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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18화 (118/200)

118화 네거티브 다음은 포지티브

동방화재 갑질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진욱은 테헤란로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그 광경을 전부 봤다.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더군요. 협상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진욱의 말에 여론을 주시하던 이한국 이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실장님께서 동방화재 인턴 경력직 채용을 말하셨을 때, 사실 좀 염려됐습니다.”

“네, 그러신가요?”

“하지만 지금은… 네, 단기간으로 효과도 좋고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어찌 됐건 고용지원금까지 대화그룹의 이름으로 예산안을 내고, 그들을 지원해 준 결과 동방화재의 대다수 고객을 이쪽으로 끌어왔다.

돈값은 한 것이었으며, 덕분에 작은 회사를 운영하던 사람이라 뭘 모른다고 뒤에서 수군거렸던 임원들도 모두 입을 틀어막았다.

진욱은 현재의 사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다음 건에 대해 준비했다.

“일단 우리보다 위에 있는 회사들의 악재로 올라갔지만, 이런 방법이 계속 통하진 않을 겁니다.”

이번 일은 말 그대로 언론을 통해 알게 되고, 거기에 소비자 불만까지 극에 달해서 우연이 겹친 일.

진욱은 두 번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일단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네, 이제 설계사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신상품 개발 대한 중요성이 있습니다.”

진욱의 말에 이 이사가 거들고 다른 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올해 안에 신상품 한번 만들어 보고, 관련 안건을 대표님께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진욱의 말에 모두들 새로 준비할 것을 두고서 결속력을 다졌다.

* * *

“자, 한잔 받으세요.”

“아, 네.”

진욱은 대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우승학 사장과 식사 자리를 가지고 술 한 잔을 받았다.

나이 차이는 거의 아버지뻘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는 고용된 대표이사 사장과 회장의 조카사위인 기획실장의 자리다 보니 상호 존대가 오갔다.

“보험 일 힘드시죠?”

“아닙니다. 저는 그냥 있는 대로 일하는 스타일이어서요.”

“하하하, 네, 저도 실장님이 하시는 스타일을 지지합니다.”

“대표님께서 모두 허용해 주신 일이니 가능한 거지요.”

일단은 칭찬이 오고 가면서, 훈훈한 분위기.

그리고 진욱은 거기에서 대화를 슬슬 빌드업하다가 현재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무래도 새로운 보험 상품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허, 뭔가 생각하신 것은 있으십니까?”

진욱은 여기에서 많은 준비를 했었다.

지난 과거의 삶에서 금감원 시절에 보험사에서 내놓은 보험 상품에 대해 심사를 했던 게 본인이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어떤 보험이 주목받고 어떻게 대세가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이걸 알아서 다행이야. 우리나라 보험사 상품은 그때 다 봤거든.’

진욱은 그것을 알고서 곧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두 가지 상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났군요.”

“네?”

우 사장은 빙긋 웃으면서 잔을 쭉 비우고는 진욱에게 말했다.

“그대로 진행하세요.”

“네? 아니, 저… 그 상품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드려야 이해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진욱의 말에 우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자기 생각을 말했다.

“이미 회장님께서도 미래전략실이라고 만들어 밀어주시는 팀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결제를 하고 책임을 지는 겁니다.”

“……!”

우 사장이 말한대로 기획은 진욱이 하지만, 책임은 대표이사인 그에게 돌아간다.

그것에 대해서 강조를 하면서 마음껏 하라고 하는 우 사장에게 진욱은 술잔을 들다가 쭉 들이켰다.

“대표님.”

“네, 실장님.”

“제가 원래 술을 잘 먹지 않지만, 오늘은 좀 마셔야겠습니다.”

“아하하하…….”

“그리고 지금 제가 기획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래야 사장님도 무슨 일인지 아시고 결정을 하실 게 아닙니까?”

“실장님, 그 기획은 그러니까 굳이 말씀 안 하셔도…….”

“아니요. 저는 이런 것은 꼭 결재하시는 분에게 설명해서 이해를 시키는 스타일입니다.”

진욱의 의지에 우 사장은 빙긋 웃으면서 새 잔을 채워 줬다.

