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높으신 회장님의 초대
[최근 굉장히 뜨는 분.jpg]
[???: 네? 이걸 만들라고요?]
[요새 댕댕이 사업으로 자주 나오는 하진욱에 대해 Araboza!]
“이런 건 대체 누가 올리는 거야…….”
진욱은 요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올라와 자신에 대한 신상을 올리는 것들을 보고서 머리를 긁적였다.
게다가 위키라고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문서 편집해서 사전처럼 만드는 사이트들에서 계속 자신에 대한 사진과 프로필, 이력 등이 나오자 진짜 누가 매니지를 해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인터넷상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는 일상생활할 때만 하더라도 문제가 생겼다.
“저기… 선배.”
“응?”
“사진 같이 찍어도 될까요?”
요새는 강의만 마치면, 12~13학번대의 새내기 여학생들이 08학번의 고인물 복학생 아재에 가까운 진욱을 향해서 사진을 찍고, 바로 SNS에 올리고는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번 동물원 사업으로 인연이 닿았던 캠퍼스 동아리 ‘공존의 길’ 사람들도 사회적 동물권 문제에 대해서 가끔씩 서명 운동에 싸인 좀 해 달라며 요청하고는 했다.
“와, 감사합니다.”
“아니, 왜 굳이 내 사진을…….”
“TV 보고 너무 멋져 보였어요.”
“집에 요크셔 너무 귀여웠어요. 사진 또 있나요?”
마치 학교 내에서 같이 다니는 연예인을 본 것 같이 말하는 여학생들을 보며 진욱은 쓴웃음을 짓고는 하나하나 다 응대해 줬다.
벌써 자기 학번 대의 동기들은 이미 졸업하거나, 아니면 군대와 고시로 인해 늦은 복학으로 남은 이들이 전부였다.
“형 진짜 여자들한테 인기 많네요.”
“글쎄, 나도 당황스럽다.”
다른 동기들이 키득거리면서 말할 때, 진욱은 멋쩍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게 단순히 몇몇 학생에서 끝날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 * *
“네? 학내 홍보요?”
“그래, 진욱 군이 좀 도와줄 수 없겠나? 이왕이면 자네 회사와 같이 말이야.”
“글쎄요. 이건 사장님에게도 여쭤봐야 되겠는데…….”
서울대 수의대에서 교수가 직접 불러 진욱에게 제안을 했었다.
과거에 경준 같은 선배들은 이미 예전에 졸업하고, 수의사의 길을 걸어 각각의 병원으로 일을 하러 가고 수의대와의 인연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을 때 나온 제안인데 내용도 대단했다.
“아성사료가 지금 이미지가 매우 좋아. 거기다가 영양식 제품이 많아서 우리가 운용하기도 좋을 거야.”
김 교수의 제안은 서울대 수의학병원 내에서 반려견과 반려묘에게 줄 사료와 수제 간식 납품, 그것을 넘어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의 홍보대사가 되어 달라는 제안이었다.
“교수님, 저는 인문대 출신이고, 이런 홍보에 대해서는 수의학과 출신의 홍보학생을 뽑는 게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 하지만, 자네 회사가 개발했던 동물병원 앱, 그리고 우리 병원 홍보를 위해서 좀 같이 일해 달란 말일세.”
대학병원 홍보대사 등은 연예인 중 그 학교의 동문이 나와서 사진 찍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동물병원 홍보대사를 자신이 해 달라니… 그것도 지금은 대학생이면서도 현역 경영인이니 뒷광고도 생길 텐데 말이다.
이걸 교수가 직접 제안했고, 수의대병원 내에서도 다들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하니, 진욱은 일단 집에 이야기를 해 보고 생각해 보겠다며 적당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인터넷과 서울대 수의과의학 동물병원에서는 양복에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리고 활짝 웃은 얼굴로 사진을 찍은 진욱의 모습이 홍보 포스터에 올라왔다.
[모두가 가족입니다.]라는 말은 본인이 한 게 아닌데 카피라이터의 아이디어라고 해서 뭔가 머쓱했다.
“후~ 진짜 이제는 이쪽 사업에서 계속 불려다니게 됐구만.”
딱 8년 만이었다.
닭이나 소, 돼지, 육견 등으로 대형 알곡사료 OEM받아서 돌아가던 쬐끄만 공장에서 지금은 국내 반려동물시장에서 알아주는 업체가 되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 말이다.
