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일 좀 하자! 일!
“요사이 나랏일 가지고 이리저리 붙들려 가서 민폐가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실장님!”
진욱은 대화손해보험 이사회에서 심심한 사과를 했고, 임원들 역시 청문회를 생방송으로 본지라 손사래를 쳤다.
“실장님, 정말 달변가셨습니다. 국회의원 몇 명하고 일당백으로 싸우시더군요.”
“했던 말 또 하느라 지겹긴 했지만요.”
여기저기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고, 진욱은 이제 나랏일은 나라의 분들이 알아서 하라면서 다시 사업 이야기에 들어갔다.
“이 이사님, 치매 보험 상품이 금감원 통과됐다고 들었습니다.”
“네, 바로 출시하고, 광고 모델도 구한 상태입니다.”
“네~ 치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뒤로, 거기에 대해서 보장에 대해서 확실히 말할 수 있게요.”
진욱은 자신이 추진한 사업에 대해서 드디어 상품이 출시되자, 판매 전략에 대해 논했다.
“이번에 치매 상품에 대해서는 전문 배우들을 가지고, 유튜브와 TV광고를 모두 할 예정입니다.”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 하나 생각나는 게 있어서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보험 상품 광고에 나올 때는, 보험설계사 자격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네, 그래서 담당 배우에게 보험설계사 시험을 치르게 하고 담당 전문가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금감원에서 내건 2010년대의 법안이었다.
보험 광고가 나올때는 보험의 보장 내용에 대해서 일반인이 설명하는 게 금지되어 있어 관련 자격증을 가진 인물만 가능했다.
그래서 이런 광고의 경우 나이가 있는 중견급 배우들이 광고 출연을 위해 자격증을 따곤 했다.
그렇게 치매 보험이 개시됐고, 진욱은 실시간으로 그 반응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그동안의 고생에 걸맞게 결과는 굉장했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질환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보험회사들의 치매 보험 상품이 유례없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대화손해보험이 출시한 ‘대화 안전치매요양보험’은 출시 이후 첫 달 15만 건의 판매량을 올렸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90만건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화손해보험의 치매 보험 상품 이후로 다른 회사들 역시도 상품을 출시하는 가운데,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완. 전. 대. 박!
딱 네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진욱의 성과였다.
대화손해보험의 임원들은 말단 계리사부터 대표이사까지 내년에 엄청난 보너스를 예약했고, 이것을 주최한 진욱은 김 회장에게 불려 친히 금일봉을 받았다.
그리고 치매에 이어 연타석 홈런은 바로 펫케어였다.
“치매 보험 이후 펫케어 보험이 내년에 나온다고요?”
“네, 금감원 허가는 받았고, 1월 출시 예정입니다.”
치매 보험에 이어 반려동물에 관련된 펫케어 보험도 견종과 묘종별로 보험료 산출이 힘들긴 했지만, 계리사 팀들의 노력으로 인해 어떻게 출시는 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뭔가 재미난 게 생각나서 임원들에게 말했다.
“혹시 이번 펫케어 보험에 대해서도 광고 모델 생각하신 것 있습니까?”
그러자 이 이사나 김 이사 등이 서로를 보면서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얼굴이었다.
치매 때야 신뢰감 있는 전문 탤런트를 썼다 해도, 펫케어는 대상이 될 동물을 캐스팅하지, 담당 모델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진욱은 그 상황을 보고서 잘됐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럼 제가 한번 나가 볼까요?”
“네?”
“제가 직접 강아지랑 고양이 데리고 한번 찍어 보려고 합니다. 마침 집에 키우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흐으음, 실장님. 이미지가… 괜찮으시겠습니까?”
진욱은 그 말에 빙긋 웃으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하진욱 이름 석자를 검색하면서 보였다.
“연관 검색어 보이세요? ‘하진욱 천재’, ‘하진욱 청문회’, ‘하진욱 관련주’ 별의별 게 다 있어요.”
