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유해 어종은 자원이 된다
돼지 열병 이슈로 동아시아 일대의 돼지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미리 대처해서 조류와 어류, 채소 등의 다른 베이스의 사료로 대박을 친 아성펫푸드와 KPF.
덕분에 기껏 신제품 리스트를 무한으로 뽑아내고, 남의 부스 자리까지 스틸 해서 엄청난 돈을 썼던 바이룽과 중국 기업들은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진욱은 그 상황을 보면서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고, 얼마 후 국내에서 수제간식과 사룟값을 일제히 올리게 된 바이룽이었다.
아성이 없는 사이에 대한사료협회는 이번 돼지 열병 이슈로 죽을 맛이라 농림축산부에게 긴급 지원 요청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뭐, 그쪽은 그쪽이고… 일단 공장 가동하면서 수출은 계속 이어 나가야겠죠.”
이번 이슈로 조류와 채소 사료로 대박이 나서 벌써 6천만 불어치의 사료 수출 건을 성공시킨 진욱은 다시 본사에서 다음 사업 준비를 했다.
“애견 사료는 이미 끝났고, 고양이하고 양어장 사료를 위해서 미국에 좀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래, 이참에 그쪽도 신경을 써야지. 잘 다녀와라.”
“네, 회장님.”
진욱은 미국 출장을 위해 움직였고, 테네시 공장은 완공식 때 간 이후로 오랜만에 가는 곳이었다.
“거기도 많이 바뀌어 있겠지?”
진욱은 미국 공장에 기대를 많이 걸고서 테네시로 향했다.
* * *
“어서오십시오, 대표님!”
공항에 도착한 진욱은 미국 지사장 김수민 이사의 인사를 받으면서 담당 직원이 준비한 세단에 올라탔다.
“미국 공장은 잘 운영되는지 모르겠군요. 뭐, 직접 가서 보면 알겠지만 말이죠.”
“하하하, 대표님과 표 전 지사장이 길을 잘 닦아 주셔서 제가 수월하게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초대 지사장을 표 팀장이 맡았다가 완공 이후 다시 국내로 돌아와 진욱의 측근이 되었고, 후임자인 김수민은 복합 사료 생산 공장으로 남부 일대의 유통망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테네시 녹스 카운티에 도착한 진욱은 힘차게 돌아가는 공장을 보고서 일단 옷부터 안전모와 방진복으로 갈아입고서 들어가 봤다.
내부는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5kg와 10kg짜리 사료들은 하니마트와 아마조나의 유통으로 순조롭게 팔리고 있습니다.”
진욱은 공장을 돌면서 애견용과 애묘용 간식들이 생산되는 라인을 보고서 미소를 지었다.
공장의 위생 상태도 완벽하고, 판매량도 준수하고, 이름값도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게, 미국 공장은 상당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후 내년 완공될 베트남 공장까지 생각하면, 국내외적으로 7개 공장이 풀가동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사료가 퍼질 것이다.
그때 진욱의 눈에 빈 공장이 하나 들어왔다.
“저기는 뭔데 가동이 안 되는 거죠?”
“아, 육류 분쇄기 라인입니다. 인근 공장에서 헐값에 기계를 인수하긴 했는데 아직 정비 이후 사용을 안 하고 있습니다.”
“흐음~.”
진욱은 그 설비를 찬찬히 보고는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거 그거군요. 뭐든 넣으면 닭 모이 사이즈로 분쇄되는 거.”
“네, 그렇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상당히 무시무시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유용하게 쓰이는 기계였다.
하지만, 정작 그런 기계가 있어도 쓰일 곳이 없다는 말에 진욱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공장을 돌고서 재무제표를 봤을 때, 순조롭게 성장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진욱이 물었다.
“요새 수요가 가장 많은 제품이 뭐죠?”
“역시 캔 사료입니다. 고양이 캔이 인기인데, 이쪽은 동아시아 시장과 다르게 철저하게 육류와 어류 위주입니다.”
확실히 미국 시장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육식 위주였다.
국내와 중국, 일본 시장의 단호박이나 고구마 스틱 베이스의 동결 건조 수제간식은 그렇게 인기가 없었고, 습식 위주의 사료가 주력이었다.
