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29화 (129/200)

129화 중국 애들 무섭네?

[우리 아이의 먹거리! 바이룽이 함께합니다.]

[지금 결제하시면 한 달 내내 영양 간식을!]

서울 펫 국제박람회 이후로 한국에 법인을 만든 바오룽은 무서운 속도로 고객들을 늘려 나갔다.

“이것이 바오룽에서 만든 월 결제 시스템입니다.”

“흐으으음~!”

이정열 전무가 건네준 자료를 보고 진욱은 아이디어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월 15,900원을 결제하면, 강아지의 건강검진을 시작으로 영양에 맞춘 수제 간식 식단을 매주 2회씩, 총 8회 제공한다고 한다.

치석이 있는 강아지라면 그걸 위한 뼈 간식.

노령견들을 위해 침으로 빨아먹을 수 있는 큐브형 간식.

비만 견종들을 위한 통밀과 단호박 등의 채소 간식.

각기 다른 스타일의 간식을 매달 금액을 내면, 아침 일찍 배달을 해 주는 방식이었다.

특히 젊은 원룸 거주층 고객들이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그 덕에 바이룽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부사장님, 저희도 이 시스템 한번 이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일단 검토는 해 보죠. 원가만 맞춘다면 좋은 시스템이긴 하지만…….”

상대쪽에서 좋은 아이디어라면 이쪽도 한번 시도해 보는 게 나쁘진 않았다.

그동안 진욱이 선도한 시스템에 다른 업체들이 많이 따라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일단은 검토해 보라고 한 다음, 진욱이 생각하는 것은 다른 방법이었다.

“일단 우리는 특별 할인전으로 이벤트를 진행합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정량을 조금씩 늘리겠습니다.”

“네? 정량을 늘려요?”

“20그램은 25그램으로, 50그램은 60그램으로, 100그램은 115그램으로 늘리겠습니다.”

어차피 그 정도를 늘린다 하더라도 원가가 그렇게 타격을 입을 건 아니었고, 갈수록 비싸지는 물가에 공산품 양이 적어지는데 오히려 늘려서 판다는 진욱의 계획이었다.

그 외에 상록과 부산, 양산에 있는 세 공장을 풀가동하고, 수제 간식 사업부 연구동을 현 강남사옥 내에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 * *

바이룽 대림 사옥에는 중국어로 전화가 오갔다.

통화를 마친 뒤로 리펑 대표는 여유 있는 얼굴로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번에 상하이에서 추가로 물건이 들어올 거야. 현지 공장 인수 건은 어떻게 됐지?”

“시흥에 있는 공장 두 곳과 협상 중입니다. 그리고, 용인에 있는 YN바이오라는 곳에서 공장 매각을 제안했습니다.”

“YN? 흐으음, 거기가 이번에 펫푸드 사업 철수한다는 그 회사인가?”

“네, 마쓰모토 식품의 기술 이전을 받은 회사입니다.”

“잘됐군, 그럼 그곳도 인수해.”

“是的(네!)!”

리펑 대표는 오더를 내린 후에 느긋하게 시장 상황 그래프를 살폈다.

“별것 아니군. 무주공산에 가까워.”

이미 본사에서 대규모 지원을 받고서 진출한 한국 시장은 그야말로 노다지였다.

중국 주요 도시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성장한 펫푸드 사업으로, 전 세계 수출을 통해서 작년 매출 85억 위안, 한화로는 1조 6천억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바이룽이었다.

“아성펫푸드라고? 거긴 아무것도 아니지. 2년이면 충분히 제칠 수 있어.”

그게 어떤 방법이 되었든간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돈으로 귀신에게도 맷돌을 돌릴 수 있게 한다는 중국의 자본시장, 상대를 이기는 데 모든 수를 쓰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준비하려는 것은 언론 플레이였다.

*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뭐가 나와?”

[시, 식약청을 통해서 벌레가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제보를 받고 조사 중입니다.]

