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27화 (127/200)

127화 프리 롤

진욱이 대화손해보험에서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된 뒤, 시간이 지나 임기가 얼마 안 남았을 때였다.

이제는 세화도 배가 상당히 불러서 수시로 친정과 시가 모두 어머니들이 오셔서 돌봤고, 가정부들 역시도 조심조심하면서 혹시라도 불편한 게 있을까 모두가 그녀를 돌봤다.

[하 서방, 당분간은 세화 내가 데리고 있을게.]

“아, 괜찮으시겠습니까? 조만간 제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아니야. 자네가 집안일 잘하고 있는데, 괜히 우리 딸이 예민해서 충돌 있을까봐 신경이 쓰여.]

세화의 어머니이자, 장모님인 김승아 이사장이 이렇게까지 말하면서 출산까지 딸아이를 데리고 있는다고 하자 진욱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 집에 얘기해서 반찬하고, 영양제 많이 보낼게요.”

[그래, 그것만 해 주면 돼. 사부인 손맛이 얼마나 좋은지 입맛 까다로운 애가 정말 잘 먹더라고.]

“하하하…….”

어찌 됐건 일단 산모인 와이프가 친정에 머물면서 편히 태교를 한다고 하니 진욱은 앞으로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시간마다 매일 연락하면서, 실시간으로 아기와 아내의 몸 상태를 살피고 문자와 선물을 친정으로 보냈다.

그렇게 집안일은 어른들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출산을 위해서 아기 옷과 육아용품도 진욱이 전부 쇼핑해서 방 한 곳을 꾸몄다.

그렇게 아이 출산예정일과, 대화손해보험 임원 계약기간, 그리고 추후 아성으로 복귀해서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해서 1인 3개 업무를 무리 없이 처리하게 됐다.

* * *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1년 계약 이후로 이곳을 떠나게 됩니다.”

임원회의에서 한 진욱의 말에 다들 아쉬움이 넘쳐 났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유래 없는 호황을 맞은 대화손해보험이라 내친 김에 본부장부터 대표이사까지 딱 5년만 맡는다면, 정말 삼정화재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진욱이 더 현실적으로 알고 있었다.

“현재 우리 대화손해보험은 치매보험 상품과 펫케어 보험이라는 두 개의 신상품으로 인해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어 시장점유율을 올렸습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단순 지금의 두 상품으로 성장한 건 어디까지나 시장 선점 효과입니다. 벌써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아서 이제는 추격을 당하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반짝이라 하더라도 그 뒤로는 필사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 이사님의 보험계리사 팀으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겠습니다. 특히 손해보험에 맞춰 생활 질병이나, 대물 손해 등에 전문상품을 만들겠습니다.”

진욱은 자신이 떠난다 하더라도 확실하게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는 대화손해보험의 길을 만들기로 했다.

“계리사 팀들 분들이 노력해 주시고, 각 팀별로 아이디어 공모를 받겠습니다. 총 상금은…….”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질렀다.

“1억원, 세후로 보너스 제공하겠습니다.”

“……!!!”

보험계리사 평균 연봉 6천만 원대인데, 상품 공모로 내놓은 금액은 상당했다.

그렇게 상금을 걸어 놓고서 시작하는 대화손해보험의 새로운 파트.

진욱은 그것을 위해서 움직였고, 본인 또한 해외의 상품 사례들을 보면서 자신도 아이디어를 보기로 했다.

* * *

한편 아성사료 내에서는 최근 위기 아닌 위기의 상태였다.

“회사 재무 상태가 왜 이래요?”

“이쪽은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진욱의 부재 이후 본사인 아성사료의 수익이 점점 떨어지는 것에 의해 서류를 하나하나 보면서 아버지에게 계속 물었다.

“아니, 아버지. 이유를 말해 달라니까요? 수출 실적 좋다고 하셨잖아요?”

“이놈이 이제는 아비를 추궁하네? 쯧…….”

상만은 조용히 안방 서랍에 있는 재떨이를 꺼내고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고 불을 붙였다.

“원자재 오르는 것 때문에 지금 죽을 것 같아.”

“수입산으로 해도요?”

“원화 때문에 별 재미를 못 봐. 그 상황에서 구제역이다, 조류독감이다 잔뜩 퍼져서 수요 자체가 줄고 있어.”

가뜩이나 원자재로 인해 공급가도 쉽게 내리기 힘든데, 그 와중에 영세한 축산농가들도 구제역이랑 조류독감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이었다.

“양계장은 죄다 조졌어. 해외에서 긴급 수입한다고는 하는데… 그럼 우리는 더 골칫거리지.”

“수출을 준비하긴 해야겠네요.”

“수출도 잘 뚫려야 말이지. 요새는 진짜 전체적으로 가격 경쟁이 떨어져.”

그로 인해 2년간 계속 제자리걸음 상태가 된 아성이었다.

시가총액 1조를 돌파할 때만 하더라도, 2조의 영역까지는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본사가 이 수준이니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번에 애 태어나고, 대화손해보험 계약 정리하고, 재택근무하려고 하는데… 힘들겠네요.”

“아이고, 그런 소리 하지 말어! 뭐가 됐든 간에 이쪽은 내가 해결할 테니까 너는 강남 쪽 일에 신경 써.”

“그렇다고는 해도…….”

“됐어! 됐어! 이번에 조류독감 건만 해결되면, 농가 사료 공급이야 다시 복구될 거야.”

상만은 그렇게 말하면서 일단은 사내에 쌓아 놓은 현금과 융자로 현상 유지를 하면서 과도기적 상황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공급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진욱은 지금 당장에 개입하기에는 그렇지만, 일단 올해 안에 아성 펫푸드 코스닥 상장화를 성공시킨 다음 아성 내의 계열사를 쭉 돌아보기로 했다.

