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62화 (62/200)

62화 대장균 사료 파동

“야이씨! 큰일 났다.”

아침부터 어딘가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나갔던 상만이 사무실에 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진욱은 박람회 이후로 잘나가고 있는 아성사료에 또 무슨 큰일이 났냐는 얼굴이었다.

“지금 다들 하는 일 올 스톱해!!! 공장 작살 나게 생겼어.”

“네!?”

“사장님 그게 무슨…….”

진욱은 저렇게까지 말하니 뭐가 큰일이 터지긴 한 것 같다면서 자리에 일어났다.

그리고 사장 상만의 명으로 임원진들이 모두 회의실로 들어왔다.

“마스터 푸드에서 대장균 터졌어.”

“네?!”

“아이고- 수입입니까, 공장 생산입니까?”

“둘 다 검출됐다고 한다!”

강아지 습식 사료 1위를 달리는 가장 큰 경쟁자 마스터 푸드.

특히 아성이 안심 캔따개 만든 이후로 사각형 플라스틱 케이스의 안심따개를 만든 ‘카이저’ 브랜드는 지금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런 월드클래스 기업에서 터진 대장균 이슈라니, 이건 업계 전체에 큰 사고였다.

“지금 식약청에서 조사 들어갔다고 하고, 사료협회에서도 공문 오고 난리가 났어. 에휴휴-.”

“아니… 얼마나 크게 터졌는데, 사료협회 자체로 연락을 다 합니까?”

“전국 식약청에서 사료업 전수조사한다고 하고, 심할 경우 공장 몇 개 스톱될 수도 있다고 한다.”

“……!”

마스터 푸드의 공장 대장균 검출로 인해 사료 업계 전체에 큰 위기의 상황이었다.

“아니, 얼마나 오염됐는데 그래요?”

“지금 마스터 푸드 습식 사료가 대장균 검출 나온 게 태국 공장에서 수입한 제품이 오염됐다고 한다.”

“아니, 그럼 한국 공장하고는 전혀 상관없잖아요?”

“같은 원자재를 수입해다가 한국에서도 쓰니 그렇지.”

“…어우.”

상황이 그렇게 꼬인 것이었다.

그래서 상만은 사료협회 전화를 받고 아성사료 공장에 연락했고, 당장에 제일식품에서 물량 받아서 OEM 생산하는 제품도 중단하냐 마냐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진욱은 그 이야기를 두고 때마침 오늘 용철이 불러서 술 한잔하려고 했는데, 이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 * *

“동남아 애들 불량품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입네.”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됐어. 우리가 수입해서 가져온 제품인데, 뭐라 할 수도 없지.”

용철은 담배를 태우면서 쓴 속을 달랬다.

지금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나오는 뉴스는 애견 사료에 대한 대장균 이슈가 도배되고 있었다.

[수많은 강아지들이 갑작스러운 급성 신부전증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원인은 동남아 공장에서 생산된 사료의 오염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피해 견수가 수천 마리에 육박할 거라고 합니다.]

[식약청은 현재 국내에 있는 사료 공장들 위생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것이며, 특히 태국에서 수입된 정육으로 만들어진 사료들이 있어 더 많은 피해가 올 수 있으니 식약청장은 생산 중단을 논의하고 밝혔습니다.]

“제일식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은 건식 빼고 습식은 취소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제일도 속쓰린 일이지만, 아성사료같이 OEM 받는 쪽은 죽을 맛이었다.

“괴롭겠지만, 어쩔 수 없네. 대신에 이번 이슈 끝나면 건식 사료 좀 더 맡길게.”

“후우, 어쩔 수 없군요.”

대기업과 거래할 때 문제가 이거였다.

거래만 잘되면 대금은 확실히 받을 수 있지만,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일단 하청업체들부터 거래가 끊기고, 품질관리팀들이 공무원 이상으로 찾아와서 잘잘못을 따진다.

대기업 전문 법인팀이 바쁘게 움직일 것이고, 만에 하나라도 하청업체에서 조금의 책임이 있다면 바로 모든 것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동안 제가 공장의 위생과 품질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아, 진욱 씨가 잘하는 건 알지. 나도 그래서 믿고 맡긴 거고.”

