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44화 (144/200)

144화 개발 여론전

진욱은 부산에 특별 사무실을 만들고, 회의에 들어갔다.

“당분간은 여기에서 묵으면서, 준비해 봅시다.”

“갑작스럽지만, 이렇게 팀이 만들어지니 바로 준비하면 되겠군요.”

입찰 기간은 아직 시간이 있었고, 거기에 맞춘 인물들을 보면서 현재 상황을 계산했다.

‘영업부 김백일 이사, AD아쿠아리움하고 같이 움직이면서, 국제 박람회 사업도 잘하는 사람.’

진욱은 김 이사를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여기면서, 다른 인물도 하나씩 살펴봤다.

‘정영규 상무, 드림월드 정상화를 위해서 영입했는데 이쪽 사업에 대해서 정말 잘 아는 사람이지. 제2동물원 사업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이번에 실력 볼 수 있겠네.’

그 다음으로 있는 인물은 대화건설에서 파견 나온 양윤우 이사였다.

국내에서도 아쿠아리움과 드림월드 공사 건에 참여했던 사람이면서, 상하이 대화아쿠아리움 설계에도 참여한 사람인데, 이사 대우로 아성에 오게 됐다.

그 셋을 중심으로, 선택해서 온 수많은 팀원.

진욱은 그들과 회의를 하면서 자료를 꺼내고 자신의 전략을 말했다.

“자, 지금 상황은 사실상 대화와 아성의 연합군과 로타와 미쓰호시의 싸움입니다.”

“미쓰호시라면, 일본에서 아쿠아리움과 동물원 테마파크 사업으로 유명한 곳이죠?”

“네, 사실상 부산 상곡공원 부지에서 각각 동물원 사업하고, 테마파크 사업을 준비하는 겁니다.”

인구 400만권에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제대로 된 동물원이 없고, PK 전체를 합쳐도 협소한 지방공기업인 경남주파크 하나가 전부.

동물원 입찰은 필수였는데, 중요한 건 대화와 로타의 싸움이었다.

“현재 로타월드는 서울에 이은 두 번째 테마파크로 제2 로타월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는 복합 레저 타운으로 호수 공원을 중심으로 워터 파크와 눈썰매장, 제2 리조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원이냐, 가족들의 레저 시설이냐에 따른 경쟁이었다.

로타가 향토 기업이라고는 해도, 이쪽에서는 야구팀 빼고는 그렇게 큰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대화 역시도 그렇게 큰 사업을 부산 경남권에서 한 게 없었다.

기껏해야 지금 회의를 하고 있는 이 리조트였는데, 여기서 묵으면서 추가 사업 준비를 해야겠다.

“일단 내일부터 지역지 언론하고 이야기도 하고, SNS 공식 계정 만들어서 홍보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네, 대표님.”

“실무는 대화 분들하고 같이 부탁드립니다. 아마 저는 바깥에서 도는 일이 더 많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진욱은 임원들에게 실무를 모두 맡기고는 전화통에 불이 나게 이곳저곳에 연락했다.

* * *

[하진욱(아성사료그룹 대표이사): 상곡동물원 폐업 이후, 대형 동물원의 부재로 부산 주민은 타 지역으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성사료그룹은 대화리조트와 컨소시엄을 이루고 상곡대공원 부지에 주파크 및 복합 레저 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 로타그룹 역시도 일본 미쓰호시와 더불어 동물원 사업과 놀이공원 사업에 대해 입찰을 했으며, 상곡 대공원 부지가 어디의 소유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진욱이 한 인터뷰가 지역 방송국인 KNN과 부산 KBC 등의 9시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었다.

현재 SNS 공식 계정에서도 댓글 이벤트를 통해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 부산에 동물원 하나도 없는 것 실화?

- 솔까 우리나라 동물원 필요는 함? 서울대공원이나 EV랜드 이용하라고 해.

- 응, 서울부심 그만 부리시고요.

