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75화 (75/200)

75화 이제는 수출이다!

그날 거창한 회식 이후 간부들끼리 따로 모이는 2차 자리가 있었다.

“너무 빠른 게 아닙니까?”

이정열 이사의 말에 진욱과 상만은 그의 말을 계속 들었다.

“회사의 성장, 네 모두의 꿈이지요. 지금도 이런 자리를 가지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네, 하 이사님이 사장님과 같이 아성사료를 이만큼 올리시고, 저희 같은 분들 월급 받을 수 있게 해 주셨죠. 상장 이후 계속되는 고공 행진을 이어 갔습니다.”

하지만 이정열은 지금까지 돌아갔던 아성사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차라리 지금이 아니라 조금 더 기다린 다음 신중하게 신청하는 게 더 지원을 받을수 있고, 대기업 제휴가 자유롭지 않습니까.”

“네, 틀린 말은 아니죠.”

이들 역시도 대기업에서 한 자리 하다가 온 사람들이니 중소기업에 임원 대우로 온 이상 회사 돌아가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흔히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국내 기업들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또 준대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올라가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이유야 많이 있지만, 역시 문제는 돈이었다.

당장에 회사 체급이 커졌으니, 정부 공공조달, 지자체 지원, 기금 지원, 대기업 상생기업 선정 혜택 등의 그동안 꿀 빨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혜택은 줄어들면서 중소기업 때는 넘어갔던 규제들이 새로 추가되며, 그 상황에서 세금이 늘게 되니 재무와 회계 쪽 맡는 임직원들은 속된 말로 대가리 터진다고 할 수 있었다.

진욱은 관제 야당으로 쓴 이정열 이사가 하는 말도 맞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웬만한 중소기업 오너들도 자기 회사 중견으로 올려 준다 하더라도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밑에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내년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일단 세금 폭탄 문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맞춰서 중기청과 산자부가 중소기업의 승격 시 3년간 유예기간을 주지요. 그때에 맞춰서 대비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진행하고,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2010년대 후반쯤에서 이미 아성사료는 단단히 준비한 상태에서 그 체급을 갖추게 된다.

“물론 거기에 따라서 많은 인재를 영입하고, 사업의 다각화도 진행할 것입니다.”

“비상장 계열 분리도 있습니까?”

“네~ 그것도 할 겁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사료회사 아성사료는 본업에서 매출 600억 이상은 계속 올릴 수 있게 성장시킬 거요.”

기업집단 아성사료를 만들겠다는 자신감.

진욱은 이미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었고, 이제 천천히 채색만 한다면, 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어제의 기분 좋은 회식 이후 진욱은 다른 간부들에 비해 백만돌이 같은 움직임으로 새로운 기획안을 내밀었다.

“앞으로 수출을 위해서 새 파트너를 구해야겠습니다.”

“……!”

“흐음.”

“수출파트… 그렇죠. 이제는 할 때가 됐죠.”

그동안의 아성사료는 내수 위주로 움직였고, 수출 파트는 지난날 행복백화점을 운영하던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지원을 받았지만, 조금 시원찮았다.

“수출 위한 전문 상사… 공감은 하는데, 어디 생각한 곳이라도 있는거야?”

상만의 물음에 진욱은 조용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검토 중입니다.”

그때 윤 팀장이 조용히 손을 들고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사장님, 그러면 이전처럼 삼정물산에서 계속 거래를 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미 몇 건의 해외 계약을 그쪽을 통해서 하지 않았습니까?”

안심따개 라이선스 구매, 독일 회사와의 얼룩말 동결건조 사료 기술 이전, 그 외 중국과 남아공을 통한 원자재 수입 등을 삼정물산을 통해서 했다.

“아예 전속으로 계약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업체를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진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동안 삼정과의 거래는 잘 이뤄졌지만, 이제는 슬슬 거리를 둬야겠습니다.”

“뭐? 그럼 삼정물산하고 더 이상 안 한다고?”

국내 제1의 기업인 삼정그룹, 거기에 범삼정가의 회사인 제일그룹 일가하고도 친분을 가지고 있는 진욱이었다.

