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99화 (99/200)

99화 이참에 우리도 해외공장 좀 짓자

진욱은 규완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바로 상록시 본사의 아성사료그룹 임원 회의에서 폭탄을 터트렸다.

“대화리조트에서 베트남에 복합관광단지를 만드는데, 아성사료 역시도 참가할 겁니다.”

“네?”

“아니, 갑작스럽게 그 무슨…….”

임원들은 진욱의 폭탄 발언에 술렁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사장 김유현 쪽이었다.

그 역시도 상만을 통해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발표하니 뜻밖이라는 얼굴이었다.

“부사장님, 지금 베트남 진출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맞아요.”

재무이사 이정열 전무는 진욱이 또 한 번 큰 건을 가져왔다면서 식은땀을 닦았다.

“모두 지금 돌리는 서류를 읽어 주세요. 지금부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진욱은 회의실 천장에 설치된 프로젝터를 가동하고, 주변에 조명을 줄인 채 바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베트남 진출에 대한 공식 PPT였는데, 대화그룹과의 컨소시엄, 이후 아성사료의 베트남 공장 증설, 대화리조트에 애견카페와 AD아쿠아리움의 이름으로 테마 카페 건설, 마지막으로 현지 아쿠아리움 사료 납품 계약 건이었다.

나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정말 괜찮은 사업이 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하고 원초적인 문제만 빼면 말이다.

“부사장님, 그러면 저희 몫으로 얼마의 투자가 필요한 겁니까?”

“일단 이번 분기에 시장 조사로 200억 정도 쓰일 겁니다. 이후 공장 증설을 위한 토지 구매와 용도 변경 등을 생각하면 최종적으로 1천억 정도 들 겁니다.”

예전에는 10억짜리 계약서 하나 쓰는데도 손이 떨렸는데, 이제는 천억짜리 사업도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질러 버리는 진욱의 의지였다.

재무팀을 포함해 수많은 임원은 이번 동남아 진출 건을 두고 그룹 전체가 야근 좀 할 것 같다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게 베트남 진출에 대한 건은 시작됐다.

* * *

상록시 집에 돌아온 진욱은 베트남 진출 건을 두고 아버지와 같이 그곳의 경제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논의했다.

“연간 5%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베트남이 올해부터는 6% 이상을 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어이구야. 별별 곳이 다 진출했네? 자동차, 조선소, 철강, 농기계… 우리가 너무 늦은 건가?”

“아닙니다. 오히려 선구자로 갈 수 있는 첫 스타트예요.”

진욱은 기존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의 기업들을 하나하나 손에 꼽으면서 말했다.

“10년전만 해도 싼 인건비로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많았죠. 하지만 그쪽의 성장으로 인해서 이젠 중국이 싸다는 말도 못 하죠.”

“그렇지. 안 그래도 대체할 공장 찾는다고 상공회의소에서도 그러더만.”

“네, 그런 점에서 베트남은 아주 좋은 시장이 될 겁니다.”

“근데 말이야. 얘들도 그거 아니냐?”

“그거요?”

“아, 그… 공산당!”

공산당이라는 말에 진욱은 정치적 논란 없이 진짜로 그 나라의 정치체계를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사전 조사가 필요해요. 일당독재에 법보다는 꽌시하고, 윗사람이 결정하는 인허가가 중요하다고 하니 사전조사에서 시간 좀 걸릴 겁니다.”

“그런 점은 중국하고 똑같구만.”

“베트남 쪽 시장은 부산에 중소무역회사 하는 분들이 잘 안다고 하는데.”

“그럼 부산에 거기 써 봐. 중안무역.”

“아, 네. 그렇지 않아도 정보 좀 얻으려 가 보려고요.”

“그래, 그쪽 일은 네가 전권 가지고 있으니 한번 잘해 봐.”

“아, 네. 그리고…….”

진욱은 지난번에 강남 사옥에서 여러 번 검토한 기획안을 아버지에게 보였다.

“이건 뭐냐?”

“저 돌아올 때까지 한번 검토해 주세요.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생각은 하고 있거든요?”

“흐음, 애완용품이라… 알았다. 한 번 읽어 보마.”

상만은 집 안에서도 아들이 준 일거리를 가지고서 한번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진욱은 내일 강남 사옥으로 출근하면서, 부산 출장 준비를 했다.

