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87화 (87/200)

87화 비즈니스가 그런 거지

성철은 이 건방진 중소 따리 자식 놈을 한 방 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중간에 개입한 새로운 인물에 어떤 새끼가 자기 말을 자르냐면서 노려봤다가 뜻밖의 인물을 보고 흠칫했다.

그리고 진욱 역시도 그의 얼굴을 보고는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올라왔다.

‘사진보다 실물이 낫네? 초면이지만, 초면이 아닌가?’

진욱은 이번에 온 사람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차렸고 어떻게 여기에 온지는 몰라도 이것으로 제일식품에 갑질하고는 확실히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는 승기를 잡았다 생각하고 피식 웃으며 성철에게 말해 줬다.

“인수 제안은 개소리라 생각하고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살펴 가시죠?”

“이 개새끼 진짜 아성이고 뭐고 간판 내리는 거 보여 줄까?”

“네, 그럴 일 없어요~.”

“이런 씨…….”

그 순간 그가 다시 개입했다.

“그만, 둘 다 그만하세요. 이런 모습 보기 좋지 않습니다?”

“젠장…….”

차분하게 말리는 인물을 보고서 성철은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어 씩씩거리며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제일그룹이 범삼정가 내의 재벌그룹이라 하더라도 지금 개입한 사람 역시 10대그룹의 회장 자제였다.

성철은 옆에서 실실 웃고 있는 진욱을 보고 언제 한번 저놈 머리 박고 싹싹 비는 꼴을 꼭 보겠다면서 돌아갔다.

성철이 사라진 뒤로 진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지금 온 사람에게 인사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못 볼 꼴을 보였군요.”

“아니요. 원래 제일식품하고 트러블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약속도 없이 온 거니까요.”

“네~ 지금은 ‘우연히’ 뵌 거네요.”

사실이었다.

진욱은 설마 이 사람이 올지는 몰랐고, 상대 역시도 정보를 듣고서야 온 다음에 제일식품 이성철을 만났을지는 몰랐으니 말이다.

“다른 곳으로 가서 이야기할까요?”

“됐습니다. 그냥 여기서 정리하고 말하죠.”

상대방은 상당히 쿨했다.

그리고 카페 직원들이 황급히 청소한 다음에 커피를 시켰을 때, 진욱은 뒤늦은 통성명을 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아성사료의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대화의 김규완이라고 합니다.”

대화리조트 미래사업부장 김규완.

현 재계서열 8위의 대화그룹 회장 김승철의 장남이며, 진욱이 리조트에서 내민 사업안을 직접 보고서 그를 만나러 온 귀인이었다.

“오늘 직접 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좀 즉흥적인 사람입니다.”

중소기업 자제를 상대로 예의를 지키면서, 사업 이야기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꺼냈다.

“다른게 아니라, 하… 잠깐, 제가 진욱 씨라 부르는게 편합니까? 아니면 직책으로 하 상무라 하는게 편합니까?”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그럼 하 상무님이라고 하지요.”

“……!?”

대기업 간부들은 대개 사장 빼고는 제대로 된 직책 안 말해 주고 대충 김 부장이니 이 과장이니 하는 식으로 부른다.

하지만 역으로 상무님이라고 말하는 김규완

방금 전 돌아간 제일그룹의 이성철이나, 전에 본 용철에 비교해도 굉장히 신사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사업 논의 또한 신사적이었다.

“제가 임 부장님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괜찮은 사업 아이디어 같아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규완이 내민 것은 지난번 진욱이 대화그룹에 제출했던 상생안 서류였다.

전국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 받는다고 하더니, 결국 거기까진 가지 않고 아성사료의 제안을 승낙해 준다는 말이었다.

“제가 이번에 리조트 사업으로 오면서 아성사료가 만든 애견호텔, 그리고 수족관 카페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소규모 아쿠아리움 카페를 프랜차이즈화해서 나오는 거, 저는 찬성입니다. 임원 회의에 정식 안건을 올리려고 합니다.”

대화그룹이 제대로 큰 선물을 준비했다.

진욱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 조용히 감사만 표했다.

“그리고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아성사료는 전담 수출 중개 무역회사를 가지고 있던가요?”