근데 그들 말고 다른 종합상사를 알아보겠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상만이 되물었다.

“하 이사. 말 좀 계속해 보지?”

“네, 지금부터 새 무역회사를 골라야 하는 이유를 말하겠습니다.”

진욱은 최근의 재무제표를 간부임원들에게 보이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비쌉니다. 대기업 종합상사들이 신뢰를 가지고서 이름값이 있지만, 그동안 수수료에 대해서는 언제나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으으음.”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해도 까놓고 말해서 돈 문제.

중소기업에서 이제 막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세금폭탄을 위해서는 하나씩 줄여 나가면서 사내 현금을 모아야 했는데 주거래 무역상사로 쓰기에 삼정물산은 너무 비쌌다.

“그래서 대안으로 대화그룹 쪽도 한번 알아봤습니다. 물론 이것은 지난번 관상어 신사료 개발을 국가와 민간이 같이하는 사업에서 이야기가 나왔죠.”

“네, 삼정이 아니라면 대화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그쪽 거래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수료 인하도 계약에 따라 다를 테고…….”

이정열도 관심을 가지며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이번엔 상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안 돼. 내가 이미 알아봤어.”

“그렇다고 합니다.”

진욱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직접 말하기를 기다렸고, 거기에 맞춰 상만이 말했다.

“사실 나도 삼정이 비싸다는 건 사장인 내가 더 잘 알지. 그래서 대화랑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는… 휴우, 무슨 재벌 대기업이 지네 계열사들끼리 사이가 나쁜지 모르겠어.”

“네?”

“대화리조트에서 개발하는 거 대화그룹의 무역사업부 대화글로벌과 이야기가 되냐니까 시큰둥하다고 하더라고.”

“거기는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이전에 자회사인 대화생명의 사옥 건설에도 내부 일감 안 한다고 대화건설을 탈락시켰죠.”

사실상 그동안 거래하는 대화그룹이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또 철저해서 이쪽과의 거래는 대화유통과 대화리조트 정도에서만 친분을 유지해야 할 것 같았다.

사실상 1협력사 이점을 못 하니 결국 삼정도, 대화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제일그룹이 종합상사를 가졌다면 혹시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만… 거기는 미디어, 바이오, 물류 유통으로 집중한다고 하니 무리입니다.”

결국 아예 새로운 루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욱의 이야기에 상만을 포함해서 모두가 관련 자료를 보고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 맡아야 할 일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로 대기업 종합상사보다는 적은 수수료로 거래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둘째로 본격적인 수출업을 진행할 것이니 중계무역(中繼貿易)이 아닌 아성의 이름으로 수출하고 구매자 루트가 확실한 전문 중개무역(仲介貿易)으로 가야 한다.

간단하게 차이를 말한다면 중간에서 물건 가지고 중간업자의 이름으로 파는 것은 중계무역.

반대로 중개자가 수수료를 받고 수출자를 대신해 수입자에게 수출업체 이름으로 파는 것이 중개무역이다.

마지막으로 세관과 규제 문제가 있으니 아성사료의 사업소와 즉시 연락이 가능한 항구 일대에서 바로 핫라인이 되는 회사여야 한다.

그리고 이번 새 무역업 파트너를 찾기 위한 인물은 이번에도 진욱이 맡기로 했다.

* * *

진욱은 출장계를 쓰고서 퇴근 이후 집에서 짐을 챙겼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있다 올 거야?”

원숙의 물음에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2주 정도 있으면서 괜찮은 회사 리스트들을 아버지에게 보내고 괜찮은 곳이 안 나오면 좀 더 있어야겠죠.”

“잘 다녀와. 몸 조심하고.”

“올라올 때 어묵 좀 사 가지고 올게요.”

진욱은 옷가지를 챙긴 다음 내일 아침 떠나기 전에 아버지에게 명함을 몇 장 받았다.

“박 사장에게 이야기했으니 많이 도와줄 거야.”

“박 사장이요? 경윤수산 박 사장?”

