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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74화 (74/200)

74화 졸업 준비합시다

진욱은 집 안에서 강아지와 놀아주면서 아버지 상만을 기다렸다.

“대체 얼마나 늦으시려고 아직 연락이 없는 거야?”

원숙은 시계를 보면서 곧 있으면 자정이 될 텐데 연락 한번 없는 남편이 야속했다.

진욱은 조용히 강아지 요키를 쓰다듬어 주다가 말했다.

“정부 부처에서 높으신 분들 만나는 거니까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요.”

“평소에는 같이 가던 애가 오늘은 왜 따라 안 가고?”

“딱 사장님만 뵙고 싶다는 연락이래요.”

진욱은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만 단독으로 오셔서 이야기를 한다는 말에 뭔가 걸리긴 했지만 믿어 보기로 했다.

‘보통 그런 경우는 두 개인데…….’

중소기업이 정부에서 국가사업을 하면서 지원을 앞둘 때, 사장만 따로 부르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직 드러나지 않을 정부발표라 핵심 인원만 몇 명 불러서 아는 것.

이거라면 보안 문제니까 그래도 사장인 상만을 불러서 이야기하는게 맞을 거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만약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진짜 벌어진다면 지금의 판을 다 깨야 했다.

“제발 그건 아니어야 할 텐데…….”

“무슨 소리야?”

원숙의 물음에 진욱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때 최근 집에서 원래 쓰던 방을 쓰던 진미가 조용히 내려왔다.

“후우, 힘들다.”

“누나 미안.”

진욱은 팔다리를 두들기면서 다가오는 누나 진미를 향해 자리를 내줬다.

그녀는 부스스한 머리에 안경을 낀 상태로 회사 내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어떻게 잘돼?”

“그럭저럭. 그래도 맨땅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야.”

진미는 졸지에 아성사료에 들어와 연구원으로 일하게 됐지만, 덕분에 결혼에 필요한 자금 모두 아버지에게 받기로 했고, 거기에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같이 연구를 하면서 정교수 자리를 추천해주겠다는 시어머니의 제안으로 힘을 써서 같이 개발하고 있었다.

“말 나온 김에 이거 봐 봐.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거든?”

“이게 뭐야?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폰 시대 이후 여기저기에 ‘스마트’라는 단어만 붙이면 그 옛날 ‘벤처’라는 딱지로 뭐든지 통용이 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뭘 그렇게 스마트하게 만든 공장인지 살펴보니 휴대폰에 비친 것은 죄다 벌레였다.

“벌레 공장?”

“전남대 식품환경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래. 음식물 쓰레기 처리로 등에류의 유충들이 먹으면서 분해를 시키는 거야.”

“응, 그리고?”

“이 벌레들이 음식물 쓰레기 먹고서 분변토는 비료로 쓸 수 있고, 자체적으로 사료로 만들 수 있대.”

“밀웜 같은 거구나!”

“어, 그래!”

진욱은 누나가 연구하고 있는 희귀 관상어와 파충류 사료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진욱 역시 해외 사례를 봤을 때, 등에나 딱정벌레류의 유충들이 굉장한 고단백 식품으로 파충류나 소형 포유류, 심지어 어류도 많이 먹으며 고급 사료 원료로 쓰인다는 기사는 많이 봤다.

“전남대 연구소에서 이걸 만드는데, 지금 해양수산연구소에서 두고서 먹여 본 다음에 실험이 끝나면 정식으로 공동특허로 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이건 잘될 것 같아. 게다가 대화 아쿠아리움이 말하는 원가절감에 친환경… 딱 맞아떨어지네?”

충식사료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대중화됐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아직 크게 부각되지 않는 사업이었다.

진욱은 그것을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이대로만 된다면 올해는 연타석 홈런으로 주가 오를 일만 남았다고 자신했다.

그날 상만은 자정이 지나고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겨우 집에 들어왔다.

얼마나 취했으면 결제도 못 해서 대리기사가 와서 돈 달라고 찾아왔고, 진욱이 직접 지갑에서 꺼내 팁까지 두둑하게 드렸다.

진욱은 내일 일어나면 그때 한번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 * *

다음 날 숙취에 쩐 상태에서 연신 헛개수 음료를 들이켜던 상만은 점심이 지난 다음에야 간부 회의를 열어 어제의 일에 대해 말했다.

“큰 건이야. 농수산식품부랑 환경부, 대화그룹에, 전남대, 그리고 우리 아성사료까지 해서 양해각서 체결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뉴스부터 확인했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제대로 움직이는군요.”

