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43화 (143/200)

143화 기업 규모에 맞는 사업

[여어~ 진욱아~ 잘 지냈어?]

“아, 형님!”

[나 안 보고 싶었어? 연락도 없고 말이야.]

부산시청 공무원들과 내일 약속을 잡았는데, 그 이전에 규완에게 연락이 왔다.

중국 사업으로 바쁘다고 하더니만, 홍콩 엑스포 때도 얼굴 한 번 못 봤다. 그가 말한 대로 요새 연락이 뜸하기는 했다.

[그래서, 진욱이 지금 어디야?]

“출장 나왔어요. 부산입니다.”

[그러니까~ 부산 어디? 나도 지금 거기 가는 길이거든.]

“…네?”

[아, 너도 부산시청에서 제안받은 것 아니었어? 나 두 시간 뒤에 도착이야.]

진욱은 규완도 온다는 말에 박 사장이 말해 준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표정이 묘해졌다.

일단 규완과 약속 장소에서 만나기로는 했고, 박 사장의 메시지를 다시 확인해 봤다.

혹시 자신이 금액을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서 확인했지만 역시 똑같았다.

진욱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니… 500억짜리 사업이라며? 근데 무슨 대화그룹까지 눈독을 들이냐?”

자세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규완이 오면 들어야 할 것 같았다.

* * *

오랜만에 만나 바닷가에서 회 한 접시 먹으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는 둘이었다.

“대화손해보험, 너 덕분에 2위 자리 제대로 지키고 있더라.”

“딱 1년이었는데요, 뭐. 저 말고 다른 임원들이 잘해 준 거죠.”

“에이~ 그 1년으로 뒤집어엎은 게 너인데.”

덕분에 그걸로 상여금 굉장히 많이 받았고, 자신이 근무한 회사의 주식도 많이 사들였다.

그 외에 아쿠아리움 사업과 베트남의 사료공장 건설 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이번에 큰아버지가 그쪽으로 출장 가셨다는 말에 조만간 안부 전화를 해 보기로 했다.

“암튼 그건 그렇고… 내일 부산시청하고 할 이야기는 들었어?”

“네, 근데… 한 500~600억 하는 규모의 사업에 형님이 직접 오십니까?”

“음? 뭔 소리야? 최소 3,000억짜리 사업인데.”

“…네?”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고작 500억짜리에 내가 올 리 없잖아.”

규완의 말에 진욱은 다시 확인했지만, 5,000억이 아니라 500억이 맞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규완에게 물었다.

“형님, ‘상곡동물원 사업’ 연락받으신 것 아닙니까?”

“맞아.”

“제가 듣기로는 그게…….”

“잠깐만, 아~ 아아! 오케이. 이해했어. 500억은 부산시청이 가진 자본금 이야기네~.”

진욱은 박 사장을 통해 대략적으로 들은 이야기를 규완에게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부산이 우리나라 제2의 도시 아니냐? 근데 여기에 제대로 된 테마파크가 없잖아.”

“그렇긴 하죠.”

“그래서 부산시청에서 민간 건설사에 공원 부지 내주고, 사파리에 레스토랑에, 복합 테마파크를 만들려고 했단 말이야, 500억 투자해서.”

“아하… 근데 그게…….”

“그래, 시공사가 500억짜리 부도내서, 폐장 상태야. 근데 그걸 놀릴 수가 없으니 다시 재개발 추진 사업을 하는 거고, 소식 들은 내가 온 거야. 너랑 같이 사업해 보려고.”

“그럼, 형님이 말하신 규모가…….”

“공원 재개발에, 동물원 사업에, 아쿠아리움 설치까지 해서 건설비만 3,000억, 그 주변 개발권까지 합치면……. 야, 이거 7,000~8,000억까지 가는 사업이다.”

진욱은 그 정도면 진짜 아성사료그룹으로는 무리고, 대화랑 같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대화그룹 이름으로 아성에 공문도 보냈어. 사돈어른도 확인하셨을 거다.”

“아, 제가 안 보내도 되겠네요.”

“AD아쿠아리움하고, 대화물산이 도울 거야. 같이할 거지?”

“물론이죠.”