“그래~ 지금 상어 뼈 대주는 그 박 사장.”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조류독감 이슈 때문에 닭고기 수제 간식이 안 돼서 대체용으로 상어 연골 수제 간식을 만들 때 큰 도움을 주신 분.

이후 지금 아성사료 부산공장에서 배합사료용 어분 납품도 그분이 하고 있고 말이다.

“그분 못 뵌 지도 좀 됐는데, 가서 이야기 좀 해 봐야겠군요.”

“그래, 부산은 아는 사람 많으니까 잘될 거야.”

“좋은 업체 알아내면 바로바로 연락드릴게요.”

진욱은 자신감을 가지고 주먹을 불끈 쥐자, 상만도 웃으면서 같이 쥐고 부자간에 주먹인사를 했다.

“열심히 해. 하 상무.”

“네?”

“그동안 네가 한 일이 있는데… 상무 자리 만들 테니까 네가 가.”

진욱은 출발 전에 승진에 대해서 웃으면서 아버지께 인사했다.

* * *

부산에 도착한 진욱은 먼저 사상구에 있는 아성사료 부산공장에 도착했다.

“아이고~ 어서오십시오~ 상무님!”

“공장장님 잘 지내셨죠?”

“저야 뭐~ 하하하하!!!”

부산 동결사료 공장에 도착하자 김선태 공장장이 반갑게 맞이해 줬다.

일단 업체를 알아보기 전에 사료 공장을 둘러봤는데, 안에서는 산뜻한 냄새와 함께 철저한 위생복을 갖춰입은 직원들이 생산품을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진욱의 지론인 경영에 앞서 정리정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듯이 깔끔한 분위기는 마스크와 방진모 너머의 눈만 드러낸 진욱을 웃게 했다.

“부산공장 매출은 무난하던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오프 매장보다는 온라인 주문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송팀과 고객센터팀을 좀 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위에서 그쪽 인원 충원에 대해서는 결제 바로 될 겁니다.”

사실상 전권을 주고서 매출하고 수익만 잘 나오면 마음껏 움직여도 된다는 진욱의 말에 부산쪽 사람들은 활짝 웃으면서 자신감을 가졌다.

그날의 점심은 특별히 주변에 있는 고깃집에서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부산공장 직원들에게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하고서 자리를 마쳤다.

그 다음으로 진욱이 향한 곳은 자갈치 시장에 있는 경윤수산이었다.

이미 상만의 연락을 받은 박 사장은 진욱이 오자 반갑게 맞이하면서 커피를 준비했다.

“요새 상어 연골 찾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좀 더 양을 늘려야겠어요.”

“아이고~ 우리야 땡큐지. 원한다면 배 이상 납품도 가능해요.”

박 사장이 껄껄 웃으면서 말할 때, 진욱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수출을 위주로 움직이려고 하는데, 중국, 대만, 일본, 그리고 미국 쪽으로 해서 아성사료 수제 간식 수출을 하려고 합니다.”

“흐으음, 그렇지 않아도 알아는 봤는데, 삼정이나 대화 나가리 됐다면서요?”

“아버지가 그 이야기까지 했습니까?”

“상황 설명해 줘서 내 부산 일대에 무역회사들 인맥 알아봤거든. 근데 요새 해운 불경기 때문에, 쬐깐이 업체들은 미국까진 알아보기 힘들 텐데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로 다른 업체들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지만, 수출입에서 중요한 해운업은 아직도 불경기였다.

특히 해상 운임료 상승에 컨테이너도 부족해서 중소기업 수출업체들은 당장에 배 구하는 일도 힘든 게 수출이었다.

“그럼 일본이나 대만쪽까지는 충분히 되나요?”

“그거야 5인 사업장 만들어서 짤짤이 굴리는 사람들은 많아요. 근데 종합상사 생각한다면 시간 좀 걸릴 겁니다.”

진욱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박 사장에게 요청했다.

“사장님, 그러면 일단 알고 계신 업체들부터 하나씩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일단 차근차근 알아보려고 합니다.”

대기업은 비싸지만, 그렇다고 너무 영세한 규모의 무역업체를 찾을 수도 없었다.

진욱은 이 상황은 인맥을 통해 발로 뛰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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