“좋습니다. 그럼 이 자리는 술을 마시면서, 내일 아침에 바로 회의에서 이야기를 들어보지요.”

“아, 네. 여기서 말하는 것보다는 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게 낫겠군요.”

진욱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인정하면서 잔을 부딪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진욱은 그 자리에서 ‘안 취했으니 괜찮다!’라면서 그동안 만들던 ‘새 보험 상품 기획안’을 끝끝내 완성시켰다.

* * *

다음 날.

대화손해보험의 임원들이 모두 모였고, 그중에서 진욱이 신경 쓰는 사람이 둘 있었다.

먼저 첫 번째는 어제 술자리를 가진 우 사장.

진욱이야 한두 잔 마신 걸로 끝내고 바로 음료수를 마셨지만, 우 사장은 한정식집에서 혼자 소주 여러 병을 비우고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상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김윤성 이사였다.

그는 보험 상품을 만드는 보험계리사 출신 임원이었다.

계리사는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서 모두가 손해 보지 않게 보험을 계산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사람들로, 이 사람들이 만든 것을 금감원에 등록해서 심사를 했던 게 진욱의 과거 일이었다.

“오늘 자리에는 새로운 보험 상품에 대해서 논의를 하겠습니다.”

이 이사의 말에 진욱은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먼저 손을 들었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우 사장을 입을 빌려서 발언권을 줬고, 진욱은 바로 두 가지의 제안을 내놨다.

“아, 잠시만요. 일단 여기 의자 좀 치워 주시고… 오늘 회의를 위해 준비한 자료가 있는데, 곧바로 단톡방에 올리겠습니다.”

진욱은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서 단체방에 자료를 올렸고, 하나하나 올라가는 것을 본 임원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진욱은 이 자리에서 금감원 시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상품 두 개를 자신의 식으로 어레인지한 것을 내놓았다.

“맨 처음으로는 치매 보험입니다.”

“치매…….”

“으으음…….”

진욱이 ‘치매’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들 떨떠름해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전까지 질병 보험에 대해서는 암, 뇌졸중, 심근경색이 대다수였고, 그 외에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파절로 생기는 치아 보험 정도였다.

그리고 치매에 대해 국가 복지에서도 중요성이 생긴 것은 지금부터 3년은 더 지나야 나오는 2019년.

어떻게 보면 그 당시의 붐을 진욱이 직접 보험 상품 평가를 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먼저 치매 보험은 현재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면서 요양원에 대한 부담감과, 사회적인 인식으로 인해서 기피하는 경향의 고객들을 노리는 것입니다.”

“치매를 보험으로 한다면, 기존의 암, 뇌, 심장처럼 일시불 진단금을 주는 것입니까?”

“그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계리사 출신인 그 김 이사가 바로 반박했다.

“하 실장님, 현재 보장성으로 할 수 있는 암, 뇌, 심장질환에 대해서도 병원에서 말하는 단계로 거기에 맞춰 보험금을 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치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정말 다른 상품입니다. 이것을 보상할 때 회사의 리스크가 굉장히 클 겁니다.”

진욱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이 금감원 시절 평가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것을 보고 사람 생각하는 건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우선 치매 보험의 개념은 흔히 깜빡깜빡하는 경증 치매, 그리고 정말로 심신미약인 중증 치매로 나눕니다. 그리고 경증 당시 진단금을 주며, 중증 시 매달 요양비를 주는 방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요양비요?”

“네, 제가 대화손해보험에서 수많은 상품을 봤는데, 특히 암과 뇌졸중 질환에 대해서는 진단금 이후로 중증 시 매달 몇십만 원씩 요양 급여를 지급하더군요. 치매도 그런 식으로 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자 몇몇 임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김 이사는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주산식 계산을 하면서 빠르게 리스크를 잡았다.

“현재 생명보험이고, 손해보험이고 암, 뇌, 심장… 넓게 보면 치아와 외상 보험 없는 곳은 없죠. 그래서 새로운 상품을 기획했습니다. 치매 요양 보험은 아마 중장년층에서 큰 반응을 얻을 겁니다. 특히 누적식 해지환급형과 비환급형 사이에서 적절히 계리사 분들이 조정을 해서 상품을 만든다면 말이죠.”

