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19화 (119/200)

119화 내 능력은 원툴이 아닌걸?

진욱이 던진 두 개의 폭탄.

그것으로 인해 대화손해보험 계리사 팀은 신상품을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우 사장을 통해 대화손해보험의 이야기는 바로 김승열 회장에게도 들어왔다.

“조카사위! 보험 일 할 만해?”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 보이는구만!”

김승열 회장은 껄껄 웃으면서 진욱의 어깨를 토닥였다.

“내 이야기를 들어보니 벌써 그쪽 사람들을 휘어잡았다고 하더구만?”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지나친 겸양이야, 내가 사위는 정말 잘 골랐어. 하하하!”

김 회장은 한번 꽂힌 사람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보이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진욱은 계열사 내에서도 강력한 권한으로 자신의 기획안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한 성과 역시도 모두 안고 간다.

“그래, 요새 사돈도 잘 계시고?”

“네, 그렇지 않아도 그쪽 일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어이구~ 몸 생각해야지? 아무리 본가라고 하지만, 자네 그러다가 큰일 나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저는 제가 운영하는 회사를 키우는 것에 재미를 갖는 타입이어서 말입니다.”

“하하하하! 진짜 내 아들놈들도 사위 보고 배워야 해! 뭐에 몰두하려면 이 정도 열의는 보여야지.”

오늘 여러 번 웃는 김 회장은 신상품 보험 건에 대해서 쿨하게 승낙하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리스크를 가지고 넘어가 줄 생각이었다.

‘이 녀석은 진짜 물건이야. 진즉에 조카딸 넘겨주고 데려오기를 잘했어.’

그렇지 않아도 재벌가에서는 하진욱을 들인 것에 대해서 ‘유능한 건 알겠는데, 급 안 되는 애를 사위로 들이냐?’라는 말도 있었다.

특히 몇몇 그룹은 데릴사위치고는 아까운 녀석이라는 악평까지 들었지만, 그들의 비아냥이 뭣도 모르는 놈들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보게. 내 뭐든지 다 들어주지.”

“정말 말해도 됩니까?”

“이 친구… 뭐가 있나 보구만?”

“네, 본가 쪽 일에 관한겁니다.”

“그래, 뭐가 필요한가?”

“땅이 좀 필요합니다. 수원이 풍부한 곳으로 말입니다.”

“흐음?”

물이 넘치는 땅을 원한다는 말에 김 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리면서 어디 계속 이야기해 보라고 손을 뻗었다.

* * *

얼마 후 진욱은 세화와 같이 본가로 와서 식사를 했다.

“어머님이 주신 반찬 정말 잘 먹었어요. 특히 파김치가 진짜 맛있더라고요.”

“호호호- 입에 맞으니 다행이네. 이따 갈 때 더 싸 줄게.”

아들 내외가 온다고 해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 준 원숙을 보고 진욱은 잡채를 먹으면서 말했다.

“어머니, 요리 실력 좋은 건 알지만, 이제 가정부 몇 명 고용하세요.”

“에이~ 난 그런 거 괜찮아.”

“이제 어머니도 환갑이 넘으셨는데, 힘드시게 혼자 다 하지 마시고, 고용하세요. 제가 지원해 드릴게요.”

이제는 회사의 규모도 커졌는데, 여전히 집안일은 혼자 하는 어머니를 두고서 아들이 제안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냥 이게 편해. 괜히 손가락 까딱거리면서 뒹굴거리는 사모님 소리 듣기도 싫고…….”

가족이 식사를 마친 뒤로 세화가 원숙과 함께 반찬을 싸고 있을 때, 진욱은 아버지 상만과 같이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니, 지금 파견 간 보험 일이나 열심히 하지 뭘 또 이런 걸 준비했어?”

“보험 상품을 제가 만듭니까? 그 밑에 계리사들이 준비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한번 검토해 주세요.”

“으으음…….”

지난날 아마조나에서 받은 E-북 태블릿으로 기획안을 가져와서 보이자 상만은 터치 스크린으로 하나하나 넘기면서 천천히 읽어 봤다.

진욱은 그것을 읽는 아버지에게 앞으로의 기획에 대해서도 말했다.

