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89화 (89/200)

89화 중소가 대기업을 잡았어?!

콰아아앙!!!

집무실 내에서 물건 집어던지고 깨지는 소리.

그리고 그 앞에서 당사자의 아버지뻘 이상인 나이 든 임원들이 사시나무 떨듯 일렬로 서 있었다.

“아니, 언제부터 제일이 그까짓 존마난 놈들하고 경쟁을 했어요? 우리 만드는 거 부스러기나 주워먹는 놈들이 말이야!”

재벌가에서 안정적으로 승계를 하고 온 성철 입장에서는 죽었다 깨도 이해가 안 될 일이었다.

자본?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이쪽이 더 많다.

기술? 저놈들은 자체 제조 기술 만든 게 겨우 2~3년 수준이다.

마케팅? 언론사와 TV 통해서 뿌린 건 금액은 자신들이 10배는 넘을 거다.

그런데 4분기에서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기존 사료시장이야 제일이 계속 1, 2위를 다투고 있는데 습식 사료 파트에서 별안간 아성사료가 제일식품 사료사업부를 넘은 것이다.

크게 보면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하나가 제쳐진 거지만, 재벌 3세의 입장에서는 이해도 못 할 일이었고,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아니, 이게 뭐라고요? 개가 주인을 문 꼴 아닙니까?”

“부사장님, 고작 브랜드 캔 하나일 뿐이고, 매출에 대해서는 무의미한…….”

“김 전무님. 그걸 말이라고 해요? 제일에서 언제부터 2등짜리 상품이 나왔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에잇! 썅!”

성철은 분이 안 풀리는지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었고, 지포라이터를 연신 돌리는데 불이 안나오자 임원 중 하나가 황급히 달려와 불을 붙였다.

“후우- 이번에 못 뒤집으면 다들 사표받을 준비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고작 습식 사료 하나로 인해서 제일식품의 임원들이 전부 갈아엎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 * *

한편 아성사료는 연신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임원이고 간부고 늘어나는 판매량에 그렇게 말했던 연간 수천만 캔이 이제는 농담이 아니었다.

“제일식품 지금 열받아 죽을걸요?”

“하하하, 맞습니다. 상무님.”

영업팀의 김 부장과 표 차장 모두 각 영업점과 유통업체에서 오는 보고를 진욱에게 올리면서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사실 전체 매출은 아직 비교하기 민망하지만, 브랜드 하나 잡은 것도 제일은 용납 못 하겠죠.”

“맞습니다. 상무님, 이렇게 차차 올라가는 겁니다.”

습식 사료 팩과 캔 판매량으로 제일식품에 올라오고 거기에 따라 수제 간식과 납품하는 건식 사료 역시도 쌍끌이로 올라가니 영업부에서는 여기에 맞춰 유통업체들과 순방만 해도 계약을 상당히 많이 따냈다.

진욱은 자신의 법인카드를 넘겨주면서, 얼마든지 쓰라고 직원들을 격려했고 그러면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 너머로 오는 판매량을 보고 생각했다.

‘일단은 중소업체의 반란이니, 대기업도 진입하기 힘든 펫푸드 업계니 하면서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올 거야.’

앞으로 언론이 얼마나 호들갑을 떨지 눈 감고도 다 알 정도였다.

사료 업계 전체도 아니고, 습식파트, 그중에서도 브랜드 하나이지만, 그걸 가지고 언플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거기에 따른 반감으로 엄청난 할인 공세에 매출 대비 수익에 대해서는 크게 재미를 못 본 것도 사실이었다.

진욱은 그러기 위해서 새로 준비하는 게 있었고, 이건 진짜로 임팩트가 큰 건이어서 아버지하고 상의를 해 봐야 할 내용이었다.

진욱은 서류를 정성껏 파일철에 담아서 사무실을 나와 옆에 있는 사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상만은 그걸 보면서 눈이 점점 커지더니,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담배를 물었다.

“진욱아, 아니 하 상무!”

“네, 사장님.”

“이건 진짜로 큰일 날 수 있어.”

그동안은 아들의 의욕적인 추진에 ‘마지못해’라고는 해도 리스크를 수습할 수 있으니까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 건은 잘못했다간 진짜 아성사료가 업계 내에 대기업들한테 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제일한테 소송을 걸어?”

“네, 맞습니다.”

