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07화 (107/200)

107화 좋게 좋게 끝난 거야

PK바이오 입찰을 끝낸 아성사료, 상만과 진욱은 양산에서 인수합병식을 마쳤다.

[이것으로 아성사료와 PK바이오가 한 가족이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짝짝짝짝짝!!!

진욱을 포함해 아성의 임원들과 PK바이오의 직원들이 모두 박수쳤다.

처음 회사가 인수됐을 때만 하더라도 어떻게 운영될지 조마조마하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상만은 진욱의 조언에 따라 고용승계를 마치고, 희망퇴직으로 나이 많은 직원들 몇 명의 퇴사를 받은 것을 빼고는 그대로 운영을 맡겼다.

“앞으로 잘해 주세요.”

“아이고, 아닙니다. 회장님이 저를 믿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존의 PK바이오 사장 이하 임원들은 사임했지만, 남은 직원들을 이끌던 공장장 윤태규는 상무 대우로 아성 내에서도 같은 직책으로 회사를 운영하게 됐다.

진욱 역시도 삼정과의 일을 알고 있고, 1년의 정리 기간이 있으니 그냥 상황 잘 알고 있는 현장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 베스트라고 생각했다.

첫 만남 이후로 조촐하게 식사 자리를 가졌고, PK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진욱이 한 가지를 물었다.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부사장님.”

“삼정물산하고 거래하던 주력 상품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

순간, 흠칫하는 윤 공장장 외에, PK바이오의 간부들이 수군거렸다.

이들 역시도 알거는 다 안다는 눈치였고, 상만만 무슨 이야기냐면서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 있었다.

“흠, 흠. 별다를 건 없습니다. 삼정에서 저희를 좋게 봐 주셔서, 삼정물산을 통해 배합사료의 원료가 되는 단미사료와 옥수수, 소금 등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저희가 제조하는 배합사료를 미국과 유럽,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어이구야~ 그 얘기는 들었지만, 삼정물산 거기 수수료 너무 높지 않아요? 우리도 거기랑 거래하다가 남는 게 없어서 다른 곳 찾아다녔는데.”

“네, 네. 회장님. 그래도 저희는 중기청과 경남도청에서 지원을 어느 정도 받아서… 하하하…….”

‘아무리 좋은 상사맨들이 많다지만, 중소기업이 그 비싼 돈 내고 삼정하고 독점거래를 하냐?’라는 것이 약간 어리둥절한 상만이었지만, 진욱도 의욕적으로 1년간은 기존의 업체들에게 맡기자고 하니 일단 그것을 회사 지출로 생각했다.

이후 사료협회에 정식으로 인수 사실을 알리고, 마무리를 짓고서 상록으로 돌아온 진욱은 집에 쌓인 선물을 받았다.

“이게 다 뭐예요?”

“그러게 말이야. 세상에 이게 다 웬 거야?”

“그 양산인가 부산인가 하는 곳에 회사 인수했다면서요? 화환에, 굴비에, 홍삼에 별의별 게 다 있어요.”

원숙은 여기저기에서 온 선물의 산을 보면서 이제는 혼자 이거 다 처리하기 힘드니 가정부 몇 명 고용해 달라면서 활짝 웃었다.

“아, 이건…….”

“뭔데?”

진욱이 선물중에 찾은 고급 와인을 보고는 명함을 보고 아버지에게 보였다.

“삼정물산에서 온 거네요.”

“삼정이? 그래도 좋은 거래처였나 보네. 누가 보낸 건데?”

“이현재 사장이요.”

“…뭐! 누구!?”

순간 잘못들었나 싶어 되물은 아버지였지만, 진욱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는 답례로 지난번 제일그룹 회장 생일 때처럼 산삼이라도 보내 드려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야, 진욱아. 어떻게 이현재 사장이 직접 선물을 다 보냈냐?”

“인연이 생긴 거죠. 우리가 삼정그룹하고요.”

“그거 진짜 괜찮은 거야?”

“안 될 게 뭐가 있을까요? 대화 이야기는 매일 하시던 분이.”

진욱의 말대로 재벌가에 큰 인연 하나 만들은 굿 엔딩이 된 순간이었다.

* * *

드디어 날짜가 잡혔다.

그렇게 주변에서 기를 쓰고 밀어줬던 진욱의 여친 세화.

