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69화 (69/200)

69화 이 동물원은 이제 제 껍니다

진욱은 원주에서 머물다가 잠시 서울로 향했다.

1시간 반이 조금 안 되서 도착한 곳은 서울 광진구의 워커힐 호텔이었다.

이곳에는 한 정치인의 환갑 잔치로 지역 내 이름난 인물들이 모이고 있었다.

“환갑이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요새 누가 예순 살 조금 넘은 걸로 큰 잔치를 하냐고 하겠지만,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정치인이다 보니 제법 규모가 있었다.

진욱이 그곳에 왔을 때, 아성사료의 이름으로도 축하 화환이 하나 왔었다.

아성사료 일가에서도 상당한 인연이 있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아성사료에서 왔습니다.”

“아,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화환은 어디에 설치할까요?”

“저희가 직원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호텔 내 직원들과 국회의원 비서들이 복도 한 곳을 채운 화환 속에서 아성사료의 것도 그곳에 전시됐다.

그리고 의원 비서의 안내를 받아 오늘의 주인공을 만났다.

“의원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어이구, 와 줘서 감사합니다. 근데… 그 누구시더라?”

그때 옆에 있던 보좌관이 재빨리 속삭였다.

“의원님. 지난 환경부 장관표창 받은 아성사료 대표 아들입니다.”

“아~ 아~! 저번에 그 조달청 배합사료 납품회사?”

그래도 보좌관 한마디에 바로 아성사료를 기억하는 걸 보니 정치인은 정치인인가 보다.

“네, 맞습니다. 환경부 장관 표창도 받았고, 그때 의원님도 뵜습니다.”

“아이구, 내 정신! 아무튼 잘 왔어요. 사장 대신에 아드님이 대신 와 주셨구먼? 이야~ 키 훤칠하고 잘생겼네?”

“감사합니다.”

새한국당 국회의원 김강덕.

구리시와 남양주 일대에 지역구 정치인으로 올해 3선을 바라보는 의원이고,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소속 의원, 그것도 여당의 간사였다.

그리고 여당 내에서 연어 양식 사업에 대해 예산 편성을 할 때, 조달청을 통해 납품한 아성사료의 이름은 여당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올렸고, 아버지 상만의 개인적인 성향으로 어느 정도 후원도 보내서 이런 자리 참여에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저기, 이거는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개발한 신품입니다.”

“이건 또 뭐요?”

“아, 강아지 수제 간식입니다. 의원님과 사모님이 개를 아주 좋아하셔서 집에서 세 마리를 키우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머? 잠깐만?”

그때 근처에 있던 김강덕 의원의 부인이 먼저 진욱이 건네준 상자를 보고 흥미를 보였다.

“어머머, 이거 그 TV에 나오는 얼룩말 육포랑 사료 아니에요? 요새 엄청 인기라고 하던데.”

“네, 그중에서도 프리미엄형입니다.”

“세상에~ 그렇지않아도 나도 우리 애기들 이거 먹이려고 했는데 잘됐네.”

김 의원에게 준 선물을 아내가 받아서 바로 챙기자 그는 좀 특이하지만 일단 생일선물이라 생각하고 진욱에게 악수했다.

“고마워요. 뭐 이런 걸 다 가져오시고.”

“하하, 아닙니다.”

세상천지 누가 강아지 사료 가지고 뇌물이라고 할 녀석은 없을 거다.

만약 누가 이걸 가지고 뭐라 하면 인터넷에서 웃음거리만 되겠지.

“아무튼 자리 마련해 줄 테니 밥 먹고 가요. 여기 요리가 아주 좋아.”

김 의원은 보좌관들을 시켜 진욱을 안내해 줬다.

진욱이 복도를 타고 뷔페로 갈 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어이! 하 이사!”

“……?!”

진욱이 돌아봤을 때, 거기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아, 이사님!”

“잘 지냈어?”

진욱을 반갑게 부른 것은 용철이었다.

제일그룹의 재벌 자제가 와서 먼저 진욱을 불러 반갑게 악수를 하자 김 의원 보좌관들과 주변 인물들도 그를 다르게 봤다.

그리고는 만난 김에 같은 자리에 앉았고, 그러면서 한 명을 더 소개했다.

“소개 드릴게요. 여기는 저희 대학교 선배 이유철 보좌관, 그리고 여기는….”

“이용철이라고 합니다.”

“이유철입니다.”

“오~ 혹시 같은 항렬?”

“하하하, 저는 삼정가의 경주 이씨가 아니라, 덕수 이씨입니다.”

“그래요? 아~ 아쉽네. 안 그래도 우리 집안 재단에서 항렬 찾는 거 많이 하는데.”

이름이 비슷해서 장난스럽게 물은 용철의 말에 유철은 그저 웃으면서 넘어갔다.

나이야 유철 쪽이 많았지만, 재벌 기업인을 상대로 예의를 갖추며 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나저나 요새 하 이사는 무슨 사업하는데 이렇게 바빠?”