유 팀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환경 농업에 관련된 R&D 예산이 내년 8천억 원 가량으로 잡혔고, 그 안에 아성사료의 몫도 있었다.

“4년 800억 규모야.”

“흐음.”

상당한 금액이었고, 공동 개발로 그 정도라면 이번에 납품 이후로도 마음껏 연구개발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다.

“그리고 지금 내 딸이 전남대 연구소하고 같이 연구개발하고 있는데, 지금 농수산식품부에서 테스트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것만 통과되면 특허 처리하고 바로 대화리조트에 납품 시작할 거야.”

이것으로 관상어와 파충류 사료까지도 아성사료가 맡게 되었다.

대화 아쿠아리움은 시작이고, 앞으로 전국에 있는 아쿠아리움, 양어장, 그리고 수산연구소까지 배합사료에 관해서는 아성을 찾게 될 것이다.

“잘되고 있어. 이대로만 가면 될 거야.”

“맞습니다. 사장님. 이 건 해결되면, 앞으로 수산사료 영업파트를 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예 강아지, 고양이 용의 펫푸드와 아쿠아리움에 쓰는 배합사료를 모두 영업팀이 다 하는데, 펫푸드 영업팀과 수산사료 영업팀을 나누자는 말.

진욱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예전 같으면 한 명이 여러 개의 일을 다 해서 퇴사 안 하고 살아남은 자가 간부로 올라가겠지만 이제부터는 좀 다를 거다.

“영업팀 세분화에 대해 동의합니다.”

진욱 역시 거기에 동의하면서 회의를 훈훈한 분위기로 이끌었고, 그렇지 않아도 정부지원 정책에 대화그룹-전남대와의 MOU 체결에 대해서 모두가 쾌재를 불렀고 상만은 진욱을 향해 고생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숙취 때문에 밖에 나온 상만을 뒤따라 진욱이 넌지시 물었다.

“어제 그 이야기는 없었죠?”

“무슨 얘기?”

“정책 진행하면서 아성사료도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나서면서 간부들이 뭐 없냐고 할 거 아니에요?”

“…이 녀석이 뭔 말을 하는 거야?”

“와이로요.”

“……!”

없을 리가 없었다.

진욱이 처음으로 이 몸으로 다시 삶을 살게 되었을 때, 상만이 운영하는 아성사료는 지역 공무원들에게 떡값도 보내고, 술도 사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요새는 뜸해졌지만 여기저기 높으신 분들과 골프치러 다니면서 로비에 대해서는 절대 무고하지 않은 분이었다.

일단 설계는 진욱이 했지만, 그 밑에 세부 협상에 대해서 상만이 갈 때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니 말이다.

“…그 짓 끊었다.”

“정말이죠?”

“그리고 임마! 애비를 어떻게 보길래 와이로 이야기를 꺼내?”

진욱 앞에서 손을 확 올리는 상만이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담겨 있어 장난이라는 게 보였다.

“언제는 주말은 골프라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면서, 누구 국장, 누구 사무관 리스트 잡으셨던 분이…….”

“크, 크흠! 임마, 그건 옛날이지! 그리고… 이번 건은 우리 같은 잔돈은 안 받아. 낸다면 대화가 내지.”

“……!”

“그래도 대화그룹이 일 처리 깔끔하더라. 자기들이 시작한 사업이니까 기름칠도 자신들이 한다는 뉘앙스더구만.”

설계는 진욱의 아성사료가 했는데, 언론에 높으신 분들과 악수하며 사진 찍는 건 대화그룹의 몫일 테니 자신이 나선다는 것.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는 이번 상황은 안심하고 넘길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대기업이 이럴 땐 또 방패막이가 되어 준단 말이지.’

아직 김영란법도 없을 때고, 대기업 영업팀과 비서실이 정/관계 인사들이나 펜대들에게 돌리는 방법이야 무궁무진했다.

“저는 이따가 사료협회 좀 다녀올게요.”

“진짜 협회장 선거 이동호 그 양반이 되려나?”

“이쯤되면 사실상 농수산식품부랑 대화그룹이 푸시를 한다고 봐야할 걸요?”

저쪽에서 농협이 밀어주는 사료협회 협회장을 내민다면, 이쪽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화그룹이다.

아성사료는 둘 중 택일을 해야 했지만, 진욱의 의사로 인해서 투표권을 가진 상만이 이동호 이사 쪽을 밀기로 했고 거기에 따른 조건은 하나였다.

