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45화 (145/200)

145화 가능성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진욱이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최종 입찰 결과, 대화 리조트와 아성사료의 2,100억으로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마지막에 담당 공무원이 말을 더듬으면서 고개를 떨구는 게,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 나와서 씁쓸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소 입찰은 아슬아슬하게 통과됐으니 이후로는 단독 협상이었다.

유찰하기에는 이미 국비와 시 사업비가 들어간 사업이니 빼도 박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개발권은 규완과 진욱의 손으로 들어왔고, 상황이 끝나고서 로타 쪽과 손을 잡았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같이하고 싶은 사업인데 아쉽게 되었군요. 축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해 보세요. 이거 아주 좋은 사업 같습니다.”

양 본부장은 껄껄 웃으면서 돌아갔지만, 그 근처에 미쓰호시의 임원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진욱은 그 상황을 보고서 규완에게 넌지시 말했다.

“역시 맞는 것 같죠? 처음부터 의지가 없는 구색 갖추기였던 것 같아요.”

“흐음, 진짜 그런 것 같네.”

로타 사람들이 뒤도 안 돌아보고 부산시청에서 나간 뒤 둘의 대화였다.

“홍보 영상 그렇게 기막히게 만들고도 바로 뺀 걸 보면, 매몰 비용이 장난 아닐 것 같은데요.”

“나도 네가 말한 것 때문에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본사에 연락해서 좀 알아봐야겠어.”

규완은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폰을 들고, 급히 해운대 대화리조트로 향했다.

그리고 진욱 역시도 뭐가 어찌 됐건 입찰에 성공했으니 일단 임원들을 불러서 자신이 직접 회식을 주최했다.

* * *

“그렇게 됐어요.”

[그거 좀 문제 있는 것 아니야? 뭐, 사돈댁이 돈을 쓴 거지만, 실무는 네가 맡을 것 아니야?]

“네, 그렇게 될 것 같아요. 문제는 어느 정도로 의지를 보이냐인데 말이죠.”

진욱은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 손으로는 계속 노트에 뭔가를 적어 가고 있었다.

[뭐, 일단 필요한 만큼 예산은 보내 줄 테니까 잘해 봐.]

“네, 그래야죠.”

[아, 근데 말이다. 너 언제쯤 올라올 거냐? 환경부에서 너 찾더라.]

“네? 아, 그거 벌써 결과가 나오나?”

원래 이 입찰을 하기 전에 준비했던 유해 조수 퇴치 사업 투자 및 사료화 사업에 대해서였다.

[환경부에서 유해 조수 퇴치로 표창 준다고 하더라. 네 이름으로 말이야.]

“잘된 일이네요. 조만간 스케줄 맞춰야겠어요.”

남의 일처럼 말하지만 이제 아성에게 있어 장관상이야 트로피 진열장을 만들어서 남는 것은 그냥 박스 안에 담아 놓고, 부총리나 총리상급만 메인으로 올려놔도 될 정도였다.

덕분에 이전에 청문회에서 나왔던 ‘국가가 키운 아성사료’라는 우스갯소리가 별명이 된 상황이었다.

[표창 받을 때 다 같이 식사나 하자고. 안 그래도 큰집 생일도 얼마 안 남았으니 말이다.]

“네, 그렇게 모이면 되겠네요.”

진욱은 통화를 마치고서 잠시 생각했다.

지금부터 구상해 나가는 것을 두고서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텐데, 자신이 준비한다 하더라도 대화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이다.

그리고 저녁에 입찰 성공 기념 회식이 성황리에 끝나면서 2차는 따로 규완과 같이 자리를 가졌다.

“진욱이 네 말이 맞았어.”

“네?”

규완은 빈 술잔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내부에서 들은 정보를 직접 말해 줬다.

“지금 부산이 새 시장 바뀐 뒤로 정권 바뀐 당이라 엄청 푸시를 받고 있거든?”

“정권 초는 다들 그렇죠.”

“그래서 동남권 신공항이다, 제2 로타월드 테마파크다, 110층 금융 빌딩 마천루다, 각종 공사를 하고 있어.”

“흐으음.”

역시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에는 건설공사 만한 게 없었다.

역시나 그런 이유인가 싶어서 진욱이 고개를 끄덕일 때, 규완은 이번 입찰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줬다.