“이런 미친!”

진욱이 벌떡 일어난 순간,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후우-.”

마침 와이프랑 아내가 친정에 가 있을 때 벌어진 일이었고, 진욱은 씻을 새도 없이 새벽 중에도 옷을 대충 걸쳐 입고 1시간 일찍 회사로 출근했다.

안에는 이미 수많은 임원과 고객팀이 여기저기서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식약청 이야기가 나와요?”

“방금 온 연락입니다. 식약청에서 저희 상어연골 수제 간식 제품에서 벌레가 검출되었다고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아니, 제보자는 누구라고 합니까?”

“그것이, 익명으로 제보해서 밝힐 수 없다고 합니다.”

“후우우-.”

진욱은 고객센터장 고원우 팀장의 말을 듣고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제보자를 찾아야 어떻게 합의를 하지.”

“저희도 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고 팀장의 말을 듣자 진욱은 뭔가 떠오른 게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확실히 제보자가 익명이라고 했죠?”

“네, 식약청에서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언론사에 연락 가능합니까?”

“네?”

“신문사하고, 지상파, 종편! 모두 연락해서 혹시 아성펫푸드에 제품에 대한 이물질 나왔다는 제보를 받았는지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아, 네! 바로 연락해 보겠습니다!”

진욱은 초조한 얼굴로 엄지손톱을 짓씹으면서 온갖 시나리오를 생각했다.

“진짜 공익 제보인가? 아니야, 뭔가 이상해. 보통 이런 건에 대해서는…….”

일단 식품에 대한 이물질이 나오면 식약청이 아니라 바로 사진을 찍어서 회사에 보내는 게 대다수의 케이스다.

그렇게 하면 일단 본사에서 대응팀이 가고, 사과와 함께 상품을 제공해서 합의하는 것이 고객들 입장에서도 가장 상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명의 제보자라고 하면서 식약청에 제보하고 연락을 할 수도 있다.

만약에 지금 진욱이 생각한 대로 고 팀장이 언론 제보 확인을 받으면 어째 가능성이 다른 쪽으로 간다.

“일부러 조작을 한 블랙컨슈머…….”

이 경우는 개인이 아닌 경쟁사를 통한 방법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식약청에서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바로 고 팀장이 급히 달려와 진욱에게 말했다.

“부사장님! 알아왔습니다.”

“어떻게 됐어요?”

“인터넷 신문을 통해 일부 제보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상파나 종편이 아니라 포털 뉴스?”

“네, 넷! 그렇다고 합니다.”

“…….”

진욱은 확실히 감을 잡아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일단 다음에 어떻게 나올 줄 알아서 바로 고 팀장에게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하고 반려견, 반려묘 카페… 그쪽 회원 가입한 직원들 두고서 여론 살펴 주세요. 그리고 공식적으로 브리핑하겠습니다.”

“네, 부사장님!”

“이번에 검출된 제품은 전부 부산에서 나온 거죠?”

“그렇습니다.”

“바로 출장 가겠습니다.”

진욱은 발 빠른 수습을 위해서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늘어나는 펫푸드 시장. 하지만, 사람이 이용하는 식품 못지않게 위생이 중요합니다.]

[최근 일부 업체에서 벌레가 나온 것이 제보되어 식약청에서 조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펫푸드 시장이 늘어날수록 위생 문제는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이번 기사는 펫푸드 공장에서 출고한 제품들에 이물질 사례를 보도하겠습니다.]

“젠장할! 빨리도 맡았다.”

포털 기사로 나오던 것들을 지상파와 종편 뉴스에서 하나둘씩 물기 시작했고, 부산에서 자체 공장 시찰을 하고 있던 진욱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부산시청 식품위생과에서도 와서 샅샅이 털었지만, 나온 게 하나도 없습니다.”

“후우-.”

“부사장님, 아시지 않습니까? 부사장님의 철칙으로 인해 위생 문제는 철저하게 했다고 자부했습니다.”