용철은 와인 한 잔을 쭉 비우고 말했다.

“일단 식약청 검사 이후로 문제없다면 계약은 새로 이뤄지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감사합니다.”

구두 계약도 법적 효력이 있긴 하지만, 술자리에서 걱정하지 말라며 넘어가는 용철을 어디까지 믿을지는 전적으로 진욱의 몫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제일식품의 거래는 믿지만 그렇다고 순진하게 그들이 전부 받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 * *

“그래서 문제가 말고기다 이거예요?”

“그래, 거기서 오염이 된 거 같다.”

유럽에서 말고기를 통해 사료를 만든 것이 100년의 세월.

그 뒤로 지금은 건식에선 사라지고, 칠면조와 돼지감자 등을 첨가한 습식 사료로 꾸준히 팔리는 제품이었고, 고단백 영양식에 말고기라는 프리미엄이 되어 강아지 웰빙 간식으로 유행을 탄 제품이었다.

제조 방식은 중국이나 몽골에서 사료용으로 도축한 말이 동남아로 향하고, 거기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주문한 레시피대로 공장에서 제조를 하거나, 손질한 사료용 말고기 자체를 동아시아나 북미 등지에 수출한다.

문제는 그 중간 상황인 동남아에서 오염이 일어난 것이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사료 OEM을 받는 태국에 많은 사료 공장이 있었는데, 그곳의 위생 상태로 인해 곰팡이가 검출됐고, 대장균까지 나왔다.

그것을 모르고 유명 브랜드에 고단백 사료라는 마케팅으로 강아지들에게 먹였던 견주들은 안타깝게도 원인도 모른 채 신부전증과 배탈로 자기 가족을 잃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고단백 식품은 동물에게 있어 신장에 문제가 생긴다고 어물쩡 넘어갔지만, 진짜 이유가 드러났으니 이제부터는 줄소송의 위기였다.

“지금 한국에만 드러난 게 5천 건이라고 하고, 일본, 대만 다 합치면 피해가 몇만 마리가 될지 몰라.”

“어후… 진짜…….”

가족같이 길렀을 강아지들이 불량 사료로 인해 죽어 갔는데, 이제야 원인을 찾았으니 모르고 지나간 케이스까지 찾는다면 몇 배 이상은 더 피해가 클 것이다.

“우리도 제일식품에서 OEM 받은 걸로 말고기 원료 들어온 거 전부 폐기처분했다. 방법이 없어.”

“하긴… 검사를 해도 그걸 고객들이 사겠습니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원자재를 다 폐기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갤럭시아도 일단 지금까지의 물량은 받겠지만, 습식 사료는 유보하고 건식이나 수제 간식 쪽을 요청한다고 하더라.”

“라인업 하나를 통째로 빼는데 되겠어요?”

“돌려 막기 하는데도 이번 분기 매출은 조졌다고 봐야 돼.”

“후우-.”

그야말로 사료업계 전체가 과거 라면회사들의 ‘우지 파동’이나 만두 회사의 ‘쓰레기 만두 대란’ 수준으로 나락에 떨어질 위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장을 놀릴 수는 없는 일, 진욱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단 해결책부터 찾기로 했다.

“우리 회사 PL보험 써야 하지 않을까요?”

“알아보긴 하겠는데… 크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 필요한 보험이니까요. 만약 우리 쪽에도 수입한 고기에서 검출이 되면…….”

PL보험.

국내에선 생산물 책임보험이라는 정식 명칭이었고, 간단하게 말해 생산 제품에 대해 국내/외 배상책임 위험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 시 회사 대신 배상해 주는 보험이다.

이 당시는 의무 가입이 아니었고, 의무화가 논의되는 게 2010년대 후반이었다.

게다가 아성은 수출이 거의 없다시피한 내수 기업에 OEM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 가입 안 해도 그만이었지만, 진욱이 수제 간식을 만들 때 배상책임을 염두에 두고 강하게 밀어붙여 가입했었다.

“삼정화재 이름으로 가입했으니 그쪽 담당자들하고 한번 논의를 해 봐야겠다.”

“네, 그쪽 알아봐 주시고, 저는 대체 원료 한번 찾아와 볼게요.”

“근데, 하나 빼고 만드는 게… 후우, 난감한데.”