* * *
얼마 후 진욱은 뜻밖의 연락을 받아서 조마조마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상만이나, 원숙은 난리가 났고, 거기에 따라 큰아버지 일가인 상규까지도 연락을 해서 말을 할 정도였다.
“그게 뭐야?”
“양복 티켓인데요. 큰아버지가 무조껀 여기서 맞추래요. 가장 믿을 만한 곳이라나?”
명품 수제 양복 티켓을 하나 받아서 정장 한 벌 공짜로 선물받은 진욱은 이번 일에 대해서 그저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우리 아들이 재벌회장 생일파티에 다 초대가 됐어?”
원숙이 연신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며 쓰다듬어줄 때, 진욱은 어머니의 손길을 뒤로하고 멋쩍은 얼굴로 상만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같이 가자고 요청해야 하는데.”
“아니야, 아니야! 그 이 이사가 직접 말한 거니 늙은이는 빠져야지. 그리고 그쪽 창구는 너 아니냐? 하하하!”
오히려 아들만 거기에 초대된 것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면서 크게 웃는 상만.
진욱은 제일그룹 회장 생일에 초대받았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용철이 직접 초대장을 보내 줬으며, 그것도 VIP 대우로 연회장에 들어올 수 있는지라 진짜 삼정가 출신은 물론 다른 재계의 인사들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리고 상만은 그 말을 듣자마자 며칠간 고급 선물을 위해서 막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힘들게 구해 온 나무 상자 안에는 흙이 잔뜩 묻은 산삼 10뿌리가 있었다.
“세상에, 이게 다 뭐예요?”
“자연삼으로 구하느라 겁나 빡셌다. 뭐 그렇게 비싼 건 아니야.”
“아니, 이런 거 구했으면 그냥 아버지랑 어머니가 나눠 드시지.”
“난 삼이 안 받는 체질이야.”
용철에게는 큰아버지이자, 삼정가의 큰집인 현 제일그룹 회장 이현욱.
그의 생일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엄청난 가격의 자연산 산삼이었고, 아성사료와 아성금융의 이름으로 추가 화환도 두 개 보낸다고 한다.
진욱은 이렇게까지 선물을 받으니 마치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을 하러 가는 느낌이 들었다.
“가서 실수하지 말고 잘해.”
“실수할 게 뭐 있을까요. 그냥 생일파티인데.”
“그래도 이 녀석아!”
그렇게 진욱은 재벌 회장 생일 파티를 두고 주변에서 준비한 많은 물품을 손에 넣었다.
* * *
호텔 하나를 통째로 대절한 엄청난 규모였다.
이전에 원로 국회의원 생일도 대단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의 규모였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5성급 대형호텔 이스턴-고려 호텔은 범삼정가 내의 신누리그룹 산하에 있는 곳이었다.
“어서오십시오.”
검은 정복 차림의 도어맨과 호텔리어들은 여기에 오는 차량을 보고서 바로 응대했다.
“아성사료 하진욱 상무님이시군요. 바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아, 네.”
확실히 특급호텔에 오늘의 생일파티 준비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진욱의 차가 오자마자 번호판을 보고서 바로 누구의 차인지를 알고 스스로 외우고 있던 도어맨들의 움직임이었다.
진욱은 안내를 받으면서 연회장으로 들어왔고, 홀에 얼음으로 조각한 거대 호랑이와 봉황이 있는 것을 보고 ‘저거 깎는 데 얼마 들었을까?’ 하는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화환 역시도 엄청났는데, 1층과 2층의 벽을 다 덮은 것이 1천 개는 그냥 넘을 것 같았고, 아직도 업체 직원들이 들고 오며, 어디다 설치하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새한국당 정치인에, 장관에, 총리에, 현기그룹, 대화그룹… 어우야.”
“하진욱 씨!”
“……!?”
누가 자신을 반갑게 부르는 말에 고개를 돌렸을 때, 흰 정장 재킷이 눈에 띄는 인물이 손을 들고 달려왔다.
진욱은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 달려와 악수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한성이 형. 잘 지내셨어요?”
“출장다녀오느라 바빴어. 왜? 보고 싶었어?”
“음, 비즈니스적으로요?”
“하하하! 그래, 할 말 많을 거 같다. 들어가자. 내가 안내해 줄게.”
