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08화 (108/200)

108 미국 갈 거니까!

달달한 신혼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진욱은 강남 사옥에서의 또 새로운 안건을 가지고 기획안을 만들었다.

휘하 임원들이 밤을 새워 가면서 만들어 낸 자료들을, 진욱이 다시 한번 철저하게 검토한 다음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러면서 여러 번 수정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줬다.

세화는 좋은 아내였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가정부들을 고용해서 맛난 음식을 대접하고, 지쳐 있는 진욱을 위해서 영양제다 보약이다 이거저거 준비해 주면서 내조에 있어서는 정말 확실하게 해 줬다.

“확실히 내가 결혼은 잘했어.”

“알면 됐어요♡.”

꽁냥거리는 분위기가, 아무리 늦게 퇴근해서 피곤하다 하더라도 다시 힘이 되는 나날이었다.

그렇게 가정에서 안정을 취하고, 회사에서는 일에 몰두하며, 기존 사업과 차기 사업에 대한 일을 더블로 처리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욱은 완성된 서류를 정리하고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부사장님!”

김 이사, 최 팀장, 박 이사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고생해서 만든 기획안.

그리고 이것을 가지고 또 본사로 가져가서, 그쪽의 임원들 앞에서 폭탄을 터트릴 것을 생각하니…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확 느껴졌다.

“제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거니 어지간해선 통과가 될 겁니다. 뭐, 언제나처럼 말이죠.”

“네, 부디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죠.”

진욱은 다음 주 월요일 출근 이후에 내걸 폭탄을 가지고서 오랜만에 부부동반으로 상록 집으로 향했다.

일단은 아버지에게 미리 알린다.

그리고 ‘어려움이 많다’, ‘아직은 시기상조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이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직접 설득했다.

역시나 자식 이기는 아버지는 없고, 특히 상만은 진욱의 제안을 전부 수용해 줘 왔다.

다만 이번엔 이사회를 한번 설득해 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말이다.

* * *

오늘의 전장이 될 아성사료그룹 상록 본사에 도착한 진욱은, 그동안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임원회의에 참가한 진욱은 드디어 그 폭탄을 터트렸다.

“미국 진출을 제안하겠습니다.”

“네?”

“으으음.”

역시나 심상치 않은 반응이었고, 사장 김유현 역시 ‘또 부자 간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구나…….’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부사장님, 지금 당장 미국 진출을 한다는 말입니까?”

“네?”

“이번에도… 프레젠테이션이 있으시겠군요?”

이정열 상무는 이제 담담하게 이 폭탄이 기업의 어떤 성장을 가져다줄지 유심히 들어보기로 했다.

“프레젠테이션이 있다면… 네, 한번 들어 봐야겠군요.”

김 사장도 한 발짝 물러나서 어디 한번 들어 보겠다는 식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진욱이 바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고, 이제는 자신의 전용이 된 마이크와 레이저 포인트를 집었다.

[네, 그럼 아성사료그룹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 시작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먼저 지난번 대화리조트와의 협력으로 인한 중국의 AD아쿠아리움 사업 진출, 그리고 아성사료 베트남 공장 착공. 두 사업 모두 향후 2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둘 다 모두 진욱이 대화그룹과 추진해서 만든 사업.

게다가 이제는 대화그룹의 사위가 되었으니 권한 역시도 확실히 가진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아성사료그룹 임원진들의 딴죽은 하나였다.

‘어차피 밀어붙일 것은 알지만, 최소한 우리가 그 동안 내부 수습할 수 있는 것과 오너리스크의 주식 손실이 안 나오게만 말해 달라.’

월급쟁이 고용경영인들이 원하는 건 그거였다.

그리고 진욱은 그것에 대해 하던대로 탁구를 치듯이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먼저 미국 진출을 위해 해외에서 법인 투자를 할 때, 규제 완화와 법인세 면제를 내건 미국 주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예시로 든 것은 현기차그룹의 자동차 공장을 위해 만든 조지아 주. 뉴저지의 GH전자, 제일식품의 음료 공장이 있는 테네시 등을 예시로 들었다.

[저희 또한 전문 업체를 통해 현지 법인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국 주를 알아보고 있으며 2~3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면서 현지 로펌을 통한 주 정부와 계약, 미국 법인 설립.

이후 기존 수출로 쓴 유통업체와 계약해서 직접 생산 후 납품으로 계약 방식을 바꾸면서 매출을 증대화한다.

진욱의 막힘없는 발표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대로만 이뤄진다면 아성사료의 중국과 베트남 사업, 아성펫드레스의 일본 진출사업에 이어 미국 시장에도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먼저…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김유현 사장님.”

김 사장은 손을 들고 조용히 질문했다.

“현재 우리 회사는 PK바이오 인수 이후로, 위탁생산으로 공장 두 곳을 돌리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위탁생산을 맡긴 기업이 레슬리 코리아입니다. 그쪽을 통해서 몇 번이고 미국 진출을 준비했으나 좌초되지 않았습니까?”

진욱은 역시나 이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제일식품 이후로 다급히 구한 위탁생산부의 구원투수였죠.”

분명 좋은 파트너로 계속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진출에 대해 타진했을 때, 레슬리는 사다리를 걷어차듯 스위스 본사에서 미국 지사까지 반대의 표현을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심지어 강행할 경우 위약금 이후 계약 해지까지 갈 수 있다는 말에, 결국 갑을관계에서는 한국이나 서양이나 똑같다는 것을 느낀 진욱이었다.

