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39화 (139/200)

139화 기본에 충실하라

진욱은 홍콩 국제애견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밑에서부터 계열사를 훑어 나갔다.

부산 공장에서 상어 연골과 얼룩말 고기로 만든 사료 공장 라인을 도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부산에서 오랜만에 중안무역 박 사장도 만났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바쁜 일이 많으셨더군요. 신문 통해서 협회 설립하신 이야기 들었습니다.”

다른 대형 무역 회사보다도 더 각별한 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안무역.

진욱은 이번에도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최근 아시아 해외시장 진출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바이룽 건 때문에 그러시는군요.”

역시 ‘전직 공무원’ 출신이라 그쪽에 대해서 꿰고 있는 박 사장이었다.

“중국은 원체 뭔 짓을 할지 모르는 시장이어서요. 아무래도 사전 조사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홍콩 쪽에 박람회 전시한다고 하셨죠? 그럼 한번 저희 쪽 직원을 보내 보죠.”

“아,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안 그래도 이번 협회에서 수출 건을 두고 중소벤처부랑 같이 생각한 게 중안무역입니다.”

“우리 사이에는 거래도 돈독했으니, 이건 금방 알려 드리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수출을 앞두고서 시장조사를 해 주겠다는 말에 진욱은 감사를 표하면서 박 사장과 악수했다.

그리고 진욱이 돌아갔을 때, 박 사장은 바로 주변에 연락을 넣었다.

“어, 그래. 부탁 좀 할게. 우리 VIP 고객이니까 잘 좀 신경 써 줘.”

통화는 이곳저곳에서 이어졌다.

* * *

부산 공장을 다녀온 뒤로, 양산 공장을 거쳐 인근에 있는 협회의 공장들도 한 번씩 돌게 된 진욱이었다.

“이게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제품입니다.”

“흐음, 치킨 스틱이요?”

“네, 닭 가슴살을 말린 제품으로, 치석 제거에도 도움이 되는…….”

진욱은 수제간식 업체의 김 사장의 제품을 보고는 코로 냄새를 맡아 보다가 이내 손으로 이리저리 주물러 봤다.

물기 하나 없는 건조 상태에, 이리저리 휘어지는 것을 확인한 진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대표님. 무슨 이유라도…….”

“사장님, 죄송하지만 이 제품으로 나서기에는 힘들어요.”

“네?!”

진욱은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 주기로 했다.

근처에서 블라인드 테스트용 강아지를 몇 마리 데려오게 했다.

전부 유기견 출신인데, 공장에 입양된 이후로 사료 신제품을 언제나 우선순위로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녀석들이었다.

“직접 보시면 알 겁니다.”

진욱은 자신이 주무른 스틱 대신 다른 것을 꺼내 강아지들에게 던져 줬다.

요크셔, 말티즈, 치와와, 믹스견 등의 다양한 견종은 진욱이 건네준 치킨 스틱 간식을 보고 이리저리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이상한 상황이었다.

냄새만 맡다가 바로 자리를 피하고, 몇몇 강아지는 입으로 집어 몇 번 씹다가 다시 뱉어 내고 발로 툭툭 쳐 냈다.

김 사장은 그 모습에 점점 입이 벌어졌고, 진욱이 직접 손으로 찢어서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줬지만, 그래도 몇 조각 먹다가 외면하는 애들이었다.

“아니, 이게 대체…….”

“처음 만들었을때는, 잘만 먹었죠?”

“그, 그렇습니다. 한데 왜 가공을 하니…….”

“원가를 너무 아끼셨어요.”

“……!?”

진욱은 치킨 스틱에 대한 문제점을 바로 캐치 했다.

“얘들이 일단 냄새 맡아 봤을 때, 닭 냄새가 거의 안 날 정도로 바짝 말리시고, 거기다가 얘들 좋아하는 기름 소스 코팅도 잘해 줘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됐고요. 강아지들이 보기엔 그냥 고기 냄새 약간 나는 딱딱한 스틱으로 보이는 거죠.”

