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05화 (105/200)

105화 이 회사 정체가 뭐야?

산업은행을 통한 매각공고는 확인했고, 아성사료는 회의에 들어갔다.

“농협사료가 입찰공고를 포기했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진욱의 판단에 양 이사는 알아본 자료를 그에게 전했다.

“알아보니 산업은행 말고도 농협중앙회를 통한 채무가 많았다고 합니다.”

“농협은행 지분이 얼마나 되는데요?”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작년에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 외에도 200억 정도의 추가 융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부사장님, 아무래도 PK가 재정난으로 여기저기 다 끌어다 쓴 것 같습니다.”

최 팀장의 말에 진욱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력과 공장 설비는 인정할 만한데, 잘못하면 부채로 인해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먹고 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모펀드 달려드는 거 보면, 먹을 게 분명히 있다는 건데 애매하군요.”

“한림과 MK사모펀드 상황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저는 앞으로 산업은행 사람들과 같이 PK바이오 공장 한번 시찰해 보겠습니다.”

일단 재무제표는 최악의 상황으로 생각하고, 그럼 공장 라인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했다.

진욱은 그것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고, 호텔에 있는 임직원들을 통해서 정보 수집을 요청했다.

* * *

양산 산업단지에 있는 PK바이오에 도착한 진욱은 한 팀장과 함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영남권 일대의 축산 농가에서 여기 사료 안 쓰는 곳이 없었다고 할 정도의 향토기업이었고, 거기에 맞춰 수많은 대형 분쇄기와 배합기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부산항에서 들여온 옥수수와 밀, 생초등이 여기서 조합되어서 바로 돌아가는 방식이지요.”

“네, 저희도 사료공장을 해서 익숙하게 본 장면이네요.”

다만 규모는 상당해서, 구)아성사료 상록공장보다는 월등히 큰 사이즈, 현 본사와 비교해도 비등비등한 규모였다.

총 200여 명의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면서 갓 생산된 사료 포대를 나르고, 이를 확인한 진욱은 그것들이 바로 농협을 통해 유통되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중심 거래처가 어디인지 생각했다.

‘일단 소규모 축산 농가들은 바로 농협사료를 통해서 판매될 테고, 그 뒤로 수출도 준수하다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아주 수수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공장이었다.

이런 곳이 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빚더미에 올랐는지 모를 정도였다.

“어떻습니까?”

“회사 자체는 괜찮은 것 같군요.”

“회사의 회생을 위해 직원들이 모여 전원 급여 삭감을 할 정도로 열의가 있다고 합니다. 부디 좋은 모기업을 만나기를 바랄 뿐이죠.”

한 팀장의 말에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한림과 MK도 각자 PK바이오의 공장을 한 번씩 둘러봤다고 하며, 그들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진욱은 호텔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노트북으로 자료를 찾아봤다.

[PK바이오, 회생은 가능한가?]

[경남 소들의 눈물, 축산 배합사료 전문 향토기업의 몰락 위기.]

[300억도 부족하다. 갈수록 회생이 힘들어지는 PK바이오.]

지역지 신문에서 수많은 기사가 나왔는데, 하나같이 PK바이오의 위기와 그곳을 살리자는 기사들이었다.

좀 더 찾아보니 대표가 직원들과 같이 농가 자원봉사도 하고, 매년 요양원과 보육원 기부도 아끼지 않는 등 이미지는 상당히 좋아 보였다.

“진짜 이해가 안 되네?”

파면 팔수록 뭔가 수상한 회사였다.

이런 오너에 열정 넘치는 직원들, 관리도 잘된 공장 기계들, 위생문제 한 번 걸리지 않은 잘 팔리는 사료 제품.

그런데 무슨 진공청소기도 아니고 은행에 있는 대로 영혼을 끌어모은 대출, 그리고 그 행방은 오리무중에 대표는 사임 이후 당연히 있어야 할 세무조사나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없다.

진욱은 이 이상한 자금 흐름을 보고서 아무래도 잠시 다녀올 곳이 있었다.

* * *

“저 잠시 부산 좀 다녀오겠습니다.”

“네? 부산이요?”

밤새 각자 방에서 자료 수집을 했던 임직원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상황에서 진욱은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면서 양 이사에게 말했다.

“양 이사님이 협상 진행해 주시고, 언론사 통해서 PK바이오 정식으로 인수 검토한다고 기사 좀 많이 나오게 해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농민일보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거 인터뷰도 양 이사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네, 부사장님. 그럼 제가 직접 인터뷰 참가한다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리고 최 팀장님은 본사에 연락해서 일단 자금 1천억 원 준비해 달라고 요청해 주세요.”

“입찰가를 정말 천억으로 쓰실 겁니까?”

“네, 천오백억이니 이천억이니 그런 예상가는 확실히 오버슈팅입니다.”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예상 인수가보다 한참 밑인 1천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진욱의 말에 두 임직원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그 값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

‘산업은행은 예상금액 안 나오면 유찰을 시킬 녀석들인데, 천억으로 입찰 성공한다고 해도 그쪽에서 거래 취소를 해 버리면, 후우…….’

하지만, 진욱의 의지는 확고했고, 일단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동안 본사와 교류를 하면서 상록에서 대기하고 있는 나머지 직원들도 내려오라고 연락하기로 했다.

그렇게 진욱은 인수 기간 동안 잠시 양산에서 부산으로 향했고, 거기서 즉석으로 연락을 잡아 기장으로 향했다.

* * *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하하하, 한 달 전에도 뵙지 않았습니까? 저희야 수출입 건으로 일 잘하고 있죠.”

