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12화 (112/200)

112화 대체 계약

아성사료그룹 팀은 약속시간에 맞춰 하니마트 애틀란타 지점으로 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담당 MD가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니마트 남부 총괄본부장 앨런 조라고 합니다.”

진욱은 표 지사장과 같이 하니마트 담당자인 앨런 조를 만났다.

유창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한 앨런 조를 보고서 진욱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성 사료 그룹의 하진욱입니다.”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부사장님의 제품은 저희가 매우 잘 사용했습니다.”

“하하하하, 저는 미국에서 사업 이야기를 하니, 영어를 준비했는데 한국어로 이렇게 대화하니 한결 편하군요?”

“아- 그렇게 말해 주시니 계속 한국어로 대화해야겠군요.”

미국 남부에서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어로 미국 사업 이야기를 한다.

진욱은 오히려 더 편하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와서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그때 전체 납품 거절했던 건 좀 심했어요.”

“하하하, 그때 일은 유감입니다. 당시에는 전국 매장에 납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들어서, 일부 매장의 이벤트 상품 전시 빼고는 협상이 어려웠습니다.”

지금 앨런 조가 말할 때는 공장 내에서 아주머니 수십 명 데리고 수제 공방으로 만들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니 진욱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뭐, 이후로 미국 시장 진출을 하는 데 하니마트가 적극적으로 계약 의지를 보였으니 저희는 적극적으로 사업 이야기를 논의하고 싶습니다.”

표 지사장이 대화를 다시 이어 나갔고, 이야기는 두 사람이 세부 조율을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그 상황에서 진욱은 느긋한 얼굴로 하니마트와 아성사료 미국 지사장의 대화를 지켜봤다.

협상은 딱히 진욱이 태클을 걸 필요가 없었다.

두 회사 사이에 적절한 가격과 협상으로 끝을 맺었고, 마지막에는 진욱이 직접 일어나 박수를 칠 정도였다.

“그럼 이렇게 계약하여도 되겠습니다.”

“네, 그래도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순간 앨런 조가 진욱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 자리에서 하진욱 부사장님이 아무 말을 안 하시는 걸 보니 저희의 계약 내용이 무척이나 맘에 드시나 봅니다?”

“앗, 아앗… 부사장님?”

“아니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남은 조율 계속 두 분이 이야기하세요.”

이번 이야기는 미국 지사에서 해결하라는 투로 진욱이 손짓하자 머쓱해하는 표 지사장이 앨런 조와 협상을 마쳤다.

이후 아성사료와 하니마트의 계약 승낙으로 서로의 악수를 할 때 앨런 조는 진욱을 보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둘 다 윈윈해야죠.”

그러면서 앨런 조는 악수와 함께 포옹했다.

갑작스럽게 남자가 포옹하는 상황에 진욱이 흠칫했을 때, 그가 귓가에 속삭였다.

“잠시 따로 대화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진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담배나 한 대 태우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시죠.”

“아…….”

진욱은 표 지사장이 금연한 것을 알아서 웃으며 나올 필요 없다고 손을 뻗었고, 조용히 앨런 조를 따라 나갔다.

마트 내에 있는 흡연실로 향했을 때, 진욱은 유리 벽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물류 트럭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여기는 5분 늦었다고, 대금 안 주고 그런 건 없겠죠?”

“하하하! 저흰 W마트가 아닙니다. 그런 식의 상도덕이 없는 경영은 안 하죠.”

앨런 조의 말을 듣자 진욱은 피식 웃으면서 니즈를 맞춰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국말로 이렇게 대화하니 참 편하군요.”

“저도 한국 사람이니까요.”

“네, 모두가…….”

“아니요. 서울 출신인데, 미국에 와서 이곳 MD를 맡은 겁니다.”

“……?!”

“저 재미교포 그런 거 아닙니다.”

“아, 아… 그,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라 정말 한국분이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처음 계약 논의로 연락할 때와, 이곳에 와서 이야기할 때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사업하는 사람치고는 네이티브로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도 취업비자로 미국에 온 한국인이라고 한다.