- 서울대공원은 과천에 있다, ㅂㅅ앜ㅋㅋㅋ

- 지방 사람들은 모르는 동물.jpg

지역 드립스러운 댓글 몇 개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동물원이 필요는 한데, 차라리 서울로 간다는 내용들이 조금 있고, 나머지는 어린이들 체험 학습 할 만한 문화시설의 부재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특히 나이대에 따라 달랐는데, 굳이 그런 복합 레저 타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2~30대와 달리,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40대 이상에서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 상황에서 미쓰호시가 프레젠테이션을 유튜브로 실시간 공개했다.

“오오-”

해운대 대화리조트 회의실에서 불을 꺼 놓고 경쟁사의 PPT를 모두가 모여서 봤다.

처음 시작은 웅장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도심 속의 녹지라는 콘셉트로 푸른 들판과 그 속에 있는 수많은 동물의 모습이 나왔다.

포효하는 호랑이부터, 커다란 기린, 할리우드 영화에 자주 나오는 해적 앵무새나, 각종 동물의 모습이 쭉 나오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아쿠아리움의 모습이 드러났다.

화려한 열대어와 거대한 매너티 그리고 돌고래 쇼 등이 나온 뒤로 그 다음은 놀이공원이었다.

밤에 연인끼리 타는 관람차, 아이들과의 회전목마, 롤러코스터 등의 각종 놀이 시설을 이용하는 젊은 층.

마지막으로 하늘로 뜬 두 기업의 로고와 함께 ‘로타와 마쓰호시가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마무리했다.

영상이 끝난 뒤로 실시간으로 오르는 조회 수 반응을 본 진욱은 조용히 감상 평을 말했다.

“확실히 일본이 시각적 볼거리는 잘 만든다니까요.”

“대표님, 우리도 지금 PPT 영상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대화광고기획에서 준비하는데, 아이들의 꿈과 가족 동반 여행의 추억을 콘셉트로 하고 있습니다.”

“저쪽은 볼거리에 주력, 우리는 온 가족의 공원이라는 것에 주력한단 말이죠.”

어느 쪽이든 결정은 부산시청에서 하겠지만, 중요한 건 여론이었다.

지금 당장에 부산시에서 정한다 하더라도, 표심으로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단체 몇 개 끼면서 이야기를 하면 바로 넘어올 수 있었다.

“그나마 이게 공원 사업이라서 다행이죠.”

“네?”

“복합 쇼핑몰이나, 골프장이었어 봐요. 여기저기서 들어 보지도 못한 환경 단체가 똬앟! 시민 단체가 서민 경제 죽인다고 똬앟!”

장난스럽게 한 말이었지만, 정말 공감하는지 세 임원부터 대화그룹 출신들도 크게 웃었다.

“뭐, 지역 상권이 좀 그런게 있죠. 하하하-.”

“암튼 마케팅 잘해야 돼요. 주로 가족들을 위한 문화시설, 놀이시설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요. 특히 영업 팀!”

“네, 대표님.”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도 말했는데, 부산 경남 일대의 어린이들의 체험 학습 소풍 장소 부재라는 문제를 계속 키워야 해요. 애들이 맨날 가는 곳이라고는 어디 유적지 아니면, 서울이라고요.”

“알겠습니다. 그쪽을 특히 키워서 마케팅을 하겠습니다.”

진욱은 이번 사업 건에 대해서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 * *

그리고 마침내 공식적으로 입찰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예, 부산시청은 공식적으로 상곡대공원 재개발 공사에 대해 부지를 내놓겠습니다. 이번 사업은 국비 301억 원과, 시 예산 757억 원, 추가로 입찰을 받은 업체를 통해서 공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인심 써서 국가에서 1천 억 정도 투자하고, 그 배 이상으로 한 3~4천 억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업.

그것을 듣고서 익명으로 금액을 입찰서에 쓰고 가장 높은 쪽을 받는다.

그것을 설명받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진욱과 규완. 그리고 상대쪽에는 양철환 사장이 있었다.

“다들 좋은 경쟁을 합시다. 잘 부탁합니다.”

“하하, 어느 쪽이든 좋은 개발이 된다면 모두가 윈윈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그 미쓰호시의 일본인 임원은 보이지 않았다.

진욱은 그 상황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규완과 양 사장 모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대화와 아성이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어떻게 생각해?”

“부지하고, 복합 시설 생각해서 3천 억 이상 베팅하면 오버 슈팅 아닐까요?”

