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70화 (70/200)

70화 동물원 사업의 미래

“후우, 빡셌다.”

동물원 문제로 공강까지 하고, 그 속에서 다른 동기들에게 부탁해 과제를 겨우 세이프한 진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를 정리했다.

“자료 고맙다.”

“아니에요. 형.”

같은 학년의 동기들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대가로 술이랑 고기를 며칠 동안 샀었다.

덕분에 좋게좋게 넘어가 이번 학기는 공강이 많아도 낙제는 없을 것 같았다.

진욱에게 있어선 졸업장이 가장 우선순위이니 학점은 진짜 빵꾸만 안나면 되는 최소한의 골키퍼였다.

정리를 하고 오랜만에 사당에 있는 지점을 둘러 보려고 할 때, 강의실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들이 있었다.

한 명은 수수한 인상이었지만, 옆에 있는 소녀는 작은 체구에 긴 생머리에 화장 없이도 쌩얼이 상당히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안녕하세요. 진욱 오빠?”

“음? 아, 누군가 했네.”

유현아와 김아영.

공존의 길이라는 그 동아리의 두 여학생이 진욱을 기다리면서 강의실 앞에서 진욱을 맞이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왜? 또 내가 뭐 서명해야 되는 거 있어요?”

진욱이 어깨를 으쓱거릴 때, 현아가 조용히 말했다.

“가볍게 카페에서 커피라도 드시겠어요? 저희가 살게요.”

“사는 거는 상관없고, 커피 정도면… 그래 뭐, 가죠.”

진욱은 느긋하게 그녀들의 요청에 응해 줬다. 그리고 학내 카페에 도착해서 커피를 시킨 진욱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무슨 일인지 들을 수 있어요?”

“먼저… 이번에 드림월드 인수를 추진하고, 그곳의 동물들을 구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내가 아니라 강원도청한테 해야 될 텐데?”

“이미 들었어요. 인수 논의 전부터 불쌍한 동물들을 위한 먹이 기증하고, 지금 아이들도 다 돌봐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유현아의 말에 김아영 역시도 감사를 표하면서 진욱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아,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동아리에 회장이 제가 됐습니다.”

“오~ 축하!”

“그래서 말인데, 저희 동아리에서 이번 드림월드에 대해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네?”

“아, 저… 그러니까 제가 할 말은…….”

김아영이 자기가 실수를 했나 싶어 우물쭈물할 때 현아가 다시 말했다.

“인수는 됐지만, 앞으로 동물권을 위해 드림월드에 대해 알 수 있을까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동물원에서 동물권이라… 혹시 동물이 그 안에 있다고 학대라고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죠?”

“아닙니다. 저희는 최소한의 동물권을 보장할 수는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건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데요?”

“정말입니까? 그러면 혹시 날짜를 잡을 수 있을까요?”

“길게 끌 게 뭐 있어요? 학교 앞에 호프에서 오늘 저녁 가볍게 먹으면서 이야기하죠. 안 그래도 강원도청 앞에서 다들 고생했는데, 인사는 하죠.”

어차피 이들이 강원도까지 원정을 가서 인터넷으로 이슈화를 시키고, 강원도청 앞까지 시위해 줬으니 딱히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적어도 환경과 공존을 두고서 자신이나 아성사료 회사에 대해 돈만 요구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오늘… 말인가요?”

“시간이 문제인가요? 치맥이나 하면서 가볍게 이야기하려는데. 그리고 자료도 다 여기 있고요.”

가방 안에서 태블릿 PC를 보이자 현아는 아영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올 수 있는 동아리원들을 모아 보죠.”

“네. 시간은 저녁 7시로 하죠.”

* * *

서울대 인근의 녹두거리에는 맛집이 많이 있었다.

진욱은 깔끔한 프랜차이즈 호프집에서 대규모 예약석을 만들고 거기에서 온 공존의 길 동아리원들을 두고서 인사했다.

총 6~7명이 왔을 때, 모두들 생맥주와 안주를 먹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고, 진욱은 거기서 현아가 말해 준 대로 드림월드 운영 방안에 대해 태블릿으로 사진을 보였다.

