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팔리는 물건 대비 쌓이는 부작용
같은 펫 용품 판매로 부스전에서 만났던 세 회사.
각자의 장기를 가지고 나선 삼파전이었으나, 진욱의 PPL 마케팅으로 인해 상황이 묘하게 바뀌었다.
헤네스 줄, 목걸이, 이동식 케이지, 가방, 빗 등으로 각종 애견/애묘 용품 경쟁에서 밀렸던 아성펫푸드.
하지만 새장과 어항 등으로 다른 반려동물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선점한 이후로 상황은 반전됐다.
덕분에 아성펫푸드는 수제 공방을 찾아다니면서 품질관리에 신경을 썼다.
“일단은 드라마 버프가 있을 때, 확실하게 판매를 해야 할 거예요.”
“네, 예약제로 주문을 받으면서 수량에 대해서는 확실히 체크하고 있습니다.”
싱글벙글한 얼굴의 최 팀장을 보며, 진욱 역시도 미소를 지으며 다음 상황에 대해서도 말했다.
“새장 같은 경우는 굳이 새를 키우지 않아도 꽃장식 등으로 쓰일 수 있으니까 펫 용품이면서 가구로도 팔 수 있을 겁니다.”
“네, 그쪽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어항도 마찬가지예요. 물질할 때 쓰는 제품들 보니까 좋은 게 많더군요. 재질도 그렇고요.”
관상어와 애완조 시장을 통해서 반려용품에서 대박이 난 아성펫푸드로 인해 다른 곳들도 황급히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 냈다.
진욱은 그로 인할 공급 과잉을 우려하면서, 실시간으로 생산량에 대해 신경을 썼다.
드라마 버프로 인해 새장과 어항이 잘 팔리지만, 그 뒤로 고메와 한국마쓰모토도 반격에 들어갔다.
[옥탑방 싱글 취준쟁과, 실장님의 로맨스.]
[고양이와 다락방, 크랭크인 시작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힐링 영화.]
반려동물을 데리고 연기를 하는 PPL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제작사들은 이 붐을 이용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배우들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광고업계에서도 유명한 3B.
아기(Baby)/미녀(Beauty)/동물(Beast) 중에서도 미녀와 동물을 이용하는 마케팅이다 보니, 늘어나는 촬영용 동물 시장에 대해서도 늘어나고 있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추세를 보고는 그 앞의 한 수를 위해 눈을 반짝였다.
* * *
“여기서 저기까지 2천 평. 공원으로 구상한 곳인데, 지금은 버려진 곳이에요.”
원주 드림월드 일대에 땅을 보러 온 진욱은 대화 리조트 건설과는 반대편에 있는 땅을 보고서 결심했다.
“일단은 공원 용도로 인허가를 받고, 가건물로 설치해 주세요. 짓는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전까지는 이걸로 만들어 놔야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한 전문가들 영입도 서둘러 주시고요.”
“네, 부사장님.”
진욱은 강원도와 경상도 일대에 계속해서 공원 부지의 땅을 사들였다.
상대적으로 외진 곳 위주에 지자체들이 공원 조성을 위해 남겨놨다가 용도변경은 까다로워 놔두고 있는 땅들이라 헐값에 싹쓸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거용도 아니고, 단순 공원이라 뭘 하기도 힘든데 굳이 저런 걸 왜 사냐는 주변의 말이 가득했다.
하지만 진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들인 땅에다가 공원을 조성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라마 ‘황금의 옥좌’는 마지막화 시청률 27.8%로 성황리에 끝났다.
그동안 ‘손 회장 새장’이라는 이름으로 PPL로 팔린 대형 앤틱 새장과 집무실 어항은 날개 돋힌 듯이 팔려 이번 분기는 저번 대비 매출 800억이 추가로 오른 기염을 토했다.
아성펫푸드 용품사업부 직원들은 두둑한 보너스와 승진으로 보답받았고, 아성사료 역시도 주가가 상당히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황금의 옥좌 다음으로 나오는 작품이 ‘남친과 애완견’이라고 했죠?”
“네, 거기 PPL이 고메코리아라고 합니다.”
“슬슬 시작되겠네요.”
“네?”
“블루오션의 부작용이요.”
