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21화 (121/200)

121화 게이트가 웬 말이야?

진욱은 여느 때와 같이 업무에 치여 살았다.

그날도 집까지 관련 서류를 가져오고 서재에서 일을 처리한 다음 새벽 늦어서야 잠이 들었다.

겨우 눈만 붙이는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잠결에 스마트폰을 진동으로 해 놨는데, 전등을 올린 협탁이 흔들릴 정도로 울렸다.

[우우우우웅-]

“아이… 씨!”

“으으응, 뭐예요? 이 시간에 전화?”

옆에서 잠들었던 세화도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서 짜증스런 표정이었고, 진욱이 전화를 확인했을 때 발신자는 다름 아닌 규완이었다.

“뭐야? 이 형님이 왜?”

진욱이 바로 전화를 받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진욱아!!!]

“아, 형님.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몇 시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큰일 났어. 회사 뒤집히게 생겼다.]

“네?!”

진욱은 잠이 확 깨면서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거실로 나와 물 한 잔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인지 천천히 이야기해 보라고 했을 때, 규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가적으로 게이트가 하나 터졌어. 거기에 우리 대화도 끼어 있다.]

진욱은 그 말을 들은 순간, 달력을 봤다.

그리고 지난 삶에서 있었던 2016년 최고의 이슈를 떠올리다가 한 가지가 기억나는 게 있었다.

“…아!”

이전의 삶은 그저 평범한 공무원이어서, 높으신 분들 고생한다며 넘겼던 일.

심지어는 그 정국으로 인해 정권이 바뀌고 헌법재판소까지 들썩이는 엄청난 사례가 나왔던 일.

진욱은 뒤늦게 그걸 떠올리고 물었다.

“혹시… 대통령 단위의 비리 사건인가요?”

[뭐야? 너 알고 있었어?]

“후우…….”

진욱은 순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을 느끼면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 * *

[네, 지금부터는 저희 JBC의 단독으로 취재한 기사를 보도하겠습니다. 이른바 대통령의 최측근 ‘비선실세’라고 불리는 존재들에 대해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태블릿 PC를 통해 청와대의 기밀 문건이 공개되었으며…….]

대통령이 공직자가 아닌 사적으로 비선 라인을 만들어서 국정을 논했다는 이른바 ‘국정농단 게이트’.

그로 인해 전 언론사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모든 곳에서 연일 새로운 보도가 나왔으며, 그로인해 수많은 연루자가 모습을 드러내 ‘특검’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었다.

대화그룹에서도 긴급회의에 들어가고, 심각한 표정으로 굳어 있는 김 회장이 보였다.

이전까지 언제나 마주치면 조카사위라면서 껄껄 웃던 그 호인은 어디가고 얼굴색이 확 변한 초조함이 가득한 노인만 보일 뿐이었다.

“현재 국회에서 회장님에 대한 국정감사 출석 요구가 나왔습니다.”

“회장님, 이번 건은 출장으로 피하실 수 있습니다. 굳이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비서실과 연계해서 비서실장이 직접 가는 것으로 합의를 볼 수 있습니다.”

진욱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후우~ 이걸 대놓고 편을 들 수도 없고, 어차피 대화는 이때 리스크도 없었는데, 저렇게 나서면 더 역효과일텐데?’

대화그룹이 이 국정농단 게이트에 엮인 것은 두 개였다.

하나는 전경련에 회원으로써, 그곳이 극우 단체에 대한 비밀 후원을 했다는 의혹.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는 승마협회에서 비선실세의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 ‘최순혜’의 딸의 말 지원을 삼정그룹과 같이 지원해 줬다는 의혹이었다.

그리고 특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때 저기에 대해서 굉장한 압수수색을 받게 된다.

진욱은 그 상황을 알고 있어서 일단 가만히 있었다.

‘정면돌파를 해도 대화의 경우는 견뎌 낼 수 있어요. 여기선 오히려 꼼수 쓰면 더 밉보인다고…….’

