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36화 (136/200)

136화 껍데기는 가라!

진욱은 사무실 안에서 에어프라이어를 놓고서 돼지 껍데기를 굽고 있었다.

띵-

치이이익-

모락모락 연기가 나면서, 겉부분이 익으면서 기름이 살짝 흘러나오는 돼지 껍데기를 보고 진욱이 한 점 먹었을 때, 콩가루하고 소주가 마려웠다.

“돼지 껍데기라… 술안주로는 간간이 먹었는데, 제법 괜찮은 재료 같습니다.”

“대부분이 영세한 업체들만 특식으로 만들고, 대중화가 안 된 게 이상할 정도더군요.”

표 팀장은 진욱에게 돼지 껍데기 스틱 하나를 받으며 입에 넣었다.

진욱이 충남 식품공학 연구원에 정식으로 오더를 넣었고, 그렇게 돼지 껍데기를 베이스로 한 애견 간식을 연구하게 되었다.

일단은 굽고, 삶고, 건조해서 강아지들에게 줬을 때, 매우 잘 먹었으니 잘 만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충남도청에서 자체 한돈 브랜드로 만든 ‘포포빌’에서 원자재는 염가로 계속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지역 브랜드 앞세운 고기라니까 품질은 인정받았겠죠. 좋습니다. 그럼 계속 진행하자고요.”

진욱은 새 제품에 강한 기대감을 가지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제품 보고를 받으면서, 기존의 제품들의 할인 폭을 크게 올렸고, 그렇게 해서 아성펫푸드의 재무 상태는 점점 건전하게 바뀌고 있었다.

* * *

까득, 깍- 오도독- 오도독-

“부, 부사장님, 그거…….”

“왜요? 못 먹을 거라도 넣었습니까?”

“그것은 아니지만…….”

진욱은 충남 반려동물 식품 연구소에서 갓 만들어진 돼지 껍데기 간식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약간 싱겁기는 했는데, 사람과 동물의 염분 소화 능력이 다르니 감안할 것이었다.

“사람이 먹을 수 있어야, 반려견에게도 먹일 수 있는 겁니다.”

“하하, 하지만 그래도…….”

“됐어요. 다른 분들은 안 드셔도 됩니다.”

연구소에 있는 연구원들과 임원들 모두 진욱의 사료 사랑에 멋쩍게 웃었다.

“이 전무님, 출시 바로 준비하고 식약청하고 이야기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제 팔면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연구팀이 개발하는 동안 영업팀 역시도 차기 제품에 대한 유통업체들을 위해 거래를 해 왔다.

“우선순위는 갤럭시아부터 시작해서 S마트가 되야겠죠?”

“네, 그렇습니다. 이미 그쪽에서도 선물량을 모두 입찰했습니다.”

‘이물질 혼합사건’에 대해서 수많은 업체가 펫푸드 제품 인수 거부를 했을 때, 묵묵히 믿으면서 거래를 계속 이어 나갔던 업체들을 위한 아성펫푸드의 보답이었다.

진욱은 이 제품이 확실하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그것을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유튜브 광고와 각종 포털 사이트에 AD를 올려서 반응을 살피며 첫 출시를 했을 때… 결과는 굉장했다.

돼지 껍데기로 만든 4가지 종류의 간식.

개껌, 스틱, 튀김, 분쇄 습식으로 각각 출시했는데, 주문량이 폭주해서 전화기에 불이 났다.

[부사장님, 영업 1팀입니다. 갤럭시아에 납품한 선발 50만 개분 전부 매진이라고 합니다.]

[로타마트와 S마트에서 추가 납품에 대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편의점 물량이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충남 공장을 풀가동해도 물량이 따라가질 못합니다.]

여기저기서 오는 전화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진욱.

게다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SNS에 ‘아성 돼지 껍데기 수제간식’을 쳐 보면 수많은 인증 샷 릴레이가 나왔다.

[우리 코코를 위해서 돼껍 스틱. 언니가 힘들게 구해 왔다고 ㅠㅠㅠ]

[겨우 구한 돼껍 스틱. 어렵게 구한 만큼 진짜 잘 먹는다.]