“먼저 지금 재개장을 위해 공사 중이에요. 그리고 지난 드림월드의 상태는 굉장히 심각했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이리저리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곰의 모습에 몇몇은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진욱의 사진과 영상을 봤다.

그리고 갤러리에서 사진을 돌리자 좁은 우리에 콘크리트 바닥에 돌면서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다친 동물들을 보여 주고 거기에 대해 보완책을 내놓았다.

“일단 우리들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할 생각이에요. 동물들의 환경을 맞춰 주기 위해서 우리 벽을 허물어서 규모를 넓히고, 바닥에 흙을 깔고 잔디를 놓을 겁니다.”

현재 큰아버지의 건설회사가 리모델링하고 있는 공사에서 푹신한 잔디바닥, 그리고 천연 나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타이어와 공 등을 배치해서 편의성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먹이에 대해서도 단순히 오래된 닭고기나 사료를 먹였던 것과 다르게 아성사료에서 만드는 특식을 제공할 겁니다.”

“특식이라면?”

“지금 얼룩말 수제 간식 만들면서 남아공을 통해서 얼룩말 고기를 수입하고 있어요. 일부는 경남도청하고 협약해서 그곳 도립 동물원에도 납품하는데, 드림월드 또한 똑같이 진행할 거예요.”

진욱은 그렇게 말한 다음 동물권을 논하는 공존의 길 앞에서 그들이 원하는 동물복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리고 대다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넘어갔다.

확실히 이들은 극단적인 환경단체가 아니라 SNS 등의 이슈로 움직이는 동아리 수준이었고, 이 정도면 진욱에게 있어선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아직 순수한 애들이네?’

동물권에 대해서 해외 선진국의 동물원이라면 기본적으로 하는 것, 그리고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고급 고기를 제공해 주겠다고 하니 그 정도면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해서 납득하니 말이다.

그리고 몇몇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맥을 계속 홀짝이는 게, 이 정도면 적어도 발목 잡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진욱은 질문을 하면 하나하나 친절히 답변해 주고, 그렇게 모임은 끝이 났다.

모두가 잘 먹었다고 인사했을 때, 아영과 현아는 마지막까지 남아 진욱에게 인사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도요. 선배님.”

“하하, 뭐 그냥 인사차 한 거죠.”

“말 편히 하셔도 되요.”

“그럴까?”

진욱이 웃으면서 돌아가려고 할 때, 유현아는 넌지시 말했다.

“저희는 다음에 환경오염 문제로 인천 영흥도 발전소로 가요.”

“흐음?”

“거기 석탄발전소 매연 문제로 지역 주민들 건강문제로 탈황설비 설치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래~ 열심히 해 봐.”

진욱은 손을 흔들면서 돌아갔고, 그 다음 늦은 시간에 인근에 있는 대리점과 애견 카페를 한 바퀴 돌고서야 밤늦게 상록으로 돌아왔다.

* * *

진욱은 주말에 맞춰 드림월드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두두두두두두-

위이잉- 위이이이잉-콰드득-

건설 장비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기존에 있던 동물원 우리의 벽이 깨지고, 바닥의 콘크리트를 깨부수면서 대대적인 공사가 들어갔다.

진욱이 그 동아리들에게 말해 준 대로, 대대적인 개장을 앞두고 동물복지 넘치는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안전모를 쓰고 안내해 주는 큰아버지가 있었다.

“이번 건은 꽤 짭짤하겠다. 깡패 새끼들 몰아내니 알짜배기가 이렇게 많았네?”

“할 만한 사업이라고 했잖아요.”

“그래, 조카가 제대로 해 줬다.”

아성산업개발에게 의뢰를 해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한 드림월드.

그리고 공사 현장을 보면서 그 옆에 개발부지에 대해서도 지금 큰아버지와 원주시청이 미술관 건설에 대해서도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둘이 나와 근처에 카페에서 대화가 시작됐다.

“이번에 강원도 지부도 만들 생각이에요.”

“이쪽에는 투자한 빌딩이 없는데, 좋은 곳 알아봐 줄까?”

“아니요. 그것보다는 음… 큰아버지께 하나 사업 논의를 해도 될까요?”

“어, 그래~ 해~ 해!”

