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37화 (137/200)

137화 슬슬 때가 됐지?

진욱은 상록 본사로 오라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최근 찾아가지 않았던 상록 공장은 언제나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생산직 직원들의 얼굴에 활기가 돌고 있었다.

‘원자재 물가 때문에 힘들다고 하시더니만, 그래도 잘 돌아가기는 하나 보네.’

배합사료 현장에서는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하셨는데, 역시 아버지가 잘해 주신 것 같았다.

진욱이 공장을 돌 때, 간부들이 그를 보고 인사했고, 이후 회장실에 도착했다.

똑똑-

“회장님, 부사장입니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

덜컥-

비서가 문을 열어 주자 진욱이 안으로 들어가 아버지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죠?”

“어이구~ 얼굴이 완전 폈구만?”

“하하하, 이번에 매출 역대급으로 찍어서 연말 마무리 잘했습니다.”

“그래, 이야기 들었다. 아주 손에 돈이 짝짝 붙더구만.”

상만은 그런 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뭐, 오늘 이렇게 부른 건 말이지. 슬슬 인사 개편이 필요해서 말이야.”

“새로 임원 영입 하나요?”

“뭐, 그것도 있지만… 전부 너한테 맡기마.”

“네?”

“내년부터 그룹 대표이사는 너야.”

“……!”

진욱은 뜬금없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대표이사요?”

“그래.”

“제가요?”

“허어, 이 녀석? 뭘 그렇게 놀라? 이제 대권 받을 때 된 것 아니야?”

상만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진욱은 잠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김유현 사장, 계약 연장 안 한대요?”

“은퇴한다고 한다. 제주도에 농장 큰 것 하나 마련했다고.”

“그렇군요.”

“이제 네가 할 때가 됐어. 사실 이 회사는 네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잖냐?”

“에이, 그렇게까지는…….”

“아니야. 너 아니었으면 아직도 코딱지만 한 공장 하나 돌리면서 매연이나 뿜어 댔겠지.”

자신이 이룬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영세 공장 하나를 기업집단으로 만들어 나름 재벌 소리 듣게 만든 진욱을 위해 상만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

“내년 상반기 인사로 네가 사장이 되는 거다. 거부권은 없어.”

“네, 그러면 펫푸드 상장 이후로 조율해야겠네요.”

“둘 다 맡아. 출근은 여기서 하거나, 아니면 아예 강남 사옥으로 모두 옮겨도 된다.”

“그건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준비는 할게요.”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내년이면, 서른셋.

시가총액 2조를 앞둔 기업의 사장으로 앉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공적을 생각하면 오히려 늦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네가 사장이 되기 전까지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한번 논의해 볼까?”

“으으음.”

“사실 네가 자리에 오르면 하고 싶은 게 많이 있을 것 아니야? 이제는 허락받지 않고 너에게 전권을 줄 거니까.”

상만의 말에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노트와 만년필을 준비하고 앞으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사업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몇몇 개는 상만의 눈이 커질 정도로 놀랄 일이었고, 또 몇몇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좀 더 스케일이 커진다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회장실에서 마라톤 회의에 가까운 사업 이야기를 마친 진욱은 저녁이 되어서야 오랜만에 본가에서 어머니가 차려 준 집밥도 먹고, 가족들과 이야기하면서, 가족들과 대화도 하면서 밤 늦게 기분 좋게 돌아갔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아성사료그룹의 두 번째 상장인, 아성펫푸드의 상장 첫날 전일 대비 38%가 오른 1만 7천 원을 기록 중입니다.]

경제지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을 들을 때, 아성펫푸드의 모든 임원들이 환호했다.

상장은 순조롭게 이뤄졌으며 첫날 엄청난 거래가를 올리면서 시가총액 2,060억 원의 반려동물 간식 전문 기업이 되었다.

[네, 이번 상장 성공의 배경에는 33세의 젊은 청년 사업가, 하진욱 대표의 공이 크다고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젊은 나이에 사료업계에 투신하여,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블루오션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렸다는 평가입니다.]