“근데 대부분 그런 공사는 지역의 향토 기업 건설사에게 맡기거든? 메이저 대기업보다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법적으로 철거나 건설이나, 업체는 그 지역 업체 써야 하니까 그게 뭔지는 알겠습니다.”

“그래, 근데 그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개발하는데 빵꾸가 난거야. 그 건설사가 부도나서 말이지.”

그렇게 해서 부채는 시 예산을 쓴 부산이 가지게 되었고, 지금 이 빚을 털어 내려고 했으나, 동물원 자체만으로는 재미를 볼 수 없었고, 타 대기업에 여러 번 제안했으나 결국 강제로 끌어앉히다시피 해 대화와 로타가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뒤늦게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최저 입찰 수준으로 받게 된 것이었고, 적당히 포장해서 주변 문화시설 개발을 하려고 했던 부산시는 겨우 본전치기로 이 상황을 끝냈다.

“지방 입찰이라는 게 그런 거죠, 뭐.”

보통 대기업이 수천억에서 수조 원짜리 사업을 공개 입찰 받고서 며칠간 정보전을 벌이면서,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업체가 따낸다.

하지만 역으로 미리 정보를 알고서 일부러 최저 입찰을 하거나, 그냥 참여만 하면서 적당히 페이스메이커만 하면서 빠지는 경우도 상당했다.

양산 공장 인수 건에 이어 이번에도 그런 케이스였고, 부산시의 짬 처리를 벗어 내고 적정가에 부지를 얻어 낸 대화와 아성은 이제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일단 입찰 금액은 우리가 지불했는데, 매제가 동물원 사업부터 먼저 준비할 수 있겠어?”

“아, 네. 레저 파크는 이후가 되겠군요.”

예상했던 일이었다.

어차피 입찰로 큰돈 썼으니 일단 그동안 수요를 모으기 위해 진욱이 움직이는 것이고, 그 상황에서 주변 일대를 정리하면서 복합 레저 타운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

“일단 베이스는 나쁘지 않아요. 원래 수목원과 소형 동물원을 했던 자리이고, 지금은 그냥 가금류나 일반 동물들 체험 학습관이 전부지만, 이후로 만드는 것은 문제 없습니다.”

“일단 동물원 지을 때, 우리가 보트랑 외륜선 쓸 수 있는 호수 공원 공사는 같이 추진할 거야.”

“좋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음?”

“이제 슬슬 동물원 사업에 대해 지분 정리가 필요해서 말입니다.”

“……!”

진욱은 이제 계획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했고, 규완은 그 제안을 듣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OK 사인을 했다.

* * *

다시 서울로 돌아온 진욱은 아들 은준이를 안으면서 아내에게도 선물을 하나 줬다.

“부산에 대형 쇼핑몰 진짜 많더라. 명품관 보다가 하나 샀어.”

“어머, 이거 진짜 예쁘네요.”

진욱이 사 온 브로치를 보고서 자기 옷에 이리저리 대 보는 세화는 남편의 선물에 활짝 웃으면서 그를 안아 줬다.

“조만간 전시전 한 번 하게 됐어요.”

“오, 그래?”

“삼정미술관에서 자리 하나 내준대요. 풍경화 전시전인데, 저도 몇 점 올리죠.”

평범하게 주부 생활을 하지만, 결혼 전부터 하던 그림은 계속하던 세화.

진욱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면서 아내의 활동을 언제나 지지해 줬다.

“그나저나 부산에서 동물원 만든다면서요? 규완 오빠하고 지분 정리도 하고.”

“응, 그렇게 하려고.”

“흐으음, 어떻게요?”

“예전에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난 곳.”

“아~ 원주의 그 미술관.”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때, 그녀를 만나기 전날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그룹과 치악산 일대 개발권과 동물원 위탁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다.

그때 강원도청에서 받아 낸 운영권을 중간에 웃돈 주고 대화리조트가 사 가서 갈라설 뻔했던 것을 세화를 만나고 소개받아서 넘어갔다고 말했다.

“내가 오빠들 사업 문제에서 중간에 낀 거야?”

“뭐,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좀 그렇지만…….”

“미술관 옆 동물원이 정말 큰일 했네.”

진욱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칭얼대는 아들 은준을 안고는 어르고 달랬다.