진욱은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에게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출까지 생각하는 거고, 개발, 연구에 대해서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지원책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품질 관리 좀 잘해 주세요.”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다시 만들겠습니다.”

일단 만들어서 출시하면 협회를 만든 아성이 다 팔아 줄 걸로 생각한 안이함.

오히려 진욱은 이 상황에서 수준 미달의 사료와 수제간식을 만드는 업체들을 하나하나 잡아내서 칼같이 빠꾸시켰다.

* * *

진욱은 상록 본가에 와서 아버지와 같이 협회와 회사 사업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수출을 통한 매출 증대를 위해 협회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원. 결국 판매를 위해서는 각 기업의 자체적인 품질 향상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도 팔릴 수 있는 제품을 해외에서도 어필하는 겁니다.]

“뭐, 대략 이렇게 썼어요.”

진욱은 자신이 쓴 공문을 협회장 일을 하는 상만에게 보여 줬고, 그 역시도 하나하나 읽어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씩 쭉 훑으니까 기준 이하인 업체가 너무 많았어요.”

“그냥 협회 만들고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어중이떠중이가 온 거지.”

“그러니까요.”

진욱은 공문 말고, 또 준비한 서류도 아버지에게 건넸다.

“이제는 협회장까지 하시면서, 아성도 협회 이름으로 공통 브랜드 만드신다고 하셨으니, 품질 관리 진짜 신경 써야 해요.”

“그래, 나도 잘 알고 있어.”

품질 향상을 위해 협회 회원들을 다독이는 상황 속에서 진욱은 또 지금의 사업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리고 저희도 준비하고 있는 물건이 있고요.”

“단기간에 되겠어?”

박람회에 맞춰서 국제시장에 낼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는 상만.

하지만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것에 대해 말했다.

“박람회 준비 전부터 주변의 무역 회사 사장님들에게 부탁했어요. 최근 물류 동향하고, 제일 잘나가는 수출입 품목들이요.”

기준을 중국으로 잡고, 이후 동남아나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 수출하는 품목들을 체크하고, 거기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제품의 시장조사를 의뢰했었다.

“그리고 지금 충남 식품연구소에서 각기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개발을 하고 있었죠. 육, 해, 공으로요.”

“그래서?”

“가장 잘나가는 종류로 나갈 겁니다. 돼지류라면 등뼈 간식, 어류라면 연어와 배스, 조류야 뭐… 닭하고 오리죠.”

진욱은 그렇게 말하면서 예상 리스트를 준비하고, 실시간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어떤 제품이 나오더라도, 지난날 얼룩말처럼 정말 생소한 제품이 아니라면 바로바로 만들어서 주력 상품으로 출시할 수 있는 출고 전 대기 상품은 한가득이다.

진욱은 아버지에게 관련 서류를 모두 넘기고는 다시 일을 위해 일어났다.

“추가로 또 알릴 게 있으면 바로 뵐게요.”

“그냥 전화로 해, 이 녀석아. 뭐 하러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럴 때 겸사겸사 뵙는 거죠.”

그러면서 진욱을 향해 다가오는 강아지 요키를 안고서 이리저리 쓰다듬어 줬고, 돌아가기 전에 조용히 소파에 내려 줬다.

“다음번엔 다 같이 와. 손주 보고 싶어 죽겠다.”

“네~ 네~.”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면서 차에 탄 진욱은 수행 비서에게 말했다.

“가죠.”

“네, 대표님.”

진욱은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간쯤에 지금 상황을 생각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요즘 들어 부쩍 지쳐 가는 진욱이었다.

자신이 그려 나가는 큰 그림을 두고서 스케치를 마치고, 채색을 하고, 화룡점정을 찍으려고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개입해서 해결하려고 하니 언제나 일당백으로 움직여 왔다.

“견제하는 걸 받아 주고, 우리 편 키워 주는 데 시간 보내고, 자체 성장도 중요하고…….”