진욱 역시도 이제는 결심했고, 직접 반지를 사서 프로포즈를 했고 그녀가 받아줬다.

아성사료그룹이나 대화그룹 모두 양가 부모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허락해 줬고, 예식장도 대화그룹 산하의 대화플라자 호텔에서 치르기로 했다.

“주례 얘기 끝났어. 이동호 그 양반이 맡아 주겠대.”

“그렇게 됐군요.”

주례로 진욱과 상만이 밀어줬던 이동호 대한사료협회 회장이 나선다고 했고, 아마 이걸로 차기 협회장은 아성사료의 하상만이 될 거라고 직감했다.

“그리고 큰집에서 연락 왔어.”

“큰아버지 진짜… 돈 엄청 쓰시네요.”

진욱과 세화가 결혼 이후 분가하겠다고 하자 서울 강남사옥과 가까운 곳에 정/재계 인물들이 많이 산다는 최고급 빌라 한 채를 선뜻 지원해 줬다.

몇 번이고 찾아가 감사를 표했는데, 조카를 위해서 이 정도는 당연하다며 크게 웃던 큰아버지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었다.

예단만 하더라도 양가에서 수억이 오갔고, 혹시라도 10대 그룹인 대화가의 사람이 며느리로 오는데 아성이 책잡힐까 봐 어머니가 직접 나서서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고 한다.

* * *

그렇게 정신없이 준비하면서 예식 당일이 되었을 때, 진욱은 신랑 대기실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어떻게 인생 2회차에 결혼을 하네…….”

그간 살아온 날을 생각한다면 지금쯤 자신의 나이는 50이 넘었겠지만, 여자하고는 거의 인연이 없었던 인생이었다.

지난 삶에서는 지나치게 시달리며 소모품처럼 살아왔고, 이번 생은 운이 좋았는지 첫 단추 이후로 귀인을 많이 만나서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

똑똑똑-

“네.”

덜컥-

“아, 형님!”

“결혼 축하한다!”

“축하해요. 진욱 씨!”

“진짜 오랜만이네요.”

진욱을 찾아온 것은 용철과 한성이었다.

“야, 진짜 동생이 결혼을 하긴 하는구나.”

“저도 아직 실감이 안 가요.”

“근데 신랑이 이렇게 틀어박혀 있으면 어떻게?”

“좀 봐주세요. 아까도 계속 인사드리다가 잠깐 숨 돌리는 거예요.”

학교 동문들, 아버지의 사료협회 지인들과 집안 인맥들.

상록시장과 공무원, 지역구 의원 같은 정치인에서, 재벌 사람들까지 오는 정말 올 사람은 다 오는 엄청난 자리가 되었다.

“그나저나 진짜 어떻게 불렀냐?”

“네?”

“숙부님 말이야. 이현재 사장님.”

용철의 말에 진욱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그분도 왔어요?”

“이 새끼, 이거 자기 하객이 누가 왔는지도 모르나 보네? 지금 너희 아버지랑 악수하신다.”

진욱은 그 말에 바로 달려갔고, 정말로 삼정 황태자가 그 앞에 있고 수많은 기자의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아, 사장님.”

“오~ 진욱 씨. 결혼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삼정 황태자의 등장은 아버지 상만과 한복 갖춰 입은 어머니 원숙, 그리고 큰집에 사돈인 대화그룹 사람들도 황급히 달려와 인사했다.

“아니, 이 사장!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아,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전경련 회의도 아니고 대화그룹 총수 김승열과 삼정그룹 후계자 이현재가 결혼식장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양 그룹의 비서실 직원들이 황급히 기자들을 바깥으로 밀었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간의 친목을 과시하면서 훈훈한 자리가 되었다.

“진욱 씨와는 오다가다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좋은 자리에서 다시 보니 제가 다 기쁘군요.”

“하하하, 원래부터 아시는 사이였소? 우리 조카 사위가 생각보다 발이 넓었구만.”

처음에는 대화 내에서도 ‘귀한 조카딸을 어디 중소기업 사장 아들에게 넘기냐?’라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신랑쪽으로 오는 사람들도 재벌가 지인들이 다가오자 그들의 시선이 확 바뀌는 게 느껴졌다.

‘하진욱 저 친구, 진짜 능력이 있나 보네?’

‘아니 무슨 시골 공장 아들내미 인맥이 저 정도야?’