“아버지도 준비하세요. 사료협회 이사.”

“쩝, 된다면야 여기저기 정보 들을 일은 많겠지만 글쎄…….”

투표만 잘된다면야 야당에 가까운 인물을 밀어서 올리는 순간 바로 공신이 되는 거지만, 안 되면 협회 내에서 좀 괴로울 것이다.

진욱이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일단 아들을 믿고서 프리 롤을 줬지만, 과연 이 일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진욱이 돌아왔을 때, 그는 사료협회 투표에 관해서도 문제없을 거라며 엄지를 올렸다.

* * *

여의도 63빌딩.

대화그룹 본사에서는 정장을 쫙 빼입고 온 상만과 진욱이 자리에 참석했다.

[대화리조트-(주)아성사료 업무 협약식.]

관상어 사료와 파충류 사료 개발이 완료됐고, 전남대 연구소에서 실험이 끝나면서 신제품에 대한 납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상만과 대화리조트 아쿠아리움 사업부장인 황순욱 전무가 서로의 계약서를 공개하고 악수를 하는 모습에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동안과 같이 저희 아성사료가 최상급의 품질로 보답하겠습니다.”

갤럭시아 백화점, 대화리조트 호텔, 대화 아쿠아리움까지 벌써 세 번째 대화그룹과의 계약이었고 그것은 언론에 알리기 좋은 떡밥이었다.

[90% 수입에 의존하는 희귀반려동물 사료. 대화그룹이 나선다!]

[글로벌 관상어 사료. 아성사료가 다시 한번 연타를 칠까?]

[전 세계 아쿠아리움 네트워크에 대화리조트가 움직인다! 전세계 10억 달러 사업에 대한 도전장!]

언론 쪽에서도 상당히 띄워 주고 있었고 그러면서 아성사료에 대한 이름도 계속 언급되다 보니 거기에 따른 주가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상장 이후 아성사료는 큰 이슈 없이 무난하게 계속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 나갔고, 진욱이 발로 뛰면서 이뤄 낸 쾌거였다.

* * *

땅-

“와아아아아!!!”

오늘을 위해 대절한 고깃집에서 진욱이 딴 샴페인이 터지자 모두가 박수쳤다.

그리고 사장님인 상만에게 먼저 한번 따라 준 다음으로 마이크를 돌렸다.

[생산직, 영업직, 사무직 할 거 없이 다들 고생했어요! 오늘은 마음껏 먹읍시다! 아성사료의 무한한 성장을… 위하여!]

“위하여!!!”

우렁찬 함성과 함께 잔을 들어 올리는 회식 자리.

상만과 같이 상석에 앉은 진욱은 고기를 먹으면서 장 마감 이후의 주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늘로 2천억 안착이에요.”

“하하하, 진짜 상장할 때만 하더라도 10년은 걸린다고 했는데!”

코스닥 상장 이후 아성사료의 시가총액 2천억 돌파!

덕분에 엄청난 거래량으로 입이 귀에 걸린 상만은 오늘 전 직원을 불러서 회식을 주최했다.

자리가 모자라면 아예 옆 가게까지도 대절하겠다고 했고, 맨 처음 진욱이 봤던 고기 무한리필에 주류 각출은 없고 오늘은 모두 다 사장 지갑에서 나오는 거다.

“캬아~ 진짜 술맛 좋다!”

주가 대박에 감탄한 상만을 두고서 진욱은 소주잔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아버지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슬슬 때가 됐네요.”

“음, 뭐가?”

“시가총액 2천억이면, 이제 자산규모도 곧 5천억 되어 가죠?”

“아직은 멀었지만, 이대로만 가면 내년 안에 이룰 수 있지.”

“산자부 알아봐야겠네요.”

“……!?”

이제 중소기업 아성사료는 내년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다음은 중소기업 졸업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시스템 구축으로 ‘중견기업 심사’가 들어갈 것이고, 아성사료 하나로 모아진 아성펫드레스, 펫카페, 펫푸드 사업이 각기 계열사가 되어서 기업집단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되는 거냐?”

“그동안 나랏돈 받을 만큼 받았잖아요? 이제 성장한 모습 보이고, 체급 키워서 계속 올려야죠.”

“으으음…….”

“아버지도 회장님 소리는 들으셔야 하잖아요?”

“……!?”

진욱은 그 말을 하고는 부자끼리 한잔하자면서 빈 잔을 채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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