“지난 제일식품 사료사업부 사태와 같은 일을 또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추가 협상 대상자들을 준비했습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레슬리 코리아가 계약 해지를 한다 해도, 이쪽에서도 그 자리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기업과의 협상.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었다.

“또한 점진적으로는 위탁생산의 비율을 줄이고 자체 생산의 비중을 높일 것입니다. 그에 따라 양산공장에 있는 PK바이오의 기술로 만든 배합사료의 생산량을 다음 분기 때부터 50% 늘이기로 했습니다.”

위탁생산 공장 딱지를 완전히 떼는 것은 돈 문제로 인해 힘들겠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자체 브랜드의 생산을 늘려서 아성사료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진욱이었다.

“지금의 생산라인에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형식적인 문답과도 같았던 임원진의 회의.

그리고 여기서 진욱은 바로 이사회에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언제나 똑같았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표.

그리고 그 대가는 모든 전권을 가진 진욱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승낙이 된 이후로 진욱이 먼저 시도한 것은 홍보팀을 통해서 언론을 통해 ‘아성사료의 미국 진출’ 선언을 한 것이었다.

주변 업계에 확실한 의지를 보인 한 방.

그것으로 인해 결국 다른 업체들이 진욱을 찾기 시작했다.

* * *

얼마 후.

진욱은 강남 H호텔에서 티 타임을 가지게 됐다.

“정말 굉장한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 주셨군요?”

한국레슬리 시절부터 법인명이 바뀐 레슬리 코리아의 대표이사인 지금까지도 인연을 가지고 있는 제이슨 박.

제일식품 사료사업부가 아성사료를 팽했을 때, 위탁생산 라인을 바로 치고 올라와 기업 간의 돈독한 관계를 맺게 해준 인물이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 미국 갈 거라고요.”

하지만 그 ‘미국 진출’ 건으로 인해 레슬리에서 강경하게 나와 진욱은 그 전략적 파트너를 향해 공장 계약 변경까지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나섰을 때, 결국 재협상이 들어왔다.

“좋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오, 그럼 앞으로도 계속 레슬리와의 거래는 이어지겠군요.”

“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레슬리 코리아는 아성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 일부 협약만 맺는다면 오히려 지원을 하겠다고 합니다.”

“지원이요? 흐으음~.”

진욱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바로 짐작했다.

이미 국내외적으로 시가총액 10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한 아성사료그룹.

거기서 계속 싸워 봤자 괜히 뿌리내린 한국 시장만 재 뿌릴 것 같으니 적당히 상호 지분 교환을 하고, 그냥 합작으로 돕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아성의 미국 진출을 저희도 돕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상호 지분투자 교환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이거 좋은 선물을 준비해 주셨군요.”

“뭐, 아시겠지만 거기에 따른 조건이 있다는 건 잘 아시겠죠? 이건 거래입니다.”

제이슨 박의 이야기를 들은 진욱은 씨익- 웃으면서 이제 그쪽의 조건을 말해 달라는 듯이 고개를 내밀었다.

여유가 넘치는 미소를 본 제이슨 박은 현재 미국의 상황에 대해 말해졌다.

“미국시장에 사료만 단독으로 진출하는 회사는 몇 없습니다. 뭐… 저희부터가 종합식품 기업이니까요.”

“아메리칸 스타일이죠. 애들 사탕부터 상어 밥까지.”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진짜 그런 종합식품기업에 대해서는 진욱도 관심이 있었다.

어쩌면 궁극적으로 자신들도 그렇게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네, 아시겠지만, 현재 레슬리는 스위스 본사와 미국 지사를 두고 투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미국 지사와 저희가 손을 잡고… 누구를 잡아야 한다는 거죠?”

“하하하!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이러면 길게 끌 필요 없이 바로 손을 잡고 상대해야 할 ‘공동의 적’에 대해 말했다.

“마스터 푸드입니다.”

“확실히…….”

미국 최대의 종합식품기업.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는 ‘대장균 말고기 사료’ 문제로 씻을 수 없는 실책을 저지른 뒤로 수그러들었지만, 본토에서는 아직도 굳건한 사료업계 패왕.

스케일이 넘사벽인 상대이긴 했다.

아성사료 시가총액이 이제 10억 달러인데, 마스터푸드는 연매출이 180억인 공룡이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못 찔러볼 회사는 아니었다.

마스터푸드는 초콜릿, 설탕, 커피, 시리얼, 파스타, 펫푸드 등 모든 걸 합친 시장이었고, 사료 시장만 한정한다면 레슬리와 손을 잡고서 어떻게 해볼 만했다.

“저희가 미국 현지에 진출한다면 일단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그게 완공될때까지 한국 제품을 미국 현지 법인으로 넘겨 유통망을 뚫는 방식으로 갈 것입니다.”

“네, 그건 저희가 돕겠습니다. 하지만 그 유통권 시장을 위해서 되도록 남부쪽으로 진출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마스터 푸드가 버지니아에 있으니까요?”

“하하하하-.”

대놓고 적지에 들어가서 한판 붙으면 자신들이 밀어 주겠다는 칼잡이 같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진욱에게 있어선 이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애초에 꿀 빨려고 미국 간 것도 아니고, 무역회사 중개인들을 통해서 캐나다와 미국 시장에 매출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하면서 현지 시찰도 여러 번 나갔었다.

게다가 투자자문까지 구한 상황에서 적을 확실히 알고 서포트 역시도 빵빵한데, 마다할 리 없다.

“좋습니다. 그럼 공통의 적을 잡기 위해 악수 한번 하실까요?”

진욱이 먼저 손을 내밀자 제이슨 대표도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이제 미국으로 가서 업계에 깃발을 꽂을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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