이건 정말 큰 건이었다.

그동안 진욱이 회사 규모에 맞지 않게, 유해 조수 처리나 바이오매스 사업을 한다고 몇 푼 안 되는 것을 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말이다.

“자~ 그럼, 한 잔 할까?”

회 한 점을 씹고는 소주를 잔에 가득 채운 규완은 진욱을 향해 잔을 들었다.

* * *

다음 날.

연제구에 있는 부산시청에 도착하자 담당자가 직접 나와 진욱과 규완에게 인사하며 안으로 안내했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장급 인사가 아닌 부산시장이었고, 직접 그들을 맞이했다.

“아이고~ 어서 오이소~.”

TV에서 봤을 땐 한 번도 사투리를 안 쓰던 양반이 진욱과 규완을 보고서 넉살 좋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아성의 하진욱입니다.”

“대화리조트의 김규완 부사장입니다.”

“네,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부산시장 서오식은 살짝 벗어진 머리와 큰 턱을 연신 흔들면서 비서에게 차를 내오게 했다.

진욱은 차를 마시면서, 서 시장과 사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자, 일단 지도를 한번 보시지요.”

부산 지도에 표시된 이번에 개발할 부지는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는 사직 야구장과 부산의료원.

그리고 그 인근에 위치한 5㎢에 육박하는 크기의 공원이었다.

“여기가 바로 상곡대공원입니다. 부산 제1의 테마파크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시공사 부도로 헛돈을 날리게 됐죠.”

진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릿속으로 대공원을 그려 나갔다.

‘사파리에다가 어린이 동물 학습 체험관, 그리고 조류원에 아쿠아리움 건물 추가하면 진짜 복합 주파크로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욱의 머릿속에는 이미 원주 드림월드에 이은 두 번째 동물원 설립에 대한 운영이 떠올랐다.

게다가 옆에 있는 대화리조트에서도 인근에 복합 관광 단지를 개발할 생각이었고, 지금 당장이라도 부산시장이 OK 사인을 때리면 임원들을 전부 불러올 셈이었다.

“그래도 대화와 아성이 가장 먼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입찰 서류를 제출해 주시죠. 저희가 우선순위로 검토하겠습니다.”

우선순위 검토라는 말에 진욱은 경쟁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서 시장에게 넌지시 물었다.

“경쟁 회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하하하, 글쎄요. 곧 온다고는 들었습니다만…….”

공개적으로 경쟁을 시키는 걸 꺼리는지, 어물쩍거리면서 대답하지 않는 서 시장을 진욱이 유심히 바라봤다.

차를 마신 뒤로 부산 상곡대공원 개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대략 나누고 나왔을 때, 얼마 안 있어 대형 세단들이 들어왔다.

“음?”

“저쪽인가?”

차가 멈추고 수행비서가 내리면서 뒷문을 열었을 때, 나오는 희끗희끗한 머리의 인물을 보고서 규완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 누구인가 했는데?”

“아시는 분이세요?”

“로타그룹 개발본부장.”

“……!?”

대화와 아성의 연합에 상대할 인물은 부산 일대의 향토 기업이라 불리는 유통 공룡 로타그룹이었다.

그리고 이후 추가로 오는 세단이 있었고, 그쪽도 내리면서 로타 그룹의 본부장과 같이 시청으로 들어오려다가 진욱과 규완을 만났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화의 김규완 부사장 맞지요? 그 옆에는… 아하, 그 사료 회사 하 사장이구만!”

로타그룹 개발본부장 양철환 사장은 규완과 진욱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진욱이 그와 악수를 했을 때, 단정한 수트 핏 너머로 향수 냄새가 강하게 퍼졌고, 나이에 비해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 소개드리죠. 이쪽은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는 미쓰호시 주파크의 이와무라 이사입니다.”

“안녕… 하십… 니까?”

조금 더듬거리지만, 한국어로 인사를 하는 일본인 임원을 보고 역시 인사를 한 진욱과 규완이었다.

특히 진욱은 이와무라라는 임원과 악수를 하면서, 그의 회사인 미쓰호시에 대해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이쪽도 한국에 온다는 건가…….’