그려면서도 신기한 게 부정적인 태그는 아예 없었고, 자신에 대한 일생 리뷰를 쓰는 블로거들도 대다수였다.
치매 보험과 펫케어 보험 모두 진욱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상품이니, 대박 나고 있을 때 확실히 그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마케팅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광고팀을 준비해서 한번 추진해 보겠습니다.”
말이 추진이지 사실상 진욱을 광고 모델로 만드는 것은 확정됐고, 진욱은 집에 있는 고양이를 떠올렸다.
* * *
“자~ 받으세요.”
“세상에 이게 웬 거야?”
“보너스 좀 받았죠.”
진욱은 세화와 같이 상록 본가에 도착해 어머니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
아버지에게는 새 골프채를 드리고 아내에게는 구두 티켓을 10장 사서 줬었다.
오랜만에 온 진욱을 향해 달려든 요키를 안으면서 이 녀석도 처음 데려올 때에 비해 많이 나이가 들었다며 쓰다듬어 줬다.
“욕 봤다. 국회에서 아주 작정하고 너 조지려고 하더라.”
“이미 끝난 일인데요. 뭐.”
진욱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 그 이후로 별일 없었냐고 물었다.
“최근에 세무조사 나온다고 한다.”
“……!”
국정농단 게이트 특검이 만들어지면서, 아성사료는 태풍을 피해 갔다고 여겼는데, 국세청에서 별안간 세무조사가 들어왔다고 한다.
“진짜 뒤끝 하고는…….”
“세무법인 총동원해서 한번 견적 짰는데, 과소납부로 좀 걸릴 거 같단다.”
“얼마나 내야 하는데요?”
“200억 안에서 끝낼 거야.”
“분기 수익 하나 날렸네…….”
진욱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이번에 대화에서 받은 보너스의 사용처를 결정했다.
“이번에 제가 회사 지분 좀 사들일 게요. 그리고…….”
“그리고?”
“저 파견 끝나고 돌아오는대로 아성 펫푸드도 상장 준비할 겁니다.”
“……!”
“이제 하나하나 준비해야죠. 바로 투자자문 알아 보고요.”
“빠르긴 빠르구만.”
진욱에게 있어 이번 게이트는 그냥 지나가는 일이었고, 거기에 따라서 앞으로는 다시 일을 해야 했다.
일단 세무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그 뒤로 손실에 대해서는 사내 유보금으로 대신할 수 있으니 속은 좀 쓰려도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렇게 진욱은 상록 집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올 때마다 일 이야기 하는 거 지겹지 않냐는 어머니의 말에도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진욱은 강아지를 데리고 ‘조만간에 얘 좀 며칠 맡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 * *
캬아아아악!
으르르르릉-
“쉿! 치즈 안 돼! 하악질 하지 마!”
“요키야. 조금만 참아. 같이 광고 찍어야 한다고.”
세화의 고양이와 진욱의 요크셔 강아지는 케이지를 놓고서 서로의 아이컨택을 하고 조심스럽게 풀어놨는데도 사이가 상당히 나빠 보였다.
원래 개랑 고양이 사이 나쁘다는 이야기야 유명했지만, 이러다가 제대로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 일단 두 마리 다 케어 좀 할게요. 그리고 하 실장님은 대본 확인되셨죠?”
“네~ 네~.”
일단 포털 배너와 신문 광고용으로 쓸 사진부터 두 방 찍었다.
“자, 찍습니다!”
세미 정장 차림에 강아지를 품에 안고서 고양이는 진욱의 발치에서 비비대는 모습으로 여러 장.
그중에서 괜찮은 사진이 나왔을 때, 그 다음은 고양이를 안고서 강아지가 발치에 노는 모습으로 또 찍었다.
고양이가 안길 때 발버둥쳐서 사진이 잘 안 나오긴 했지만, 진욱이 계속 쓰다듬어 주자 무릎에 얌전히 앉아서 그르렁거릴 때 바로 찍었다.