진욱은 상록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내친김에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요키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 호수공원이 새로 개발된 상태였고, 덕분에 밤 늦게도 밝은 곳에서 많이 뛰어다닐 수 있었다.

* * *

아침 일찍 상록에서 출발해서 넥타이와 재킷을 들고 온 채로 엘리베이터에 탔다.

급하게 나오느라 넥타이도 제대로 못 맨 상태였고, 오자마자 회의실로 들어가 임원 회의를 주최했다.

“아~ 좀 늦었습니다. 회의 시작할까요?”

딱 1분 늦었지만, 멋쩍게 웃으며 임원들에게 사과하고는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이번 상품은… 흐음, 디지털 보험이라.”

“저희 쪽에서 나온 상품 아이디어입니다.”

진욱은 그 서류를 검토해 보면서 하나하나 읽어봤다.

디지털 시스템으로 두툼한 가죽 케이스에 종이 대신 즉석으로 태블릿으로 기획안 서류를 공유하는 자리.

진욱은 손가락으로 터치하면서 태블릿에 써진 자료를 슉슉 넘겼고, 그러면서 그의 눈썹이 들썩였다.

“흐으으음, 이것은…….”

대박이었다.

계리사 기획팀이 만든 안건은 바로 자동차 디지털 보험.

설계사가 전담해서 종이 서류가 오가고, 수많은 싸인을 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스마트폰으로 원 클릭 가입을 하는 시스템은 확실히 편했다.

게다가 청약과 조회의 데이터 처리를 제3자가 처리할 수 있으니 고객이 클릭하고, 신청하면 바로 회사에서 조회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심플한 방식이었다.

간편 청구 방식은 보험을 가입하고도 어떻게 받는지 일일이 가입했던 설계사에게 물어봐서 방법을 알 필요가 없었다.

“또한 GPS 네비게이션을 이용한 특약으로 주행거리에 따른 안전운행 점수를 매겨서 최대 10%까지 할인을 해 주는 방식입니다.”

“흐음, 좋습니다. 이것도 좋은 아이디어네요.”

진욱은 거기에 따른 모든 자료를 좋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이 이사는 신이 나서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 이사님.”

“네, 실장님.”

“이거 바로 대표님을 통해서 상품 설명회 PPT 만듭시다. 완전 대박상품입니다.”

“아,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실장님!”

진욱은 이것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디지털 손해보험… 이때 대화가 시작하긴 했는데, 운좋게 그 아이디어를 내가 검토하게 되네.’

기존의 자동차 손해보험 업계에 큰 폭탄을 떨어트린 디지털 손해보험의 시작이었다.

현재는 안전운행 점수에 따른 특약 할인이 전부지만, 이거 하나로 끝나는 기술이 아니었다.

이후 가입 고객 차량에 단말기를 설치하여 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납입하는 방식.

이 모든 것에 대해 어떤 종이 서류도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시스템의 구축이었다.

진욱은 원래 이 삶을 받지 않았다면, 이것을 승낙할 대표이사가 따로 있겠지만, 그분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자신이 이 이사 팀과 함께 그 안건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그리고 김 회장까지 보는 자리에서 원클릭으로 시작해, 원 클릭으로 끝나는 디지털 손해보험 건은 통과됐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단말기가 필요했는데, 그건 역시 정해져 있었다.

“여보세요? 아, 이 부회장님. 저 하진욱입니다.”

이현재에게 전화 한 통 돌리고, 이번에는 자신이 식사를 사겠다고 나선 진욱.

그리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 진욱은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지분 투자에 대한 제안을 내놓았고, 삼정전자 역시도 쿨하게 합류했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이제는 실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보험. 하지만 아직도 주변 지인을 통한 영업이 계속되며, 청구 방법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은데요?]

[종이 한 장의 싸인 없이, 모든 것을 전자거래로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 청구할 수 있는 디지털 손해보험 상품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과학기술과 관련된 규제들이 완화된 가운데, 이색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것은 GPS를 통해 자동차의 거리에 따른 보험료를 내는 방식의 디지털 보험입니다.]

지상파 3사가 이 떡밥을 모두 물었고, 거기에 맞춰 종편 4곳 역시도 갓 등장한 이 스마트한 사업에 대한 홍보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개발되는 디지털 보험이 적용되면, 앞으로는 수많은 서류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페이퍼리스 사업으로 환경 쪽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있습니다.]

이제 만들고 있는 사업이니 광고라고 하더라도 딱히 방통위에서 제지는 없고, 오히려 공익적 보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진욱은 새로운 상품에 이어,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보험 업계에서 연달아 삼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두 건의 성공, 그리고 100% 성공이 확정된 사업 건으로 인해 1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그룹의 금융사업부 역사상 진욱이 만들어 놓은 업적은 엄청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 * *

“후우.”

늦은 밤.

진욱은 별안간 집에서 나와 조용히 달렸다.

그리고 청담동에 위치한 아성펫푸드 사옥에 도착했다.

상가의 가게들 빼고는 사무동은 전부 불이 꺼져 있었다.

삑-

진욱은 가지고 있는 카드키를 꽂아 안으로 들어왔고,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완전히 꺼진 사무실 속에서 조용히 불을 켜고 걸어가 자신의 집무실 문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드르르륵-

문이 열렸을 때, 청담대로가 보이는 집무실로 들어온 진욱은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후우-.”

그동안 전문 영역도 아니었던 금융 쪽의 파견은 이제 정리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전문 분야에 올인할 셈이었다.

“후우~ 슬슬 준비해야겠지.”

물론 그 전에 휴대폰으로 오늘자 자기 전에 와이프에게 보내는 카톡은 잊지 않는 진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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