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64화 (64/200)

64화 독일에서 협상

진욱은 이틀간에 걸친 슈투트가르트 애완동물 박람회를 알차게 다녔다.

관련 자료도 모으고, 샘플들도 하나하나 산 다음에 그것들을 호텔 안의 컴퓨터로 확인했다.

“흐으음, 좋은 재료들 많네.”

진욱은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자료를 담아 뒀다.

노트북에 모두 정리한 다음 회사 메일로 보낸 진욱은 그중에서 리스트를 추려 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는 아쉬웠고 뭔가 협상을 해 볼 셈이었다.

“그중에서도 이거.”

얼룩말 동결건조 사료.

그리고 타조 동결건조 사료.

둘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식품이었지만, 유럽과 북미 내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품이었다.

특히 그것으로 만든 동결건조 사료는 그 아이디어가 매우 탐이나서 협상을 하고 싶었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 진욱은 시차 계산을 한 다음에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

[기술 이전 계약을 한다고?]

“네, 수출을 하기엔 그렇게 큰 회사가 아니고, 협상을 하면 잘될 것 같아요.”

이곳에 있는 기업들 중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조합으로 이뤄진 기업 집단들이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동결건조 사료에 대한 아이디어가 상당히 뛰어나서 지역 내 탄탄한 강소기업으로 각광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명함들은 받아 놨고요. 일단 다른 나라도 한 번씩 돈 다음에 돌아가기 전에 본격적으로 업체 하나 정해서 협상해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괜찮은 사료야?]

“자료 보내 드렸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시도하지 않은 재료들이에요. 게다가 원가도 굉장히 저렴해서 무역업체 하나만 잘 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은 그래 보이긴 하는데, 알았다. 한번 검토해 보마.]

“네, 감사합니다.”

진욱은 국제전화를 마친 다음에 조용히 짐을 챙겼다.

그리고는 체크아웃을 한 다음에 독일 투어를 떠났다.

슈투트가르트,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의 동네에서 애완동물 박람회에서 나왔던 기업들의 제품을 실제로 구매해 보며 시장 조사를 철저히 했다.

거기에 이어 독일에서 프랑스로 넘어온 진욱은 박람회 때 나온 제품들과 그 외 지역시장도 조사해 봤다.

참가는 안 했어도 제법 아이디어가 괜찮은 제품들이 많았고, 이곳 역시도 동결건조 사료가 굉장히 각광받고 있었다.

진욱은 프랑스에서도 주요 도시들을 돈 다음 바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경유하고 호텔을 잡아서 전화를 돌렸다.

“아, 네. 명함을 받았던 한국 기업 아성사료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러니까 귀사의 제품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요. 합작법인… 네, 네. 그것보다는 기술 이전에 대해 논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귀사의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 네네! 스케줄을 한번 잡을 수 있을가요?”

명함들을 쫙 나열하고서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 대해 전화를 돌려봤다.

대다수는 바로 거절을 하거나 판단을 쉽게 서지 않았고, 거기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접었다.

어차피 시간은 한정돼 있었고, 계속해서 매달리느니 비슷한 재료, 비슷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두고서 첫 단추에 대한 기술만 가지면 된다.

그렇게 아웃바운드 콜센터 직원처럼 계속해서 연락을 돌려 댔고, 드디어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네, 네! 알겠습니다! 오케이, 지금 암스트레담에 있는데 내일 뵙지요.”

호텔에서 나와 비행기 잡고 넉넉하게 가서 2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진욱은 돌고돌아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작해, 결국 그곳에서 답을 발견하여 미소를 지었다.

공교롭게도 처음 박람회에서 얼룩말 동결건조 사료에 관해 물었을 때, 답변해 준 그곳이었다.

“괜히 여기저기 전화 돌렸나?”

지나고보니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그래서 더 감이 좋다고 생각한 진욱이었다.

* * *

슈투트가르트의 티어 펫푸드.

직역하면 그냥 동물 애완사료라는 심플한 이름의 회사였다.

슈투트가르트 지역 내의 강소기업이라고 하는데, 독일 내에서 그렇게 큰 네임드는 아니었지만, 인근의 체코와 스위스에도 수출한다고 한다.

