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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22화 (122/200)

122화 지금 이거 생방송입니다

양 의원은 올해 4월에 열린 20대 총선에 갓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었다.

과거 시민단체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받으며, 재벌 해체와 전 국민 취업 종신고용제를 부르짖는 ‘국민연대’의 전 대표이기도 했다.

그의 눈에 비친 아성사료그룹과 하진욱은 인맥과 로비, 그리고 혈세와 혼맥으로 키워진 전형적인 현 정권의 재벌이었다.

그래서 국정감사에서 당론으로 대화그룹과 인연이 많은 하진욱을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 생방송에서 저자의 비리를 낱낱이 밝힌 다음에 청문회 스타가 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놈이 감히 반격을 했다.

“의원님, 그리고 여기 카메라를 비추신 언론사 여러분. 그리고 이걸 보시는 국민 여러분이 모두 보고 계십니다. 능력에 따른 벼락 출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증인! 저는 지금 아성사료와 정부 간의 수상한 금전 거래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네~ 계속 그쪽으로 가신다면 말하겠습니다. 양 의원님 조카와 이름이 같은 그분의 5급 특채야 언제고 기사가 나올 겁니다.”

[증인, 지금 국정조사와 상관없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네~ 양 의원님에 대해선…….”

[자~ 여기서 위원장인 제가 중재하겠습니다. 증인은 현재 질문과 상관없는 발언을 자제해 주십시오.]

현 여당이자 국정농단 게이트에 국정감사 청문회 위원장을 맡은 김성영 의원이 바로 제지하자 진욱은 한발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양 의원이 쉬겠다고 하고, 다른 의원이 나섰다.

“네, 우리진보당의 윤성하 의원입니다. 제가 질의하겠습니다.”

군소 야당이지만, 그 어느쪽보다도 진보 쪽에 속해 있는 진보당의 의원의 질의가 시작했다.

[증인께서는 최근 3년 전에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회사를 키웠습니다. 그것에 대해 많은 특혜 시비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체적으로 어느쪽으로 특혜를 받았다고 말하시는 겁니까?”

[중소기업 지원책에 대해서 정부 조달에 대한 입찰과 중기청 지원을 계속 받아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점에 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오~ 오~ 아닙니다~ 그건 의원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진욱은 이 순간 이번 청문회는 확실히 이겼다고 직감하면서 테이블 위에 깍지 낀 손을 슬며시 풀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잔뜩 긴장했는데, 겨우 이 정도인가? 이거 완전 정부조직에서 무슨 돈 어떻게 받았는지만 설명하면 되는거잖아?’

농담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 정부 지원책과 지자체의 조례에 대해서는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국회의원들보다 더 잘 알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잘못 알았다고요? 제가요? 어떻게 잘못 알고 있다는 건지 어디 한번 말해 주시죠?]

“네, 먼저 현 국가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소기업에 대한 기업 성장 지원책과 성장 시 거기에 따르는 혜택 종료와 규제에 의해서 중소기업에서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 싫어하는 ‘피터팬 콤플렉스’의 회사가 많이 있습니다. 저희 역시도 한때는…….”

[증인! 본론만 말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먼저 정부 조달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시절에도 배합사료 특허를 저희가 먼저 시작했고, 파충류나 특정 관상어에 대한 특수사료 특허도 저희가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 큰누나 사돈댁인 전남대 바이오 연구소나 대화리조트 같은 곳과 손잡아 필요 수요를 늘인 것도 있지만, 그건 큰돈을 벌기 위해 당연히 한 것이었다.

“국립생태연구소나 해양수산부가 그것을 공고해도 순수 국산 기술은 저희밖에 없어서 그렇게 채용된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하도, 근 2년간의 조달청 납품은 독점에 가까운… 아니, 독점이 맞습니다.]

“그 안에 다른 업체들이 아무도 새 제품을 개발하지 않았고, 저희 특허를 라이센스하는 것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아성이 들어오고, 대화그룹이 뒷배를 봐주니 그쪽이 너무 첫술을 크게 떠서 먹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배합사료에 대해서 그렇게 특허가 다양할 리가 없을 텐데요?]

“오~ 그럼 의원님은 고작 동물이 먹는 사료 따위는 특허도 별거 없는 하찮은 것이라 생각하신 겁니까?”

