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28화 (128/200)

128화 돌아왔다! 내 전공!

2017년 여름.

예정일보다 한 달 빨라서 양가의 어른들이 모두 몰려 초조하게 지내던 가운데, 진욱은 아빠가 되었다.

“후우- 왜 이렇게 엄마 아빠 고생을 시켰니? 응?”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안아 줘서 확인한 아이를 보자 진욱은 안도했고, 양가의 부모님들은 유리벽 너머로 아기가 울어 대는 모습에 눈물을 훔쳤다.

“하 서방, 그동안 고생했네.”

김승아 이사장과 장인어른이 두 손을 꼭 잡아 줬고, 상만과 원숙 역시도 드디어 생긴 손주에 안도했다.

이후 모두가 산후조리원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제왕절개 수술 이후로 몸을 추스르는 세화가 있었다.

“아, 다들 왔어요?”

“몸은 좀 어때?”

진욱은 아내를 챙기면서 병실을 살폈다.

“불편한 건 없고?”

“여기 완전~ 편해요. 이 부회장님이 진짜 좋은 곳 알려 주셨네.”

범삼정가 산하에 재벌가나 상류층이 전문적으로 이용한다는 J 병원은 이현재 부회장의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것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조산에 난산이 겹쳤어도, 아이와 아내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은준이도 건강하더라. 할애비 앞에서 막 우는데 그것도 얼마나 귀엽던지.”

상만이 껄껄 웃으면서 말하자 사돈댁 역시도 미소를 지었다.

돌림자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해서 가장 대세인 이름들을 보고 작명을 받아서 만든 아들의 이름 하은준.

진욱은 이제 아버지가 된 뒤로 지난 삶, 그것도 남들 보다 배 이상 산 삶을 생각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산후조리 잘해. 아이는 내가 돌볼게. 안 그래도 근처에 방 하나 잡았어.”

“사부인, 그러실 필요 없는데…….”

“아니에요. 제가 손주 키우고 싶어서 그럽니다. 호호호-.”

전문 보모를 고용하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원숙이 고집스럽게 아이는 할머니가 키우는 게 좋다면서 직접 육아를 하겠다는 말에 진욱이 옆집에 전세방을 계약했다.

‘그동안 내가 이 집안에서 산 지도 벌써 10년 넘었지?’

정말 화목한 가정이고, 우애가 끈끈한 집안.

어찌 보면 자신이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가족이었지만, 이럴 때는 약간 고리타분한 면도 있었다.

출산이나 육아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었고, 혹시라도 그래서 고부갈등이 일어나는 거 아닌가 중재를 했지만, 그래도 세화가 잘 넘어가고, 어머니 원숙도 며느리와 아들을 위해 있는 거 없는 거 다 지원해 주다 보니 크게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진욱은 퇴원할 때까지 육아휴직으로 아이와 아내와 같이 시간을 보냈고, 임신 때보다 배 이상의 정성을 쏟았다.

물론 거기에 맞춰 처가인 대화그룹과 아성사료그룹에서 주식 배당금으로 수억씩 통장에 콕콕 찍히니 문제될 건 전혀 없었다.

* * *

“후우, 다들 오랜만입니다.”

“부사장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기분 좋게 아성펫푸드에 출근한 진욱은 무수한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 이제 원래의 본업 업무를 시작했다.

“자, 일단 첫 업무는 서울 국제 펫박람회 준비로 합시다.”

그동안 케이펫 박람회는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서울 펫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그 행사는 양재 AT센터에서 코엑스 전시관으로 옮겨서 그 위상을 계속 늘려 가고 있었다.

“최근 경쟁회사들은 어떱니까?”

“YN바이오가 수제 간식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합니다.”

“……!!!”

진욱은 두 눈이 커지면서, 이정열 전무에게 되물었다.

“정말입니까? 협회에서도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요?”

“그쪽 임원에게 들은 말입니다. 이미 3년간 누적 적자로 축산사료에 집중하겠다고 합니다.”

“흐으음.”

“그래서 이번 국제 펫 박람회 때는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진욱은 이 삶을 살면서 집안 전체에 대해 악연으로 가득했던 YN바이오의 이영남이 물러나면서 이제는 펫푸드 시장에서는 탈락했다.