“동물원 인수요.”

“뭐? 진짜?”

용철이 흥미를 가지며 묻자 진욱은 강원도의 동물원 운영권을 두고서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유철은 윗선의 의원님들에게 ‘딱 한마디’만 해 줬다.

“우리 의원님이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상록시 지역구 의원님도 같이 이야기하시던데?”

“그렇죠. 상록이나 원주나 지역구 의원은 새한국당이니까요.”

진욱은 공무원 시절부터 정치에 대해 개입할 수 없는 몸이었지만, 사업가로써 지금의 상황은 아주 재밌었다.

지역구 의원들은 여당인데, 지자체장들은 야당이다.

그런 분들이 지자체 내에서 진행하려는 시립 동물원에서 운영권이 원래 회사로 돌아온다.

그게 조폭과의 연계가 있으면서, 관광공사 지원금까지 타 먹는다?

이건 누가 터트리냐에 따라 지역구 의원이 중앙 정계에서 한 건 할 수 있는 기회라서 아주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그리고 진욱은 정치색에 상관없이 정권에 따라 여당편을 지지하기로 한지라 지금은 새한국당 사람들과 친해질 것이다.

“이게 잘 터지면, 원주시 난리가 나겠네.”

“그런다고 그 동네가 뭐 바로 하지는 않을거야. 그냥 손절하고 말겠지.”

아직 인수 검토 단계였으니 거기에 대해서 모르는 일이라면서 시장부터 잡아뗄 것이다.

하지만 진욱은 오히려 그 반응을 기다렸다.

이미 큰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서 조폭이 낀 동물원이라고 하니 융자 없이 움직이겠다면서 나섰다.

그리고 이렇게 정치권까지 개입시켰으니 오히려 가치는 떨어지면서, 발이 달 쪽은 그쪽일 것이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지역 내 지자체와 폭력 조직간의 유착 범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강원도에서 벌어지는 동물원 인수권을 놓고 조직폭력배가 개입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저희 SBC가 알아봤습니다.]

폐허가 된 동물원, 그 안에서 굶어 가는 동물들.

기사에 대한 내용과 원주시청의 시립동물원화 추진을 하다가 최근 원 소유주인 창근이파 조직에 대한 보도.

그리고 파산무효소송에 따른 조폭 실소유주 의혹이 계속 해서 나온다.

[인간의 욕심 속에서 희생되는 동물들. 그리고 원주의 드림월드에는 언제 다시 봄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로징 멘트와 함께 굶은 채로 힘없이 사료 그릇을 만지는 곰과 호랑이가 보였다.

그리고 언론보도의 효과는 굉장했다.

* * *

[드림월드를 살려 내라! 살려 내라!]

[굶어 죽는 동물들! 살아야 한다!]

강원도 일대의 시민단체, 그리고 서울대의 그 동아리 [공존의 길]도 멤버들이 모여서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그 중에서는 진욱이 봤던 그 여학우들도 보였다.

“열심이네.”

유현아와 김아영 두 학우들은 남자 선배들보다 더 앞장서서 불쌍한 드림월드의 동물들을 구해 달라는 서명운동을 했고, 그것을 두고서 많은 언론사가 찾아와 보도했다.

한편 원주시 내에서는 해결책을 찾겠다고는 하지만, 이미 조직폭력배가 끼어 있다는 보도로 인해서 선을 그으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들은 원주경찰서와 강원지방경찰청 앞에도 나와 드림월드에 대한 수사 촉구를 부르짖었다.

이건 진욱이 조종한 게 절대 아니었고, 이권에 대한 것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저 지금은 아직 학창시절을 잘 보내는 학생들과, 그 속에서 자기 이름을 알리려는 시민단체들의 모임일 뿐이고, 진욱은 그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새한국당이 원주시를 두고 물고 뜯을 때, 잽싸게 제3의 대상과 협상을 시작했다.

* * *

“원래 원주시에 내건 제안입니다. 하지만, 조직폭력배 문제로 인해 시하고는 더 이상 협상이 안 될 것 같군요.”

“하하, 저희도 지금 도지사님이 검토를 해 보라고 하셔서 알아보고는 있습니다만…….”

진욱은 원주시를 빠르게 손절하고 강원도청에다 직접 협상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 이슈가 계속될수록 이 양반들도 자기 시장직과 도지사직이 걸려 있는 야당 사람들이니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된다며 휘하 공무원들을 들들 볶았다고 한다.

강원도청 관광기획과 과장인 박한수 주무관은 진욱의 연락을 받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으로 쩔쩔매고 있었다.

분명 예산을 쓰고 인수하는 곳은 도청이 되고, 지자체 돈을 쓰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협상 대상자를 찾기에는 강원도 인프라를 생각해서 대기업을 찾기 힘들었고, 급한 대로 한국관광공사의 공기업을 찾았지만, 그들 역시 드림월드 실소유주인 창근이파 문제로 인해 국회에서 여당에게 물어뜯겨 한 발짝 물러난 뒤였다.