[그런 뜻이 아니고요! 비아냥거리지 마세요.]

[증인! 태도가 그게 뭐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당신보다 나이 많은 아버지뻘이야! 예의를 좀 지켜!!!]

여기 저기서 의원들이 핏대를 올리면서 소리를 치는데, 진욱은 지금의 이 소리가 ‘게임 X같이 하네!’ 같은 찬사처럼 들려서 그저 멋쩍게 웃었다.

“풋…….”

“……!”

순간 옆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청문회의 기업인이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삼정전자의 이현재였다.

진욱을 보더니 미소 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 사이에 위원장이 다시 좌중을 진정시키고, 진욱에게 슬쩍 경고했다.

그 뒤로 청문회는 말 그대로 진욱의 원맨쇼였다.

분명히 이 게이트의 청문회는 수많은 재벌 회장이 있었고, 이런 자리에서 보기 힘든 삼정그룹, GH그룹, 현기그룹 등의 다양한 오너들이 있었지만, 진욱이 너무 어그로를 화려하게 끌어서 모두가 그에 집중된 것이다.

‘반드시 네놈은 굴복시킨다!’ 라는 말로 수많은 공격이 들어왔는데, 진욱은 하나하나 반박했다.

[중기청 지원을 어떻게 중견기업 공시에도 받을 수 있죠?]

“저희가 다른 기업들과 달리 계열사 분리의 꼼수를 안 쓰고 그대로 직행해서 우수 사례로 격려금 조로 받은 겁니다. 실제로 그거 받느니 중소로 남으면 더 이득이긴 했죠.”

[이 게이트가 최순혜의 딸에 대한 마사회의 승마 지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그때 아성사료가 개입됐어요!]

“경마용 말들 알곡 사료 납품한 것도 개입이라고 칩니까? 그럼 저희는 앞으로 말 사료 안 팔겠습니다.”

[증인과 혼맥을 맺은 대화그룹, 그중에서도 마사회에 속한 김일환 선수에 대해서는 아십니까?]

“결혼식 이후로 만난 적 없습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원한 건 승마용 말들을 위한 특식 사료입니다.”

[증인이 아성사료 시절에 현 여당의 국회의원들 생일이나 경조사에 참여해서 선물을 돌렸다는 것 알고 계십니까? 청구 영수증도 있습니다.]

“제가 돈이나 거기에 상응하는 귀중품을 준 거라면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강아지와 고양이 키우시는 의원님들 반려동물 사료 준 것도 뇌물로 칩니까? 청구 영수증이요? 그거 얼마인지 한번 공개할까요?”

하다하다 3만 원도 안 되는 얼룩말 육포나 돼지뼈 훈제 간식을 정치인 몇 명에게 선물로 주는 것을 트집 잡는 것을 보니 진짜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청문회가 밤새도록 이어지며, 진욱은 몰랐지만, 실시간으로 전 국민이 집중하는 가운데 ‘대체 하진욱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삼정이니 현기니 다 제치고 저 사람에게만 집중적으로 저렇게 털어 대는가?’ 라는 의문이 생기고 있었다.

게다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계속 하진욱이라는 이름이 1위를 굳건히 지켰고, 진욱 역시도 차라리 자신에게 어그로가 몰리니 전경련의 높으신 분들에게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 점점 묻히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 다른 청문회 증인들은 내심 이대로 쭉 가서 끝내 준다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내심 응원했다.

[다함께우리당의 봉은숙입니다. 먼저 저는 두 분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정치 짬밥이 높은 인물이 나오자 진욱은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 이번엔 또 무슨 질문이 나올지 기다려 봤다.

봉 의원은 연신 안경을 고쳐 쓰면서 청문회 ‘철의 여인’이라 불린 날카로운 인상으로 진욱에게 말했다.

[네, 먼저 하진욱 부사장님에게 묻겠습니다. PK바이오에 대해 아시죠?]

“저희가 인수한 회사입니다.”

[얼마에 인수하셨습니까?]

“1천 500억 내외였습니다.”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셨죠?]

“융자와 사내 현금입니다.”

[아~ 그런가요? 거짓말 없이 정말 그렇게 마련해서 회사를 인수한 겁니까?]