미쓰호시는 진욱이 사업을 하면서, 일본 출장을 갔을 때 인연이 있던 기업이었다.

일본 내에서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사업으로 유명한 곳이었고, 도쿄 스카이트리에 위치한 수족관은 그들의 랜드마크였다.

‘만만치 않은 상대겠군…….’

원래는 환경부와 유해 조수 캠페인 홍보를 위해서 움직였는데, 졸지에 다른 건을 잡게 되어 머리가 복잡해진 진욱이었다.

* * *

숙소에 도착한 뒤로 진욱은 본사에 연락해서 아버지와 통화를 나눴다.

“유해 조수 캠페인은 일단 고 팀장에게 맡겨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바로 테마파크 TF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차라리 네가 그쪽을 하는게 훨씬 나아 보인다.]

상만은 시큰둥해하던 야생동물 포획보다는 부산 동물원 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아들이 원하는 대로 인재를 맞춰 주기로 했다.

진욱은 일단 부산으로 부를 사람들의 명단을 아버지에게 말했고, 현재 상황에 대해 대화그룹과 같이 움직이게 됐다는 말을 했다.

아버지의 응원을 받으면서 통화를 마친 진욱은 바로 세화한테 연락해 영상통화로 아이를 보면서, 얼마간 여기 있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됐어. 미안해, 금방 올라가려고 했는데.”

[규완 오빠랑 같이 일하는 거라면서요?]

“어, 그렇게 됐어.”

[집안일이니까 어쩔 수 없네요. 옷 보내 드려요?]

“괜찮아. 여기서 그냥 사면 돼.”

진욱은 세화의 품에 안긴 아들을 보고 연신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금방 끝내고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마지막으로 두 번째 통화도 끝냈다.

“휴우-.”

그 뒤로 찾아야 할 것은 현재 지역부터 시작한 부산 대공원 재개발 사업에 대한 건이었다.

그것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던 순간, 진욱은 빨리 나오라는 규완의 노크에 조용히 일어났다.

* * *

“진욱아.”

“네, 형님.”

규완은 술 없이 호텔에서 저녁 자리를 가지면서, 진욱에게 말했다.

“너 진짜 동물원 사업 제대로 해 볼 거냐?”

“흐으음, 사료와 펫케어 제품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아쿠아리움과 같이 할 수 있죠.”

동물과 관련된 사업이라면 하나하나 가지를 뻗어 나가는 진욱의 플랜이었다.

규완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럼 좀 더 투자해. AD아쿠아리움을 베이스로 아예 동물원 사업 법인을 만들자고.”

“아,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원주 드림월드의 운영권을 아예 아성사료그룹이 가져가는 것을 시작으로, 동물원과 부동산 사업 법인을 만들려고 계획한 진욱이었다.

삼정물산의 EV랜드라든가, 로타그룹의 월드로타파크 등의 관광 사업이었고, 그것을 키워 나갈 자신감은 충분했다.

“로타가 아무리 부산 향토 기업이라고 외치지만, 사실 야구팀 빼고 시큰둥해.”

“실질적으로는 울산의 로타공단이 더 핵심이죠.”

대외적으로는 문화 사업과 유통업계의 공룡이지만, 실제 사업은 석유화학과 금융업이 메인인 로타였다.

“그래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로타는 그렇다 쳐도… 진짜 문제는 미쓰호시 주파크에요.”

“거기 스카이트리 아쿠아리움 빼고 내세울 게 있나?”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운영에 대해서는 아시아 최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곳입니다.”

“그래도 일본 업체 끼고 사업한 기업들 입찰에서 좋은 꼴 못 보는데…….”

“거기는 그것을 상쇄할 만한 노하우가 있어요. 저희도 요코하마 국제 박람회 때, 거기와 악연이 많았거든요.”

정확히는 진욱보다 일본통인 둘째 누나 진영이 더 당한 게 많겠지만 말이다.

규완은 그 이야기를 듣고 술 대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해볼 만한 상태야. 우리 둘이서 부산에 랜드마크 하나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네, 형님!”

진욱과 규완은 오랜만에 의기투합해서 공통의 경쟁자를 상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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