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47화 (147/200)

147화 주 타이쿤

“자~ 자~ 이쪽은 공사 빨리 진행하시고, 저기는 다 끝났어요?”

진욱은 안전모를 쓰고서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인 현장을 직접 돌고 있었다.

그동안 부산 상곡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은 경남도청과 계약을 해서 산하 동물원인 경남주파크의 임시 우리에 머물고 있었다.

그동안 삼정에서 기증한 코끼리들은 각각 용인의 E랜드와, 경남주파크에 맡겨 놨고, 거기에 따른 대여료는 그냥 이곳 동물들을 맡기는 것으로 퉁쳤다.

“대표님, 저 왔습니다.”

“아, 이 소장.”

“하하하, 제가 좀 늦었죠?”

“아뇨. 내가 빨리 온 거죠. 자~ 한번 봅시다.”

현재 이곳 리모델링 공사를 맡고 있는 대화건설의 이진택 소장이 진욱을 안내하면서 현재 짓고 있는 동물원 내부를 여기저기 설명했다.

“원래 있던 콘크리트 바닥 다 긁어내야 해요. 상태가 너무 심각하더라고요.”

“그러게 말이죠. 저거 파낸 다음에 어떻게 공사한다고 했죠?”

이 소장은 예시를 들기 위해 갓 만들어진 맹수사의 우리를 소개해 줬다.

이미 다 뜯어낸 콘크리트 바닥 이후로 폐타이어 조각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게 요새 친환경 바닥재라고, 못쓰는 타이어를 갈아다가 바닥에 까는 겁니다.”

“아, 그건 알고 있는데. 그 위에…….”

“네, 폐타이어로 바닥재 다진 다음에 그 위로 5cm가량 깊이로 흙을 쫙 덮습니다. 그 위로 잔디를 까는 것이지요.”

“타이어를 바닥에 굳이 까는 이유가 있나요?”

동물권을 위해서 동물원에 있는 방사장 바닥을 콘크리트에서 잔디로 바꾸라고 오더는 내렸지만, 그 이상의 장치를 다는 것에 대해 진욱이 물었다.

“그냥 콘크리트 위에 잔디 깔아도 아무래도 좀 다리에 무리가 가거든요. 최대한 푹신하게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관리는 빡세겠네요.”

“유럽 잔디가 열에 약해서 조경 쪽하고 이야기하고 있지요. 뭐, 시설 관리는 앞으로도 부산 업체들하고 해서 문제없게 진행할 겁니다.”

진욱은 설명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공사 자체는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디테일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진욱은 부산에 머물면서 실시간으로 하나하나 오더를 내렸고, 대화건설 역시도 적극적으로 진욱이 말하는 것을 수용했다.

그렇게 동물원은 순조롭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남은 것은 지금 공사하고 있는 현장에서 추후 확장을 염두에 두고서 대화리조트가 추진하는 복합 레저 타운에 대한 설계였다.

“여기다가 보트 탈 수 있는 호수 공원을 만들려면, 좀 더 확장해야겠지.”

“네, 그쪽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놨어요.”

“호수 공원을 타고 내려가면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사파리를 만드는 것… 멋질 것 같은데?”

공원 중앙에서 호수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 양옆으로 동물 우리가 보이고, 그것을 보며 지나갈 수 있는 사파리 시스템이었다.

진욱은 규완과 동물원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밑그림을 착실하게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이 부지에다가 레저 타운을 만들 거야. E-스포츠 센터도 하나 짓고 말이야.”

“E-스포츠요?”

“그 왜 있잖아? 게임 가지고 프로 팀 만들어서 리그전 하는 것.”

“아, 그쪽도 요새 유망한 사업이죠.”

하나를 만들면 계속 가지가 늘어나면서 연관 사업이 늘어나게 된다.

지금도 동물원으로 시작해서 레저 타운, E-스포츠 센터 등등으로 부산시에서 제공한 부지에서 마음껏 심시티를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삼정에서 코끼리 기증해 준 건 진짜 의외다.”