“우리한테 위탁생산을 맡긴 곳에다가 레시피 표절을 말이지?”

“그렇습니다.”

“진욱아!!!”

순간적으로 아들 이름을 불렀다가 하 상무로 정정했지만, 진욱의 막힘 없는 대답에 다시 소리를 팍 내지른 상만이었다.

“지금 상황 잘되고 있는데 왜 굳이 부스럼을 일으키려고 하냐?”

“뒤통수 맞은 건 이걸로 끝내야죠. 남을 쳤으면 본인도 도끼를 맞을 각오를 해야지.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

“아니, 그러다가 무슨 꼴 날지 모르고서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진욱은 그 말에 왜 이걸 준비했는지 차분하게 설명했다.

“제일이 손절 치고 갈라섰다는 게 아직은 증권가에서만 퍼지는 말이지만, 이걸로 인해서 확실히 선을 그어야죠.”

“뭐?”

“그런 다음에 중소기업의 기술을 가지고, 위탁생산 거래를 미끼로 끊어진 순간 PB 상품을 통해서 비슷한 걸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 좀 속이 쓰린 일이긴 하지만, 그건 어쩔수 없어. 관행이야.”

관행.

상만이 말한 대로 식품업계에서는 만드는 재료 레시피를 가지고 유사성을 집어내 표절시비를 법적 소송까지 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장에 사람이 먹는 과자나 씨리얼도 표절과 모방 사이에서 외식업계들끼리 서로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원제조사가 승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람이 먹는 것도 이런데 하물며 개나 고양이가 먹는 사료는 오죽할까?

오히려 끼리끼리 모이는 재벌 대기업 사이에서는 ‘건방지게 나댔다.’라는 식으로 미운털이 박혀서 지금 거래하는 곳들도 끊길 위험이 있었다.

진욱 역시도 과거의 삶에서 공무원 시절에 그런 거 많이 봤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진욱은 그것을 염두에 두고서 추진하기로 했다.

“전부 감안한 겁니다.”

“어떻게 말이냐?”

“일단 로펌으로 법무법인 ‘태양’을 쓸 겁니다.”

“야, 거기는…….”

“대화그룹 일가의 사돈이기도 하죠.”

대화그룹 김 회장의 동생, 빙글그룹의 딸이 태양로펌 변호사와 결혼을 한 관계가 있다.

“거기는 대형 로펌 중에서도 언더도그마를 많이 따르는 곳입니다. 특히 기업 간 갑질 사례에 대해서 소송을 자주 하는 곳이죠.”

“그래서?”

“일단 그곳을 통해서 소송을 진행한다면 시끌시끌하겠죠. 아마 몇몇 언론사의 경우 재벌 때리기 들어간다고 이럴 때 기사 몇 줄 갈기다가 광고 실어 주면 그때 이야기 바꿀 겁니다.”

“그러니까! 그거에 대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데?”

“제일식품 사료사업부는 그 순간부터 대중적으로 하청업체 제멋대로 운용하다가 이미지 나락가는 겁니다. 또한 새 파트너로 구한 회사가 일본계, 그것도 일본 지진 때문에 방사능 누출 문제가 있는 곳에 재료를 들여왔네?”

“……!!!”

진욱은 그것을 두고서 빅픽쳐를 만들었다.

“이기면 우리는 확실히 선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질 리도 없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질 것 같으면 적어도 서로 법무팀과 로펌 사이에서 적당히 비공개 합의로 끝냈다고 발표할 수 있잖아요?”

판돈을 같이 쓰는 것도 아니고, 제일식품만 이리저리 끌려다닐 것이다.

결국 이미지 싸움을 위해서 움직이는 거고, 초반 소송 비용이 좀 크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매몰 비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이건 진짜 긁어 부스럼이야.”

“부스럼 뒤에 딱지 생기고 새살 돋는 법이죠.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제가 움직일 겁니다.”

“으으음…….”

“아버지, 저 대중적으로 이미지 좋다고요?”

실제로 아성사료에 대한 언론의 주목이 나올 때마다 제일 부각되는 것은 진욱이었다.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오면서 차세대 경영자로 주목을 받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조그만 공장에서 시작해서 장관 표창 여러 개를 받게 만든 킹 메이커로 알려져 있는지라 향후 아성사료에 대해서 이미지도 좋게 나올 것이다.

“좋아, 그럼 딱 하나만 내가 하고서 허락하마.”

