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환경 전사 아성사료
진욱은 환경부와의 이야기를 조율한 뒤로 상록 본사에서 회의에 들어갔다.
“유해 조수 퇴치 사업?”
“네, 맞습니다.”
“치야~ 이제는 우리가 야생동물 수거까지 하나?”
상만은 진욱이 가져온 제안을 보고서 언제 생각해도 별의별 것을 다 한다며 혀를 찼다.
물론 다른 임원들 역시도 내색은 안 해서 그렇지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싶은 얼굴이었다.
“먼저, 미국에서 테네시주 정부의 지원으로 하고 있는 백련어 바이오매스 사료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안 맞아.”
“네, 맞습니다. 안 맞죠.”
“근데 왜 가지고 온 건데?”
“환경부하고 딜을 봐서요.”
“…….”
맞는 말이기는 한데, 십수 명의 임원들 놔 두고서 회장인 상만에게 다이렉트로 말하면서 통과시킬 거라는 진욱의 말에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
아성이 옛날의 그 조그만한 시골 공장도 아니고, 시가총액 2조가 넘는 기업집단인데, 하는 이야기만 들으면 그때와 거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후우~ 피곤하다, 진짜…….”
“그런 의미에서 PPT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같이 한번 보시죠.”
진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명을 끄고, 빔 프로젝터를 가동했다.
처음 시작하는 영상은 국내에서 그동안 수없이 많이 나왔던 외래종에 대한 기사였다.
[1990년, 식용으로 도입된 황소개구리의 위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정부는 외래종의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며…….]
[붕어와 미꾸라지, 송사리와 갈겨니 등 수많은 토종 민물고기가 외래종 배스, 블루길로 인해 그 수가 줄어, 국내 하천의 생태계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흔히 방생이라 알려진 거북이를 호수에 풀어 주는 행위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에 대해서는…….]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유해 조수 뉴트리아에 대해 포상금을 걸고서 사냥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멀리는 황소개구리부터, 최근에는 뉴트리아까지 다양한 외래종이 알차게도 한국 생태계를 위협했었다.
관련 영상이 끝난 뒤로, 진욱이 리모컨 마우스로 넘기자 그 뒤로 유해 동물들의 처리 방안에 대해 나왔다.
“부산 경남의 경우 낙동강 인근에서부터 뉴트리아 사냥 포상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예시가 나온 것은 붉은귀거북이었다.
“우리 아성사료그룹 또한 외래종 퇴치를 위해서 강원도청과 협의한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거북이에 대한 포획입니다.”
저걸 어떻게 처리하냐 싶었을 때, 아성 산하의 원주 드림월드 동물원에서는 강원도 일대에서 수거한 외래종 거북이들을 가져다가 맹수 먹이로 주고 있었다.
“주로 하이에나나 사자, 곰 등의 식육목 동물들이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다양한 예시로 유해 조수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진욱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걸 왜 하나?’ 하는 반응이었지만, 진욱의 PPT를 보고서 조금씩 이해하는 임원들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이 뭔가?”
“일단 동물원부터 시작해서 전문 도축 시스템을 만들어서 환경부와 지자체 협조로 유해 조수 퇴치 사업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추가로 일부 생물에 대해서는, 원래 식용으로 들여왔으나 사람들이 먹지 않는 것을 사료용으로 한번 개발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거까지는 괜찮다 이거야. 그렇게 수거해서 어자원을 확보해서 사료로 만든다는 걸 거기서 인증했으니까……. 근데, 우리나라는 그…….”
당장에 길거리에 있는 쥐나 동네 하천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다가 집 안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음식으로 만들어 준다고 해 보자.
위생 문제부터 시작해서 거의 혐오 괴식을 먹이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일단 홍보 팀을 통해서 보도 자료 준비할 생각입니다.”
“흐으음.”
이쯤 되면 ‘뭐, 해 보겠다면 진행 해!’라고 말할 상만이 평소와 다르게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고는 진욱을 보고는 임원들에게 말했다.