“그 와중에 요새 연어와 가다랑어 등의 물류 문제도 그렇고 비싼 편인지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대표님,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준비한 기획안인데 확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가져오세요.”
진욱의 승낙에 김 지사장은 서랍을 열어서 서류 봉투를 꺼내 건네줬다.
진욱은 그것을 천천히 읽어 보면서 하나하나 검토했다.
“흐으음, 흐음~.”
“여러모로 원가는 굉장히 싸게 구할 수 있고, 테스트용으로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연구 개발이 필요합니다.”
진욱은 김 지사장이 준 서류를 읽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것을 챙겼다.
“이건 숙소에서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내일 바로 결정하죠.”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진욱은 오늘 하루의 일과를 마친 뒤로 공장 직원들을 격려한 다음, 숙소 호텔로 돌아갔다.
일단 호텔 체크인을 해서 들어온 뒤로 집에 전화를 하고, 영상통화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과 아내와 통화를 마친 뒤로 다시 일의 시작이었다.
진욱은 김 지사장이 만들어 준 기획안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노트북을 펼치고 기획안에 관련된 자료를 찾았다.
“호오~?”
진욱은 유튜브 영상과 관련 자료 기사와 논문 등을 찾아보면서,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이건… 자원이라 봐야 하나, 환경문제로 봐야 하나…….”
진욱이 뚫어져라 보고 있는 영상은 강가에서 보트를 타면 수없이 튀어나오는 물고기 떼였다.
백련어(Silver carp).
중국과 동남아 등에 서식하는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최대 1m까지 자라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주로 중국에서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중국계 미국인들의 미국 강 방류로 인해서 어마어마하게 불어났고, 그로 인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유해 동물로 지정된 어류였다.
“백련어, 대두어, 가물치까지……. 진짜 아시아 고기들이 죄 점거했구만.”
역으로 한국에서는 배스랑 블루길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는데, 미국은 상황이 바뀐 모양이었다.
흔히 사람들이 미국은 최첨단 기술이 발달한 IT 국가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의 주력 사업은 엄연히 농업이라 환경 문제가 심각했다.
진욱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테네시주의 환경 담당 공무원들과 같이 테네시강에 도착했다.
“헬멧 쓰시고, 충돌 조심하세요. 달립니다!”
부릉- 부르르르릉-
모터 보트 소리가 우렁차게 울리면서 강을 건너갈 때, 진욱은 무슨 미식축구 헬멧에 보호대까지 쓰면서 유튜브로 봤던 그 상황을 겪을 건지 조마조마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쏴아아-
쿵- 쿠웅-
“오우! 쉣!”
“조심해요!”
보트가 강을 질주하는 순간, 수많은 물고기가 하늘로 튀어올랐다.
등용문 설화에 나오는 것같이 강에서 튀어오른 수많은 고기가 허공을 가르는 모습이 정말 날치 떼를 보는 것 같았다.
유튜브에 나온 그대로 1m에 육박하는 대어가 여기저기에 튀어 다녀서, 진짜 헬멧에다 보호대를 쓰지 않았다면 들이받혀서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수상스키 타거나 낚시하다가 부딪혀서 이빨 나간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구만.”
진욱은 혀를 차면서 강 한 바퀴를 돌고 왔고, 테네시강에서 돌아온 뒤로 주지사와 녹스빌 카운티 시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환경 문제로 골치입니다. 차이니스 카프 때문에 말이죠.”
외래종이 자국 생태계를 작살 내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어 골치를 썩고 있는 테네시 주지사의 말에 진욱은 김 지사장이 건네줬던 백련어 처리 기획안에 대해서 알렸다.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입니다. 백련어를 반려동물 사료로 만들려는 계획입니다.”
“흐음, FDA 식품 등록은 준비된 겁니까?”
“예, 로펌과 이야기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욱이 내민 사업은 수많은 유해 동물 민물고기를 원료로 대량의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준비했다.
“좋습니다. 저희야 어차피 전기 펜스 설치나, 바이오 매스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수요 소화가 안 되니 그렇게 처리해 주신다면 오케이입니다.”