* * *

“미국에 이어 이번엔 베트남이요?”

“네, 동남아 쪽 혹시 선이 닿으십니까?”

“뭐, 어느 정도는요.”

박 사장은 그쪽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한번 알아보겠다며, 계약을 준비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대화그룹하고 일을 하시면서, 대화무역과 거래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대화는 대화고 저는 사장님하고도 계속 일할 겁니다.”

이전 회사와의 의리는 계속 이어 나가겠다는 진욱의 의지.

그것이 단순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듯 진욱은 이번 중안무역을 향해 특급 제안을 했다.

“이번 베트남 시장 조사에 대해서는 선금으로 결제하겠습니다.”

“네? 그냥 하시던 대로 거래를…….”

“그만큼 믿는다는 겁니다.”

진욱은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를 했고, 대금을 받은 뒤로 박 사장의 인사를 받으면서 잘해 달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면서 돌아갔다.

박 사장은 바로 입금된 금액을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사무실에서 전화를 돌렸다.

“어, 나야. 이 대사가 아직 하노이에 있나? 아… 한국 돌아왔어?”

일개 중소 무역회사 사장이 전화를 돌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높으신 분들이었다.

“이번에 우리 고객이 베트남 시장 진출한다고 해서. 아, 그래. 대화가 움직인다는 그거. 어디, 후에? 흐음… 그쪽이 관광지로 유명하긴 하지. 한번 알아봐 줘. 돈값은 해야지.”

박 사장은 통화를 마치고 여기저기에 추가로 전화를 돌렸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전직 공무원들의 서포트는 아성과 대화에 대한 A급 이상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줬다.

* * *

“후에가 어떨까?”

“나쁘진 않은데, 거기 직항 없지 않아요?”

“직항이야, 수요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 요새 한국에서도 저가용 항공사가 늘어나서 그쪽 루트만 개발하면 충분할거야.”

대화리조트에 정식 초대를 받아 여의도 대화그룹 사옥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진욱과 규완.

그리고 진욱이 중안무역을 통해 알아온 자료들도 규완에게 넘겼다.

“저희쪽도 조사해서 가져온 건데요. 다낭 쪽을 생각했는데, 후에로 결정하신다면 그쪽도 알아봐야겠네요.”

“부지는 오히려 후에가 더 싼 편이야. 다낭 같은 경우는 직행이 많아서 수요가 많은 편이거든.”

“네~ 네~ 그러면 부지가 결정되는 대로 같이 가야겠죠? 베트남.”

“음, 그래. 너희 공장 부지하고 구매하고, 현지 업체에 원자재 수급하는 건 대화무역에서 처리하게 해 줄게.”

손발이 착착 맞는 둘이었다.

서로가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 규제 논의와, 담당 부지 구매, 수요 예측과, 직항로에 대한 항공사 계약, 현지 원자재 업체 계약 논의 등 필요한 것들에 대해 많은 것을 논의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해답을 내놓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모습에 대화 리조트 내에 있는 임직원들 역시도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옆 계열사인 대화무역을 통해, 베트남 현지에 있는 주재원들을 통해서 그쪽 사정과 조사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저녁까지 회의를 계속하는 동안 대화리조트로 깜짝 손님이 찾아왔다.

드르륵-

드륵-

“아, 회장님!”

“회장님?”

의자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면서 벌떡 일어난 직원들을 보고서 안에서 회의하고 있던 진욱과 규완은 찾아온 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고, 잘하고 있나?”

“회장님!”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대화그룹 김승열 회장.

규완의 아버지이자, 세화의 외숙부였다.

올백으로 넘긴 머리에 두꺼운 금테 안경을 낀 김 회장은 큰아들 규완을 격려하면서 옆에 있는 진욱을 보고 피식 웃었다.

“자네였구만.”

“아, 네.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이야기 많이 들었어. 자네하곤 초면이지만, 자네 부친과는 전경련과 상공회의소에서 몇 번 뵀지.”

김 회장은 껄껄 웃으면서 진욱에게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줬다.

“요새 규완이 녀석하고 사업하는 것마다 잘되고 있다는데, 이번 베트남 건 한번 잘해 보게나.”

“아, 네! 회장님.”

“그리고… 우리 조카딸하고 자주 만난다지?”

“저기 그건…….”

“하하핫! 둘만 괜찮다면 나는 응원해 주겠네!”

