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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09화 (109/200)

109화 좋아, 결심했어!

진욱은 레슬리 코리아와의 협상을 마친 뒤로 아버지에게 알렸다.

“레슬리하고는 계속 거래하면서, 오히려 그쪽에서 지분 거래를 통해 도와주기로 했어요.”

“아이고, 잘됐다! 안 그래도 거기 때문에 신경 엄청 쓰였는데.”

“뭐, 사실 걔네들 떠나면 바로 들어올 애들이 있긴 했어요.”

“누구인데? 네가 보험이라고 해서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사료업체 유명한 곳이냐?”

“로타그룹이요. 거기서 강아지 사료 OEM 맡긴다고 하더군요.”

“로타? 흐으음.”

지금의 축산 사료에서 다시 개사료로 바뀌는 거였지만, 오히려 단가를 생각한다면 그쪽이 더 좋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지난 일.

진욱은 바로 미국 진출을 위한 TF팀을 준비하기로 했다.

“저번처럼 양 이사가 와 줬으면 좋겠고, 강남 사옥에 있는 임원들도 모아서 팀을 만들게요.”

“그래, 어차피 네가 추진하는 사업이니 각 팀에 공문 보내서 도와주라고 할게.”

아버지의 지원을 받은 뒤로 진욱은 앞으로 바쁠 거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집에 와서 강아지도 챙겼다.

원래 신혼집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고양이 문제도 있고 어머니가 여기 남기라고 워낙 말씀하셔서, 아쉬운 대로 커플 때 분양한 앵무새만 데려간 뒤였다.

오늘은 그거 외에도 아버지랑 회사의 서류를 가져와서 미국 진출을 위해 필요한 자료들을 만들어 가져갈 셈이었다.

“아니, 근데 신혼에 이렇게 바쁘게 일만 해도 돼?”

“아, 어머니. 그 얘기는 나중에요.”

“손주는 언제 볼 거야? 이렇게 일에만 치여 있다가 시간 다 지나겠다.”

이 와중에 또 손주 이야기까지 꺼내는 어머니 원숙을 보고서 진욱은 쓴웃음을 지었다.

“거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아들이 좀 큰 사업을 하는데 도와주진 못할망정…….”

“어머머, 내가 뭘요?”

“엄마, 손주는 그냥 지금 누나네 애만 신경 써 주세요.”

이미 큰누나 진미는 건강한 딸아이를 낳았고, 매일 아이를 돌보면서 사진을 보내고는 했다.

상만과 진욱이 계속 미국 진출 문제로 논의를 할 때, 손주 이야기를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원숙은, 투덜거리면서도 이따 아들 올라갈 때 먹으라고 보약하고 각종 음식을 잔뜩 포장하고 있었다.

“다음 주 안에 미국 가서 직접 부지 보려고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곳이 어디어디라고 했지?”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요.”

“전부 남부네?”

굳이 그곳으로 가는 이유가 있냐는 투로 묻는 상만에게 진욱이 설명했다.

“서부 일대는 이미 IT기업이 많이 진출했고, 그쪽 위주로 돌아가죠. 남부는 경공업과 중공업 위주의 공장에 법인세 면제 혜택을 건 곳이 많아요. 버지니아는 레슬리가 추천했고, 테네시랑 노스캐롤라이나는 기존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곳이 많아서 대화무역 쪽에서 추천했어요.”

“흐으음. 확실히 미국 놈들이 돈 되는 공장 규제 풀어 주는 건 잘하는구만?”

당장에 국내에서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로 인해서 상록의 공장 두 개 이후로 그 이상의 확장이 안 돼, 부산과 양산으로 시선을 돌렸었다.

한국과 미국의 공장 설립 규제부터가 달라서 오히려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그쪽이 더 자유로웠고, 초기 자본금으로 자리만 잘 잡는다면 확실하게 캐쉬카우로 만들 수 있었다.

“출장 갈 때 누구누구 보낼 거냐?”

“이번엔 진짜 이정열 상무 동행시켜 주세요.”

