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32화 (132/200)

132화 잘 가요, 멀리 안 나가

진욱은 출근 이후 이제 본격적으로 바이룽을 잡을 준비를 했다.

“일단 이 전무님은 추가 투자 계획으로 삼정전자와 미팅 준비하세요. 앞으로 재정 담당 전담으로 계속 배치하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진욱은 그 뒤로 고객센터장 고원우 팀장을 향해 말했다.

“고 팀장님, 최근 CS팀 아직도 문의 많습니까?”

“정정 보도 이후에도 아직 나쁜 이미지가 쌓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특히 수제간식 파트에 대한 부분이…….”

“신제품 출시하고, 차차 개선하면 될 겁니다.”

‘그게 끝?’이라는 질문이었지만, 지금 CS팀은 원론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표 이사님.”

“네, 부사장님.”

표영훈 이사는 이제 자신의 차례인가 싶어서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번에 갤럭시아 마트에서 수제간식 특별선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번 그 말도 안 되는 이물질 파동 이후로 다시 열리는 거니, 할인폭 설정에 대한 전권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판매량을 복구하세요.”

아쉬워도 일단은 수익을 포기하고서라도, 판매량과 매출을 다시 끌어올려야 했다.

그것을 위해서 진욱은 담당 임원 한 명, 한 명에게 관련 오더를 내린 뒤로 회의를 마쳤다.

“후우-.”

그러고는 오늘의 기사들을 보며, 스케줄을 정하고, 잠시 반차를 쓰기로 했다.

어디 멀리 나갈 것은 아니었고, 서울에 있는 은행에 갈 예정이었다.

“어서오세요. 우리 VIP 고객님~.”

“네, 반갑습니다. 융자 본부장님.”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아성저축은행 사당점.

상록에서 시작해 지역 이곳저곳의 지역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성장한 아성금융그룹은 이제 서울에도 진출해서 점점 그 세를 늘려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융자 본부장에 임명된 사촌 형 진성을 오랜만에 만나며, VIP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성펫푸드 요새 힘들어 보이더라. 그래도 한때 나도 일했던 곳인데…….”

“다른 쪽으로 도와주고 있잖아?”

아성펫푸드와 아성사료는 아성저축은행의 든든한 융자 고객이었고, 가족 경영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도 금산분리법상 두 일가의 경영권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기에 이런 교류가 가능했다.

“그래서, 단순히 축하하러 온 것은 아닐 테고. 뭐 때문에 온 거야?”

“조금 위험한 일을 할 것 같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어.”

“허어~ 무슨 조 단위 대출이라도 필요한 거야?”

“그건 아니고… 흐음, 뭐랄까. 어디서 수상한 업체가 하나 올 거야.”

“음?”

“요새 IT 기업에 국제적으로 투자한다며? 그 냄새 맡고 올 친구가 하나 있을 거야.”

진욱의 말에 진성은 바로 눈치를 채고 곧바로 몸을 숙여 진중한 눈으로 물었다.

“어떤 업체가 오면 연락하면 되는 거냐?”

진욱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백룡 혹은 바이룽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

“……!”

진성 역시 그 이름은 알고 있기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어디?”

“바이룽.”

“거기는 너희 경쟁사 아니야? 우리한테 오긴 할까?”

“와.”

진욱은 가방을 열고 안에 있는 파일철에 담긴 서류를 건넸다.

진성이 그것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읽어 나갔을 때,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제1금융권에는 여러모로 규제안이 있으니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거 같아. 특히 제주 쪽에 손 뻗었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아성저축은행이 거기에도 하나 있지 않나?”

“으으음.”

“그러니까 분명히 손 뻗을 거야.”

군소 저축은행 하나를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기는 했다.

주목적은 앞서 진욱이 말한 대로 중소/중견급의 IT 기업들이 카카오를 따라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제주도에 있는 2금융권 저축은행은 7~8개 정도.

어떻게든 지자체가 개입해서 1금융권인 제주은행을 쓴다 하더라도, 남는 금액은 저축은행을 통해 융통할 것이다.