원래였으면 1천억의 매출도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진욱의 엄격한 공급 관리를 통해서 파이를 일부 뺏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진욱은 이것도 예상 안이라는 듯이 앞으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렇게 미디어에서 여기저기 반려동물을 낀 광고가 나올 때, 그 부작용은 바로 드러났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살아 있는 생물이 상품이 된 뒤로 그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흔히 드라마 앵무새, 영화에 나온 그 강아지. 예능에 나온 고양이… 네, 이렇게 특정 품종의 반려동물이 미디어에 나온 이후로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파양된 동물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결국 터질 게 터졌다.
TV 뉴스에 나오는 내용은 비좁은 우리 안에서 강제로 교배를 해서 태어나는 ‘강아지 공장’ 그리고 분양받았다가 파양당해 보호소에 안락사를 기다리는 수많은 개, 고양이, 새들.
[심지어 일부 열대어의 경우 동네 하천에 풀어놓아 생태계 교란종의 위험까지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쓰이는 동물들의 이후는 상당히 비참한 상황입니다.]
“어머, 불쌍해라.”
둘만의 데이트로 인적 드문 수제 맥주집에 온 진욱과 세화.
그리고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서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세화가 귀여워 보이는 진욱.
“가슴 아픈 일이지. 반려동물 사업으로 돈을 그렇게 벌은 것들이.”
“오빠는… 어떻게 방법이 있어요? 쟤들 너무 불쌍한데.”
“그렇지 않아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 전부 다 살리고 싶으니까.”
“네?”
진욱은 세화를 통해서 자신이 미리 만들어 놨던 공원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사실을 슬쩍 알려 준 뒤로 진욱은 그녀에게 말했다.
“알지? 이렇게 할 거야.”
“진짜… 좋은 일 하시네요. 복 받으실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다.”
세화는 진욱의 말을 들은 뒤로 정말 이 사람은 진심으로 동물을 좋아하면서 알수록 더 진국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 *
얼마 후 서울에 있는 반려용품 회사들은 시민단체들의 격한 시위에 시달렸다.
[만들고서 다 파니 그 속에 동물들은 고통받는다!]
[반려용품 운운하며, 버려진 동물들을 구제하라!]
한국마쓰모토, 고메코리아 모두 시민단체들은 동물권 보호를 위해서 외쳐댔다.
“명품 개목걸이, 헤네스 줄이라고 팔아먹으면서, 거기에 분양된 강아지가 하루에도 수백, 수천 마리씩 버려지고 있습니다!”
“연예인 마케팅으로 동물을 이용하지 마라!”
[샤를로트(고메코리아 대표이사): 저희는 이번 일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이성우(한국마쓰모토 책임자): 그쪽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한 바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동물 용품을 팔았을 뿐이에요. 물론 유기동물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직접 동물 분양을 한 것도 아니고 물품을 판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항변하거나, 아니면 형식적으로 민간 구조센터에 몇 푼 기부하면서 입 닦는 게 전부였다.
아성펫푸드 역시도 강남 사옥 앞으로 소규모 시위가 있었지만, 진욱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이미 그것을 일찍 눈치채고서 따로 협상을 준비한 것이었다.
“정말 좋은 일을 하십니다.”
“저희들이 만든 것으로 인해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했습니다. 이걸 진작에 만들었어야 하는데 말이죠.”
진욱은 강원도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담당하는 오양현 사무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쿨하게 싸인을 했다.
강원도청 내에서 원주와 인제, 춘천 일대에 공원 부지를 사들이고 그곳을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만드는 것을 도지사도 쿨하게 승낙하면서 바로 입주에 들어갔다.
뉴스에서 그렇게 떠들어댈 때, 정치인들은 아성펫푸드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가지고 표 몰이를 위해서 움직여 줬다.
그리고 진욱의 움직임에 따라 각종 열악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도 강원도청의 연락에 따라 수많은 품종의 강아지와 품종묘, 그리고 수많은 앵무새가 찾아왔다.
* * *
[아성 힐링펫케어.]
상처 많은 동물들의 쉼터로 만들어진 원주의 동물보호센터는 드림월드 뒤편에 마련되어 관람객을 받고,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여기가 2천 평 규모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저쪽이 조류원이고, 이쪽은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있는 곳입니다.”
“허, 이따가 한 마리씩 안고 사진이나 같이 찍으시죠?”
강원도지사 옆에서 원주 지역구의 국회의원 최유성의 말에 순간 진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들이 그 쇼를 위해서 예산 투입을 하는 집권자들, 진욱은 최대한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냥 찍으시는 게 아니라 한 마리 입양하셔서 잘 키우시면 의원님의 이미지도 좋지 않을까요?”