슈투트가르트 공단에 위치한 티어 펫푸드에 도착한 진욱은 아성사료와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를 하자 바로 나온 백인 남성의 안내를 받고 사장실로 들어온 진욱.

그리고 본격적으로 협상을 위해 옷매무새를 다듬고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Ich freue mich Sie kennenzulernen!(만나서 반갑습니다!)”

첫 인사 이후로 유창한 영어를 꺼내자 진욱과 티어 펫푸드 사장은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디트마어 브레메라고 합니다.”

“아성사료의 하진욱입니다.”

지난번 받았던 명함과 팜플렛을 보인 이후로 일단 제품에 대한 칭찬과 함께 기술 이전 논의를 제안했다.

“그럼 지금부터 티어 펫푸드에 대해 제안을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말씀하시죠.”

50대 중후반의 독일인 사장은 이리저리 돌리는 것 없이 바로 본론을 들어 보자고 했고, 진욱은 마다할 리 없었다.

“먼저 동아시아에는 말고기로 이뤄진 습식 사료가 대장균 파동으로 인해서 분기 매출 자체가 날아간 상황입니다.”

“저런~ 마스터 푸드가 아시아에서 큰 사고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별 상관없는 강건너 불구경의 상황에서 동아시아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귀를 기울이는 디트마어 사장.

“해서 저희가 슈투트가르트 전시장에서 새 제품을 찾고 있을 때, 얼룩말과 타조로 만든 사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이겁니다.”

티어 펫푸드가 자신만만하게 선보이는 얼룩말 동결건조 사료.

이곳 말고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기업 등에서 얼룩말을 재료로 만든 동결사료와 타조고기로 만든 수제 간식이 있었는데, 계산을 해 봐도 원가 대비 수익이 굉장히 높았다.

그것을 작은 접시에 담아서 물에 풀어서 살살 개어서 먹이는 용도.

“고기는 남아공에서 들여오는 거고, 그것을 가공해서 만든다는 거죠?”

“맞습니다.”

“이 제품에 대해서 저희가 기술 이전을 논의하고 싶습니다.”

“흐으음, 그렇다면…….”

유럽 내에서는 대중적이었지만, 아시아에는 처음 진출하는 제품인지라 어느 정도의 가격을 산출해야 할지 생각해 볼 내용이었다.

그것을 고민하고 있을 때, 진욱은 조용히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선진국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에 대한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오호, 그렇군요?”

이야기가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협상할 만했다.

그렇게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 생산 라인 공장 전체를 한번 돌아보고 거기에 대해 가격 논의까지 끝냈을 때 진욱은 바로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금액이 좀 센데?]

“전부 저희가 부담하는 게 아니에요. 정부에서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기술 이전과 연구개발에 대해 보조를 해 주니 거기에 대해서 금액을 받으면 큰돈 안 듭니다.”

[어이구, 그것까지 생각했냐?]

“중앙 정부가 아니더라도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지원책이 있어요. 이거 부산 갔을 때 그쪽 사람들이 일자리센터 수제 간식 교육 논의할 때 나온 말입니다.”

[좋아! 그럼 일단 제안서 보내봐. 그럼 여기서 국제변호사 고용해서 한번 계약서 점검하게.]

“알겠습니다.”

진욱은 독일과 한국 사이에서 중간다리를 놓으며 협상을 아성사료에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쪽 역시도 생각 못 했는데, 기술 이전으로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제안서를 독일어에서 영어로 번역해 진욱에게 한 장, 아성사료에 메일로 보냈다.

진욱은 남은 시간을 슈투트가르트에서 보내면서 티어 펫푸드 관계자들과 협상을 마쳤고, 돌아가는 길까지 악수를 하며 떠났다.

* * *

한국에 돌아온 뒤로 진욱은 부모님의 환대를 받으면서 차에 올라탔다.

“고생했다.”

“네, 이거는 선물이요.”

“어머, 뭘 이런 걸 다 사고.”

진욱은 돌아오는 길에 독일제 시계 두 대를 준비해서 각각 아버지 상만과 어머니 원숙에게 선물했다.

“세상에! 어쩜 이런 걸 다 사 왔니?”

“딱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버지 시계 오래된 것 같아서요.”