그룹 내 재무팀장을 직접 데리고서 세금 계산을 하겠다는 진욱의 말에 상만은 일단 이야기해 보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진심으로 미국 진출을 위해 하나하나 준비하는 진욱은 이번 건을 위해서 사활을 걸었다.

* * *

현지에서 남부 일대를 돌면서 각 주의 주지사와 부지사, 시장 등을 만나면서 비즈니스 이야기로만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했다.

그리고 그쪽에서 제안하는 세제 혜택과 토지 매매가 등을 비행기 타고 이리저리 옮기면서 실시간으로 국내 본사에도 보내면서 부지를 정했을 때, 이정열 상무는 다크써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부사장님,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테네시주가 혜택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테네시라는 이름은 생소해도, 잭 다니엘 위스키와 택배물류회사로 유명한 페넥스가 있는 곳이다.

“제가 생각해도 테네시가 가장 베스트 같습니다.”

사료공장과 펫푸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각종 원자재가 상당히 저렴하면서, 네임드 물류회사가 있고, 수요 또한 많은 편이었다.

진욱과 이 상무 휘하에서 수많은 서류를 두고서 계산을 했던 임직원들은 그래도 결정되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욱 역시도 그것을 두고 상록 본사에 연락하려고 할 때, 갑자기 국제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응, 우리 매제 잘하고 있어?]

“아, 형님.”

이제는 대놓고 매제라고 부르면서 자기 집안사람이라고 인증한 대화그룹 황태자 김규완.

진욱은 오랜만에 만나는 연락에 반갑게 이야기를 했다.

“출장지에서 다 연락을 주시고, 어쩐 일이세요?”

[미국에서 잘하고 있나 해서. 그래서 지금 어디야?]

“여기가 테네시 주 내슈빌이네요?”

[테네시면… 스케줄 좀 낼 수 있어? 우리 일행이 바로 옆 동네에 있는데?]

“네?”

[애틀란타에 있거든. 그 근처 아닌가?]

여기가 분당하고 서울 사이도 아니고, 바로 옆의 주긴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에서, 하루를 더 투자해서 보자고 하는 말.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제가 직접 애틀란타로 가지요. 내일 뵈면 됩니까?”

[아, 그래. 거기 주재원들한테 이야기해 둘 테니까 좋은 이야기 해 봐.]

진욱은 통화를 마치고 이 상무 이하 임직원들에게 말했다.

“내일 애틀란타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대화가 그쪽에서 화학공장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그거 이야기인가 봅니다.”

“네?”

“부사장님, 그거 설마…….”

이정열이 뭘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들이 죽을 둥 살 둥 해서 겨우겨우 만들어 낸 테네시 부지 선정이었다.

근데 다 만들어 놓고, 대기업 대화가 소식 듣고서 근처 주재원 만나 보라고 이야기를 한 걸 보면 그쪽 제안받고 날름 공장 부지를 조지아 애틀란타로 옮길 수도 있었다.

오너 일가에서는 땡큐겠지만, 그들에게 있어 지금 한 짓은 전부 뻘짓이 된다.

“일단 이야기만 들어볼 겁니다.”

“아, 네. 저도 같이 동행하겠습니다.”

“아니요. 저만 다녀올 겁니다. 그동안 다들 고생하셨는데 푹 쉬세요.”

진욱은 품 안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이정열 상무에게 건네줬다.

“그동안 고생하셨는데, 각자 쇼핑하시면서 한국 갈 때 선물 등 챙기세요.”

“아, 아닙니다.”

“아이~ 하세요. 직원들 이럴 때 쉬는 겁니다.”

진욱이 카드를 쥐여 주고서 꼭 쓰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자 밑의 직원들이 표정 관리 못 하는 게 딱 보였다.

그렇게 테네시에서 임직원들에게 휴식을 준 뒤로 진욱만 애틀란타로 향했다.

* * *

“LPG공장이요?”

“네, 맞습니다. 부사장님.”

대화석유화학 미국지부장 박현우 전무는 본사에서 받은 내용을 그대로 진욱에게 제안했다.

“대화리조트 김 상무님께서 제안을 주셨습니다. 저희가 현재 LPG공장과 태양광 패널 등의 에너지산업단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미래에너지를 위해서 천연가스, 태양광, 풍력과 조력발전소 장비 등을 만드는 종합단지가 조성된 조지아 주.