“허허, 우리 집사람은 털 날리는 걸 싫어해서요.”
“쩝, 어쩔 수 없군요. 대신 예산안 편성을 좀 부탁드립니다.”
“그건 당연한거고요. 하하핫-.”
말은 이렇게 해도 아마 지역지와 메이저 신문사들 불러서 강아지랑 고양이 한 마리씩 안고 사진 찍으면, 그걸 가지고 의정활동 홍보자료로 잘 써먹을 것이다.
이런 자리에 대해서 사진찍기용으로 시큰둥한 정치인들을 데리고 설명에 들어갔다.
“어이구, 강아지들이 한꺼번에 들어왔습니다?”
“수도권 일대에 열악한 보호센터보다는 도립으로 운영하는 여기가 나을 테니까요.”
수많은 케이스 안에 영혼을 잃은 눈으로 꾀죄죄한 강아지들을 본 세화는 불쌍하게 여겼고, 그들의 케어를 직접 살펴봤다.
“지금 여기에서 운영하는 직원들은 직업학교나 전문대학에서 애견미용사나 국공립대 수의대 출신들이 모여서 청년인턴과 도립보호소 출신으로 고용된 겁니다.”
“허허, 지역경제 취업률 올리긴가요?”
“여기서 정규직화 비율은 도지사님이 잘해 주실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결국 이건 의지의 문제였다.
수많은 동물보호소는 한때의 뉴스 이후로는 예산 편성이 고무줄이어서 관심이 끊기는 순간 버려진다.
진욱 역시도 그것을 알고서 아예 빼도박도 못하게 지자체장과 의원들을 데리고 사진까지 찍게 해서 확실히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성사료를 통해서 사료 후원을 해 주고, 공동으로 운영을 하면서 지역민들 채용,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가진 사업으로 움직여 나갔다.
“이게 잘된다면, 동물과의 공존으로 좋은 이미지들 만들어지실 겁니다.”
“하하하! 제가 원래 동물 좋아합니다.”
도지사는 껄껄 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사람 좋은 코스프레로 보좌진들에게 예산 편성에 대해 알아보라고 명했다.
센터에 온 강아지들은 깨끗하게 씻긴 다음에 깔끔하게 털을 깎아 줬고, 넓은 땅에 장난감이 가득한 곳에서 동물들의 행동교정에 들어가는 사육사들이 있었다.
[왈- 왈-]
[으르릉! 크릉!]
“안 돼! 싸움 멈춰!”
행동교정 사육사들이 바로 목줄로 제압하고는 싸우는 애들에 대해서는 격리하는 등, 실시간으로 아이들을 케어했다.
강아지 쪽 너머로는 철망으로 만든 조류원에서 수많은 앵무새가 종류별로 모였다.
그곳 역시도 조류 전문 사육사와 수의사들이 새들을 케어했고, 그렇게 강원도부터 시작하는 동물보호센터는 이후 경상북도, 경상남도, 부산까지 동해안 벨트를 만들어서 바쁘게 발로 뛰는 진욱이었다.
* * *
“이게 다 뭐예요?”
진욱은 동해안 일대에 수많은 지자체장과 정치인들과 사진을 찍고 동물보호소 십수 곳을 만든 뒤로 강남 사옥으로 온 수많은 박스를 보고 물었다.
“각지에서 온 후원물품입니다.”
“네?”
“아성펫푸드가 유기동물 보호소 사업으로 뉴스에 나온 뒤로 전국 각지에서 사료와 물품 기증릴레이가 인터넷에 있었다고 합니다.”
“호오~ 우리가 한 게 아니고요?”
“네, 자발적이라고 합니다.”
진욱은 누군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해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 줬다고 흡족해했다.
“부사장님, 그리고 또…….”
“뭐죠?”
“좋은 사업하신다고, 기증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곳이 있었습니다.”
김 이사의 말에 진욱은 웃으면서 큰손이라도 또 나타났나 싶어 물었다.
“어딘데요? 큰 거 기증한답니까?”
“삼정문화재단이라고 합니다.”
“……?”
진욱이 고개를 돌린 순간, 김 이사는 잘못 말한 게 아니라는 듯이 다시 한번 말했다.
“삼정그룹 이 회장님이… 직접 부사장님을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