주지사나 시장 모두 그 중요성을 가지고서 공감했고, 이 사업을 위해서 진욱은 지역 언론사들을 불러서 사진을 찍고, 백련어 사료 사업에 대해 알렸다.
* * *
쿵- 쿵-
지이이이이잉-
사료 제작을 위한 분쇄기가 돌아갔고, 그 이후 공장 내 연구원들이 움직이면서 위생과 품질을 위해서 각종 재료를 준비했다.
“고기를 통째로 갈아서 피시 볼처럼 만들어 내는 방법이 가장 베스트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구이용 생선은 아니라, 잔가시가 많긴 합니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가득한 기계 안에는 톤 단위의 수천에서 수만 마리의 백련어가 갈려 나가고 있었다.
원가가 제로에 가까운 백련어들은 생사료에 가까운 곤죽이 되었고, 그것을 각종 재료와 함께 배합해서 컨베이어에 올리고 건조기와 찜기로 집어넣는다.
“일단 말려 보고, 삶아 보고, 동물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시도해 봅시다.”
“네, 대표님.”
공장 시찰을 왔다가 졸지에 남은 기간 동안 미국 내 환경 문제를 개선하고, 신제품을 만들게 되었다.
진욱은 실시간으로 휴대폰 사진을 찍어서 SNS 계정에 올렸고, 백련어 사업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관심이 모이게 됐다.
그렇게 열흘의 시간이 지나고, 아직 개발 단계에 놓인 상황에서 진욱은 김 지사장과 악수를 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
“본사에 도착하는 대로 추가 예산을 투입할테니까, 마음껏 개발해 보세요.”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표님.”
“어우~ 고생 많으실 겁니다. 민물고기 가공해서 사료로 만드는 건 진짜… 고역이긴 할 겁니다.”
비린내 잡는 게 정말로 힘든 사업이지만, 잘만 한다면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진욱은 백련어 사업에 대한 연구를 하고, 거기에 대한 자료를 보내 주기로 했다.
비행기 안에서 관련 자료를 모을 때, 진욱은 그것을 두고서 더 재밌는 생각이 났다.
“이거… 단순히 미국에서 이벤트로 하기에는 제법 큰 건이 될 수도 있겠는걸?”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바로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하기로 다짐한 진욱이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한가득 사서 모두에게 돌렸다.
* * *
얼마 후, 세종 정부 청사.
“이게 지금 저희가 미국에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흐으음,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서 유해 동물을 자원화하는 사업 이야기를 들었는데, 역시 하 사장님의 아이디어는 기발합니다.”
환경부 장관 윤수현은 진욱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 건에 대해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도 배스다, 블루길이다, 뉴트리아다 하는 게 좀 많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강원도청하고 이야기를 한 게 있었죠.”
“호오, 그렇습니까?”
“불교 신자인 분들이 동네 하천마다 거북이를 방생해서 외래종이 날뛰는 것 말입니다.”
진욱은 미국에서 백련어 관련 조사를 하면서, 이런 외래종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것을 수습하는 국내의 사례를 찾아봤다.
때마침 그것에 대해 강원도청에서 주관하여, 원주 드림월드 동물원에서 붉은귀거북 등을 마리당 천원씩 주고 구매해 하이에나 등의 먹이로 준다는 계약을 했었다.
“미국의 사례를 보고서 FDA 통과가 된다면, 국내에서도 똑같은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같이 도와주시겠습니까?”
“좋습니다. 환경부 역시도 그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한 가지를 성공한다면, 비슷한 사례로 바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파트너로 정한 것은 환경부였고, 유해 조수 퇴치를 위해서 뜻이 맞은 둘은 곧바로 구두계약을 한 뒤로 미국의 결과를 기다렸다.
얼마 후 미국에서 날아온 메일은, 대성공을 알리는 승전보였다.
그리고 FDA 정식 인증 이후로, 길가에 널려 있는 유해 조수를 주 자본으로 포획해서 최소한의 물류 비용과 공장 가동으로 인해 알아서 돈이 쌓이는 쾌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