“그래도 찾아는 봐야죠.”

진욱은 그 뒤로 현재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오염된 습식 사료 건에 대해서 찾아봤다.

만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터 사는 피해보상을 염두에 두면서 다국적 로펌과 계약하고, 문제가 된 습식캔을 포함해서 7개 제품에 대한 리콜이 들어간다고 한다.

국내 TV 뉴스보다 해외 포털의 뉴스로야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이었고, 진욱은 과거의 기억을 최대한 끌어내 이런 이슈가 있었던가를 떠올렸다.

‘그래, 생각해 보니 식약청에서 당시 사료 이슈로…….’

자신은 그 자리에 없었지만, 동기들 중 그 일로 인해서 사료 공장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그 와중에 담당 공장이 피해보상이랍시고 ‘개값으로 1인당 15만 원씩이면 되겠느냐?’라는 보상책을 내놔서 난리가 났다는 기억이 있었다.

징벌적 손해보상이 없는 한국 법과, 당시에 동물권에 대해 희미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참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은 식약청 조사받고, 수제 간식에서 고기 빠진 건 채식 사료로 준비하죠.”

“채식 사료, 그래! 그건 지금 원료 재고 많으니까 그쪽으로 가야겠다.”

채식 사료는 진욱이 만든 수제 간식 라인업 중 단호박과 고구마등의 야채를 동결건조해서 만든 식품이었다.

처음에는 라인업 중에 하나로 내놨지만, 이후 고구마나 호박 등의 채소값이 폭락할 때마다 생산 수량을 늘려서 지금은 수제 간식 중에 한 축을 차지하는 제품에 가성비도 좋아 코어층 고객이 굳건했다.

“일단은 이쪽을 유통업에 제안할 거고요. 다른 원료인 닭이나 오리, 돼지 뼈 등도 자체적으로 한번 품질 관리 좀 해야겠네요.”

“그, 그래. 알았다. 일단 그쪽 업자들한테 전화 돌리마.”

한시가 급했다.

당장에 빵꾸난 강아지 습식 사료 라인을 메꾸기 위해 아이템들을 늘려야 했고, 앞으로 수입을 하는 제품 또한 품질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 * *

얼마 후.

경인지방식약청에 파견 공무원들이 상록시 아성사료 공장에 도착해 조사에 들어갔다.

불시에 들어온 뒤로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생산을 올 스톱하고, 식양청 공무원들의 위생검사에 모두 협조했다.

그들이 보는 곳은 습식 사료 생산 라인, 그리고 사료 제조용으로 들여온 식품들 위생 검사였다.

안전모와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어 풀 무장을 한 상태로 들어온 직원들은 냉동식품들에 대한 샘플을 채취했고, 공장 라인에 대한 검사를 하면서 하나하나 꼼꼼이 살펴봤다.

그리고 때마침 불시 검사 올지 모르니 당분간 공장으로 출퇴근 한다고 했던 진욱은 자신이 있었을 때, 식약청 직원들이 들어온 것에 의해 안도했다.

지난날 진욱이 처음으로 아성사료에 일을 하면서 ‘일의 시작은 정리정돈!’이라는 모토로 위생에 있어서는 정말 철저하게 움직였다.

‘근데, 요새 주야교대 하면서 야근 때문에 청소 쪽 대충한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그 옆에는 공장장 김 상무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초조함이 눈에 드러나 있었다.

철저한 조사 이후로 샘플 검사 이후 식약청에서 팩스가 도착했고, 진욱은 그것을 확인한 다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님, 저희 식약청 위생검사 모두 통과했습니다.”

“그래?”

“지금 온 공문입니다. 위생 문제없다고 알렸네요.”

“후우-이제야 한숨 돌렸다.”

상만을 포함해 아성사료 사무실 내 직원들이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위생검사에서 통과는 됐으니 큰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아성사료는 안전하게 넘어갔지만, 수도권 일대에서 대기업 OEM을 받는 공장들도 위생검사에서 걸려서 영업정지를 받았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돌고 있으니 말이다.

진욱은 이 상황에서 한 가지를 결심했다.

지금 이슈를 돌파하려면 말고기 습식 사료를 대체할 신제품 개발, 그리고 새 판매처 루트 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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