그곳에서 대화뿐만 아니라, 로타, GH같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모여 복합에너지 단지에 입주하여 코리안 벨트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저희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만…….”

“하하하, 종합에너지 단지는 그렇겠지만, 이곳에 코리아 타운이 새로 들어서고 공장 부지 외곽에 남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아성사료를 향해 싸게 매각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

“이곳 조지아의 세제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필요한 서류와 결재에 대해서는 저희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진짜 파격적인 조건이긴 했다.

10대 그룹 중 세 곳이 에너지산업으로 들어왔는데, 거기서 좀 떨어진 남는 부지를 그냥 넘겨주고, 거기다가 공장 지으면서 매부 사이에 같이 조지아에서 시작하자는 말이었다.

‘나쁘지 않은… 아니야. 정말 좋은 조건이긴 한데…….’

진욱은 그것을 두고 생각하면서 지금 테네시에서 고생 끝에 쉬고 있을 직원들을 생각했다.

“부사장님, 이건 정말 좋은 조건입니다. 아성사료가 처음으로 미국 진출하면서 산업용 에너지 혜택을 받으면서 세제 감면도 저희와 동급으로 받게 됩니다.”

‘사실 그건 테네시에서도 나온 이야기야…….’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영업사원같이 ‘아성사료도 그냥 조지아주로 와 주십시오.’라는 말을 계속 떠벌였다.

진욱은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식사하시러 가실까요?”

“하하하, 네. 한식과 양식 어느 쪽으로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편한대로 해 주세요. 소고기면 다 좋습니다.”

진욱은 원래 이 몸의 삶부터 이제는 컨셉이 아니라 진짜가 된 소고기 사랑으로 박 전무에게 말했고, 그는 좋은 스테이크집으로 안내하겠다며 바로 차를 준비했다.

* * *

조지아주에서 거한 대접을 받고 온 진욱은 바로 테네시 내슈빌 시티로 돌아와 결정했다.

먼저 상록시에 알리고 아버지의 승낙을 받은 다음, 바로 규완에게도 연락했다.

“형님, 정말 좋은 조건이긴 합니다만, 일단 공장은 테네시에 짓겠습니다.”

[아, 그래? 좋은 기회라서 우리 매제 도와주려고 했는데 아쉽네.]

그래도 전폭적인 푸쉬를 해 주려고 좋게 제안해 준 건데, 정중하게 사양하자 아쉽다는 듯 수화기 너머로도 입맛을 다시는 규완이었다.

“대신 테네시 내에서도 공장부지를 바꾸려고 합니다. 내슈빌을 생각했는데, 녹스 카운티로 옮겨야겠군요.”

[응? 그건 무슨 소리야?]

진욱은 미국 지도와 애틀란타에서 올라오면서 도로를 직접 사용해 보고 그 순간에 제3의 부지를 정한 것이었다.

“테네시에서 녹스 카운티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어차피 부지야 주 내에서 고르면 되는데 그쪽과 협의를 해서 공장부지를 그곳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거기가 어딘데?]

“테네시 주도 내슈빌에서는 차로 2시간, 애틀란타까지는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 정도면 거의… 서울에서 대구 정도 수준 아닌가?]

“네, 저희가 공장을 지으면서, 당장에 판매를 하려고 하는 물류창고를 거기다가 지으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아유~ 뭐든 오기만 하면 상관없지! 우리는 그냥 빈 땅 처리만 하면 되는 거라니까? 원래 거기 배터리공장 만들려고 했다가 우리가 옮긴 거라서 꿀 자리야.]

진욱은 대화 쪽의 조건도 수용하면서, 직원들이 고생해서 협상한 테네시주 부지까지 둘 다 손에 넣었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수많은 선물을 사와 가족들에게 돌린 뒤로, 조만간 상만이 직접 가서 미국 테네시와 애틀란타로 출장을 가서 양해각서를 작성할 것이다.

진욱은 이제부터 아성사료그룹은 좀 달라질 것이라며, 국내를 넘어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위한 큰 그림의 스케치까지 완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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