그러면서 자료 화면을 보여 주는데, 거기에 나온 것은 과거 삼정의 투자 건.

[삼정그룹의 이원희 회장이 아성사료에 1천억을 투자하셨네요? 그리고 이 금액을 가지고 인수한 회사는 또 삼정물산을 통해 거래를 해 왔습니다.]

“……!”

진욱은 이 이야기를 듣고서 이게 아마 마지막 고비가 될 것 같아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전부터 PK바이오라는 작은 회사를 인수하는 데, 삼정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난 게 이상하긴 했었다.

뭐, 결국은 아성한테 문제될 것은 없었고, 인수 후 1년간 추가 계약을 끝내고 각자의 길로 향했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거래가 아닙니까? 한 회사를 인수하는 데 1천 500억원이 들었다는데, 그중에서 1천억을 삼정에서 받았어요! 그리고 그 회사에 생산품을 모두 삼정에게 수출을 맡겼고요!!! 어디 해명해 보세요!]

“하, 하하하…….”

[옆에 있는 이현재 부회장에게도 묻겠습니다. 증인 역시 저 회사에 대해 아시지요?]

“어, 음… 자세히는 모르지만, 삼정물산과 오래 거래했던 기업인 것은 맞습니다.”

[삼~정 물산입니다. 증인의 승계 문제에 가장 논란이 있었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 합쳤던 삼정건설과 연관이 있고요. 이게… 이게 우연입니까?]

얼추 맞추기는 한 것 같았다.

실제로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지방에 대형 자치단체에 추천받고 지원받는 유망한 중소/중견기업들의 지분을 가지면서 은근슬쩍 자금 흐름을 이어나갔으니까.

물론 그걸 다 밝혀 내야 그게 큰 문제겠지만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이미 인수 이후 정리 문제로 지금은 인연이 없는 회사입니다.”

[네~ 이게 거짓말이라는 게 조사를 통해 나올 거고요. 다시 하진욱 증인, 그래서 당시 PK바이오에 대해 인수하실 때, 이현재 증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진욱은 여기서 슬쩍 이현재를 봤다.

아까까진 여유가 있었으나 슬슬 자신에게도 공격이 오니, 살짝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증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 당당하게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

그 순간 카메라 셔터가 여기저기 터졌다.

[시가총액 400조가 넘는 회사가 1,500억의 이름도 생소한 지방 회사를 인수하는 데, 미리 만났고… 그러면서 이전까지 거래를 유지했다고요? 그 회사 정말 제대로 된 곳이 맞습니까?]

“네~ 지금 그 말 저희 직원들이 들으면 화낼 수도 있습니다.”

[하진욱 증인!]

“그리고 말이죠. 그분이 부산에 계시다고 해서 인사차 뵀지만, 그 당시에 삼정과 관련 있던 게 많던데요? 부산에 있는 레노어삼정자동차, 부산대학교 반도체 학과 지원단, 삼정전자 경남물류센터까지 그때 굵직굵직한 거 많던데요?”

[아니~ 그건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의원님은 뉴스 안 보십니까?”

그 순간 이번엔 참지 못하고 기자들도 웃음이 터졌다.

순간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빽 지르는 봉 의원의 반응에 또 다시 위원장이 중재를 했고, 그러면서 기업인들에 대한 청문회가 끝이 났다.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재벌과 대기업 사이에 커넥션 잡는다더니 이게 뭐냐?’

‘해야 할 질문은 안하고, 뜬금없이 하진욱이란 인간은 왜 불렀냐?’

‘아성사료가 정부에서 수천억 몰아줘서 컸다는 이야기가 맞긴 하냐?’

‘무슨 국감이 조리돌림밖에 안 하냐?’

갖가지 반응 속에서 역효과의 각이 나오자, 원래는 두 번에 걸쳐서 나올 청문회에 진욱은 다음번에는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들었다.

그렇게 진욱은 딱 한 번 등장하고, 다시 대화손해보험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김 회장은 자신이 직접 국정감사에 나오겠다고 선언하여 진욱과 이번 게이트의 인연은 그걸로 끝이났다.

그 뒤로는 진욱도 주변에 특검이나 국세청 걸린 사람들 있으면 법대로 하라는 투로 넘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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