“일단 대화에서 회장님이 적절한 부지를 알아봐 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자금에 대해서는 우리 쪽에서 일부 준비하고 나머지는…….”

“큰집 가려고?”

“네, 그래야죠.”

요새 별로 만나지 못했지만, 언제나 비상 융자 건으로 도움을 주시는 곳이었다.

게다가 진욱을 통해서 대화건설과 협업을 해서 베트남과 중국 상하이 건설건으로 인해 해외 입찰에도 적극적이 되다 보니 이제는 아성사료와 아성금융그룹 둘을 합치면 웬만한 대기업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체급이라는 게 빈 말이 아니었다.

“흐음,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으마.”

“네, 그래요.”

“내년쯤에 논의하면 되겠지?”

“네? 지금 할 건데요?”

“뭐야!?”

상만은 잘못 들었나 싶어 아들을 봤지만, 진욱은 단호했다.

“이걸 가져왔다는 건 이미 계산 다 끝냈다는 거죠. 그런 의미로 오랜만에 상록본사 임원회의도 참여할까 생각했고요.”

“야, 이 녀석아! 너는 그냥 대화 쪽 집중하라니까 뭘 그리…….”

“아니요. 이것도 대세를 보면 지금 해야 돼요. 그래서 미리 빌드업을 지금 준비하는 거고요.”

어차피 진행은 자신이 한다.

지금의 대화그룹 일도 빡세긴 하지만, 그 사이에 또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새로운 기획안을 만들고 신사업을 준비하는 걸 보면 진짜 워커홀릭도 이만한 워커홀릭이 없었다.

“후우~ 내가 언제 네 말 안 들은 적이 있었냐? 하지만 말이다. 이건 진짜 네 몸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너무 혹사야.”

“뭐, 그렇게 보이나요?”

“지금 너 보면 뭐에 쫒기는 거 같이 급하게 처리하려는 게 너무 많아. 늙은이 기우로 보이겠지만 말이야.”

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 줄 알아서 이해는 하지만, 진욱은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몸 상태야 뭐, 고기 좀 많이 먹으면 돼죠. 요새 운동도 잘하고 있어서 건강검진에서 문제없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고, 짜식 고집은 진짜… 그래 알았다. 한번 준비하마. 대신…….”

“네?”

“상록으로 내려올 필요는 없다. 화상 통화를 하건 뭐건 그냥 거기서 받아.”

“아, 네. 그러죠.”

강남 사옥이야 거리가 가까우니 그냥 차로 슬쩍 다닐 수 있지만, 상록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그냥 화상 통화를 통해 회의를 하자는 말에 진욱 역시도 수긍했다.

그렇게 상록의 고향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진욱은 바로 대화손해보험 건과 아성사료의 새 사업건을 가지고서 기획 보강에 들어갔다.

김 회장과 아버지에게 승낙을 받고 마지막으로 큰집에 연락했을 때, 사촌형인 진성이 직접 찾아왔다.

“진짜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언제나 같이 고급 위스키를 가져와 집에서 딴 진성은 한 잔 마시라고 준 다음에 술상의 음식들을 보고 흡족해했다.

“제수씨, 이거는 별거 아니고 처음 집들이를 와서 선물로 가져온 건데…….”

“어머, 이게 뭐예요? 으흐으음~ 향 좋네요.”

고급 캔들 세트를 보고 싱글벙글하는 세화와, 안주인이 만족하니 미소를 짓는 진성이었다.

“아버지가 지금 베트남 공사 건으로 거의 한국에 안 오셔. 사실상 내가 다 맡고 있다.”

“흐음, 일단 메일은 확인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리고 다른 반응에 대해서도 좋고.”

진욱이 내건 사업.

그것은 바로 ‘양어장’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태블릿에다가 파일 담아서 확인해 봤거든? 이건 진짜 지금 사업일 때 괜찮아 보인다.”

양어장 사업의 주 목적은 비단잉어와 금붕어였다.

둘 다 동네 수족관만 가도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종류, 하지만 그래서 그 가치에 대해 국내에서는 저평가가 심했다.

“나도 출장가면서 계속 생각한 거거든. 그쪽 장난이 아니더구만.”