진욱이 그 이야기를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자 앨런은 또 한마디를 했다.

“사실 말입니다. 저희가 이번 거래를 하면서 그분이 많이 추천하셨습니다~?”

“네? 그분이요?”

“박 사장님이라고 하면 알 거라고 들었습니다.”

“…흐음, 어떤 박 사장님이죠?”

“중안물산의 박 사장님을 말하는 겁니다.”

진욱이 일부로 한 번 모르는 척했지만, 바로 그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뺄 것도 없이 바로 말했다.

“아, 네. 그분 저희하고 많은 거래를 했죠.”

“그러면 그분이 뭐 하시던 분인지 아시겠군요?”

“하하하…….”

진욱은 그 사람이 말은 안 했어도 정체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 어물쩡 넘기려고 했다.

“그분이 예전에 공무원이었다고 하더군요. 방위사업청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요직은 다 거쳤대요. 미국에서도 당시 국방무관하고 연이 있어서 퇴직 후에 사업하는데 잘 먹힌다고…….”

‘그 양반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포장했나 보구만.’

진짜 국정원 블랙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국방무관들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정도의 해외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인물이라는 건 확실했고 그 인맥과 정보로 상사맨을 하는 것은 알 것 같았다.

“사실 저희가 한인마트로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W마트 같이 메이저는 못 됩니다. 단지 좋은 제품을 파시면서도 미국에서 잘 퍼지지 않아서 저희가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네, 네~ 결국은 서로의 이야기예요.”

“아무쪼록 미국에서 부사장님의 제품이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니마트도 W마트처럼 커야죠.”

“하하하, 감사합니다.”

진욱은 담당자 앨런 조와 악수하면서 거래를 수월하게 끝냈다.

이후 거래는 담당자들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었고, 진욱은 하니마트와의 계약 이후로 바로 시애틀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일단 하니마트 이후로 카스트코는 진짜 까다로울 것 같네요.”

“으음, 제가 자료는 전부 모았습니다만…….”

진욱에게 거래 이야기를 듣고서 바로 카스트코에 대한 자료와 거래할 때 다른 업체들의 수수료와 그쪽의 기업문화를 전부 알아온 표 지사장이었다.

이게 얼마나 먹힐 줄은 모르겠지만, 진욱 앞에서 그 서류를 보였을 때 그는 웃으면서 그것을 가방에 담았다.

“다 잘될 겁니다. 하니마트처럼 한국인 MD가 나온다면 더 편하겠지만 말이죠.”

진욱은 카스트코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시애틀행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 * *

“전부 수용하겠습니다.”

“네……?”

“아, 다시 말씀드릴까요? 저희 카스트코는 한국의 아성펫푸드가 원하는 제안을 모두 수용하겠습니다.”

시애틀에 오자마자 호텔 체크인을 하고 바로 뛰쳐나온 자리였다.

과연 W마트에 이은 세계 제2의 초대형 유통 공룡은 어떤 제안을 할지 궁금했는데, 예상 외로 원하는 대로 다 받아 주는 예스맨이었다.

진욱은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끝난 계약 조건을 두고서 미소를 지으며 담당 MD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더 끌 것도 없군요. 미스터 벨? 이 악수 이후로 펜 하나 주시면 바로 사인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미스터 하? 우리 모두 윈-윈 합시다.”

진욱은 카스트코의 담당 MD 저스틴 벨과 악수하면서 바로 사인을 했다.

카스트코와의 계약은 대화무역이 개입했어도 그 이상의 조건이 어마어마했다.

먼저 아성사료그룹의 아성사료와 아성펫푸드가 모두 유통된다.

그리고 수제간식 브랜드에 대해서도 마케팅을 위한 프로모션 금액은 5:5를 기조로 하면서 추가 금액 지급 시 언제든 기간을 늘릴수 있다.

거기에 카스트코의 자사 브랜드 PB상품 역시도 아성사료와 계약해서 강아지와 고양이, 열대어, 조류 사료에 대한 계약도 금액에 맞춰 모두 수용.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진욱이 당황스러워할 정도였다.