아성펫푸드 부산공장장 양운하 이사는 몇 번이고 억울함을 내비쳤고, 진욱 역시도 이해한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쪽 같아요.”

“경쟁사 작업입니까?”

“가능성이 가장 높죠. 하지만, 일단은 누가 했는지를 모르니까요.”

진욱은 일단 사태 수습을 위해서 입장문을 준비하고 바로 올렸다.

일단은 사과가 아닌 입장문, 그리고 그 옆에 부산시청에서 공장 위생 점검 이후 이상이 없었다는 것을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식약청에서 온 감사였다.

식약청 건만 끝나면 공식적으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될 것이다.

물론 그 동안에 박살 난 이미지를 수습하기 위해 추가 할인과 기존 유통 계약에 대해서도 일단은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 * *

[조사 결과 부산 공장에서 위생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성펫푸드에서 나온 제품에 대한 이물질은 파리 유충으로 밝혀졌으며, 거기에 따른 벌금이 부과될 것입니다.]

벌금은 100만 원.

하지만, 진욱은 이걸 내느니 차라리 대법원까지 가서 소송까지 갈 의사를 밝혔다.

“지랄 같은! 이걸 인정하라고?”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이걸 납부한 순간, 아성펫푸드는 법적으로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온 것으로 벌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진욱은 일단 비상 대책팀을 만들고서 하나하나 준비했다.

“이 건 가지고 유통업체들이 뭐라고 할 게 많을 겁니다. 약점을 잡혔으니 물고 일어나겠죠.”

“부사장님, 그래도 계약은 빠르게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뇨. 최대한 미루세요. 일단 그쪽에서 말도 안 되는 계약을 제안하면 거기에 따라 제 이름 팔고 검토하겠다고 말하면 될 겁니다.”

“부사장님, 대화유통에서는 기존 금액 동결로 추가 연장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그래도 처가가 의리가 있네. 그럼 우선순위로 대화 쪽은 계약하고, 갤럭시아와 우리 회사에 대한 미담으로 보도를 하게 해 주세요. 신뢰를 지키는 건으로 하면 어느 정도 먹힐 겁니다.”

일단은 언론을 통해서 최대한으로 이미지를 돌려야 했다.

그때 회의를 마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정열 전무가 진욱을 찾아왔다.

“부사장님, 이거 아무래도 일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까?”

“또 뭡니까?”

“이거…….”

우우우우웅-

시간에 맞춰서 자동으로 올라온 팝업 기사 한 줄.

[고메코리아. 제품 이물질 검출로 인해 긴급 판매 중단. 상황 조사 중.]

“……!!!”

“지금 이 기사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이거 점점 커질 것 같습니다.”

“X랄 났네 진짜…….”

고메도 진짜로 걸린 건지 어느 쪽에서 작정하고 들어온 작업에 당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건으로 인해 펫푸드 시장이 일순 위축될 것이다.

아무리 정정보도를 해도, 여론이 들고 일어났으니 소비자들은 수제 간식을 좋게 보지 않고 시선을 돌릴 것이다.

아성과 똑같이 고메 역시도 공장 위생시찰을 받으면서 진행되는 가운데, 거기에서 바이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깔끔한 위생, 바이룽 푸드는 고객 신뢰를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국내 최초 고객의 제품 위생 시찰제. 만약 제품 내에 이물질을 발견하고 제보하시면 1억 원을 드립니다.]

간단하게 말해 우리는 깨끗하니, 만약에 우리 회사에서 뭐 엄한 거 잘못 나오면 1억 원을 배상하겠다는 통큰 결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블랙컨슈머들이 악의적으로 이물질을 혼입하는 것은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으니 장난질은 안 통할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건… 이 녀석들 짓 같은데?”

진욱은 이 상황에서 바이룽을 강력하게 의심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심이 현실이 된다면, 이건 중국발에서 오는 기습 타격으로 봐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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