“하하하, 고맙다. 아주 평생 쓰마!”

아들에게 손목시계 선물을 받고 흡족한 상만은 가는 길에 상록시에 있는 한우 정식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먹는 구이에 진욱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제안서 봤는데, 변호사 쪽에서도 문제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괜찮은 사업 같죠?”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경기도에서는 그런 지원책이 없다고 하더라.”

“흐음.”

“내가 도청까지 가서 지원책 논의를 했는데, 제조업 공장에 대해서는 그런 지원책이 어렵다는 거야.”

“그거 수도권 총량제 때문에 그래요.”

“그래, 맞다.”

“수도권 총량제? 그게 뭐야?”

어머니의 물음에 진욱은 먹던 고기를 삼키고 천천히 설명했다.

“지역발전한다고 서울하고 경기도 일대에 공장건축에 대해서 규제안이 있어요. 거기에 커트라인 넘으면 사업하기 복잡해지죠.”

“그런게 다 있어? 당신도 힘들겠네요.”

“예전부터 그랬어. 그거 없앤다 없앤다 하면서도 여전하더라고.”

수도권 공장 총량제는 이후 몇 년 더 지나서 규제가 일부 풀어지게 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그럼 부산시 쪽에다가 한번 논의를 해 보죠. 그렇지 않아도 그쪽 일대 확장하면서 3공장 짓는다고 하셨죠?”

“오, 그래! 그렇지 않아도 사상구 쪽에 공장 싸게 나온 게 있어서 인수하려고 한다.”

“그래요?”

“원래 어묵 공장이었다고 하는데 부도 나고 매각대상에 올라온 거 내가 싸게 인수했어. 설비 손본 다음에 기계 몇 개 들이면 잘 돌아갈 거다.”

“오케이. 그럼 제가 부산 내려가서 협상 한번 해 볼게요.”

“좋아, 그럼 나는 우리 몫으로 된 로열티 금액 융자 준비해야겠다.”

부자가 할 일을 정해서 손발이 착착 맞는 것을 본 원숙은 미소를 지으면서 남편과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나저나 힘들지 않겠어? 유럽 다녀온 다음에 바로 또 부산으로 내려가는 거야?”

“일거리가 있으면 가야죠.”

진욱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엄지를 올리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번 일 잘 끝나면 생산 라인 두면서 다시 학교 복학해도 될까요?”

“어, 그래그래! 아빠 회사 돕느라고 바빴는데, 졸업장은 빨리 따야지.”

진욱은 이번 건에 대해서 깊은 확신을 가지며 미소를 지었다.

* * *

그렇게 사료를 두고서 국제적인 거래가 이뤄졌다.

독일의 티어 펫푸드와 한국의 아성사료와의 기술 이전 계약.

로열티 금액에 대해서는 아성사료가 융자를 받고, 추가로 부산시에서 아성사료 부산공장을 만들면서 지원을 받게 됐다.

“사업성하고 기술성 해서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그만하면 됐어. 40%가 어디냐?”

로열티 40%는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게 되니 그것만 해도 상당히 큰돈이었다.

“저기 대전이나 울산 같은 곳은 50% 넘게 지원해 준다는데 거기도 알아볼 걸 그랬나 봐요.”

“됐어~ 됐어~ 원자재 수입해서 바로 제조하려면 부산이 차라리 나.”

기술 이전 이후로 재료에 대해서도 계약이 이뤄졌다.

티어에서 추천한 남아공의 업체에서 사료용 얼룩말 고기에 대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혼자 다 쓰기에는 과한 양을 두고서 진욱은 경남도청과 또 하나의 협약을 맺었다.

진주의 도립 동물원 등과 계약을 해서 호랑이와 사자, 곰, 표범 등의 맹수용 사료로 가공된 얼룩말 고기 공급 논의를 했고, 그쪽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납품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최대한으로 수입 대금을 줄이고, 독일에서 받은 기술로 부산에서 신제품 연구를 시작했다.

아성사료 부산공장에서 만들어질 얼룩말 사료는 내년의 반려동물시장 히트상품으로 만들 것이다.

“말이 안 되면, 얼룩말로 만들면 되지~.”

진욱은 이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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