“후우, 진짜 카스트코가 쿨하긴 하군요.”

“저희는 좋은 제품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스틴 벨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간 아성사료에 있었던 이야기를 넌지시 풀었다.

“W마트의 신고식에 당했다는 이야기는 굳이 끄집어 내지 않아도 되겠죠?”

“그거야 뭐, 하하하하…….”

“W마트가 그런 철저한 시간 관념과 유통 효율의 극대화를 쓴다 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지만… 저희는 안 그럽니다.”

이게 정상인 거였다.

진욱은 W마트의 갑질로 인해 망가진 유통 납품에 대해서 카스트코와 하니마트를 통해서 해결하기로 했고, 일단 이번 분기 그들이 계약 이후 보내 주는 선금으로 재무제표를 만들고 다음 분기까지 생산량을 늘릴 준비를 했다.

계약은 빠르게 끝났다.

진욱은 시애틀 호텔에서 바로 한국에 연락해서 아버지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전했다.

“계약 잘됐어요.”

[거… 이번에는 괜찮은 거야? 저번 W마트도 계약은 좋았다고 했잖아?]

“네, 저도 그것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데, 이번 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미국 로펌에 계약서 확인하고, 한국에서도 한번 알아봐 주세요.”

계약서 한 줄의 내용이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 줄 아니까 W마트의 일을 재현하지 않겠다는 듯, 진욱과 한국 본사의 상만 모두 현미경처럼 들여다 볼 것이다.

[아무튼 애썼다. 이번 분기 매출 개박살 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네가 가서 해결을 했구나.]

“네, 일이니까요.”

[그래~ 언제 돌아올 셈이냐?]

상만이 한숨 돌렸다는 식으로 물어볼 때, 진욱은 통화하면서도 앞에 있는 노트북을 두들기면서 뭔가를 검색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회장님, 저 출장 좀 늘려 주세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요. 아무래도 미국에서 좀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허어, 협상 때문에 그러냐? 얼마나?]

“한 달이요.”

[뭐!?]

상만은 갑작스런 부사장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 그렇게 오래 있을 필요가 있어? 무슨 일인데 그래?]

“무슨 일이긴요. 비즈니스죠.”

[하니마트랑 카스트코 협상 잘했다며? 싸인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어?]

“네~ 그 둘은 잘 끝났어요. 근데, 여기까지 오니까 확실히 W마트 두고서 좀 더 큰 건을 잡아야 미국에서 안착할 것 같네요.”

[얌마 뭔 소리를 하는거야? 더 큰 건이 뭔데?]

진욱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차기 유통 공룡이요. 지금 시애틀에서 인터넷 쇼핑몰로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이 있습니다. 여기 온 김에 그쪽과 제가 직접 협상을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뭐, 뭣?!]

이건 진욱의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미국 서부,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와 시애틀은 예전부터 리버럴한 분위기 아래 IT기업이 무척이나 성장했다.

그리고 그 IT기업 중에서도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책을 보는 온라인 서점…….

그리고 단순 서점을 넘어 온라인으로 모든 물건을 팔 수 있는 오픈마켓 시장의 1인자가 공교롭게도 이 동네에 있었다.

원래는 카스트코의 계약을 위해서 온 곳이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곳을 보고서 그냥 지나칠 생각이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저를 그냥 믿어 주세요. 제가 반드시 한 달의 출장 기간 동안 또 다른 계약을 성사시킬게요.”

자신만만하게 말한 진욱의 말에 상만은 잠시 고민하다 결정했다.

[좋아! 강남쪽 계열사 문제만 안 생긴다면 허락하마.]

“네~ 그쪽 이미 누나에게 맡겼습니다. 여기 일 마치면 바로 가서 정리할게요.”

진욱은 회장님이자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서 휴대폰을 꽉 잡았다.

“좋아, 한 달 남은 시간 추가 계약 빠르게 가 볼까?”

W마트의 갑질 이후, 그놈들을 손절하고서도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든 길을 뚫기로 작정한 진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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