이 안에 있는 초대 인원 전부가 재벌가나 정치, 관료계, 연예계 중에서도 이름난 인물들이었다.
아마 여기에서 커리어를 순위로 매긴다면 진욱은 뒤에서 몇 번째로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할 상황이었고, 거기서 몬스터티켓의 최한성 대표가 그를 데리고 다니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누구지? 최한성 친구인가?’
‘몬티라면, J그룹 회장 조카잖아? 그쪽 사람인가 보네?’
‘제법 준수하게 생겼네? 뭐 하는 친구인지 알아볼까?’
‘저 친구 어디서 본 거 같은데. TV에 나온 거 보면 연예인인가?’
나이 드신 분들에 있어선 처음 보는 인물에 대해 어리둥절했다.
그 속에서 진욱은 품 안에 있는 선물을 조마조마하게 가지고는 이걸 어디에 가져다줘야 할지 몰랐다.
“용철아. 데려왔다.”
홀 안에서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용철은 한성과 진욱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아, 이사님.”
“잘 왔어. 근데 품에 그건 뭐야?”
“아, 이거 아버지가 회장님 드리라고 가져온 선물입니다.”
“뭔데? 큰아버지가 선물 보는 눈이 높으신데.”
용철은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자신이 챙겼다.
“가 볼래? 지금 대기실에 계신데.”
“네?!”
“뭘 그렇게 놀래? 오늘 생일이신 분 직접 만나서 드려야지. 한성이 너도 같이 가자. 안 그래도 단체로 가려고 했어.”
그렇게 말하면서 용철의 또 다른 친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 지금 가나요?”
“그래, 다 같이 가자.”
호리호리한 체격에 두꺼운 안경을 낀 정장 차림의 남성은 한눈에 봐도 공부벌레라는 인상이 가득한 친구였다.
“아, 사촌동생이야.”
“유진수라고 합니다.”
“아, 네. 하진욱입니다.”
“최한성입니다.”
용철은 진욱을 포함한 3명을 데리고 VVIP가 계시는 대기실로 향했다.
제일그룹 비서실 직원들이 엄중히 지키고 있는 자리에서 용철을 보고는 바로 인사하며 안내해 줬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그곳에서 회장님이 있었다.
TV나 국회 청문회에서 봤던 이현욱 회장은 환갑의 나이에도 상당히 젊어 보이는 신세대 차림의 시원시원한 인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오, 용철이 다시 왔구나. 옆에는 제수씨 조카지?”
“네, 회장님.”
유진수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그 옆에 한성을 봤을 때도 ‘사돈집 총각’이라고 한마디 했다.
그리고 진욱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데 그 옆에는 누구신가?”
“처음뵙겠습니다. 회장님,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하진욱? 흠…….”
제일그룹 회장에게 있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옆에서 비서실장이 작게 속삭이자 갑자기 그의 눈이 바뀌었다.
“아~ 아성사료 하진욱. 으음~ 그래.”
이 회장은 바로 진욱을 향해 말했다.
“너구나? 그 특이한 사료 만들어서 사료사업부 매출 올려 준 애가.”
“아닙니다. 저희의 아이디어를 제일식품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줘서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뭐, 우리가 진흙 속의 진주 잘 찾긴 하지.”
대기업 회장의 포스에 비해 상당히 털털한 말투를 쓰는 김 회장은 진욱이 아성사료의 이름으로 받은 선물을 보자 직접 열어 보고는 산삼 하나를 들었다.
“어이구, 이런 건 안 가져와도 되는데… 아무튼 아성사료 사장에게 전해 주게. 잘 받았다고 말이야.”
“네, 회장님.”
“여기까지 왔는데 잘 먹고 가라고. 하하하!”
마지막에 크게 웃으면서 용철의 친구들을 돌려보낸 뒤로 다시 자리로 향하는 일행들.
그때 진욱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저놈이야? 용철이 놈이 끼고 다닌다는 애가.”
“사료사업부에서 저쪽 아이디어가 컸다고 합니다. 사실상 제일식품 장악해 나가는 데 손을 쓴 친구지요.”
옆의 참모들의 말을 들은 검은 그림자는 담배 한 대를 꺼내고 나가기 전에 뒤를 돌아 다시 한번 진욱을 살펴봤다.
“흐음, 저 친구 내 쪽으로 데려올 수 있나?”
“준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