물론 중국 자본이라는 게 본사에서 바로 쏴 주기야 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초반에 진출하자마자 벌려 놓은 게 많다 보니 그만큼 하이 리스크로 여기저기 손을 뻗을 게 진욱의 눈에 딱 보였다.

“그때가 되면 꼭 알려 줘.”

“아, 알겠어.”

진욱은 진성에게 확답을 받아 낸 뒤로 빙긋 웃으면서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애 키운다는 거 엄청 힘드네, 형은 어땠어?”

“어, 어? 하하하! 글쎄~ 우리 아들도 지금 크는 거 보면 엄청 행복하지.”

진성은 내친김에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아들 사진을 보여 주고, 갓 태어난 딸아이도 같이 보여 줬다.

그렇게 사업 이야기로 왔다가, 결국은 사촌끼리 자식 자랑을 하면서 훈훈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 * *

[바이룽과 GH와 함께하는 스마트 펫케어! 월 2만 5천 원! 지금 바로 상담받으세요!]

[신선한 수제 건강식, 집에 있는 우리 가족을 지켜볼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

바이룽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진욱이 삼정전자와 대화손해보험과 손을 잡았던 결합 상품을 다시 내놓아 전국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동방화재와 GH전자, GH텔레콤에서 전자 기기만 바꾼 상태로 다시 치고 올라오는 시점에, 진욱의 아성펫푸드 진영도 계속해서 1위 수성을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진성에게 연락이 왔을 때, 진욱은 몇 번이고 되물었다.

“확실하지?”

[그래, 우리의 조사 시 딱히 뭔가 이상한 건 없었어. 지나치게 깔끔했다.]

“오케이, 그쪽도 알고는 있겠지?”

[안 그래도 집안에 대해 물으면서 전해 달라고 하더라.]

“음?”

[가족 경영보다 더 큰 수익을 제공해 줄 수 있으니 계속 자신들과 거래를 하자고 말이야.]

적지에서 대놓고 그런 패기를 보이면서, 융자를 받았다는 말에 진욱은 쓴웃음이 나왔다.

일단 아성저축은행을 통해 설비 투자를 위한 대형 융자의 떡밥은 물었다.

이제 찌가 슬슬 움직이고 있을 때, 진욱이 챔질을 할 준비를 했다.

* * *

“이 제품입니다.”

“흐으음.”

진욱은 바오룽에서 중국 본사에 ODM으로 제조한 제품을 가지고, 이리저리 굴려 봤다.

동그란 아령 모양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스마트 펫 피트니스 로봇이라고, 사물인터넷으로 원격 조종이 되면서 가운데 있는 카메라로 집 안을 비출 수 있는 제품이었다.

두 번째는 현재 아성에서도 삼정전자를 통해 만드는 제품으로, 스피커형 CCTV였다.

이것 역시 휴대폰 앱을 통해서 음악을 틀거나, 안에 있는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주인이 음성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자동 급여기와 같이 설치가 되어서 물과 사료 조절도 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져왔다는 것은 진욱의 주변에 가입을 한 고객이 다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이걸 전문가들에게 맡겨 감정 한번 해 봅시다.”

“네, 부사장님.”

이 전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장비들을 천천히 챙겼다.

“안 나오면 다행인 겁니다. 하지만 진짜로 ‘그게’ 나온다면… 아시죠?”

“물론입니다, 부사장님.”

진욱은 안 그러길 바라지만, 그것이 나올 가능성은 절반 이상일 것이라 생각했다.

한때 중국산 제품은 과도기적인 저질 품질에서 카피로 시작해 빠르게 기술력에 투자했다.

덕분에 2010년대 초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가성비의 제품들이 곧잘 나오고는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3세계에 점유율을 늘려 가고, 이제는 중국 전자제품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위협론이 나오고는 했다.

하지만 13억의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상태로 해외 수출을 활발하게 할 때, 중국 제품들에 대해 수입사들은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봉착했다.