김 회장은 껄껄 웃으면서 비서실을 통해 가져온 고급 도시락과 자스민차를 돌리면서 아성사료와 대화리조트의 베트남 진출 사업을 힘내라며 격려해 줬다.

김 회장이 돌아간 뒤로 진욱의 옆에 있던 규완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아버지까지 허락하신 거면, 사실상 이야기 끝났네.”

“아, 형님.”

“이번 건 착공식 끝나는 대로 정식으로 만나라니까? 둘 다 싫지는 않으면서.”

“네~ 지금 일 하고 나서 정식으로 이야기를 하죠.”

“오케이~ 그럼 이걸 더 빨리 처리해야겠지?”

둘은 그렇게 베트남 진출 건에 대해서 서로의 사옥에 오가면서 밑그림을 착실히 그려 나갔다.

* * *

이태원의 한산한 거리.

“네, 그렇게 됐군요. 알겠습니다. 저도 확인하고, 조만간 회장님과 같이 베트남으로 가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진욱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세화를 보고 사과했다.

“미안해요. 갑자기 회사 전화가 와서.”

“아뇨, 괜찮아요.”

잔잔한 미소를 지으니 더 아름다워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동안 베트남 진출과 반려동물 용품 사업에 대해서 구상하던 진욱은 주말을 맞아서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여자 쪽에서 먼저 보낸 것도 파격적이었지만, 집에서 컴퓨터 붙잡고서 계속 일을 하는지라 바빠서 양해를 구하려고 했는데 당장 나가라고 어머니와 큰누나에게 등을 떠밀려 나온 상황이었다.

데이트 코스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그냥 세화를 따라가다 온 곳은 이태원 가구 거리였다.

“흐음.”

“어머, 이거 예쁘다.”

가구점 앞에 나열된 낡은 의자와 서랍장을 본 세화는 사진을 찍으면서 가격을 알아봤다.

“앤틱 가구 안 좋아하세요?”

“네, 뭐. 저는 이쪽에 대해 잘 몰라서요. 가구는 그냥 공산품을 사는 편입니다.”

“이게 말이죠. 디자인하는 거에 따라 달라요. 앤틱이라고 마냥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잘 알고 찾아보면 좋은 제품들 많이 구할 수 있거든요.”

세화는 이런 앤틱 가구를 모아 집 안을 꾸미는 것 또한 좋아하는 것 같았다.

진욱 역시 유럽풍의 디자인 가구를 보면서 장식품으로 몇 개 가져다 놓으면 쓸 만한 게 보여 한번 둘러봤다.

그렇게 가구거리를 걸으며 팔짱을 낀 두 남녀가 계속해서 아이 쇼핑을 하고 있을 때, 진욱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음?”

“어머, 뭘 보고 그러세요?”

“잠시, 저거요.”

진욱은 세화를 데리고 앞장서 나가 한 물건을 보며 시선을 빼앗겼다.

그것은 새장이었다.

19세기풍으로 장식된 앤틱 새장이었는데, 그 주변에도 비슷한게 많이 있어서 서양 시대극에 귀족들의 취미로 쓰이는 분위기의 물건이었다.

“아, 새장. 이런 거 좋죠. 실제로 안에서 기를 수 있는 제품도 있어요.”

“흐으음, 앤틱이라면 이거 다 수제로 만든 겁니까?”

“네? 그런 것도 있긴 한데… 뻐꾸기 시계같이 기계식으로 대량으로 만드는 가구도 있어요. 근데 그건…….”

진욱은 세화의 설명을 듣고서 유심히 살펴보다가 밖으로 나온 가구점 직원을 향해 물었다.

“여기 있는 거 다해서 얼마죠?”

“네?”

“바깥의 새장이요. 이것들 한꺼번에 구매를 하려고 하는데요.”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이 황급히 사장님을 모시고 왔고, 진욱은 새장을 거래하면서 그걸 강남 사옥과 상록에 있는 집으로 배송 주문을 했다.

그리고는 새장을 보고 넌지시 중얼거렸다.

“이것도 한번 공방으로 만들어서 팔면 괜찮을 거 같은데, 일반 조류원 철창보다 더 좋잖아? 인테리어용이고…….”

“아, 그렇군요.”

세화의 말에 진욱은 또다시 데이트 중에 일 얘기를 했다며 헛기침했다.

“그… 하나 보내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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