‘삼정 황태자를 불러왔어? 얘기 끝났구만.’

‘하진욱이 저 친구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겠구만.’

그 시선을 아는지 김승열 회장이 진욱에게 다가와 힘껏 어깨를 두들겼다.

“이봐, 조카사위. 자네 앞으로 잘해야 해?”

“아, 네! 회장님.”

“하하하, 이젠 처백부라고 불러야지.”

“네, 처백부 어른.”

김승열은 껄껄 웃으면서 가족들을 데리고 홀 안으로 들어갔다.

규완이 멀리서 엄지를 올리고 있을 때, 진욱은 진짜 자신이 저 집안의 식구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결혼식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가족 사진 이후로 하객들이 모인 사진을 찍을 때, 진욱은 용철, 한성, 규완 등을 모을 때, 조용히 앉아 있는 이현재를 발견했다.

‘…….’

멋쩍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지만, 진욱이 직접 내려가서 그에게 예의 있게 부탁했다.

“사장님도 같이 올라와 주실 수 있습니까?”

“하하, 내가 올라가면 괜히 결혼사진에 신경 쓰일 텐데…….”

미소 가득한 얼굴로 못 이기는 척 따라나와 진욱의 뒤에 섰다.

삼정그룹, 제일그룹, 대화그룹 세 재벌가의 사람들이 서 있는 상태에서 두 번째 하객 결혼사진이 찍혔고, 폐백에 피로연 인사에 모든 것을 다 마치고서 겨우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다.

* * *

행복한 신혼여행을 마치고 청담동 빌라에 입주했을 때, 그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와서 집안 인테리어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와아아아-.”

세화는 바로 달려가 주방부터 자신의 방까지 모든 것을 둘러보고는 집에 있던 물건이 전부 세팅된 것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딱 내가 원하는 대로 됐네요. 안방에, 옷방에, 화방에…….”

방 한 곳을 그림 그릴 수 있는 화방이 특히 세화의 마음에 들었나 보다.

진욱은 이젠 여친이 아닌 아내와 어깨동무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취미 활동은 마음껏 할 수 있겠네?”

“전부 허락해 줘서 고마워요.”

야옹-

방 한 곳에 있던 노란 털의 고양이가 슬며시 나와 세화를 보고는 연신 다리에 몸을 부비대면서 다가왔다.

“어머, 치즈도 왔구나?”

그르릉- 그릉- 그르르르릉-

세화가 고양이를 들어 안자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얌전하게 있었다.

“고양이… 뭐, 하나 키우는 것도 좋지.”

그르릉거리는 고양이를 향해 손을 내밀어 슬슬 쓰다듬었을 때 부드러운 감촉 속에서 갑자기 녀석이 눈을 크게 뜨더니 바로 진욱의 손을 물었다.

“아얏!”

“치즈! 안 돼!”

모르는 사람이 만졌다고 슬쩍 물다가 커다란 눈으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쳐다보는 고양이를 보고 진욱은 자사 제품들 몇 개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신혼은 계속 이어지고, 진욱은 서재에서 컴퓨터로 뭔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냐야아아아앙-

진욱이 자판을 두들길 때마다 애달프게 울어대면서 다가온 고양이는 의자에 앉아 작업하는 그를 보고서 눈치를 보다가 곧바로 몸을 웅크려 확 뛰어올랐다.

“으앗?!”

갑자기 무릎 위로 올라와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자판을 보고는 바로 발을 들이대 눌렀다.

“야, 하지 마. 하지 마.”

붙잡아서 제지하니까 이리저리 몸부림을 치다가 그냥 허벅지에 누워서 조용히 자기 몸을 핥아 대는 고양이.

진욱은 그 모습을 보고서 슬며시 쓰다듬어 줬지만, 손길을 잘 느끼다가도 좀 오래 만진다 싶으면 슬쩍 손가락을 깨물어 막았다.

“고양이 용품이 다향한 이유를 알겠다.”

처음 키워 보는데도 굉장히 까탈스럽고 가리는 게 많아서 개들보다 더 케바케가 심한 고양이었다.

공교롭게도 진욱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고양이 캔 사업.

진욱은 앞으로 이 녀석한테 프로토타입 사료 시식은 잔뜩 시켜 줄 거라면서 엉덩이를 두들겨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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