우웅- 우우우웅-

늦은 밤.

아직 자지 않고 칭얼거리는 아들을 데리고 어르는 사이에 진욱의 주머니에서 큰 진동이 울렸다.

우우우웅- 우웅-

“아이구, 급하기도 해라.”

진욱은 아들을 안고서 토닥이면서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확인했다.

[대표님, 확인했습니다. 역시 예상이 맞았습니다.]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 입이 귀에 걸렸다.

미끼를 물었고, 챔질로 끌어당긴 순간 제대로 걸렸다.

“오케이, 진행시키…….”

“으아- 브아아아-!”

“아이고, 은준아~ 잠깐만, 아빠 톡 하나만 하자.”

계속 몸부림을 치는 아들을 한 팔로 안아서 고정한 다음에, 왼손으로 겨우 톡을 보냈고, 1시간은 더 칭얼거리는 은준이를 달래 준 다음에 겨우 자는 걸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업무에, 육아에 치인 날이었다.

하지만 내일부터 생길 사이다에 웃으면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

* * *

[네, 지금 보도하는 내용은 저희 MBS가 단독으로 취재한 파일입니다.]

“새끼들, 첫 대사부터 거짓말이야!”

9시 뉴스를 보면서 기가 차서 피식 웃는 진욱.

진욱은 3개 방송사와 4개 종편사를 통해서 ‘익명의 제보’를 보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사가 검토 해 보겠다고 하면서 그나마 떡밥을 문 방송국은 MBS뿐이었다.

어쨌건 단독으로 보도를 하니,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IOT, 최근 사물인터넷이라 불리는 제품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들어오면서, 더욱 편한 스마트 시대가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물인터넷 제품으로 인해서 그에 따른 문제도 생기고 있는데요. 최근 한 회사의 스마트 케어 제품에,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백도어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자세한 뉴스, 김성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금부터가 진짜배기였다.

모자이크로 로고만 가려진 제품들은 누가 보더라도 지금 제일 잘나가고 있다는 바이룽 유한회사의 스마트 케어 제품이었다.

[보기에는 평범한 사물인터넷 CCTV, 이것으로 집 안을 살필 수 있습니다.]

예시로 안에서 놀고 있는 강아지가 낑낑거리거나, 하울링, 대소변을 못 가리는 행위를 할 때마다 주인이 제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바로 멈추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 중 일부에는 악성 코드가 심겨 있어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MBS는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저 전문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해 준 것도 진욱 쪽이었다.

대충 전자공학과 교수와 컴퓨터 공학과 교수가 내부에서 제품 확인을 한 다음에 소프트웨어 중 일부 제품에 악성코드가 심겨,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내용.

[스마트폰 시대, 공인인증서 유출과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대란에 이어, 이번에는 사물인터넷 제품까지도 전국민의 주민등록번호와 인적사항이 공유된다는 것은 주의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쐐기타.

[노영문(삼정전자 기술본부장): 저희의 경우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감히 말하겠습니다. 어떤 제품을 가지고 와서 뜯어 봐도 저희는 자신 있습니다. 일부 타 회사의 제품이 문제인 것입니다.]

거기에 따라 삼정전자가 선을 딱 긋는 오피셜까지 나오자, 반응은 굉장했다.

실시간으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그리고 각종 반려견 카페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지금 방송 나온 거 GH텔레콤에서 파는 바이룽 제품 아닌가요?]

[중국산 제품 싸다고 해서 샀는데, 백도어 깔려 있는 게 사실인가요?]

[ㅋㅋㅋㅋ 이래서 마데 인 차이나는 쓰는 게 아니야 ㅋㅋㅋㅋ]

[중국이 또 중국 했네. 이젠 집 안 CCTV랑 사물인터넷에도 백도어?]

파장은 점점 커졌고, 9시 뉴스가 끝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바이룽 공식 계정에서 ‘사실 확인 조사 중’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미 이 한 방으로 그들은 재기 불능의 타격을 입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벌레를 주고, 벼락을 맞은 꼴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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