[댕댕이 키우시는 분들. 2살 스피츠인데, 계속 이것만 먹고 사료를 안 먹는데 어떻게 하죠?]

[습식으로 먹는 돼껍 간식. 이거 앞으로 계속 시켜야겠다.]

실시간으로 포털 검색만 해도 각종 블로그와 카페 그리고 SNS에서 이어지는 인증 샷 릴레이.

게다가 아무리 제품에 대해 소개를 해 봐야, 눈앞에서 완판이 되면서 매진 릴레이가 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었다.

“한 달 만에 매출 50% 올릴 수 있겠네.”

진욱은 실시간으로 판매량이 올라가는 것을 즐기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움직였다.

하지만, 한쪽이 압도적으로 치고 올라왔을 때, 거기에 따른 구설수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었다.

* * *

“표절이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그 인터넷 영상사이트와 SNS 계정을 통해서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허, 참. 별일이 다 있네.”

“그러게 말입니다.”

고 팀장의 말을 듣고서 한번 검색해 보니 정말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 계정으로 [#돼껍 표절]이라는 해시태그가 계속 뜨고 있었다.

“뭐야, 이건?”

진욱은 갑자기 아침부터 올라오는 반응에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이런 보도가 전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반응이었다.

“최초 유포자가 누굽니까?”

“대전에 있는 수제간식 매장이라고 합니다. 미리 올린 사진들을 보니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욱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대전의 수제간식집을 살펴봤고, 3년 전에 만들어진 가게에서 파는 각종 제품을 보고 있을 때, 눈에 돼지 껍데기과 머릿고기로 만든 수제간식 리스트가 들어왔다.

“흐으음. 대충 비슷하게 만든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원조로 치면, 진욱이 그 옛날 2008년에 이 삶을 살면서 1년 만에 수제간식을 대중화해서 상록에서 팔던 것을 원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도 껍데기는 썼지만, 귀나 오돌뼈에 섞여 있는 보조 재료였고, 이번 기회에 대량 생산을 해서 아예 브랜드화해서 출시한 것이다.

“부사장님, 식품은 상표권을 제외하고는 레시피로 유사성 표절을 잡아내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그쪽을 향해 영업 방해로 소송을 걸 수도 있습니다.”

“아니요. 그건 바로 진행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것 같고… 으음, 대전이라고 했죠?”

“네, 부사장님.”

“제가 한번 가 보죠.”

“네? 아니,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아뇨, 오늘 어차피 스케줄도 널널하니 잠깐 다녀오죠.”

진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재킷을 챙기고 바로 외출계를 쓸 준비를 했다.

* * *

“여긴가?”

수행 비서도 대동하지 않은 채, 직접 운전을 해서 대전에 도착한 진욱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SNS에서 시끄러운 그 업체에 대해서 찾아봤다.

골목 깊숙한 곳에 있어서 주차하기도 여의치가 않았는데, 창문 너머로 슬쩍 보니, 진욱의 또래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있었다.

겨우 주차를 하고서 가방을 챙기고 들어갔을 때, 그 안에 있던 강아지가 먼저 달려왔다.

“어서오세요.”

손님을 응대하는 데도 힘이 쭉 빠져 있는 기운 없는 목소리.

장사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면서 혀를 끌끌 찼지만, 두 명 중 다른 한 명은 활기차게 웃으면서 다가와 물었다.

“찾으시는 제품이 있으신가요?”

“어, 돼껍이요.”

“아… 저희가 따로 만든 제품이 있는데… 요새 껍데기 간식이 아주 인기죠?”

그러면서 주섬주섬 꺼낸 제품을 보니 한껏 포장한 비닐 안에 보이는 말린 돼지 껍데기가 보였다.

“흐음.”

“혹시 키우시는 견종을 알 수 있을까요?”

“요크셔고, 4살 넘었어요.”

“어머, 그러면 딱 맞을 거예요. 치아는 튼튼하죠?”

“그런 편이죠.”