“됐습니다! 사진 잘 나왔고요! 그럼 영상 광고도 바로 찍겠습니다.”
광고팀은 두 마리의 동물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진욱을 두고서 웬만한 전문 CF 모델보다 낫다며 수월하게 진행했고, 세화는 그 뒤에서 누구 남편인지 몰라도 잘 나온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 * *
[우리 아이의 병원비. 비싸다고 치료를 포기하시겠습니까?]
[반려견과 반려묘의 수술 최대 150만 원, 입원비는 최대 15만 원! 지금 바로 우리 아이를 위해 고려하세요!]
능숙하게 대본을 읽고 진행한 광고는 빠르게 끝났고, 진욱은 거기서 받은 광고료에 대해 아내에게 말했다.
“이거 기부할 거야.”
“네? 어디다가요?”
“강원도에 유기견 보호센터가 있거든. 거기다가 지원금 보내려고.”
어차피 그것도 진욱이 만든 것이었고, 강원도지사와 같이 추진했던 지자체 사업은 도지사에게 굉장한 정치적 성공을 안겨 줬고, 진욱 역시도 착한 경영인 이미지를 가진 윈윈이었다.
요새는 대화그룹 일을 하느라 뜸하긴 했지만, 예전엔 시간 날 때마다 자주 간 곳이었다.
“그런 곳에 기부라면… 뭐, 좋아요. 다른데 쓰는 것보다 낫네요.”
진욱이 쿨하게 승낙한 세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이후 2017년의 히트상품으로 준비하는 대화 펫케어 보험은 출시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네, 오늘 이 시간에는 동물 병원에 대한 진료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람보다 비싼 게 동물 진료라는 것. 이제는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는데요? 사람의 의료보험과 같이 동물에 대한 전문 보험이 보험사에서 출시되고 있습니다.]
[대화손해보험이 펫케어 보험을 출시하자 삼정과 동방, HK화재 역시도 앞다투어 관련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뉴스냐 보험사 홍보냐 할 정도의 낮간지러운 면도 있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특히 CEO가 직접 만든 상품을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과 같이 설명하는 1분짜리 광고의 파급력은 굉장했다.
대화손해보험 고객센터에서도 ‘보험 상품 문의하고 싶다.’, ‘믹스견도 가입이 되나?’, ‘특정 견종의 보험료는 왜 이렇게 비싸냐?’ 등의 출시도 전에 엄청난 관심을 끌어모았고, 거기에 따라 SNS에서는 각종 릴레이가 이어졌다.
[우리 아이도 가입하려고 합니다. 올해 7살인데, 관절이 안 좋아서 인공관절 수술 2번 했어요.]
[강아지 혈액검사 한 번 하는데 5만 원이 넘어요. 가입하고 건강검진 자주 시켜야겠어요.]
[10살인 개가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요. 병원비만 엄청나요.]
아이돌, 배우, 탤런트, 아나운서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을 인증하고, 그동안 병원비가 너무 비쌌다며 자기 아이 치료한 것에 대한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다.
그렇게 출시 전부터 2연타석 초대박을 예약한 상품을 두고 숟가락을 올리려는 기업들도 나왔다.
“네, 여보세요?”
[하 실장님? 저 이현재입니다.]
“아, 부회장님!”
진욱은 업무 중에 별안간 삼정전자 부회장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번 청문회 이후 특검으로 인해 바람 잘 날 없어 보이는 삼정이었는데 갑자기 무슨 전화인가 싶어 물었다.
“잘 지내시죠?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하하하, 요새 보험 상품으로 대화손해보험이 잘나가더군요? 펫케어 보험 인상적이었습니다.]
“부회장님도 가입하시겠습니까? 강아지 네 마리 키우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네~ 그건 천천히 진행하기로 하고, 사업 논의를 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삼정에서 자신하고 무슨 사업 논의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호재라고 생각한 진욱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아~ 그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