“아, 네. 이번에 TV에도 많이 나왔던 채식사료. 그걸 전담해서 북미 시장에 팔아 준 곳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흐음, 일단 저희 자체적으로 있는 대화무역 쪽으로 애견호텔과 아쿠아리움 사료를 준비하던 거, 전부 국내로 돌리려고 합니다.”

“……!”

“무역쪽 계열사 직원들에게는 유감이지만, 국산화로 움직이려고 하니까 아성사료가 힘 좀 써 주셔야겠어요.”

“기존의 반려사료하고, 관상어 사료 일체를 말입니까.”

“네~ 제가 그것 때문에 아성에 딱히 전담 상사 없으면 수출파트 대신 맡겨 주려고 했죠.”

김규완은 큰손으로 진욱과 파트너쉽을 맺기로 했다.

지금 이 두 건만 하더라도 아성사료는 4분기에 제일식품 하청 건은 물론이고 잘하면 3분기 매출을 뛰어넘을 수도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카페 프렌차이즈 이야기는 정식으로 기획안을 기다리겠습니다. 제가 사장님과 직접 만나 뵙고, 실무를 진행했으면 합니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MD는 아예 재벌 3세가 직접 움직인다고 하니 게임 끝난 거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이미 모든 것을 받았지만 하나 더 던져 보기로 했다.

“저기, 부장님. 지금까지 사업 논의로 정말로 좋은 제안을 주셨지만…….”

“음? 뭐죠? 혹시 제가 제안한 것 중에서 뭔가 불편한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단지… 이건 우리 회사 문제이지만.”

“말해 보시죠.”

“제일식품과의 거래 종료로 인해 주가가 엄청나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앞서 보셨듯이 매각설까지 있는 상황이어서 지금 중기청 평가와 노동부와의 협업 사업이…….”

“네~ 그러니까 편하게 말하세요. 뭘 원하시는 겁니까?”

빙빙 돌리는 거 없이 바로 말하라는 김규완을 향해 진욱은 바로 던졌다.

“저희 지금 이 제안, 언론에 발표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당장에 추락한 주가부터 해결하고 싶습니다. 일단 회사가 잘 돌아가야 대화그룹과도 A급의 협업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뭐, 그런 거라면… 그냥 제가 발표하지요.”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내일 오후 12시 기자회견하겠습니다. 대화리조트 신사업 계획으로 즉석 발표할 것이며, 추후 자세한 상황을 이사회 안건에 올릴 거라고 하면 됩니까?”

아성사료가 기자들 불러 말하는 것보다 대화그룹 본사에서 회상의 장남이 직접 발표하면서 아성의 이름을 언급한다?

진욱이 장땡을 원했는데, 저쪽에서 삼팔광땡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더할 나위가 없겠군요.”

“네. 그래요. 일단 오늘은 거피셜입니다. 정식 오피셜은 이번 달 내에 빨리 끝내죠.”

규완이 먼저 일어나 웃으면서 손을 내밀자 진욱은 바로 악수했다.

재벌에게 데인 상처는 재벌이 치료해 줬다.

그리고 진욱은 이것으로 아성사료의 그룹화를 움직일 수 있겠다며 쾌재를 불렀다.

* * *

[대화그룹 3세 경영체제 시작되나? 김규완 팀장의 이유 있는 추진!]

[창조경제 사회, 상생에서 찾는다. 협력사의 아이디어를 받고 투자한 대화리조트의 배팅.]

[김규완 팀장, ‘파트너 아성사료와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카페를 만들 것.’]

[아성사료 ‘대화그룹’의 테마주가 되나? 황태자가 픽했다!]

“주가 쭉!쭉! 올라가는 거 보소!”

제일식품이 얍살하게 계약 연장 취소를 선언한뒤로 당장에 신공장이 붕 뜨면서 추락했던 아성사료 주가는 대화리조트와의 아쿠아리움 프랜차이즈 카페 기획안, 추가로 대화리조트 내의 동물호텔과 아쿠아리움 사료 일체를 독점 납품하는 호재를 맞이하여 아침부터 미친 듯이 올라갔다.