진욱은 바로 뜯어서 한 점 집고는 냄새를 맡아 보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렇게 보니 작업 공정의 유사성이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그건 수제간식을 만들 때 쓰는 건조기와 지방 기름 분리 그리고 식초로 씻어 내는 작업 등의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밀가루는 뭐 쓰시죠?”

“아, 저희는 기름 씻어 낼 때만 씁니다.”

“된장은요?”

“미량에 월계수 잎과 같이… 아니 근데 잘 아시네요? 수제간식 쪽 잘 아시나요?”

“네~ 지금 돼껍 4인방 만든 사람이거든요.”

“……?!”

진욱은 피식 웃으면서 자신이 뜯은 간식을 보고 물었다.

“그래서 이게 얼마라고요?”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그 뒤로 사장과 부사장 두 명은 진욱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정말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근데 처음 출시했을 때 베이스가 너무 비슷해서…….”

친구 둘이 운영한다고 하는 이 수제간식집에, 진욱은 방금 산 돼지 껍데기 튀김을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강아지에게 던져 줬다.

바로 덥썩 받아 맛나게 먹는 강아지를 보고 진욱이 말했다.

“표절이라 생각하는 레시피 책이라도 있어요?”

“아, 그게…….”

“여기요!”

“미연아!”

“됐어, 그냥 꺼내!”

미연이라 불린 여성은 이것저것 표시와 스티커를 잔뜩 붙여 놓은 굵은 연습장을 진욱에게 건넸다.

진욱이 펼쳐 보니 제법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여기 언제 오픈했죠?”

“작년 7월… 입니다.”

“그 전부터 계속 준비한 거예요?”

“아, 네… 저는 원래 다른 수제간식 공방에서 일했었고, 이 친구는 애견 숍 하던 애였어요.”

진욱은 많은 준비 속에 만든 사업 아이템 그리고 어느 정도 비슷하긴 한 수제간식 레시피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기… 대표님? 저희가 바로 글은 내리고, 정정 보도를 올릴게요. 아침에 그냥 하소연식으로 올린 건데 이렇게 커질지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이 노트 좀 내가 씁시다.”

“…네?”

진욱은 공책을 흔들거리면서 정식으로 그녀들에게 제안했다.

“사업 이야기 한번 해 볼까요?”

* * *

[하 부사장님, 최근 히트 상품인 돼껍 4인방에 대한 표절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표절 아닙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하고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저희가 기사 새로 올릴까요?]

쥬신일보에서 직접 기사 하나 야무지게 써 주겠다는 말에 진욱은 웃으면서 수화기를 이리저리 돌렸다.

“서로의 레시피를 비교해 봤고, 그쪽 역시 나름 연구한 게 보이더군요. 근데 뭐… 고기를 손질하고, 씻어 내고 삶고 훈연 처리 하는 건 다 비슷하죠.”

[아~ 그렇군요?]

“그리고 그 회사에 정식으로 제안했어요. 제작한 두 명을 아성펫푸드의 식품 연구원으로 채용하고, 그 사람들 레시피 전부 사 버렸거든요.”

[오~ 그건 좋은 기삿감이 될 것 같은데, 써도 됩니까?]

“미담으로 잘 포장해 주면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통화 이후 내일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기사가 떴다.

[관행은 없었다. 아성펫푸드의 소상공인 사업자 배려.]

[비슷한 레시피를 SNS에 알리자 하진욱 대표가 직접 협상하여 전적으로 저작권을 사 들이는 방식으로 합의를 했으며…….]

사실 아성 펫푸드가 잘못한 것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임원들이 말한 대로 허위 사실 유포나 영업 방해의 죄를 물어서 그 업체를 날려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욱은 오히려 그 업체의 레시피를 확인한 다음, 개인 사업자인 두 명에게 정식으로 아성펫푸드 개발 연구원 자리를 제안했고, 레시피도 논란이 없게 아예 사 버렸다.

그것이 메이저 언론사를 통해 퍼지자 오히려 그것은 미담이 되어서 하루 만에 표절 이슈가 사라지고, 대기업과 소상공업자 간의 모범 사례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잠시 상황을 관망하던 유통 업체들은 다시 돼껍 4인방 제품에 대해서 추가 주문을 미친 듯이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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