한 달만에 만나는 박 사장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진욱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진욱은 한 모금 마시면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알려 주신 그 사료공장 인수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 PK바이오 말이군요. 나름 부산/경남 일대에서 유명한 곳이라 이쪽 시장 확장을 위해서 좋은 선택일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너무 많은 회사란 말이죠.”

“네? 이상하다니… 어떤?”

자신이 추천해 준 회사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말에 박 사장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돈은 어따 그렇게 쏟아붓는지 수백억 대출 받고 완전 껍데기 회사입니다.”

“허어, 거기가 재정난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마 수출 건에서 제대로 안 된 걸 겁니다.”

“수출에 쏟아붓는 것치고는 그 금액이 너무 커서 말이죠. 게다가 재무제표를 봐도 이상한 점이 많아요.”

“하하하, 제가 추천한 회사인데 그런 일이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뭘 좀 아실 줄 알고 이렇게 찾아온 게 아닙니까?”

“흐음, 제가 추천한 아주 괜찮은 회사인데,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박 사장은 커피잔을 휘휘 돌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언제든 연락주셔도 돼요, 깨어 있으면 바로 받겠습니다.”

진욱은 그 말을 전달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까지 온 김에 아성사료 수제간식 공장과 대리점들을 한번 둘러보러 나갔다.

그리고 진욱을 대문까지 배웅해 준 박 사장은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휴대폰을 들었다.

“그래도 좋은 의도로 제안한 건데, 먹칠은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는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박 사장이었다.

“어, 나야. 자금 흐름 좀 조사해 줘. 산업은행하고 농협이 껴 있는데, 수상한 대출이 좀 있어서.”

전직 공무원이 현직에 있는 후배에게 하는 전화 한 통.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었다.

* * *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초대형 마천루.

그 위에 있던 40대의 중년 남성은 어디선가 다급히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래요? 아성사료라는 회사가 그렇게 움직인단 말이죠?”

[네, 산업은행이 그냥 매각을 결정했는데,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흐음~ 그 회사라면, 회장님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강아지 간식 만드는 곳이라고 들었는데요?”

[PK역시도 사료 회사가 아닙니까?]

“뭐, 사업 확장 용도로 모르고 픽한 거라면… 흐으음~ 한번 알아는 봐야겠군요.”

[네, 사장님. 저희가 계속 주시해 보겠습니다.]

“그래요, 안 그래도 구미사업장 출장 갈 일이 있는데, 겸사겸사 한번 양산도 들러봐야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마친 다음에 바로 인터넷을 켜고 아성사료에 대해 찾아봤다.

“그 친구 이름이 하진욱이라고 했지?”

두꺼운 금테 안경 너머로 진욱의 프로필을 보던 남성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아성사료그룹 축산사료에서도 1인자가 되겠다. PK바이오 인수 타진.]

“재밌는 상황이네?”

* * *

진욱은 부산에서 볼일을 보던 도중 양 이사의 전화를 받고 다시 양산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부사장님! 오셨습니까?”

“아까 메시지 보낸 거 언제 들은 거예요?”

“1시간 전이었습니다! 기사는 뜬 게 없지만, 산업은행이 직접 전달한 내용이었습니다.”

양 이사가 휴대폰을 내밀자 그곳에는 산업은행에서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양 이사님, 이번 PK바이오 매각 건을 두고 MK파트너스와 한림식품 모두 입찰 취소를 했습니다. 만약 계속 진행하시겠다면 단독입찰로 바로 협상을 시작하겠습니다.]

경쟁사가 쭉 빠져 버렸다.

진욱은 관련자들을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채 바로 빠져 버린 경쟁 기업을 두고 얼굴을 긁적였다.

“뭐, 이런 건 예상 못 했지만, 어쨌거나 단독 협상으로 진행할 수 있겠군요.”

“예상대로 1주일 뒤에 입찰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그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해야죠. 이렇게 된 거 칼자루는 우리가 쥔 거 아닙니까?”

진욱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조금 이상한 상황이긴 했지만, 정말 문제가 있다면 전직 ‘원’ 출신들의 중안무역이 연락을 해 줄 테고, 만약 금액이 안 맞아서 매각 건을 취소한다면, 아쉽기는 해도 이런 회사를 하나 더 찾아봐서 대안으로 인수할 계획도 있었다.

“일단은 그대로 가는 겁니다. 결국 산업은행도 융자금 회수를 하려면 저희하고 계속 협상할 수밖에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금액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인수대금을 가지고 단독으로 진행하는 산업은행과의 협상.

진욱은 이번 건에 대해서 빨리 끝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그날 밤.

진욱은 상록에 계신 아버지의 연락을 받았다.

[그 PK바이오 인수 말이야. 어떻게 잘되고 있어?]

“네, 경쟁자가 빠져서 단독입찰로 갈 것 같아요.”

[그렇단 말이지. 내 알아보니까 자금흐름이 좀 불투명하긴 하던데… 정말 괜찮겠냐?]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취소하면 되겠죠. 일단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흠- 그렇단 말이지?]

진욱은 뭔가 말을 하고 싶어했지만, 계속 뜸을 들이는 것 같은 아버지의 반응에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 아니다. 그냥 네가 이번 건 잘 해결해 줬으면 좋겠구나.]

“네,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축산 배합사료 시장에서도 조만간 아성사료가 1인자에 오를 겁니다.”

진욱의 자신만만한 말에 상만은 아들을 응원해 주면서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갑자기 진욱의 휴대폰이 울렸다.

“뭐야 이건?”

처음 보는 전화번호였고,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누구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진욱 씨 되십니까?]

“그런데요. 누구시죠?”

[아, 저는…]

“……?!”

진욱은 순간 통화 중에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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