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세력이 커지고, 이름은 퍼진다.
진욱이 추진하는 한국펫푸드협회.
세종청사에서 머무는 동안, 진욱은 농축산부나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고, 지역구의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과 많은 자리를 가졌다.
“대표님은 정말이지, 관이 돌아가는 것을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런가요?”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갑과 차 한잔의 시간을 가진 진욱은 그의 칭찬에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딱 국무회의에서 안건 올리기 좋은 건들을 제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젊은 경영인이 이런 걸 생각하기 힘든데 말이죠. 하하하-.”
“그런가요?”
진욱은 김 장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피식 웃었다.
게다가 본인이 그쪽에서 일을 해 봤으니, 실무직 공무원들의 일처리와 그 윗분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정치인들이 직접 나서서 이런저런 법안을 만들고 과도기적인 상황을 겪는 것보다, 현장에 있던 경영인이 정부 부처와 함께 조율을 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일하기에는 쉽다.
“국가 등록에서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가려면 장관님 외 노동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흐음, 수요만 있다면야 저희는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지요.”
“네, 사실 그 전까지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만드는 데의 자격증은 ‘식품가공기능사’를 썼거든요. 뭐, 없어도 그만이라 하지만 말이죠. 하하하-.”
진욱이 제안한 반려동물 식품에 대한 국가 등록 자격.
‘반려동물 식품기능사’라는 가제를 만들어 기능사부터 기사까지 준비할 것이다.
“현재 반려동물에 대한 자격증은 ‘반려동물 관리사’, ‘동물 행동교정 관리사’ 등은 국가 등록, 국가 공인이라 해야 ‘애견미용 관리사’ 정도입니다.”
“음~ 네, 네~. 아성사료그룹은 그동안 폴리텍 기술학교에 투자도 많이 해 주셨고, 이쪽을 위해서 그동안 노력을 해 주셨으니, 한번 같이 진행해 봅시다.”
이미 이전 정권에서부터 빌드 업을 착실히 한 상황인지라 장관급 인사들과의 대화는 대부분이 덕담이었다.
그렇게 오늘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티 타임을 가진 뒤로 진욱은 농축산부에서 협회 설립에 대한 확답을 받고서야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었다.
* * *
“네, 감사합니다. 함께해 주신다니 저희야 환영입니다.”
“그렇지요~ 요새는 일반 배합사료보다 펫푸드! 매출 대비 수익은 딱 그게 대세 아닙니까?”
“아이고, 네 맞습니다! 지금 곧 국가적으로 인증받은 협회가 나올 겁니다. 사료협회요? 하하, 그곳하고는 이제 다른 길을 걷는 거죠.”
아성펫푸드 안에서는 수많은 임직원이 펫푸드협회 설립을 놓고서 여러 전화를 받았다.
주로 소상공인이 많았는데, 아성펫푸드를 중심으로 고메코리아와 카이저 등의 메이저급 회사가 참여한다는 말에 더욱 전화통에 불이 났다.
“만들면 응하는 사람들은 계속 생길 거라니까?”
진욱은 지금의 상황을 흡족하게 바라보면서, ‘펫푸드협회’ 출범 준비를 순조롭게 진행했다.
* * *
서울 대화플라자 호텔.
‘한국펫푸드협회’의 발기인 대회를 준비하면서 진욱은 새 정장을 갖춰 입고 개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축사를 위해서 농축산식품 상임위원회나 법사위원회의 국회의원들도 참여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다함께민주당의 하원영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아성의 하진욱입니다.”
“이번 반려동물 푸드 협회 축하드립니다. 동물권을 위해서 움직여 주시는 것, 매우 건전한 방향입니다.”
펫푸드를 두고서 동물권 입법안을 준비하는 현 여당 의원들의 인사에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들의 말을 들어 줬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 이제는 이런 곳이 필요합니다. 아무쪼록 동물권을 위해 앞으로 힘써 주십시오.”
“아, 네.”
그 뒤로 야당이 된 한국미래당의 의원들도 진욱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미래당의 조한영입니다. 오늘 협회 설립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으~ 옛날 양반들은 아직도 사료 가지고 개밥이니 뭐니 하는데, 내 생각엔 아니에요. 이게 얼마나 유망한 사업인데, 아직도 동물 음식을 가지고 이런 걸 만드냐는 이름도 있어요. 하하-.”
“그걸 알아 주시는 의원님 같은 분이 많으셔야 할 텐데요.”
“나도 애견인이오. 고향에 풍산개 두 마리 키우는데, 여기 요놈.”
보좌관한테 휴대폰을 받아서 사진을 찍은 것을 보여 주자, 커다란 저택의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두 마리의 풍산개가 보였다.
확실히 정치인들이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마케팅이 유행하면서, 기본적으로 한두 마리씩은 키우는 문화가 대세였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찾아와서 인사하고, 이럴 때 기업인 등하고, 정치인들하고 한 번씩 만나면 언론에서 사진을 찍고 보도한다.
사회자의 말에 그동안 펼쳐진 협회의 설립 배경과 한국의 펫푸드 시장에 대한 연표가 나열되고, 국회의원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협회장이 인사할 시간이 되었고, 초대 협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된 인물은 진욱의 아버지 상만이었다.
[에- 이렇게 많이 자리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는 준비한 자료들을 천천히 읽어 나갔다.
[저 역시 상록시의 작은 사료 공장으로 시작했습니다. 반려동물 문화 개선을 위해 이런 협회가 만들어지고, 부족한 사람이 협회장이 되었지만, 그만큼 분골쇄신 노력하겠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박수갈채가 이어졌고, 사료협회의 사람들과는 완전히 독립된 펫푸드협회의 회원들은 새 협회장을 지지했다.