누적해지환급은 자신이 낸 보험료를 일정 년수가 지나면 쌓여서 해지 시에 해지환급금으로 받을수 있는 보험, 그리고 비환급은 그런 거 없이 싼값에 보험 유지하며 해지해도 아무것도 없는 거다.

그것까지 말하자 임원들의 눈은 이쪽 관련으로 굉장히 많은 것을 준비했다면서 경외하는 게 보였다.

“이건 좋아 보이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군요.”

거기에 우 사장이 토스를 받아서 대표이사도 괜찮은 상품이라고 인정하니 여기에서 이걸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보험 상품을 만드는 실질적인 책임자인 김 이사도 수긍하고서 진욱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치매 질병과 요양 급여 보험 상품에 대해서 계리사 팀을 통해서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네, 수익 증대에 좋은 상품이 될 겁니다.”

거기에 맞춰 우 사장이 다음 상품에 대해 바로 물었다.

“하 실장님이 두 가지 상품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럼 두 번째는 뭔지 알고 싶군요.”

“네, 이것도 한번 단체 사진으로 보내죠.”

진욱이 두 번째 자료를 모아서 보냈고, 여기저기서 진동과 ‘까톡!’소리가 나면서 임원들이 확인을 했을 때, 첫 번째도 놀랐지만 이건 더 큰 건이었다.

“시, 실장님. 이건…….”

“말이 됩니까? 이걸 누가 가입하겠습니까?”

웅성거리면서, 첫 번째는 이해해도 지금 보낸 것은 무리수라고 반응을 보이는 임원들.

하지만 진욱은 단호했다.

“두 번째 상품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마이크 옆에 놓인 물을 따라서 한 잔 쭉 들이켠 다음 목을 풀면서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여유를 보이는 진욱.

“먼저 운을 띄우자면 저는 경영으로 8년 이상을 했지만, 그 대다수가 반려동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저보다 기업 경험이 오래되신 분이 있겠지만 이 분야는 제가 더 잘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사설을 굉장히 길게 하면서 진욱이 밀어붙인 사업.

그 두 번째는 바로…….

“반려동물 건강보험을 정식으로 제안합니다. 이것은 기존의 사람들의 병원이 아닌 수의사협회와 동물병원을 통해서 논의를 할 사업. 하지만, 그만큼 가입할 고객이 많을 겁니다.”

“하 실장님!”

이 이사, 김 이사, 그리고 다른 이사도 놀라 외쳤지만 진욱은 이런 반응을 알았다는 듯이 우 사장을 슬쩍 바라봤다.

“자~ 다들 진정하시고, 하진욱 실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우 사장이 정리하자 진욱은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한국에서 살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해서 나이 들면 2년마다 무료로 혈액부터 엑스레이까지 건강검진을 할 수 있습니다.”

“…….”

“혹시 이 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 계십니까? 그리고 그 가족같이 키운 애들 한번 동물병원에서 검사받는 데 얼마인 줄 아는 분 계십니까? 단순 피검사가 평균 5만 원대고, 엑스레이까지 찍으면 10만 원 우습게 넘어갑니다.”

아무리 언론에서 반려동물가구 천만 시대, 향후 그쪽 시장이 몇조 원이 될 거네 해도 정작 동물 치료에 대한 동물권은 미비한 게 지금의 한국이었다.

진욱은 그것을 노리고서 보험업계에 파견 나왔을 때 기회라고 생각하고 안건을 올렸다.

“정말 가족같이 생각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 이것도 치매 이상으로 먹힙니다. 아니, 오히려 중장년층에는 이 둘이 굉장한 시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에 파견을 와도 결국 근본의 반려동물 사업은 잊을 수 없다는 듯이 던진 동물 관련 손해보험.

진욱이 내뱉은 이 두 안건에 대해서 대화손해보험은 마라톤 회의에 들어갔고, 결국은 둘 다 통과됐다.

그 보험 상품을 만드는 보험계리사들은 죽어 갈 소리가 들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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