일전에 진욱이 드라마 촬영 PPL을 할 때, 한국에서는 마당에 연못을 만들고 값비싼 관상어들에게 먹이를 주는 건 생소한 문화라면서 새장으로 대체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나 일본, 인도까지 아시아 시장 부자들의 전통적인 문화로 국내에서도 슬슬 생겨나는 시장이었다.

“관상어 시장이 세계적으로 20조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수입산이 85%야. 그나마도 값싼 열대어나 싸구려 금붕어지.”

“으음, 품종에 따라서 한 마리에 3천만 원 하는 비단잉어가, 동네 수족관에서는 5천 원도 안하지.”

“그게 전부 다 사육하고, 우량 품종 개량을 안한 것들의 차이지.”

지금 시작해서 5년 정도면 확실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고, 지난날 어분 사료를 위해서 양어장 일도 직접 해 봤던 진욱이었다.

“그리고 이게 시너지가 좋은 게, 내가 아쿠아리움 사업도 하고 있으니 민간 분양과 테마파크 분양 둘 다 쓸 수 있어.”

“좋아, 이건 확실히 투자 가치가 있어.”

큰아버지 대신 자신이 승낙하고서 융자를 허락해 주겠다고 선언한 진성.

하지만 거기에 따른 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럼 나 대화랑 자리 하나만 만들어줘.”

“음? 대화그룹?”

“지금 대화 금융사업 쪽에서 우리도 협상을 준비하거든? 대화저축은행하고, 아성저축은행 상호 지분 교류.”

진욱은 그 말을 듣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큰집에 던져 줄 사업으로 대화와 협력사업을 준비한 게 있는데, 자연스럽게 매칭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형님, 그건 진작에 준비했어. 안 그래도 큰건이라 큰아버지 뵈면 직접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뭔데?”

“방카슈랑스랑 GA.”

“……!!!”

진욱이 말하는 것을 모두 알아들은 진성은 뺨을 긁적이면서 식은땀이 한 방울 났다.

“하… 하하… 너는 진짜…….”

“계획이 다 있지?”

이때는 개봉 안 한 유명 영화의 대사를 자연스럽게 따라한 진욱은 그 제안을 두고서 대화그룹 금융담당 본부장의 명함을 건네줬다.

“안 그래도 이야기해 뒀으니까 한번 만나 봐. 기획하고 매칭은 하지만 협상 내용은 형에 따라 달린 거지.”

“그, 그래. 이 정도만 해도 정말 고맙지.”

방카슈랑스는 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 시스템으로 은행을 통해서 관련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 판매 및 영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전까지는 이게 1금융권만 가능해서 대형 은행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재경부에서 규제가 풀려 ‘저축은행도 방카슈랑스 허용’을 선언했다.

물론 규제 해지 이후로는 대다수의 저축은행이 이전의 연쇄 뱅크런 사태로 인해 현상유지에 급급해 큰 성과가 없다고 시큰둥해했지만, 오히려 그것을 노리고 급속도로 성장한 아성저축은행의 경우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안 그래도 건설과 같이 병행하는 회사인지라 현금이 언제나 필요했는데, 좋은 캐쉬카우가 될 것이다.

그리고 GA.

제너럴 에이전시(General Agency)의 약자로 한국말로 하면 ‘보험대리점’이었다.

삼정화재, 삼정생명, 대화생명, 대화손해보험, HK화재, 동방화재 할 것 없이 모든 보험사들과 계약을 맺고 여러 상품을 판매한 다음, 수수료를 떼는 형식의 사업이다.

단점으로 유지율이 힘들다는 게 있지만, 잘만 운용하면 유능한 설계사를 많이 고용해서 백화점 상품같이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여러 상품을 골라가면서 비교하며 하나씩 가입할 수 있다는 거다.

“아성금융그룹인데, 이제 보험도 취급하고 카드도 제휴해야지. 그래야 계속 성장할 수 있지 않겠어?”

“그래, 진짜 고맙다.”

“어때? 이 정도면 우리 사업 융자에 대해서 충분히 허가 가능하지?”

당장에 이 기획안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도 될 제안이었고,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콜을 때린 진성.

덕분에 아성가와 대화가는 좀 더 각별한 상황이 되었다.

물론 그 뒤에는 김 회장에게 전권을 잡은 진욱이 이리저리 다니며 개입을 하고 양가의 매출을 비약적으로 올리는 배경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