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34화 (134/200)

134화 조질 때는 한마음

진욱의 집에서 협의한 아성과 고메의 임시 동맹은 곧바로 언론을 통해 발표됐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아성펫푸드와 고메 코리아는 상호 지분 거래를 하고,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뉴스에서 아성과 고메에 대한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을 때, 대림동 바이룽 사옥에서도 그 보도가 나왔다.

쨍그랑!

“他媽的!”

리펑은 백도어에 이어서, 수제간식 업계에서 자신들을 잡기 위한 아성의 동맹에 쌍욕을 하면서 분노의 재떨이 투척을 했다.

“백도어 문제도 그렇고, 하진욱 그 녀석이 한 짓이겠지?”

서로가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공방을 주고받았는데, 이쪽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

자칫하면 진출한 지 1년도 안 돼서 그동안 투자했던 게 말짱 꽝이 될 수 있었다.

분노는 분노고, 일단 이 상황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거기에 맞춰 리펑은 일단 중국 본사에 연락했다.

* * *

“하~ 역시 파리보다는 리옹이야.”

진욱은 세화와 같이 프랑스에 왔다.

원래는 출장인데, 같이 가자는 말에 자비로 데려온 아내는 파리는 별로라면서 진욱이 찾아가는 고메 2공장이 있는 리옹에서 경치를 즐기고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 댔다.

“은준인 괜찮을지 모르겠네.”

“어머님이 봐 주신다고 했어. 아까 사진 보냈는데 엄마 없어도 잘 지내더라.”

어머니 원숙이 애를 봐 준다고 해서 출산 이후 같이 온 해외여행에서 세화에게 쇼핑 좀 하라고 카드를 보내준 뒤로 진욱은 고메 공장에 도착했다.

“Enchanté de vous rencontrer!(만나서 반갑습니다!) Mr Ha!”

“안녕하십니까? 하진욱입니다.”

고메 공장 탐사에 가이드로 나온 알렝 이사는 활짝 웃으면서 진욱을 환영했다.

“고메 공장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이제는 파트너가 되었으니 친구로서 환영합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고메 공장에 들어온 후, 방진복과 마스크 그리고 장화를 신어서 위생을 체크한 다음 안으로 들어가자 새하얀 공장 안에서 직원들이 수제간식을 만드는게 보였다.

기계에서 알맞은 무게로 썰린 고기들이 컨베이어를 통해서 들어오고, 그것을 하나하나 집어서 양념을 바르고, 건조기로 보낸 다음, 훈연 처리를 하고 다시 들어가 포장을 한다.

“저거 재질은 뭐죠?”

“양입니다.”

“램(새끼 양)?”

“아니요, 쉽(성체 양)입니다. 램과 비교해서는 누린내가 좀 있지만, 오히려 견종들은 그걸 더 좋아합니다.”

“흐음~ 그렇군요.”

진욱은 나름 상어 연골이나, 말고기, 얼룩말 등으로 다양한 고기를 가지고 연구해서 신제품을 만들었는데, 양고기 육포 간식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고기 수제간식이 다른 고기 재료보다 특별할 게 있나요?”

“주로 대형견들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껌용으로 만든 것이 인기입니다.”

“저도 그런 식으로 만들었는데, 냄새만 맡으면서 바로 먹지 않는 경우가 있더군요. 직접 찢어 줘야지 입을 댑니다.”

“아, 그건 처음 보고 이빨이 들어가는지 확인을 못 해서입니다. 처음 찢어 주는 방식은 소형견용이죠.”

진욱은 자신이 직접 강아지들에게 먹여 보고, 찢어서 줘야 먹는 케이스를 봤기에 그 말에 공감했다.

양고기 간식 레시피를 보고, 그 뒤로 닭과 오리의 목뼈, 대구 아가미, 돼지 등뼈 등의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간식들을 보고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해외 박람회도 가고, 자료 많이 모아서 개발 오더를 내려도 진짜 다양함은 유럽 쪽 공장이 우위구만.’

단순 양반 장사를 해서 고급 브랜드화만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보니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제품군 중에도 다양한 게 많았다.

진욱은 공장 시찰을 하고서 기념품으로 받은 수제간식 세트를 챙기고 알렝에게 인사했다.

“오늘 좋은 구경 많이 했습니다.”