“흐으음.”

국가 예산까지 합치면 총 4천억 원 규모.

수도권이 아닌 동남권에서 일단 시설에 대한 건설은 크게 문제될 게 없고, 해외 업체들을 통해서 동물들을 들여오고, 공사에 대해서만 준비하면 될 것이다.

“강원도에서 드림월드 운영할 때 대략적으로 예산 선별해 놓은 게 있었어요. 물론 거긴 지자체 소유라서 부지 비용 없이 들어간 공사 비용이지만 말이죠.”

“그 자료, 너희 쪽 임원들에게 넘겨받았어. 그렇죠?”

“네, 김 대표님!”

규완의 물음에 대답한 정 상무는 밤새 만든 자료를 넘기고서 안도했다.

“뭔가 큰 그림은 그려 나가고 있는데… 좀 애매한 감이 있어요.”

“애매하다면 뭐가?”

규완의 물음에 진욱은 다른 임원들을 보면서 물었다.

“다들 좀 이상하지 않아요? 수천 억짜리 개발 사업이고 입찰은 두 건인데, 상대방은 시큰둥하고.”

“뭐, 지방이라 그런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조용한 반응이죠.”

진욱의 말에 규완을 통해 다른 임원들도 뭔가 위화감이 든다는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번 해 본 적이 있었다.

양산에 있는 공장을 인수하는 데, 농협과 유리은행, 경남도청 등의 지자체와 공기업 은행, 조합까지 나섰다. 하지만 인수는커녕 시큰둥한 반응에서 단독 입찰로 원사이드 하게 끝난 일이었다.

지금이 딱 그런 분위기였다.

진욱은 한 번 겪어 본 이 상황에 대해서 회의를 마치고, 그날 저녁에 규완을 따로 불렀다.

“그런 일이 있었어?”

“네, 삼정전자 이 부회장님과 인연이 생긴 일이었죠.”

“아이고, 큰일 날 뻔했구만.”

“다행히 좋게 수습해서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 없게 처리했습니다.”

양산에 있는 그 삼정물산의 실소유 공장에 대해서 말하자 규완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욱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번 것도 그냥 로타가 입찰 안 할 것 같다 이거야?”

“네, 뭔가 짬 처리 같은 상황이에요.”

분명 큰 건은 맞는데, 너무 애매한 상황이었다.

“처음 배경을 들었을 때도 그랬죠. 시 산하로 시립 동물원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향토 업체 건설사를 통해서 500억짜리 부도가 났다고 했죠? 그걸 부활시키기 위해 신사업으로 부지를 내놓은 거고요.”

“그렇지.”

“근데, 거기서 국비 1천 억 지원 있고, 3천 억 정도라……. 추가로 들어갈 건설 예산 생각하면 이거 몇 년간은 묶일 사업이 아닙니까?”

“맞는 말이야. 우리야 거기에 대한 수요 예측을 하고 돈이 되니까 움직이지만 말이야.”

“그러니까요. 혹시 500억 말고 추가로 공사 비용 덤터기 쓰는 건 아니겠죠?”

“그렇게 허술하게 인수하는 게 아닐 텐데…….”

규완 역시도 이야기를 들으니, 잘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둘이서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다가 규완이 결심했다.

“최소 입찰가 3천 억 생각했는데, 그만큼 안 해도 되겠군.”

“얼마로 내리실 건데요?”

“2천 억.”

“……!”

“어차피 최소 입찰 금액 없잖아? 유찰되면 손 터는 거고, 아니라면 예산 남긴 상태에서 오버 슈팅 방지할 수 있잖아.”

진욱도 과거에 일정 금액 하나 놓고서 오버 슈팅 이후 나머지는 매몰 비용으로 땡처리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화의 김규완은 한술 더 떠서 아예 예산의 70%만 쓰겠다고 했고, 진욱 역시 거기에 공감했다.

“어차피 이 건 안 된다고 해도, 거제와 통영 일대에 리조트 확장 공사도 있어. 이 건 우선순위로 부산으로 간 거지.”

이미 플랜B는 있으니 문제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규완.

진욱은 입찰 문제는 대화에 맡기고, 자신들은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공사 등의 실무만 준비해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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