경제 뉴스의 전문가들은 알짜 투자 대상으로 아성펫푸드에 대한 홍보를 해 줬고, 사실 ‘지금의 가격도 저평가다’, ‘향후 주당 5만 원까지도 문제없다.’, ‘장기 투자로 반려동물 사업 테마주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등의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전문가들이 저렇게 펌프를 넣어 주니, 귀 얇은 개미 투자자들은 아성펫푸드에 관심을 보였고, 그동안의 신제품과 각종 이슈에 대처하는 능력, 유통시장의 굳건함, 대표이사의 능숙한 언론 플레이 등을 보면서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새해부터 기분 좋은 일은 연달아 생겼고, 언제나 즐거운 출근길에 나서자마자 수행 비서가 대기하고 있었다.

“사장님, 차 준비됐습니다.”

“네, 가죠.”

진욱은 뒷좌석에 탄 다음, 아침에 나온 뉴스들을 확인하면서 강남 사옥으로 향했다.

이원화 정책으로 일단 그룹의 본사는 여전히 상록이지만, 매일 출근은 힘들어서 1주일에 2번만 상록에 향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긴급회의에 맞춰서 화상 통화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 외에 아성펫푸드 역시도 공용으로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지라 그쪽의 회의도 수시로 진행했다.

그러면서 그가 준비하고 있는 거대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자~ 다들 고생하십니다. 카페인 충전 좀 하고 잠깐 쉬죠.”

“아, 사장님!”

밤새 야근을 하고 있는 임원들을 위해 직접 커피하고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돌리는 진욱이었다.

안에 있는 임직원은 잠시 쉬는 타임을 가지고, 그사이에 진욱은 지금 막 작성한 내용을 마우스로 스크롤을 하며 넘기고 있었다.

“흐으음, 잘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쪽에서 지적하거나 보완을 요청하는 건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TF팀장으로 임명된 표 이사는 진욱에게 현재까지의 작업 상황을 보고하면서 중요 사항에 대해 진욱에게 의논했다.

진욱은 이번 건 잘 해결되면 승진과 보너스를 약속하면서, 사기를 끌어올렸고,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건 역시 그 두 개라는 기본을 강조했다.

그렇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프레젠테이션을 본사 임원들과 함께 관람한 진욱은 박수를 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협상은 제가 해야겠죠?”

진욱은 완성된 기획안을 보고서 오랜만에 국가와 딜을 할 수 있는 큰 그림의 채색을 준비했다.

일단은 정부 청사에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았으며 그것을 위해 주변 인맥을 동원해서 많은 자문을 구했다.

* * *

“여긴 언제 와도 고향 같다니까…….”

오랜만에 정부세종청사에 온 진욱은 괜스레 옛날의 삶이 떠오르면서 정신없이 움직이던 나날을 떠올렸다.

그때와 다를 바 없이 일 중독으로 움직였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있었다.

지금의 삶은 자신이 하는 만큼에 따라서 돈과 위상이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그러니 적당히만 하던 공무원 시절이 아닌 사업가로서 화려하게 움직여 줄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농림축산식품부의 안현규라고 합니다.”

“아성의 하진욱입니다.”

안현규는 진욱과 인사하면서 먼저 명함부터 교환했다.

농축산식품부 내에서 식품산업정책과 과장 직책을 가지고 있는 안현규는 먼저 진욱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고서 이 미팅을 가졌다.

청사 안에 있는 회의실에서 논의를 하는 것은 아성사료그룹이 주최하고 있는 사단법인 협회 등록이었다.

“최근 반려동물 산업에 대해서 기존의 축산업과 분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논의만 되고 있었는데…….”