라는 말을 언제 회장님에게 드려야 할지 각을 재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그룹에 대해서 비상사태가 일어나고 있을 때, 진욱의 본가는 더 큰 폭탄을 맞았다.

*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는 왜?”

“후우, 그러게 말이다.”

진욱은 아성사료그룹이 국정감사에 참여하게 된다는 말에 기겁해서 상록시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 이상으로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뭐 뇌물 바친 게 있다고 국정감사가 나온다는 겁니까?”

“부사장님, 일단 이걸 한번 봐 주시겠습니까?”

상만과 같이 한숨을 내쉬던 김유현 사장이 주는 파일을 진욱이 황급히 펼쳐 보자 그 안에 있는 내용은 그의 눈을 크게 만들었다.

“이게 뭐야? 전경련 비자금 은닉에 우리가 포함돼 있다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아성사료에 대한 정권 내에 급성장으로 예산 몰아주기 지원을 해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미친!!!”

그래서는 안 되지만, 순간 아버지 앞에서 욕이 뿜어져 나온 진욱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진짜 역린을 건드린 짓이었다.

“아니, 우리가 정권에게 무슨 이쁨을 그렇게 받았다고 나랏돈으로 키워 줬다는 말이 나와요?”

“나도 이 이야기 듣고 황당하긴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출두하라는데, 우리 보고서 삼정하고 같이 나오라고 한다.”

“……!”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 작정하고 이번 게이트에 관련된 재계를 전부 친다는 것을 직감했다.

지난 삶의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라서 모르지만, 이제는 그 내막을 알면서 움직여야 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회장님, 제가 나서겠습니다.”

김유현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정감사가 나가야 할지에 대해 자신이 회장 대리로 나서겠다면서 직접 먼저 나섰다.

“김 사장, 그럴 필요 없어요.”

“아닙니다. 저를 믿고 계약을 연장해 주신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해결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회장님과 부사장님은 계속 경영에 힘써 주십시오. 제가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그 순간 진욱은 결심한 듯 외쳤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갈 겁니다.”

“……!?”

“하 부사장, 아니 진욱아!”

진욱은 당당하게 나서면서 아버지와 김 사장에게 말했다.

“어차피 대다수의 사업은 제가 추진해서 이뤄진 겁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그쪽도 아는지 모르는지 회장님을 국정감사에 소환한다는 건 뭘 모르고 하는 거죠.”

결국 아성사료그룹 주요 사업의 핵심은 전부 자신이 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직접 국정감사에 나서겠다.

참여 의지를 확실히 밝힌 진욱은 아버지의 만류에도 나가서 직접 해결하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국정감사에 나서겠다고 응한 다음에 바로 대화그룹 본사로 향했다.

* * *

“회장님, 저희 회사도 이번 국정감사에 참여 요청을 받았고, 부친 대신 제가 갈 겁니다.”

“으으으음.”

“저희에게 엮인 의혹이 전경련 소속의 그룹들의 비자금 은닉 협조와 국가 예산을 두고 일감 몰아주기를 받아 성장했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내가 조카사위 사업을 다 봐왔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우나?”

진욱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조했다.

“뭐, 저희가 나랏돈을 알차게 써 먹기는 했죠. 아마 탈탈 털면 거기에 따른 무슨 로비 내역이 나올 줄 아나 봅니다.”

“허, 참!”

김 회장은 분노의 담배를 연신 태웠고, 진욱은 그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제가 직접 참여해서 저희와 관련된 의혹을 접겠습니다. 이미 그동안 김규완 대표와 있었던 일들도 쥐 잡듯이 캐 나갈 겁니다.”

