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46화 (146/200)

146화 우리는 동물원을 만든다

이번 건 해결하면 파견을 가겠다 약속한 뒤로 진욱은 아성저축은행에 PF론으로 융자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새로운 자회사 ‘아성주파크’가 설립됐다.

“이것으로 아성주파크의 설립을 알립니다.”

마이크에서 울리는 진욱의 외침에 모두가 박수 치고, 기자들이 카메라셔터를 연신 눌러 댔다.

청담동 아성빌딩에서는 수많은 메이저 언론의 기자가 진욱에게 다가와 질문 공세를 이어 갔다.

“대표님, 이제는 사료 사업에 이어서 동물원 사업입니까?”

“기존에 대화아쿠아리움과 수족관 공원 사업을 하셨는데, 이건 별도로 운영되나요?”

“부산 상곡대공원 입찰에 투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동남권에 대규모 동물원을 설립하실 계획인가요? 혹시 수도권은…….”

진욱의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 기자들을 보고서 하나하나 직접 대답해 주기로 했다.

아래층에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회의실에서 그들의 기삿거리를 하나하나 만들어 준 진욱은 기자들이 싱글벙글하면서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시간도 많다. 그걸 일일이 다 상대해 주고 앉아 있냐?”

진영이 기자들을 보낸 뒤로 집무실에 들어와서 서류를 건네줬다.

“기자들하고 친해져서 나쁠 것 없지.”

“홍보팀장은 왜 두고 있어? 굳이 네가 일일이 할 필요 없잖아.”

“헤드라인이 달라, 헤드라인이.”

진욱은 기자 인터뷰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누나가 가져온 서류들을 결제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아성주파크 설립 이후 남은 것은 누나의 회사 아성펫드레스의 상장이었다.

그것을 위해 조언을 했는데, 펫 패션 업계로 확장을 해서 종합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애견 미용 업체들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건… 잘되고 있어. 몇몇 개는 직접 인수하려고.”

“그래, 그렇게 하면 종합적으로 애견 미용실에서 옷도 팔고, 신발도 팔고, 펫 간식도 팔 수 있고 그렇다니까.”

“나는 자신 있어. 이거 되면 여기 건물 한 층 줘.”

“되기만 하면 당연히 자리 내주지.”

아직도 빈 층이 많다 보니, 자회사를 늘려 간다고 해도 아직은 공실률이 좀 있는 아성타워였다.

아버지의 말로는 ‘나 물러나면, 네가 상록에 있는 본사 강남으로 옮기든지 해라.’라고, 사실상 본사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빌딩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였다.

“아무튼, 지금은 동물원 사업 때문에 알아봐야겠어. 호랑이랑 사자도 구하고, 곰도 데려오고.”

“그것도 직접 해?”

“해 봐야지.”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류 결재를 마친 다음에 누나에게 돌려줬다.

그리고 다시 집무실에서 컴퓨터를 켠 진욱은 모니터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애 데리고 동물원이나 가 볼까?”

* * *

“꺄아아아- 꺄아!”

탕- 탕-

“은준이! 유리 벽 치는 것 아니야! 호랑이 어흥 한다!”

평일 오후에 나와서 한산한 시간에 진욱은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어린이대공원에 놀러왔다.

유리벽 너머에 심드렁하게 누워 있는 사자나 호랑이를 보고 아기가 신이 나서 막 손으로 쳐 댔으나 세화가 제지했다.

진욱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사진을 연신 찍어 댔다.

과거에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 커다란 벼랑을 만들어서 그곳에 빠지는 안전사고도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게 강화 유리를 설치했다.

물론 이것도 가까이서 보기엔 좋지만, 화난 동물들이 발톱으로 긁거나 들이받아 유리가 손상되고, 심한 경우 거기다가 영역 표시로 배설물을 싸 대서 청소가 힘들었다.

“이런 것도 전부 리모델링할 때 알아 놔야 어느 쪽이 좋은지를 알지…….”

“오붓하게 데이트하자고 했더니만, 역시 사업 이야기?”

“아, 미안.”

“됐어요. 애는 내가 볼 테니까 동물원 구상 계속해도 돼요.”