사실상 도립화는 강제로라도 해야 하는데, 거기에 파트너쉽을 맺을 게 아성사료 하나밖에 없었다.

“이미 강원지법에서도 나서서 드림월드 운영권을 다시 박탈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원지방경찰청에서도 이 건으로 수사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원래 드림월드를 소유하고 비자금 회사로 만든 창근이파는 물론이고, CK 건설에 대한 이야기를 흘려서 그쪽 또한 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양창수라는 사장이 중국으로 출장 간 뒤 돌아오지 않아 영장이 안 나온다.

그 상황에서 남은 건 진욱과 강원도청의 협상이다.

“저, 아무래도 춘천에서 숙소 잡고 천천히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아, 네! 저희 쪽도 이건 시간을 좀 가져야 합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원주시도 그랬는데, 강원도청 역시도 마찬가지겠죠.”

울며 겨자 먹기로 도립동물원화를 만들고, 거기에 대한 운영권과 개발권에 대해서는 아성사료가 5년간 행사할 수 있다는 제안.

그리고 아성사료 이름으로 내건 금액은 원주시 때의 120억에서 90억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협상을 해 최소한 아성사료 몫으로 150억 정도는 끌어내려고 했던 강원도청은 진욱의 SNS글과 [#드림월드를 살립시다.] 캠페인으로 인해 하루종일 스피커와 참혹한 플랜카드 앞에서 백기를 들었다.

* * *

“자~ 서명하겠습니다.”

강원도청 내에서 드림월드 인수식에 진욱과 강원도지사 최현욱이 서로 싸인을 하고 악수했다.

그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사정없이 터졌고, 이렇게 드림월드는 도립동물원화, 그리고 운영권은 5년간 아성사료의 몫으로 다가왔다.

계약 세부사항을 팩스로 보내 다급히 온 상만이 원주에 도착했다는 말에 진욱은 아버지에게 ‘일단 거기 동네 수의사들 고용해서 동물들 상태 보고 먹이도 잔뜩 사서 봐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아성사료는 동물원 운영을 위한 전문인력 공고를 내걸었고, 이것 또한 ‘지역인재 추천방식’으로 강원도청이 고용인건비 보조를 해 줬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성이 판을 벌리고, 지원은 지자체가 다 해 준 꼴이었다.

* * *

그 뒤로 드림월드는 재개장을 위해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픈 동물들을 돌보고, 곰과 호랑이가 개 사료가 아닌 생닭과 영양가 많은 소고기를 씹으면서 수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았고, 그 외에 굶거나 병든 동물들을 처리하고, 빈 철장에 채울 소형 동물들을 사들여 체험관을 만들 준비를 했다.

“동물원에 대해서는 제가 관리할 수 있어요.”

“참나, 그러니까 90억에 이걸 전부 운영하게 됐다 이거지?”

“5년간 강원도청에서 투자한 금액 회수하면 우선협상권으로 우리가 인수할 수 있고요.”

“대단하다. 진짜…….”

큰아버지가 동네 깡패랑 엮인 회사는 손대는 거 아니라고 만류했지만, 진욱은 훌륭하게 동물원을 소유했고, 거기에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관광부지까지 손에 넣었다.

“그래서, 동물원 말고 개발 계획은 있어?”

“원주시가 지금은 삐져서 협상 안 하겠지만, 원래 미술관하고 문화센터 만든다니 그 공간은 남겨 둬야죠.”

어차피 시장의 치적과 시립 공기업을 위해 관광지로 뭘 만들긴 해야 할 거다.

그리고 남은 땅.

과연 그것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에 대해 진욱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저 부지에다가 텐트를 좀 설치해야겠어요.”

“뭐? 텐트?”

“그리고 캠핑카들이 들어갈 수 있는 길도 뚫고, 취사도 할 수 있게 만들고요.”

“뭘 준비하는 거야?”

“캠핑장이요.”

“……!?”

상만이 고개를 돌린 순간 드높고 푸른 치악산이 보이고, 평지에서 탁 트인 땅을 봤을 때, 진욱이 결정한 것이었다.

“동물원을 놓고, 거기에 미술관, 그 다음에 여기다 캠핑장을 놓으면 치악산 위에서는 다른 업체들이 개발할 테고, 그러면서 강원도에 제대로 휴양지 하나 나올걸요?”

“어우, 그것도 우리가?”

“지난번에 갤럭시아 리조트하고 거래하면서 애견호텔이랑, 가족 동반 반려동물도 같이 가는 바캉스 쪽을 연구했죠. 글램핑이라고 처음부터 다 갖춰진 캠핑장을 만들면 거기에 관심 가질 여행객들 많을 겁니다. 특히 가족 단위로요.”

진욱은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

그리고 드림월드 또한 글래머러스하게 꾸며서 5년 안에 강원도청이 투자한 600억 모두 메꿔 내는 건 시간 문제로 여겼다.

어차피 돌고 돌아 다 진욱의 몫이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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