김 회장은 안쓰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에 새 보험 상품으로 인해서 미래전략실장을 얼굴마담으로 앞세워서 상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런 악재가 생겨서 광고보다 국정감사에 먼저 나올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욱은 정면돌파를 생각했고, 그렇게 국정감사에 대한 자료 준비를 위해 조기 퇴근을 할 수 있었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소환될 재계 인사들에 대해 국회는 전경련과 정부조직에 대한 조사가 있을거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에 참가한 기업 중에는 과거 청년사업가의 대표로 언론에 많은 모습을 드러냈던 아성사료그룹의 하진욱 부사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31세의 나이에 현 대화손해보험 전무로 임명된 하 씨는 그동안의 사업에 대해 국가조직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언론이 사람을 난도질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국가 법상으로 여겨진 지원책을 적절히 이용하고, 총리부터 도지사, 서울시장에 장관까지 수많은 표창을 받아 왔던 그룹을 순간적으로 ‘나랏돈 빼먹은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정정기사를 아무리 요청해도 그때뿐이었다.

“차라리 잘됐어. 생방송 중에 이러는 게 나아.”

진욱은 차 안에서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오늘 국회에서 있을 국정감사에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진욱이 국회에 왔을 때, 이미 바깥에서는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국정농단 철저히 조사하라!], [대통령은 사임하라!], [재벌해체! 비리 척결!] 등으로 수많은 피켓들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

국회에 오니 그동안 봐 왔던 익숙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 * *

[다음은 다함께우리당의 양민선 의원님. 질의해 주십시오.]

수많은 카메라가 돌고,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독기가 가득한 국회의원들이 재계의 인사들을 보면서 갈가리 찢어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진욱 말고도 삼정그룹의 황태자 이현재, 그리고 현기자동차의 정대유 회장, 동방그룹의 김상호 부사장 등이 있었다.

하나같이 모두 국정농단의 주범이라 불리는 최순혜 재단에 후원을 했거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곳들이었다.

물론 진욱은 빼고 말이다.

[네, 먼저 하진욱 증인에 대해 묻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양 의원은 진욱을 향해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올해 서른하나입니다.”

[아주 젊으시네요. 지금, 직책이 어떻게 되시죠?]

“아성사료그룹 부사장 겸, 대화그룹 전무입니다.”

[젊은 나이에 굉장히 성공하셨네요? 동년배들은 상상도 못할 그런 커리어를 가졌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까?”

[동갑내기의 청년들은 아마 하 부사장님을 보고 피눈물을 흘릴 겁니다. 그렇게 생각 안 하십니까?]

대놓고 부정하게 올라갔거나, 아니면 인맥빨로 뜬 놈이라는 것을 내보이는 반응에 진욱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지금부터 한번 이 자리를 뒤집어 엎어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네, 저는 제 능력으로 올라간 것이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나랏돈으로 지원받아 키운 회사에 대화그룹이라는 거대한 인맥을 등에 업은 회사를 운영하시면서 그게 능력이시라고요?]

그 순간 진욱은 이미 여기에 있는 정치인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특히 지금 질의하는 양 의원은 문화위 소속에 있으면서 당시에 문광부 시절에 있던 진욱과 악연이 있는 사람이라 그 약점도 알고 있었다.

[증인은 웃지 마세요!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태도입니까!]

별안간 자신을 비꼬다가 어이가 없어 터져나온 실소를 지적하며 삿대질을 하고 버럭이는 양 의원.

그 상황에 맞춰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모든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진욱은 고개를 저었다.

“아, 불편하게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성실하게 대답하세요.]

“갑자기 제 나이를 두고 벼락출세라고 하시니 생각이 나서 말입니다. 모 의원님이 자신의 조카를 5급 특채로 올려 주고, 예술단체 특채를 해 준 건을 들어서 말입니다.”

[이봐요! 증인! 논점 흐리지 마세요!]

“그 사람도 양 씨였더군요. 저랑 같은 31세.”

그 순간 질문은커녕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하려던 양 의원의 입이 틀어막혔고, 진욱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속 말해 보라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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