장난이라면서 아기 안고 옆에 있는 소형 동물 우리로 향하자, 날뛰는 원숭이들을 보고 엄마 품 안에서 좋다고 손을 흔들어 대는 아들이다.

옆에는 원숭이 먹이용 자판기가 있어서 그걸 던져 주자 말린 바나나나 땅콩 등을 넙죽 받아먹는다.

이후 동물원 탐사가 끝이 났을 때, 돌아가는 길에서 이곳 담당자를 만나게 됐다.

사무실에서 커피를 대접받은 진욱은 가족과 같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곳 어린이대공원 원장 김서현이라고 합니다.”

50대 중후반의 사람 좋아 보이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성은 진욱이 온다는 말을 듣고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이쪽은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운영팀의 정근모 팀장입니다.”

“정근모입니다.”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부인하고, 아들입니다.”

“하하하, 아드님이 아주 미남입니다?”

아기를 보고서 갖은 칭찬을 다 하니 세화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다.

“그동안 아성사료와 어린이대공원은 각별한 관계였지 않습니까?”

“네, 2009년부터였나요? 동물원 사료 납품은 저희가 하고 있었죠.”

잊을 리가 없었다.

진욱이 이 삶을 살면서 가장 먼저 성공한 큰 거래 건이었으니 말이다.

그때는 10억짜리 계약 하나를 했어도 전 직원이 모여서 회식을 했는데, 지금은 그 백 배가 넘는 거래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진욱의 위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 각지에 있는 동물원에 부산 동물원 설립에 대해서 요청을 했는데 말이죠. 특히 희귀동물 쪽이요.”

“그것이… 정 팀장님, 어떻게 됐죠?”

동물원 관리를 총괄하는 정 팀장은 대공원장의 말에 난처한 얼굴을 지었다.

“저희도 서울대공원 동물원과 교류를 하면서 대형 동물에 대해서는 그쪽에 의지하는 편입니다. 서울시청에서 예산을 배분해 주는데, 두 곳을 같이 컨트롤하는지라…….”

“흐으음.”

“코끼리 같은 경우는 대통령님이 캄보디아 국왕과 정상회담을 할 때, 양국 우호를 위해 기증받은지라…….”

“호랑이나 사자는요?”

“역시 같습니다. 기존에 있는 사자도 대전동물원으로 보낸지라 보시면 알겠지만 암사자 두 마리가 전부입니다.”

“흐으음.”

진욱이 여기 말고 서울대공원을 알아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정 팀장이 제안했다.

“원숭이 종류라면 보내 드릴 수 있습니다. 다람쥐원숭이 등의 소형 종류라면 저희가 꽤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럼 아쉬운 대로 원숭이류 분양이라도 받아야 겠군요.”

“그거 말고도, 프레리독이나 마멋같은 소형 포유류도 있습니다만…….”

“네, 좋네요. 그것도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동물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동물은 아쉽게 됐지만, 소형 동물들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갈 때, 진욱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일단 소형 동물하고, 체험관하고, 애완조 해서 어떻게 구색은 갖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삼정에다가 연락은 못 해요?”

“거기는 민간 동물원이잖아. 경쟁자인데, 그런 걸 도와주겠어?”

“그래도 오빠… 이 부회장하고 친하잖아요?”

세화의 물음에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휴대폰을 들었지만, 이내 집어넣었다.

“그거는 나중에 진짜로 힘들어지면.”

아무리 그래도 동종 업계에 이런 부탁은 좀 아닌 것 같아서 최후의 상황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몸에 좋다고 먹는 웅담, 하지만 그것을 채취하기 위해 곰들은 오늘도 눈물을 흘립니다.]

[최근 사육장에서 탈출한 곰들로 인해 경찰은 동물 학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머, 불쌍해라.”

철창 안에서 곰의 몸에 구멍을 뚫고 쓸개액을 뽑아내는 사람의 모습.

열악한 시설 속에서 눈만 껌뻑거리는 곰들을 보고서 세화가 불쌍하다고 했을 때, 진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저런 건 꼭 나온다니까.”