“고메는요?”

“그쪽도 과도한 프리미엄 집착에 대중화에 실패했다는 게 평가입니다.”

“하긴, 요새 점유율 많이 떨어지긴 했죠. 수익은 준수한 거 같지만.”

한때는 삼파전으로 붙었던 기업들인데, 이제와서는 펫푸드 시장 1위의 자리는 압도적으로 아성펫푸드였다.

그룹 전체를 통틀어서도 확실하게 시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진욱이 시작해서 계속 이어지는 계열사.

“아마도 해외에서 경쟁자 또 올 것 같군요.”

“네?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만.”

“그러게… 오히려 우리가 해외 수출로 가긴 했지만, 딱히 정보 없었는데?”

진영 역시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진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 했다.

“차기 경쟁자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기존 라인업들 한 번씩 체크하시고, 품질 관리에 신경 써 주세요. 오늘 회의는 마칩니다.”

진욱의 말에 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업무를 위해서 움직였다.

단 한 명 진영을 빼고 말이다.

“요새 느긋한 것 같더니만, 뜬금없이 뭔 소리를 하는거야?”

“뭐가?”

“새 경쟁자를 기다린다고? 어디서 정보라도 들은 거야?”

“아니, 상황이 그런 것 같아서.”

진욱은 자신이 예상을 진영에게 말해 줬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확장 안 된다는 거 알았지. 근데 그러고도 고메 코리아 같은 곳이 안착은 했잖아? 그럼 냄새 맡고서 또 다가올 업체들이 있어.”

“그게 지금이라고?”

“딱 타이밍 좋지 않아? 서울에서 펫용품 국제박람회 하고, 거기에 맞춰서 부스 만들고 홍보하면서 적당히 간 보고 그러겠지.”

진욱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차기 경쟁자에 대해서 잔뜩 경계했다.

진영 역시 뜬구름 잡는다고 동생에게 한 소리 했으나, 설명을 듣고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제박람회… 그거 중요하겠네?”

“누나가 지휘해 줄래?”

“왔으니 네가 해. 나 다음 달에 일본 가야 해.”

“…아!”

펫드레스 사업으로 일본에 진출한 뒤로, 아예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반려동물 옷에 대해서 패션쇼도 준비하고 있는 진영이었다.

그래도 각자 사업하고 있는데, 말릴 수도 없고 일단은 출장계 써 주겠다면서 누나를 보냈다.

“후우-.”

진욱은 바로 컴퓨터를 켜고, 현재 펫푸드 시장에서 잘나간다는 기업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미국 쪽은 자체적인 시장에 축산사료 위주에 사업이고, 오밀조밀한 수제 간식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유럽 역시도 고메를 제외하고 올 만한 기업들을 찾아봤지만, 슈투트가르트 박람회나, 파리 박람회, 밀라노 박람회 등을 생각하지 굳이 아시아쪽 시장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일본 아니면 중국이었다.

“아무래도 이쪽에서 치고 올라올 만한 유망한 기업이~ 어디 있을까나?”

진욱은 계속 클릭하고, 자판을 치면서 현지 언어로 된 해외 사이트를 검색했다.

* * *

서울 펫 국제박람회는 전임 시장에 이어 현임 시장이 축사를 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 전 세계를 선도하는 K-펫 시장을 위해 국제박람회 오픈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지만, 저 정치인이 훗날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어서 건성으로 박수만 친 진욱이었다.

그 이후로 1층 전시장에는 아성펫푸드는 업계 1위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듯이 대규모 부스를 중앙에 배치해서 남들의 배 이상으로 제품 홍보를 했다.

“자 한번 반려동물에게 줘 보세요.”

오늘을 위해 특별히 고용한 쇼호스트들은 케네스에 묶여 있는 강아지들이나 케이스 안에 있는 고양이들에게 닭가슴살 훈제 간식을 건넸고, 연신 킁킁거리다가 조금씩 먹는 동물들이 보였다.

“흐음, 확실히 달라졌나?”

“아, 부사장님.”

진욱이 오자 안내부스의 직원들이 일제히 인사했다.

진욱은 아까 반려동물들에게 나눠 준 훈제 수제 간식 샘플을 집고는 냄새를 맡다가 입으로 향했다.