“저도요. 뉴스에서 반달곰들 쓸개 빼는 것 불쌍해서 다 사들이고, 동물 보호 캠페인 하니까 이 부회장님이 좋은 일 한다고 직접 기증하더군요.”

“그분이 좀 그런 감이 있지.”

정 안 될 경우에는 대화무역에서 직접 동물원에 넣을 관상용 동물들을 공수해 오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호랑이랑 사자 같은 경우는 서울대공원에서 한 쌍씩 데려오기로 했고요. 강원도에 있는 동물에서 각각 데려와서 꾸미면 될 겁니다.”

“뭐, 싸게 부지 사서 잘 운영하게 됐네.”

규완 역시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사업에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 * *

부산에서 공사 현장을 보고 돌아온 진욱이 경영에 몰두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대표님, 광주광역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네? 광주요?”

[네, 광주시청이라고 합니다. 대표님에게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비서의 연락을 받은 진욱은 알았다고 하면서 바로 전화를 돌렸다.

“여보세요? 아성펫푸드의 하진욱입니다.”

[아이고. 하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박용태라고 합니다.]

“……!?”

진욱이 앞에 있는 컴퓨터에 박용태라고 치자, 광주광역시장이라고 바로 프로필이 떴다.

“아, 광주시장님 맞습니까?”

[네~ 맞아요. 광주‘광역’시장입니다.]

유쾌하게 대답하는 광주시장의 목소리에 진욱은 잠시 수화기를 떼고 머뭇거리다가 실시간으로 광주시장에 대한 기사들을 검색했다.

[요새 뉴스에서 대표님의 이름을 많이 봤습니다. 좋은 사업을 많이 하시더군요.]

“아, 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검색을 해도 나오는 건 ‘광주형 일자리’, ‘신임 광주시장의 도전’,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지자체장이라면 으레 나오는 이야기 정도밖에 없었다.

[아, 최근에 그… 부산에서 동물원 사업을 하시면서, 아예 법인을 설립하신 것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

진욱은 직접 용건을 말하는 광주시장의 이야기를 듣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광주동물원에 대해 검색했다.

그리고 나오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읽어 보면서, 광주시장이 하는 이야기를 머릿속에 기억했다.

[그… 최근에 저희 시도 동물권을 중시하는 친환경 테마파크를 생각하고 있는데, 언제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혹시 괜찮으실지 모르겠군요?]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진욱이 마다할 리가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한 번 광주로 내려가지요. 언제가 편하실까요?”

진욱은 박 시장과 시간 약속을 조율한 뒤로 통화를 마쳤다.

그러고는 실시간으로 포털 검색을 하면서 호남 일대에 유이한 광주동물원에 대해 알아봤다.

[빛고을주파크, 노후화로 전면 재개장 준비를 한다.]

[좁고 열악한 시설, 동물들은 오늘도 눈물을 흘린다.]

진욱은 과거 드림월드와 현 상곡동물원도 그랬지만, 지방의 동물원 시설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혀를 찼다.

“후우- 여기도 콘크리트 바닥에 좁은 우리에다가 이거저거 쑤셔 박은 케이스구만…….”

일부 맘 카페나 유튜브 등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동영상을 찍은 것을 보니, 동물들이 이리저리 정형 행동을 하는 것을 두고 움직인다고 좋아하는 목소리에 진욱은 한숨이 나왔다.

그것을 두고서 아성주파크 쪽으로 광주 쪽과 어떻게 협력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연달아서 전화가 왔다.

[하 대표님? 다함께민주당 송현태 의원님 비서실입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십니까?]

[아성주파크의 하진욱 사장님 되시죠? 저는 다함께민주당 이용배 의원님 보좌관입니다.]

갑자기 광주 지역구의 정치인들도 자신에게 전화를 하고, 내용은 전부 똑같았다.

지금 동물 사업하는 것, 지역 경제를 위해 호남권에도 조금 배분을 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 * *

정치인들의 등쌀에 밀려 결국 약속 시간보다 먼저 광주에 도착한 진욱은 주변 상권을 둘러보다가 이 일대 유일한 동물원인 빛고을주파크에 도착했다.

시립 공원인지라 입장료는 셔틀버스 천 원을 제외하고는 무료.

