인수 조건으로 시작했는데, 역제안으로 공장 설립과 복합 쇼핑몰 유치를 한다고 하자 그쪽 반응이 굉장했다고 말해 줬다.

규완은 통화를 하면서 뭔가를 검색하는 듯 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가 더 커졌다.

그러더니 바로 규완이 진욱에게 말했다.

“일단 한번 조사단 보내 볼게. 내일 아침에 바로 대화유통에 안건 올리고 말이야.”

“이번에 그룹 총괄 본부장 하신다면서요? 이 기회에 리조트와 관광 사업 말고 다른 쪽도 한번 공략해 보는 겁니다.”

“어~ 그래, 무슨 말인지 잘 알아.”

규완은 일단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통화를 마쳤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른 유통 업체에 대해서도 살폈다.

“기존에 광주에 있던 게 로타백화점 광주점하고, 현지법인 광주신누리…….”

둘 다 광역시 백화점치고는 협소해서 대규모 확장을 생각했다가 물을 먹은 곳이었다.

그 외에도 대화의 갤럭시아가 들어온다면, 과연 지역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몰랐다.

“정치인들 말 바꾸는 거야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거 유치 못 하면 진짜 평생 호구 소리 들을걸?”

진영 논리로 넘기기에는 너무도 큰 건이니 박 시장이 결국은 승낙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조건을 두고서 민심을 얼마나 통제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광주광역시청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 복합 쇼핑몰 건으로 인해서 식사나 하자는 이야기였고, 진욱은 주저없이 바로 출발했다.

광주광역시청 인근에 있는 한정식집에서 초대받은 이름을 꺼내자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 시장이 있었다.

“아이구, 어서 와요.”

“음? 하 사장 오셨군요!”

“……!?”

박 시장뿐만 아니라 옆에는 처음 보는 사람도 둘 있었다.

“인사드리죠. 광주 북구 을의 천만웅이라고 합니다.”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성이 명함을 주자 거기에는 다함께민주당 광주 북구 을 국회의원 천만웅이라고 쓰여 있었다.

‘현역 의원.’

“그리고 이쪽은 광주시의회 의장 이경준 의원입니다.”

‘시의회 의장이라…….’

광주시장과 지역구 의원을 두고서 그들을 보좌하는 시의회 의장까지 인사를 했을 때, 진욱은 일단 앉으면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다렸다.

시장뿐만 아니라 지역구 정치인까지 왔다는 건 진욱이 던진 떡밥이 엄청나서 몰려든 것이다.

식사가 오면서, 전라도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의 한정식이 나올 때, 진욱은 천천히 수저를 뜨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곳보다 먹거리는 우리 광주가 전국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네, 전라도 밥상은 많이 유명하죠.”

“언제든 오시면, 유명한 맛집을 많이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가 자주 오려면 이쪽에 연고가 있어야 할 텐데요.”

진욱의 말에 광주 시장과 의원이 크게 웃고, 시의회 의장이 뒤늦게 의견을 밝혔다.

“검토 결과, 저희는 복합 쇼핑몰과 공장 유치에 대해서 하 대표님의 제안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진욱이 크게 좋아하지는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의외라는 분위기의 세 정치인이었다.

“광주에 첫 대형 복합 쇼핑몰이 생기는 것이군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단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유통 업체가 있으실 것 아닙니까?”

“네, 그렇죠.”

“일단 저희가 추진은 하겠습니다만,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네, 그것도 있죠.”

이건 다르게 말하자면, ‘우리는 추진하고 싶었는데, 시민사회가 반대를 하니 어쩔수 없다.’ 하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갈 수 있는 탈출구를 잡은 것이다.

그 화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진욱은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일단 세 건을 하나로 묶어서 보도 부탁드립니다.”

“묶는다면… 동물원, 공단, 쇼핑몰 전부 말입니까?”

“네, 맞습니다. 일단은 저희가 동물원 인수를 하고서 공단과 대형 쇼핑몰 유치만 된다면……. 저흰 대승적으로 기존의 입장료를 고수하면서 광주 시민들에게 사회적 기증이라 생각하고 동물원을 운영하겠습니다.”

수익보다는 더 큰 사업을 위한 밑거름으로 동물원 운영을 통크게 기부 형식으로 가겠다는 진욱의 말.

이쯤되면 700억짜리 인수가 떡밥이 되어 조 단위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것이다.

“이후 광주로 들어올 공장과 대형 쇼핑몰은 제가 책임지고 업체들을 시장님께 알선해 드리죠.”

“그, 그래. 부탁 좀 하겠습니다.”

“지역 경제를 위한 거니 저희도 최대한 협조해서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시의회에서도 바로 통과시킬 겁니다.”

국회의원, 광주시장, 시의회 의장 모두 진욱의 편이 되어서 추진해 주겠다고 선언했다.

윗선에서 허락이 떨어진 일이니 이들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진욱은 빙긋 웃으면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하고는 바로 전화를 돌렸다.

“형님, 유치 허락 받았어요.”

[진짜? 어떻게 구워삶았대?]

“지역구 의원까지 와서 허락하더군요. 이제 형님 몫입니다.”

[으으음-.]

“이 부지를 가져다가 팔 수도 있고, 직접 들어와서 건설을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진욱의 제안에 규완은 잠시 생각하다가 결정했다.

[기다려. 나도 광주로 내려갈게.]

진욱은 부산에 이어 광주에서도 합작을 할 수 있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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