무슨 이슈가 생기면 자신이 나서서 알아본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고서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공무원 이후로 반복되는 삶에는 익숙했지만, 이번 건은 해외 수출 건에 큰돈이 오갈 사업이어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좀 더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이번 일 끝나면, 좀 쉬면서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진욱은 이번 홍콩국제박람회 이후로 휴식기를 가지고 다시 새 프로젝트를 찾아보기로 다짐했다.

* * *

한국 펫푸드협회의 이름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KPF]라는 해외 수출 전문 브랜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구축한 홈페이지와 SNS, 유튜브 마케팅 등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박람회 한 달 전부터 현지에 도착해서 준비를 했다.

홍콩 섬 완차이구에 위치한 [홍콩 국제 컨벤션 센터]에 도착한 진욱과 KPF 직원들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바다를 낀 전시장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다.

“경치도 좋고, 정말 좋은 자리에 만들어졌군요?”

“다 좋은데, 규모는 좀 아쉽네요. 이거 일산 킨텍스보다 작아 보이는데요?”

진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실제로 킨텍스 크기 80% 정도 수준의 전시장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대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그 이전에 아성사료에서 전시했던 서울펫박람회의 양재 AT센터랑 비교하면 7배는 더 큰 전시장이니 말이다.

“앞으로 국제 박람회는 이 정도의 규모에서 진행된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당장에 홍콩 다음으로는 중국 청두, 그다음은 미국 올랜도입니다.”

매년 수십 건의 국제 행사 박람회가 있고, 협회의 이름으로 움직이는 것은 이게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쪼끄만 상가 공방에서 이리저리 만지며, 인터넷을 통해 국내 판매만 하고 있던 업주들에게 있어서는 이번이 메이저 시장에 내딛는 첫 발걸음이었다.

그래서일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맞은 진욱이었다.

* * *

“아니, 뭐 이딴 게 다 있어?”

광동어와 영어를 섞어 가면서 행사 담당자와 이야기를 하는데, 통번역을 맡은 조철원 팀장의 얼굴이 점점 굳어 갔다.

“조 팀장님, 대체 이게 뭡니까?”

“하아, 대표님.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부스 위치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뭐? 그게 뭔 소리예요? 세 달 전부터 준비한 곳인데!”

진욱은 이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조 팀장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똑같은 답변이 나오자, 그냥 영어가 되는 홍콩 컨벤션 직원에게 직접 물었다.

“다시 말해 봐요! 부스 위치가 왜 바뀐 겁니까?”

“미스터 하? 이것은 저희의 큰 실수입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담당자가 고개는 숙이지만, 그렇다고 정정은 안 된다는 말이었다.

“아니, 원래 정문 쪽 중앙에 부스를 설치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하고 설치하러 온 건데… 뭐요? 이제 와서 착오로 인해 구석으로 간다고?”

전시장 내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중앙의 A관 그리고 중국 내 중견급 업체들을 모아 놓은 B관, 영세한 업체들이 모여서 만든 소규모 상인들이 있는 구석의 C관.

협회 이름으로 A관을 대절했는데, 뜬금없이 착오였다면서 C관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

“저희가 A관의 대절 금액은 전액 환불 해드리겠습니다. 또한 거기에 따른 보상으로…….”

“아니, 그 푼돈 받자고 우리가 A관 대절 신청한 줄 아십니까?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죄송합니다.”

횡포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단순히 반려동물 용품이 아니라 국제 가전이나 그 어떤 기술박람회에서도 주최 착오라면서 전시를 앞두고 자리 바꾸라고 하는 짓은 해외 토픽감이었다.

“아, 그래요. 그래서 원래 우리가 가기로 한 곳엔 누가 들어오는 건데요?”

“그것은 저희가 따로 말씀드릴 수 없…….”

쿵-

“……!?”

순간 움찔한 홍콩 컨벤션 직원들.

진욱은 분노에 찬 눈으로 손가락을 들었다.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 보쇼.”

“…저, 저기 미스터 하? 흥분을 좀 가라앉히시고…….”

“아, 시끄럽고! 바이룽이 A관으로 가나?”

순간 두 눈이 흔들리는 직원은 많아도, 거기다 대고 ‘예’, ‘아니오’로 대답하는 직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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