그래서인지 시 예산으로 영업하는 것답게 내부는 상당히 열악했다.

관람차와 언제 만들어진지 모를 놀이기구들의 페인트 칠이 벗겨져 있었으며, 그나마 산책로에는 꽃을 가꾸어서 볼거리는 괜찮았지만, 놀이 시설로는 영 아니었다.

나름 광주 유일의 테마파크라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은 많았지만, 그건 다른 지역에 못 올라가는 케이스로 보였다.

“흐으음.”

그리고 인터넷으로 미리 본 동물원을 한번 실제로 봤을 때, 생각 이상으로 더 열악했다.

사진으로 본 게 엄청 커 보인 것이었고, 실제로 보면 원룸 정도밖에 안 되는 좁은 우리에 사자가 두 마리, 더워서 탈진해 늘어진 불곰 한 마리.

그나마 코끼리는 대여섯 마리가 있고, 그 상황에서 새끼를 낳아 동물농장 프로그램에도 나왔다다면서 팻말을 설치했다.

진욱은 짧은 시간에 바로 돌 수 있는 동물원 환경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

“일단 바닥부터 전부 갈아엎어야 하고, 잔디 깔고, 사육장 늘리고… 후우. 할 게 많겠구만.”

이미 진욱은 전적으로 이 동물원을 개혁할 플랜을 짜고 있었다.

* * *

“광주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광주광역시장 박용태입니다.”

“아성사료그룹의 하진욱입니다.”

악수를 하고 시장 집무실에 앉았을 때, 머리가 약간 벗어진 박 시장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일단 시 홍보 자료부터 진욱에게 보여 줬다.

“저희 광주광역시는 문화 수도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컨벤션 센터부터, 국제영화제, 미술관 등 문화 시설 확충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면서, 문화 수도 광주를 계속 언급하는 박 시장을 보고 진욱은 노골적으로 동물원 사업에 대해서 한마디 해 주기를 바란다며 혀를 찼다.

“그리고 이 동물원 사업, 이게 빛고을주파크인데…….”

“네, 한번 보고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직접 안내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허허허-.”

진욱은 그 상황에서 바로 직구를 던졌다.

“시장님의 시정에 대해서는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뭘 해야 할지 직접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하 사장님은 성격이 화통하시군요. 허허허-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진욱은 동물원 리모델링 요청이라 생각하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은 좀 더 큰 이야기였다.

“동물원을 인수해 주시겠습니까?”

“…네?”

시립 동물원에 대한 리모델링 협업인 줄 알았더니, 역으로 그냥 인수 제안을 한 것이었다.

“동물원을… 인수요?”

“네, 운영권을 전적으로 아성에 맡기고 싶습니다.”

박 시장의 말에 진욱은 멋쩍은 얼굴로 뺨을 긁적이다가 다시 물었다.

“시립 동물원을 저희가 인수해 달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협상 스킬이 완전 꽝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게 광주 유일이자 호남에서 전주동물원과 같이 유이한 동물원이라 그 가치를 설명하고서,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대놓고 자신들의 시설이 열악하다고 말하면서, 그걸 또 사라니…….

“이미 보셔서 아시겠지만, 호남권 테마파크를 위해서 시 예산을 투입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행정상으로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는지라 차라리 민간 기업에 위탁 경영을 맡기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염치 불고하고 부탁을 드립니다.”

처음부터 자신들의 약점을 말한 다음에 부탁하는 박 시장의 태도에 진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충 알아보니, 여기가 원래 금호산업이 운영하다가 부도 이후에 시립으로 운영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민간 기업에 위탁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건가?’

진욱은 수익성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내 결심했다.

“그럼 일단 재무제표와 현재 수요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겠습니까?”

“아, 그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여기 계시면서 한번 천천히 고려해 주십시오.”

박 시장이 간곡한 요청하고 호남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뻐꾸기를 날려 댔던 게 이거라고 확신한 진욱이었다.

부산에 이어 이번엔 광주에서 시작하는 동물원 사업.

진욱은 이러다가 다른 지자체들도 동물원을 맡기는 게 아닌가 싶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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