대화그룹과의 거래 건으로 아성사료는 죽다 살아난 기분으로 모두가 환호했다.

“애썼다! 진짜 네가 한번 더 회사를 살렸구나.”

상만은 진욱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수고했다며 격려해줬다.

아직 위탁생산 회사는 못 정했지만, 그래도 다른 쪽에서 돈이 콸콸 들어왔으니 올해 회사는 걱정 없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활짝 웃으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사장님, 아직 복주머니 다 안 터졌습니다.”

“뭐?”

“다다음 주 폴리텍대학 총장과 계약 준비하시고,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 받으시기 전에 공장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어이구야. 그랬으면 좋겠다.”

“네, 될 겁니다.”

그냥 ‘나를 믿어 달라.’ 단 한마디의 뉘앙스가 사장 이하 말단 직원까지 모두 진욱에게 매달리게 했다.

진욱은 그런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중안무역쪽에서 마무리 투수가 나올 거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2주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대화그룹 이슈와 고용노동부와의 청년 일자리 정책에 이어서 일주일도 안 돼 답장이 온 것이었다.

* * *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이런 데 쓸 말이군요?”

“하하하하! 저희도 이렇게 좋은 파트너가 FA로 나왔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니, 제일식품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상록에 찾아와 아버지와 논의를 나누고 진욱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된 인물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직접 넘어온 전문 경영인이었다.

제이슨 박.

주한미군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검머외 혼혈이란 건 그냥 넘어갈 일이고,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식품회사 레슬리의 임원이고, 레슬리 코리아 사료사업부에서 나왔고, 아성사료와 위탁생산 계약을 위해 찾아왔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이 갈수록 성장한다는 건 모두가 알았지만, 저희 공장이 포화 상태가 될지는 몰랐네요. 이것 참.”

한국레슬리가 축산업 사료 생산을 위해 전 공장을 풀가동했지만, 이번에 정부 지원 가축 사육 정책으로 인해 조금 빵꾸가 났다.

특히 양돈업에 대해 ‘한돈 브랜드 강화’를 부르짖으면서 규모를 늘렸는데, 기존의 중소 농가를 넘어 농협을 통한 대규모 양돈업 시장에서 레슬리가 추가 공장을 증설하기 전에 바로 물량을 맞출 수 있는 공장이 필요했다.

이른바 임시 파트너.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아성사료라는 검증된 사료회사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고, 본사에서도 바로 연락해서 상록까지 와서 계약을 조율했다.

“뭐, 이런 질문이 우습겠지만, 기존에 닭과 오리 사료 생산인데, 라인을 돼지사료용으로 바꾸는 거 문제는 없겠죠?”

“물론이죠. 사료 베이스 바꾸고 돈사용 배합사료 기술은 저희도 얼마든지 가지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우리 한번 잘해 봅시다!”

공교롭게도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돼지 사육용 배합사료를 먹는 자리였다.

진욱은 이 계약을 마치면서 아성사료의 ‘비상대책 경영팀’은 그만 해체하고 다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자고 아버지에게 건의했다.

* * *

얼마 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시상식장.

[표창장! 귀하의 일자리 창출 지원을 통하여 국가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치하아여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고용노동부장관, 방하윤!]

아성사료 사장 하상만이 표창을 받을 때 모두가 박수를 쳤다.

진욱 역시도 웃으면서 아버지의 표창장 수여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했고, 그 옆에는 두 누나와 가족들이 서로 다독여 줬다.

그리고 멀리서 그 가족을 지켜보는 그림자가 몇 있었다.

‘꽤 괜찮은 사업가군요. 선배님이 말하신 거 같이 좋은 친구 같습니다.’

‘일 처리가 진짜 야무지다니까? 게다가 싹싹하기도 하고.’

‘선배님. 진짜 상사맨 다 되신 거 같습니다?’

‘뭐래? 나 원래 그쪽 전공이야!’

아성사료와 그 일가, 그중에서도 진욱이 계속 활약하며 정부 쪽에서 벌써 여러 번 트로피와 표창을 받았다.

그리고 진욱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상당히 호의적으로 평가하고는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하는 눈길이 계속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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