“조건부 허락이군요. 뭘 하실 거죠?”

“방금 네가 한 말. 대화리조트에 미리 말해 보고서 그쪽에서 수락하면 하겠다.”

대화그룹과 같은 사업을 하면서 그 전에 회사가 좀 시끄러워질 것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는 말이었다.

진욱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그러시라고 한 다음 결제 서류를 드린 다음 조용히 집무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자기 사무실로 들어갈 때, 넌지시 중얼거렸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 * *

[다음 소식입니다. 전국 1,500만의 반려동물 인구,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펫팸(Pet Family)족을 두고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있습니다.]

[과자와 라면, 아이스크림에 이어 이제는 반려동물의 사료까지도 표절과 모방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다른 곳들이 눈치 보고 베끼는 미투 상품 문화.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요? 김미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네! 갑의 횡포라고 불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문제에서 이제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까지 가로채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사료 레시피의 표절 문제로 법적 소송이 나왔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지상파 3사가 일제히 때려 대는 가운데, 특히 종편 채널들 역시도 아성사료의 편을 들어서 제일식품 때리기에 들어갔다.

“저런다니까요?”

“종편은 원래부터 대기업 편이잖아?”

“근데 제일그룹은 아니죠.”

아버지와 소파에 앉아 오붓하게 뉴스를 보고 있을 때 강아지 요키가 달려와서 무릎에 살포시 누웠다.

진욱이 말한 대로 대기업 재벌들과 거대 언론사들과의 유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일은 달랐다.

“제일미디어가 보도편성 외에 케이블 방송으로 절대 강자잖아요? 초창기 종편 자리 못 잡을 때, 견제 엄청나게 하고 종편 회사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이를 갈았대요. 하나만 걸리라고.”

“그런 게 있었어?”

“방송국 가진 기업들끼리 기싸움하는 건데 제대로 먹잇감 나온 거죠.”

이미 상황을 알고 이렇게 움직인다는 것을 다 예상하고서 추진했던 진욱의 소송 계획.

심지어 그냥 변호사도 아니고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에 중소기업이 수임료를 직접 내서 제일그룹 법무팀하고 싸운다는 말에 순식간에 아성사료의 체급도 확실히 커진 느낌이었다.

“저런 식으로 계속 싸우다 보면 결국 제일식품은 시간 못 끌어요.”

“그래, 네 말대로 합의 이야기 나오겠지.”

“아마, 이현욱이고 이성철이고 속이 쓰릴 겁니다~ 지놈들 따까리인 줄 알았던 회사가 도끼로 마빡을 내리친 꼴이니.”

모든 것은 진욱의 계획대로였다.

* * *

남산 제일그룹 사옥.

“이 녀석아. 어쩌자고 그렇게 나갔어?”

“아니, 아버지! 이게 뭐가 잘못된다는 겁니까? 제깟놈들이 죽고 싶어서 용쓰는 건데 끝까지 가지요?”

“뭐? 끝까지 가? 이런…….”

허허실실 웃는 모습으로 쿨한 이미지의 이 회장은 아직도 상황을 모르는 아들 녀석의 말에 혀를 끌끌 찼다.

“정신 있어? 우리가 베이스가 뭐인데,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저희 제일의 주력은…….”

“외식! 제약! 조미료! 미디어!”

모두 소비재 기업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에 그 다른 기업들보다도 철저하게 신경 써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단체 하나 엮여도 골치 아픈 일인데 상대가 정식으로 대형 로펌까지 끌고 온 상황에서 끝까지 가자는 말에 한숨이 나오는 이 회장이었다.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닙니까? 패소하면 그때 짓이겨 버리죠.”

“그러니까 이걸 장기적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고! 이 멍청한 녀석아!”

“…아버지?”

“그리고 자꾸 회사에서 아버지 소리 할래? 천지분간 못 해?”

“…죄송합니다.”

언제나 차기 대권을 받을 황태자라고 감싸 준 아버지가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정말 화를 내면서 빨리 끝내야 된다고 협상 준비를 고려했다.

성철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고, 그 아성사료라는 말에 제일식품이 들썩이는 상황에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성사료… 하진욱… 이 새끼들 진짜 언제고 죽일 거야.’

결국 성철은 사촌 자리 뺏고 제일식품 점거하자마자 거대한 똥볼을 차 버리고, 제일의 체면까지 완전히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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