나름 동물권을 생각해서 사업을 해 왔고, 유해 조수 퇴치 때를 제외한다면 그런 쪽은 철저히 신경 썼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이런 기사가 나올 때 움직이는 단체가 있었다.

[우리 반달곰을 구해 주세요!]

[살인 웅담 농장 철거하고, 곰들을 살려 주세요.]

“그걸 왜 여기서…….”

진욱은 출근길에 웬 동물 보호 시민 단체가 몰려 있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수많은 동물의 혐짤 수준인 잔인한 도축 사진과, 곰의 얼굴에 눈물을 붙여서 구해 달라고 시위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출근한 진욱을 향해 달려왔다.

“반달곰 농장 구하기 동참해 주세요! 사인만 해 주시면 됩니다.”

다짜고짜 팻말과 펜을 내미는 소녀를 보고서 진욱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들었다.

동물권 보호를 외치면서, 망해 가던 드림월드 동물원에 대해서 시위를 했던 학생들.

그때 덕분에 동물원을 쉽게 인수해서 치맥도 하면서 즐겼던 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사인해 주세요. 여러분의 서명이 학대당하는 반달곰을 지킬 수 있습니다.”

“흐으음.”

진욱은 펜을 들고서 바로 사인해 줬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그 이슈에 대해 말해 줬다.

* * *

열흘 뒤.

“이것으로 용인 곰 농장의 45마리는 아성주파크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진욱은 곰 농장주가 동물 학대로 입건됐을 때, 폐쇄 직전인 농장을 향해 남은 곰들을 모두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

송아지 한 마리 값도 안 되는 곰들은 제안을 하자마자 바로 급처로 팔려 나갔고, 진욱은 바로 그것들을 과거 자신과 인연이 많은 서울대 수의학과 병원에 보냈다.

“네, 네~ 그래요. 치료 잘되는 대로 바로 동물원 내려갈 거니까 잘들 챙겨 주세요. 몇 마리는 원주로 가고.”

진욱은 그것을 부탁한 다음, 현재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는 부산에 ‘곰 전문관’을 만들겠다면서, 식육목관을 좀 더 늘리라고 오더를 내렸다.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의외로 스토리텔링이 되는 상황이었고, 쓸개 채취로 학대당하던 곰들은 진욱의 손에 들어와서 지금 만들고 있는 아성의 부산 동물원으로 향해 남은 생을 보낼 것이다.

기존의 원주 드림월드 역시도 강원도의 상징인 반달곰이니, 몇 마리 추슬러 보낸 다음에 앞으로 잘 키우겠다고 뉴스 인터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언론에 퍼지자 SNS에서는 진욱을 두고서 동물권의 수호자라고 칭찬하는 이야기가 퍼졌다.

이것 역시도 미담이었고, 덕분에 그동안 동물 학대라 불린 동물원에 대해서도 드림월드나 E파크 등은 콘크리트 바닥 대신 푹신한 천연 잔디와 정형 행동을 방지하는 수의사들의 카운슬링으로 동물권을 지키는 업체들에 대한 주가가 올라갔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그분이 또다시 연락했다.

“네, 아, 네. 부회장님.”

[좋은 일 하시는데, 뉴스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이거, 저희도 작은 동물원 하는데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국내 최대의 테마파크 E랜드를 두고서 ‘작은 동물원’ 운운하는 게 역시 삼정 이현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동물원 사업을 하면서, 타 업계에게 누가 되지 않게 노력 중입니다.”

[누라니요? 잘하고 계신데, 동종업계로서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말이죠.]

“네? 하하하-.”

[필요하신 동물이 있으십니까? 제가 바로 보내 드리죠.]

“저, 그럼 코끼리를…….”

통화가 끝난 뒤 얼마 후.

진욱은 삼정문화재단의 연락을 받았다.

지금 태국에서부터 코끼리 4마리를 구매했고, 삼정의 이름으로 아성주파크에 기증한다는 제안이었다.

졸지에 돈 한 푼 안들이고 코끼리를 기증받은 아성주파크는 오픈 전부터 하나둘씩 쌓이는 동물을 보고서 원주 드림월드 확장 공사와, 부산 리모델링을 좀 더 재촉했다.

물론 필요한 것은 추가 예산과 임시 거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