“하하하, 이건 제조 시스템이고, 내일은 레시피 연구동에 대해서도 알려 드리겠습니다. 마침 연구 회의가 있거든요.”

“오~.”

“매주 수요일에는 식품 개발을 위한 연구 회의가 있습니다.”

진욱은 그것을 메모하고 약속 시간을 잡은 다음, 공장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호텔로 돌아갔다.

“이 옷 어때요?”

“어, 어울려. 잘 샀다.”

“이쪽 보고 말해 주지?”

샤랄라한 옷을 입고서 한 바퀴 도는 세화를 보고 진욱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어 주고, 다시 어울린다고 말해 줬다.

아내를 뒤로하고서 진욱이 하는 것은 노트북을 펼치고 오늘 있었던 고메의 공장 시스템과 현재 아성펫푸드와 아성사료의 공장 비교였다.

세화는 몰라도, 진욱은 놀러 온 게 아니니 관련 자료를 만드면서 일에 집중했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서 고메 공장에 대한 연수를 받은 진욱은 한국에서도 아성사료 상록 공장에 방문한 고메 코리아 직원들 사진을 받고는 상호 교류에 대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잔뜩 쇼핑해서 싱글벙글하는 세화의 옆자리에서 앞으로 연구 개발에 배 이상의 투자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진욱이었다.

* * *

이후 아성펫푸드는 지점을 늘려 가면서 유통망을 폭넓게 이용했다.

자체 지점을 늘리면서 대리점 위탁 경영도 맡기고, 편의점부터 대형마트, 백화점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두 납품했다.

물론 거기에 따른 연구 개발도 아끼지 않았다.

[아성펫푸드-충남대 식품개발연구소 협력 교류 체결식]

연구 개발을 위해서 이용한 것은 지자체 그리고 국립대였다.

폭넓게 투자를 하면서, 곧바로 청년 취업과 연계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최근 수도권 편중화로 인해 아웃풋이 떨어지는 지방 거점 국립대를 지원해서 바로바로 인재를 수급하는 것은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고메 코리아 역시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네, 괜찮아요. 어차피 프리미엄 브랜드니까 명품관 위주의 갤럭시아에도 윈윈이 될 겁니다.”

[허어~ 경쟁사라고 해서 우리가 우선순위로 아성 배려를 해 줬는데, 그렇단 말이죠? 일단 알겠습니다. 내달부터 고메 코리아에 대한 제품 전시전도 준비해야겠군요.]

대화 유통 담당 MD와의 통화를 마친 진욱은 최근의 점유율을 보면서 바이룽이 계속 맥을 못 추는 것에 대해서 피식 웃었다.

“아주 맥을 못 추는구만.”

중국 자본으로 기세 좋게 유통망을 늘리고, 지자체와 연계를 하면서 진욱이 했던 것을 그대로 카피하며 맹추격을 했지만, 백도어 이슈로 인해서 순식간에 점유율이 떨어지는 모습은 그저 웃길 뿐이었다.

하지만 너무 건드린 탓이었을까?

아성은 때 아닌 법적 소송을 받게 됐다.

* * *

“아니, 고소요? 누가 누구를?”

“지금 바이룽에서 정식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상대 경쟁사에 대한 영업 방해 및 독과점 담합에 대한 내용입니다.”

“별…….”

진욱은 갑작스럽게 고발장이 제출됐다는 말에 긴급회의를 열고 이정열 본부장이 말한 내용에 대해 쓴웃음을 지었다.

“로펌 준비해야겠군요.”

“현재 아성펫푸드의 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양에서 전담 변호사가 온다고 합니다.”

“좋아요. 제가 직접 만나 보죠.”

진욱은 바이룽이 정말 갈 데까지 갔다면서, 이참에 완전히 박살 내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럼 이거에 대해서 언론에 한번 제보해 볼까요?”

“네? 부사장님,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저희 이미지도…….”

“걸릴 게 없고 떳떳한데 저희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게 뭐가 있습니까? 그리고 담합이랑 독과점이요? 오히려 할인 폭을 늘리세요.”