“임원 회의를 통해서 한번 찬반을 가려 보자고.”
“네?”
“참고로 난 기권이야. 임원들을 통해서 설득해 보라고.”
“…….”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 진욱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지만, 일단 투표에 들어갔다.
물론 결과야 달라질 게 없었다.
승낙의 주체가 회장 직권에서 임원들의 승낙이었고, 그걸 주최한 게 오너의 아들이자 대표이사니 사실상 답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것으로 유해조수 처리 건 및 신제품 사료 개발 건이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간사를 맡은 김 이사의 선언으로 통과가 된 내용.
그리고 진욱이 내민 서류에 상만의 사인을 받으면 끝이었다.
회의를 마치고서 관련 팀을 만들 준비를 했고, 최종 결재를 위해서 회장과 사장이 둘 다 집무실로 들어갔다.
“이거는 영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또 됐다?”
“그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거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 아닌데.”
“하지만, 필요는 해요.”
진욱은 관련 자료 이후로 태블릿 PC를 꺼내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아버지에게 보여 줬다.
“이미 우리도 재단을 만들고, 사회적 활동을 위해서 이런 일이 필요하긴 했어요. 게다가 환경부가 뒤에서 푸시 해 준다는데, 땡큐죠.”
“흐으음.”
진욱은 단순히 사료 수급 원자잿값 아끼겠다고 이런 걸 하는 게 아니었다.
아성펫푸드의 상장 이후로 아성사료그룹은 상당한 성장을 이루어서 이제는 중견기업을 넘어 준대기업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거기에 따라 이제 필요한 것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그리고 재단을 통한 자원봉사 활동이었다.
“유기 동물 보호소 늘리고, 길고양이 TNR(포획 후 중성화) 사업도 지원하고, 삼정하고 같이 안내견 지원 사업도 하고 있어요.”
“흐으음.”
“거기에 맞춰서 사회 활동으로 홍보를 할 수도 있고, 말씀드렸다시피 어류의 경우는 미국에서 하는 것과 똑같이 영양분으로 사료를 개발하는 것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배스와 블루길이요.”
뒤이어 진욱이 배스와 블루길에 대한 필수 영양소를 상만에게 확인시켜 줬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 알긴 알겠는데…….”
“아셨으면 저를 전적으로 믿어 주세요.”
“에이, 씨… 좋아, 그래! 알아서 해 봐!”
“넵, 감사합니다.”
진욱은 이번에도 통과를 받고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아버지를 만나고 온 다음에, 인근 연구소에 있는 큰누나를 만나는 것이었다.
“하아~ 이번엔 또 배스야?”
“그래서 더 쉬울 거야.”
“올 때마다 참 희한한 재료를 가져온다니까…….”
큰누나 진미는 아성사료 내의 수석연구원을 맡으면서 동생이 부탁한 연구 재료를 보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수산 연구원에서 바로 보내 준다고 하니까, 부탁 좀 할게. 찾아보니까 영양분도 많더구만.”
“뭐, 안 그래도 그걸로 이것저것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진미는 동생이 기획하는 건에 대해서 자신이 직접 연구를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건, 지금 미국 공장에서 백련어와 농어 등으로 준비하고 있는 민물고기 사료 공정이야. 여기도 분쇄해서 피시 볼로 만드는 방식인데 참고가 많이 될 거야.”
“저번에 보낸 걸 보긴 했는데, 한번 개량해 볼게.”
그 외에 ‘유해 조수 퇴치 사업 특별 팀’을 구상하고, 홍보 팀과 더불어서 언론에 이 기획을 알리기로 했다.
* * *
얼마 후, 지역 방송국 뉴스에서부터 진욱과 아성사료그룹의 움직임이 일제히 알려졌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 유해 조수에 대해서 환경부와 아성사료그룹이 적극적인 퇴치에 나섰습니다.]