“부사장님, 그거…….”

“사람도 먹을 수 있어야 장사하죠.”

당연한 말이긴 했는데, 그래도 개들 먹는 훈제육포를 임원이 질겅질겅 씹으니까 뜨악해 보였다.

“이거 소형견이나 고양이들에게 줘 봐서 느낀 건데, 너무 딱딱해요?”

“네?”

“큰 개들은 덥썩 먹는데, 작은 애들은 냄새만 맡다가 툭툭 치는 게 씹기 힘들어서 그런 거 같더군요. 이럴 땐…….”

때마침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케이지에 넣고 다니던 손님이 다가오자 진욱은 다른 육포를 하나 들어서 건네줬다.

진욱이 말한대로 킁킁거리며 냄새만 맡다가 울어대는 새끼고양이를 보고 진욱이 그것을 손으로 잘게 찢어서 주자 다시 반응을 보이다가 조금씩 먹었다.

“어머!”

“이렇다니까요?”

진욱이 딱 맞는 예시를 보여 주자 직원들은 곧바로 다른 제품을 꺼냈다.

“고객님, 이것도 한번 줘 보세요.”

이번엔 말랑말랑한 단호박으로 만든 간식을 건넸고, 그것을 덥썩 집어서 먹는 고양이를 보자 주인은 바로 제품을 찾아봤다.

“이건 어떻게 돼요?”

“네, 고객님. 이 제품은 건강식으로 만들어졌는데, 특히 반려동물의 치아에…….”

진욱은 영업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을 보고 웃으면서 다른 곳도 한 번씩 둘러봤다.

몇 년 동안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알만한 업체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 외에 해외 업체들이 간간이 보였지만, 대다수는 굴리는 공이나, 캣타워, 혹은 영양분이 많다고 홍보하는 단미사료 등이었다.

그때 진욱을 보고서 다가오는 한 인물이 있었다.

“닌하오(您好)! 하 라오반(老板)!”

“……!?”

뜬금없이 서울 행사장 내에 들리는 중국어에 고개를 돌리자 그 앞에는 환한 인상의 정장 핏이 좋은 남성이 있었다.

나이는 진욱과 비슷해 보였지만, 포마드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와, 핏을 갖춘 모습은 대기업 영업사원과도 같은 인상이었다.

“아, 저요?”

“인사……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한국시장 홍보를 위해 나온 리펑이라고 합니다.”

공손하게 인사하면서 두 손으로 명함을 내밀자 진욱은 그것을 받아들고 확인했다.

한자로 쓰여 있는 것을 두고 진욱이 물었다.

“유한회사 백룡? 현지어로 어떻게 부르죠?”

“바이룽입니다.”

“아, 바이룽…….”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상하이에서 시작한 반려동물 식품 회사로, 현재 중국 내에서 무시무시하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진욱이 예상한 ‘고메 다음으로 대중성을 위해 진출한 잠재적 경쟁자’ 리스트에 있는 이름이었다.

“상하이에서 여기까지 오시는데 고생 많으셨겠군요.”

“하하하, 아직은 부족한 회사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좋습니다. 서로 윈윈 해야죠. 건전한 경쟁은 도움이 됩니다.”

그의 인사를 받고서 밝은 미소로 다른 곳을 찾으며 걸어가던 진욱은 리펑과 바이룽의 부스가 멀어졌을 때, 표정이 점점 굳어 갔다.

“중국 시장?”

그쪽 진출하는 거 굉장한 규제와 수출입 문제로 인해서 트러블이 장난 아니었는데, 저쪽은 아주 자연스럽게 서울 박람회에 참전하고 대놓고 장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얼마 후 서울 펫 박람회가 성황리에 종료됐을 때, 언론에는 아주 재미난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인구 2억의 시장이 움직인다! 중국 업체들의 한국시장 진출.]

[한-중간 경제 교류에 나온 펫 용품 사업.]

[13억 시장을 움직인 중국발 애완동물 업체가 들어온다! 지난해 11조가 넘는 규모의 중국 업체들…….]

예상은 했지만, 중국 업체 쪽이 자연스럽게 들어오자 진욱은 상하이 아쿠아리움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슬슬 국내에서 경쟁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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