“그래서 할 말이 있는데 말이지.”

“음? 뭔데요?”

진욱은 아내에게도 규완에게 했던 이야기를 부탁했고,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바로 친정에 전화를 걸었다.

* * *

“돈이 좀 필요합니다.”

“언제는 안 필요했고?”

진욱의 환경부장관 표창 수상 이후, 일가가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가 열렸다.

노포로 유명한 중화요릿집을 통째로 대절하고, 코스 요리를 즐기는 가운데, 진욱은 오랜만에 만나는 큰아버지 일가에게 또다시 자금 융통을 부탁했다.

“뭐, 너희 사돈 덕분에 아주 돈이 쏙쏙 들어오고 있긴 하지. 으하하하하!”

금융 사업은 지난날 부실저축은행 퇴출 릴레이 때 괜찮은 지점들을 헐값에 사들여 2금융권 내에서는 상당한 거물이 되었고, 건설 사업 역시도 대화건설의 해외 공사를 따라다니면서 노하우와 인력 그리고 수금도 수월하게 했다.

덕분에 아성금융그룹은 금산분리법으로 인해 따로 상장을 하면서 건설업과 금융업 모두 큰아버지 상규가 꽉 잡아 착실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고, 지금 규모는 아성사료그룹보다 컸다.

“형님, 우리 둘이 한 그룹으로 합치면 대기업 벌써 됐소.”

“그러게 말이야. 너, 그러니까 부회장으로 들어올래?”

“에이~ 그냥 이대로 갑시다. 각각 성장해서 대기업 가자고요.”

“으하하하! 그것도 나쁘지 않지.”

이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하씨 일가.

그 속에서 진욱은 반대편 자리에서 진성의 부인, 아주머님과 큰누나 진미와 같이 육아 이야기를 하면서 젊은 여성들끼리 이야기하고 있었다.

“최근에 대화 쪽이 맡겨 둔 동물원 사업, 아예 저희가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응? 그래?”

“네, 이미 아버지하고도 이야기가 끝났고, 대화하고도 협상 중입니다.”

“흐음~ 그거 그냥 3년 단위로 운영권만 가지는 거라고 했지? 강원도에 있는 그 동물원.”

“네, 정식으로 저희가 가져와서 법인으로 만들 겁니다.”

“부산에도 짓고?”

“네.”

“동물 사료에서 이제는 동물원이라…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덕분에 AD아쿠아리움에 이어서 또 다른 동물 사업 법인을 만들고 운영하게 되니 역시 필요한 게 현금이었다.

“그래서 그거 지분 모으려고 돈이 필요한 거야?”

“지금 와이프 쪽 외가에서 가진 대화리조트 지분을 제가 아성펫푸드 쪽하고 상호 교환 하고 있고요. 그렇게 지분 가지고 8:2로 동물원 법인을 설립할 겁니다.”

“물론 네가 8이겠지?”

“그겁니다.”

상규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조카는 언제나 재미난 사업을 한다고 웃으면서 술잔을 들었다.

“그럼 또 융자해 줘야지! 집안 사람이 큰 사업 하는데, 웃어른이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사실상 일가의 사금고처럼 운영되는 아성저축은행에서는 이번에도 회장의 오더로 큰돈이 융자될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 이상의 돈을 돌려주니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족을 넘어서 아주 우수한 VIP 고객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른들끼리의 융자 이야기가 끝나고 사업 논의가 시작될 때, 상규가 넌지시 진욱에게 물었다.

“진욱아, 물어볼 게 하나 있다.”

“네, 말씀하세요.”

“너, 이번 동물원 사업 끝나면 뭐 또 차기 사업 준비하는 것 있냐?”

“흐으음, 글쎄요. 일단 동물원 법인으로 동물원 만들고, 그 다음으로 또 국제 박람회 준비하면서 반려동물 용품 출시하고, 협회 도와서 수출 늘리고… 그렇네요?”

그러자 상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잔에 든 술을 쭉 비우고 말했다.

“그 동물원 사업 얼추 끝나면 나 좀 도와줄 수 있겠냐?”

“네?”

“내가 좀 큰 사업을 해 보고 싶은데,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진성이 맡기려고 했는데 저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라고.”

처가 파견에 이어서, 이번에는 큰집 파견을 제안받은 진욱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