[이 자리에서 말하겠습니다. 이 협회는 건전한 경쟁, 모두의 사업 발전, 해외 수출 증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진욱이 구상한 것으로 협회가 만들어지는 순간, 소상공인이 대다수인 펫푸드협회에서는 각자의 저작권을 존중하고,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음식류 레시피에 대한 표절’의 해결법으로 상호 라이선스 구매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것도 저작권료 지불로 공동 사용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고, 수출을 할 때 사업 알선 역시도 신경 썼다.
그렇게 뭉쳐서 노리는 것은 역시 전 세계의 시장이었다.
진욱은 앞으로의 큰 그림을 위해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펫푸드협회의 첫 회의에서 사무총장을 맡은 진욱은 가장 먼저 주최해야 할 것에 대해 준비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자료 준비해 주시죠.”
협회 직원들이 준비한 두툼한 코팅 판을 가져와 회원들에게 넘겼고, 그 안에 있는 것은 한 해의 세계 국제 반려동물 용품 박람회에 대한 자료였다.
“추후 공식 홈페이지에도 올릴 겁니다. 이게 현재 세계 애견 박람회에 대한 것들이지요.”
“어이구, 이렇게나 많았군요.”
“저희는 예전부터 참가하는 곳이었지만…….”
고메나 마스터푸드 코리아에서 온 회원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다수는 중소기업으로도 겨우 자리 잡은 곳이라 이런 게 있다는 것도 잘 몰랐다.
진욱은 그들을 위해서 수출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현재 가장 가까운 참여 가능 나라는 바로 홍콩입니다.”
3개월 뒤에 벌어질 홍콩 국제 애견 박람회의 신청 기간이 3주 정도 남아, 이에 대해 알려 주는 진욱이었다.
“일단 3주 안에 참여 의사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15일 안에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의 신청을 받겠습니다. 일단 전시회 부스 참가 신청을 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절반을 협회에서 부담할 것입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회원 중 하나인 광주의 업체 사장은 조심스럽게 진욱에게 물었다.
“참가하는 대로 각각 부스를 만들어 각자도생하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공통 브랜드로 만들어서 참가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어떻게 말이죠?”
“[KPF- Korean Pet Food]라는 브랜드로 공동으로 부스에 참여할 것입니다. 중소 업체들은 이 브랜드로 각자의 제품을 출시하고, 독립적으로 부스를 주최하시려는 분들은 따로 신청을 받겠습니다.”
진욱의 말에 웅성거리면서 서로 간에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협회 회원들이었다.
아직은 국제 수출을 생각하기에는 영세한 곳들이 많아서, 진욱이 말한 협회 이름을 건 단일 브랜드로 출시해서 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50%의 지원을 해 준다고 해도, 영세 업체들의 참여 이후 형평성 문제였다.
“흠흠, 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서울에서 개인 사업으로 제법 큰 수제간식점을 두 곳 정도 운영한다는 사장님이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해 주세요.”
“저희야, 어떻게든 수출만 된다면야 걱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50% 지원이라고 해도 해외에 제품 전시하는 데 만만치 않은 돈이 들 텐데, 아성이나 고메, 마스터푸드 같은 곳들은 따로 크게 부스전 열면 이거, 경쟁이 되겠어요?”
“…흐음, 네. 계속 말씀해 주세요.”
“일단 지원해 주는 건 고맙지만, 거기까지 가서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하면 좀 거시기 한데.”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서, 진욱은 바로 다음 자료를 화면으로 보여 줬다.
“…이건?”
“중소기업부의 지원안과, 중소기업벤처지원센터의 수출 보조에 대한 자료입니다. 이쪽 담당자들을 우리 협회가 각 업체마다 알선해서 최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진욱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중기청.
지금은 정권이 바뀌고 격상하여 정식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 바뀐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는 데까지 협회가 나서겠다고 하자 어느 정도 수긍은 했지만, 그래도 아쉬워하는 이가 있었다.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본 상만은 가만히 있다가 마침내 침묵을 깨고 손을 들었다.
“협회장인 내가 한마디 해도 되겠소?”
자신이 단순히 아들이 만들어 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은 게 아니라는 듯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는 상만.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상만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면서 조용히 마이크에 입을 댔다.
“이번에 우리 아성사료 역시 단독 부스가 아니라 협회의 이름으로 공동 출자를 하겠습니다.”
“……!?”
진욱은 자신이 생각한 게 아니라서 순간 아버지를 바라봤다가 이내 빠르게 수긍했다.
‘그래, 생각해 보면 그게 나을 수도 있지.’
어차피 자신이 만들었으니, 그것을 키우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협회장인 상만이 한마디를 하자, 그제야 불만이 사라지면서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국제박람회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이 하나둘씩 나왔다.
그렇게 15일 안에 지원을 받고 준비하는 것으로 마치고서, 회의는 끝이 났다.
* * *
“하필이면 홍콩이야.”
“당장에 대만이나 일본도 계속 나오지만, 직접 참여는 못 하죠. 그 경우는 그냥 참가해서 관람만 하고 오는 겁니다.”
진욱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눈 감고도 알 것 같았다.
“아마 사료협회도 이쪽 이야기 듣고 국제 부스전 나갈 거고, 중국 버프 장난 아닐 겁니다.”
“바이룽 그놈들 이번에 개털 됐는데, 또 나서겠어?”
“홍콩이면 앞마당이니까요. 아마 해외에서 붙는 것이니 사료협회 전체 지원을 할 겁니다.”
수출을 위해서 나갈 국제박람회.
그리고 상대는 중국 제1의 펫푸드 사료회사 바이룽.
진욱은 일단 국내에서 탈탈 턴 다음, 해외에서 낼 좋은 결과를 이제부터 만들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