아성의 임원들은 논란이 생길 수도 있는 일에 오히려 정면 돌파를 선언하는 진욱의 말을 듣고는 일단 따르기로 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펫푸드업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펫케어 제품에 대한 사물인터넷 백도어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독과점과 담합 의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아성펫푸드의 경우 바이룽의 백도어 논란에 대해서 먼저 제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 중국산 제품 백도어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던 언론들이 이 경우에는 특히나 너 나 할 것 없이 보도하며 아성펫푸드를 때려 댔다.

처음 임원들이 말한 대로 이런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지만, 진욱의 정면 돌파에 대한 결과였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이 상황을? 우리 완전 업계에서 찍힌 것 같은데?”

진영의 말에 진욱은 피식 웃으면서 누나가 준비한 서류에 결제 사인을 하면서 파일을 건네줬다.

“그냥 누나는 하던 대로 계속 하면 돼. 다음에는 밀라노 패션쇼라고 했지?”

“뭐, 이탈리아 여행이지.”

“알차게 배워 와. 펫드레스 사업은 계속 성장세니까.”

“누가 누구한테 명령이야. 암튼 잘 다녀오마. 선물은 챙길게.”

진욱은 아성펫드레스 팀이 진영을 중심으로 펫 패션쇼에 참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당분간 국내 공백에 대해서 추가 직원 영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언론에서 그렇게 갈겨 대는 상황에도 진욱은 묵묵히 회사 일만 할 뿐이었고,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RRR-RRRR-

그때 사내 전화가 울렸고, 진욱이 받자 비서가 전화를 옮겨 줬다.

[부사장님, 홍보팀의 김선욱입니다.]

“아, 김 부장님. 무슨 일이시죠?”

[지금 언론에 나오는 보도로 인해서 쥬신일보와 중원일보, 동원일보 등의 신문사에서 부사장님께 인터뷰 요청을 했습니다.]

“흐으음.”

[직접 부사장님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전부 불러 주세요.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하죠.”

진욱은 피할 것도 없고, 오히려 이렇게 자신을 찾아와서 인터뷰 요청을 하는 것은 땡큐라고 생각했다.

* * *

“자~ 아래 스타벅스가 있어서 편하군요. 한 잔씩 드시고, 커피 쿠폰 받아가세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대표님.”

언론사에 큰 선물 없이 자신을 인터뷰할 때마다 커피 쿠폰을 선물로 주던 진욱이었다.

2시간에 걸친 신문사 3사에 대한 인터뷰.

진욱은 거기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말했고, 몇몇 기자는 ‘이런 이야기 보도해도 되는 거냐?’, ‘진짜 기사로 올리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거나, 오히려 좋은 기삿감이 나와서 데스크가 좋아하겠다고 흡족해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서 일제히 진욱에 대한 인터뷰가 보도됐다.

[백도어 프로그램에 개인정보 유출 이야기가 영업 방해? 소가 웃을 일.]

[한국 언론인가? 중국 언론인가? 백도어에 침묵하고, 고발을 방조한다.]

[하진욱 “이런 식으로 나오면 한국에서 누가 사업하냐?”]

[지상파 방송사들의 지나친 친중 행보. 이래도 좋은가?]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종이 신문 그리고 그것을 퍼다 나르면서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인터넷 포털 뉴스들.

진욱은 전혀 부정하지 않고, ‘백도어 프로그램 폭로한 게 우리 맞다.’라는 이야기를 퍼트렸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로펌 변호사에게 조언받은 ‘공익 제보 목적’이라는 것을 특히 강조했고, 기자들도 그것을 특히 키워서 보도해 줬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에서부터 ‘아성펫푸드가 뭘 잘못한 거냐?’, ‘믿고 거르는 중국산’, ‘백도어 깐 기업은 처벌 안 하고, 폭로한 국내 기업을 고소하냐?’ 등의 분노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여론이 그렇게 돌아가자 결국 계속 역효과를 낳는 것은 바이룽 쪽이었다.

법적 소송을 통해서 가려고 했던 바이룽의 전략은 대실패.

그리고 이정열 본부장의 전화가 왔다.

[부사장님, 지금 바이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법적 조정인가요?”

[기존에 고발한 내용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합니다.]

진욱은 그들의 완패 선언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고, 결국 제품으로도, 기술로도, 여론으로도 모든 것이 박살 난 바이룽은 예상 목표를 대폭 줄이면서 현상 유지에 급급한 상황이 되었다.

1년 만에 바로 사업 철수를 할 상황까지 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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