“네~ 그래서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진욱은 농축산부 산하의 ‘대한사료협회’에 이어 가칭 ‘한국펫푸드협회’에 대한 법인 설립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과거 이것으로 어중이떠중이 시민 단체들이 나서서 ‘동물권’을 위한다고 만들면서 진욱에게도 참여를 요청했지만, 그런 사이비 단체 말고 제대로 만들어서 체계적인 제도화를 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또한 이렇게 해서 사료협회와 마찬가지로, 펫푸드 협회 역시 자체적으로 자격증을 운용해서 그동안의 수제간식이나 민간의 사료 제조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이거는 확실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식약청 쪽과 같이 조사를 많이 하는데… 공교롭게도 아성 역시…….”

“저희 그거 무혐의였습니다. 그래서 더 악에 받쳐 만들었지만요.”

작년의 흑역사를 넉살 좋게 넘기자 안 과장은 자신이 실언을 했나 싶어서 머쓱한 얼굴을 보였다.

“일단은 국가기술자격으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건 고용노동부와 논의를 해야겠죠?”

“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사단법인 협회를 만드신다면 조사 후에 승낙. 그리고 자격증에 대해서는 민간으로 시작하셔야 할 겁니다.”

자격증 논쟁은 진욱도 이쪽에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격증은 국가 자격, 민간 자격으로 나뉜다.

하지만, 민간 자격 중에도 국회에서 통과해 학점 은행으로 인정될 수 있는 ‘국가 공인 민간 자격’과, 그냥 해당 주무부 장관에게 재가를 받아 공인 자격이 아닌 ‘국가 등록 민간 자격’이 있다.

“국가 공인을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 여당에서 통과를 해 줄지 모르겠군요.”

“음~ 일단 프레젠테이션을 장관님 앞에서 보일 수는 있지만, 그쪽에 대해서는 저희가 크게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일단은 국가 등록 자격으로 등록하신 다음에, 법인 통과 이후 그쪽의 문광위와 노동위 의원님들에게 이야기를 드리셔야…….”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진욱은 법인 설립을 위해서 동종업계의 수많은 동의서와 그동안의 시장을 조사한 보고서, 충남도청과 강원도청, 전남도청에서 제공한 광역 단체의 서명까지 얻어서 한 번에 중앙 부처에 제공했다.

“이거 전부 장관님 앞에서 한번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좋습니다. 당분간은 세종에서 묵어야겠군요.”

“…네?”

“길게 끌 것 있나요? 이미 여러 번 해 봤습니다.”

취업 성공 패키지도, 폴리텍대학 반려동물 식품학과도, 세종은 아니라 과천이지만, 친환경 배합사료 제조 건도, 모두 진욱이 장관님들과 직접 대담을 나눠서 얻어 낸 성과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농축산부는 과거 농림수산부 시절까지도 진욱을 알고 있는 인물이 지금의 국장급, 외청장급인지라 오히려 대화가 더 수월해질 것 같았다.

“빠른 시일 내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그동안 세종시 관광이나 천천히 하지요.”

진욱은 안 과장과 악수를 나누고서 세종 청사를 나섰다.

그러고는 자신이 있는 단톡방에 현재 상황을 알렸다.

[일단 협회 설립은 바로 통과될 것 같고, 농축산부가 유관 단체 지정을 언제 해 줄지도 시간문제일 겁니다.]

현재 사료협회 역시도 농축산부의 유관 단체이니, 거기에서 펫푸드협회가 따로 독립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샤를로트: 한국의 법 처리가 그렇게 빨리 될 수 있나요?]

[한국에서 몇 년 살았는데 그걸 못 느낍니까?]

[카이저푸드: 설립되는 순간, 저희는 약속대로 사료협회 탈퇴하고 그쪽으로 가입하겠습니다.]

이미 한국에 법인을 둔 대다수의 회사는 축산사료보다도 반려동물 사료를 더욱 주력으로 삼은지라 대다수가 진욱의 제안에 동의했다.

물론 대놓고 자신의 사람을 앉힌 바이룽은 빼고 말이다.

처음에는 사료협회라는 거대한 이권에서, 이제는 축산사료 vs 애견사료의 분할로 확실히 주도권을 가지려는 진욱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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