이미 드림월드 인수건 이후로 그냥 말해보라면서 쿨하게 손을 내미는 큰아버지였다.

“원주에서 지금 조폭들 소탕한다고, 저축은행들하고 건설사들 수사 들어간다고 해요.”

“흐음, 동네에서 지지고 볶고 하던 놈들 싹 밀리겠구만.”

비록 강원도가 상록시와 같은 수도권 공단처럼 자금 흐름이 넘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아까운 시장이기도 했다.

“금감원에서 이야기 들으니까 이번에 또 퇴출저축은행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원주에 두 곳이요.”

“그래?”

“원주의 원주저축은행하고, 치악저축은행이라고 하는데, 둘 다 상호금고 시절부터 있던 곳인데 뱅크런 터진답니다.”

그 말은 대놓고 ‘큰아버지 강원도에 진출 좀 하시죠?’였다.

그리고 아성금융그룹에서 큰아버지가 건설과 금융으로 진출하면 상호신용금고법에 따라 아성사료의 융자가 한결 더 편해질 수 있었다.

“좋아, 이건 내가 한번 검토해 봐야겠어.”

“그리고 저희 지부 하나 만들어 주세요.”

“뭐라?”

진욱은 가방에서 조용히 개발구역에 대한 지도를 보여줬다.

그것은 원주시 내에서 ‘강원기업혁신도시’였는데, 지역발전을 위해서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원주시로 이전하면서 지금도 계속 개발이 이뤄지고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2017년에 완공되는 신도시인데 아직 5년 정도 남았으니 여기에 지사급으로 올릴 거 하나 지으려고요.”

“하하하, 그거 상만이도 아는… 아니다!”

상규는 무슨 상황인지 알았다는 듯이 진욱에게 약속했다.

“어차피 지금 만들어도 네가 또 상만이 설득하겠지. 지금부터 부지 알아보고 설계 한번 해보마.”

“감사합니다. 큰아버지.”

“또 할 말 있어?”

“네~ 있습니다.”

“흐음?”

상규는 이 녀석이 오늘 작정하고서 사업을 벌이러 온 것 같다면서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드림월드 분점도 만들려고 합니다.”

“뭐?!”

지금 이 동물원 공사하고서 개장시작하면 국비 600억 메꾸기 사업이 들어갈 텐데 진욱은 거기서 또 규모를 늘이려고 하는 것이었다.

“너 이번엔 동물 사료가 아니라 진짜 동물 장사하려고 그러냐?”

“지금 그것 때문에 강원도청하고 협상하고 있어요.”

“……!”

원주시가 아니라 강원도청과 협의하면서 나온 도립동물원 계획.

강원도청은 이왕 관광개발로 동물원을 인수했을 때, 아예 도지사의 사업 검토로 새로운 인프라 확충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 드림월드의 수익 확장화를 생각했는데, 거기에 대고 진욱이 내건 것은 드림월드의 지점 확장이었다.

“뭐 큰 동물원은 아니고,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동물원이에요. 춘천에 그런곳이 한곳 있다고 하지만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원도청에서 말하길 강릉하고 춘천 쪽에 수도권에서도 찾아올수 있는 소규모 동물체험관 이야기를 하니까 기획안을 내놓으면 지원안을 알아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하는 겁니다.”

“흐으음.”

“일단 체험학습 동물원에 대한 자료인데, 이거 드릴게요. 이미 수도권에서는 빌딩형 체험관 실내동물원이 각광받고 있어요.”

일산, 하남, 파주 등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실내동물원의 사례를 보이고 작은 파충류나 조류, 토끼나 기니피그, 수달 같은 소형 포유류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은 특히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았다.

“이걸 지금 아성의 애견 카페하고 아쿠아리움 카페랑 결합해서 같이 움직여 보려고 합니다. 물론 국비 지원은 있고요.”

“징그러운 새끼, 나라 곳간을 다 터는구나.”

“그 사람들 법적으로 지원책대로 움직이는 거예요. 제가 삥땅 친 것도 없고요.”

진욱이 어깨를 으쓱거리자 상규는 못 말리겠다면서 조카가 의뢰하는 건설부지를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물론 거기에 따른 융자도 모두 밀어줘야 할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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