아나운서의 보도 이후로 자료 화면에는 방진복을 입은 환경부 공무원들과 아성사료의 임직원들이 있었다.
자루와 집게를 들고서 하천 일대의 쓰레기를 치워 가면서, 외래종인 붉은귀거북과 배스 등을 잡았다.
[환경부 공무원: 이게, 붉은귀거북이고요. 이게 남생이입니다.]
[환경부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해 조수들을 수거하여 동물원 맹수들의 먹이나, 단백질 생사료화 사업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지원한다 밝혔습니다.]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동물 보호에 대한 한마디 없이, 유해 동물을 퇴치한다는 내용에 응원을 하는 이가 많았다.
그리고 진욱은 강원도 일대에서 계속 이 캠페인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SNS에 올렸다.
이후 강원도를 넘어, 대구 경북의 수성못과 낙동강에서 유해 조수 퇴치를 시작하고, 부산 경남까지 내려갔을 때는 다양한 유 해조수를 퇴치하면서 다른 업체들과도 협력했다.
“이게… 생각 이상으로 도움이 되더군요.”
“네, 저희도 처음 시도해 봤는데 엄청나게 효과가 있더군요. 전담 수의사분들도 권장하고 있습니다.”
경남 주파크의 담당자는 진욱과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에 아성이 추진하는 유해 조수 사업에 뒤늦게 합류했다.
동물원 예산 내에서 지자체가 포상금을 걸고 잡아 온 뉴트리아와 거북이 등을 맹수사에 먹이로 줬는데, 야생성을 살리는 데 그만이었다.
특히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나 사자, 표범, 곰 등의 식육목 맹수의 경우, 토끼나 염소 등의 가축을 산 채로 주는 방식이었는데, 그것을 대체할 수 있으면서 지자체와 환경부 지원도 받았다.
“아마도 환경부에서 방침 바뀔 때까지는 이렇게 진행될 겁니다. 덕분에 저희도 바쁠 것 같고요.”
“예전의 얼룩말 고기 사육도 그렇고 대표님은 남이 생각하지 않으신 걸 시행하시는 데 큰 능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없는 살림에 알차게 써야죠.”
경남 주파크와 이번 유해 조수 처리에 대해 협의를 마친 진욱은 바로 부산으로 향해 추가로 준비할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양산 공장에 도착한 진욱은 설비를 돌아보면서 건조기와 분쇄 기계를 살피고 담당 공장장에게 말했다.
“여기도 생사료 분쇄기 몇 대 추가로 놔야 될 겁니다.”
“아, 어분 배합사료 준비로 말입니까?”
“네~ 아마 국내외로 많이 쓰일 겁니다. 공급이 잔뜩이라, 그걸 소화할 기계가 많이 필요하니까요.”
양산 공장 공장장은 진욱의 말을 듣고서 가건물로 된 창고에 추가로 설비 기계를 놓고서 확장 준비를 기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바로 밑에 있는 부산 공장으로 가려고 할 때, 진욱은 본사에서 급히 온 전화를 받았다.
[하 사장, 지금 어디야?]
“네~ 회장님, 지금 양산에 있습니다만?”
[하 사장, 지금 바로 부산으로 내려갈 거지?]
“공장 한번 돌아봐야죠.”
[잘됐다. 지금 부산시청에서 연락이 왔는데, 너를 좀 보자고 한다.]
“네? 저를요?”
[엄청 큰 사업 건이 하나 있다고 하는데… 입찰 문제 같다.]
“흐으음, 네. 한번 가 볼게요.”
진욱은 부산시에서 아버지에게 제안한 사업 건이 뭔가 싶어서 한번 내려가 보기로 했다.
수행 비서가 바로 부산으로 갈 때, 진욱은 혹시나 싶어서 박 사장에게 카톡을 보냈다.
띠링-
그리고 5분도 안 돼서 바로 답장이 왔는데, 그것을 확인한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런 건을 우리한테 연락했어?”
진욱은 창밖을 보면서 개발이 한창인 부산 일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