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이걸로 코어를 잡았다
진욱은 부산광역시청 공무원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일자리지원센터장과 청년사업지원과 등의 각종 취업과 2~30대의 청년사업 관련으로 나온 높으신 분들 속에서 진욱은 능숙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상입니다.”
이미 중앙정부에서 환경부, 농수산식품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중앙부처의 과장급 간부들이 보는 앞에서도 능숙하게 PPT를 했던 진욱이었다.
귀한 시간 내서 온 부산의 고위 공무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행히 진욱이 말해 주는 것을 잘 알아 줬다.
‘확실히 부산 일대가 이거저거 테마사업에 관심이 많아서 반려동물 사업도 이렇게 소개할 수 있다니까?’
국제영화제, 게임산업 박람회, 락 페스티벌 등등 부산은 국내 제2의 도시의 위상을 위해서 수많은 문화 사업에 투자했다.
물론 한 정당이 계속해서 광역시장을 맡은지라 시장의 성향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었지만 대다수는 진욱의 과거의 삶 미래까지도 그럭저럭 잘 유지됐다.
“질문 있으십니까?”
진욱의 물음에 가장 먼저 손을 든 인물이 있었다.
50대 중후반에 안경을 쓴 아주머니였는데, 일자리센터를 맡고 있는 이경희 센터장이었다.
“그, 다 좋은데 말이에요. 혹시 그 수제 간식, 그러니까 펫푸드라는 거는 정식 자격증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
“네, 좋은 질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제 간식 사업이 드러난 2년 전부터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진욱은 그때 나왔던 협회들을 생각하면서 살짝 웃었다가 그때 자신이 어그러트린 것을 두고서 말했다.
“현재는 법령상 자격증은 따로 필요 없는 상태입니다.”
“자격증이 없어요?”
“네, 국가인증 자격증으로 등록이 되기에는 애매하고, 국가 등록 민간 자격증 시도를 한 업체들은 있었으나 흐지부지되었습니다.”
“흐으음.”
“단 식약청을 통해 판매 시 인증을 받고서 판매를 하기에 사업자 등록을 할 때에 문제는 없는 편입니다.”
“으음.”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때 진욱은 여기에서 슬쩍 이야기를 던졌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신들의 특산물을 가지고, 직업개발원에 민간 자격증을 도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
“이건 시장님의 의지를 통해서 행정에 필요한 것이니 여기에서 말하기는 힘들겠네요.”
진욱이 넌지시 말하면서 그냥 그렇다고 알아두라고 할 때, 슬쩍 눈을 번득이는 고위공무원들이 몇 보였다.
“근데, 이거 지금 직업개발센터에 도입을 하면 전문가들은 아성사료가 직접 보내는 겁니까?”
“네, 지금 아성사료 산하의 펫푸드 대리점이 부산에도 있고, 추가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쪽 분들은 본사 레시피대로 만드시는 분들이니 교육 이후 강사로 초빙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진욱이 그쪽에 대해서 질문에 대해 다 답해 주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쳤을 때 몇몇이 진욱에게 명함과 같이 새 연락하겠다는 이야기를 받았다.
진욱은 프레젠테이션을 맞춘 뒤로 부산에 있는 펫푸드 지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점장님.”
“아이고~ 이사님 어서오세요.”
최근 서면내 핵심 유동인구 구역으로 지점을 옮긴 부산본점.
이후로 추가로 지어지는 2개 지점을 두고 진욱은 가게를 둘러보면서 고양이 캔을 집었다.
“그거 요새 엄청나게 팔려요. 상어 연골만 하던데요?”
“잘 팔리는 신제품을 계속 들여놔야죠. 그래야 점장님도 수익이 늘어날 게 아닙니까?”
“아이고, 지금도 많이 법니다. 하하하하!”
진욱은 웃으면서 가게 분위기를 살펴봤다.
아르바이트생 두 명 고용해서 그렇게 크지 않은 점포 내에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와 제품을 살펴봤다.
간간이 강아지를 안고 온 손님들은 즉석에서 사서 뜯어 줬고, 이 근처에 동물 병원 두 곳에 애견센터까지 있어서 더욱 시너지 효과가 엄청났다.
“이번에 부산에서 수제 간식 공방으로 취업지원과 연계한다고 합니다.”
“아, 네. 그렇지않아도 그 이야기 들었는데, 교육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점장님이 직접 해 주시겠어요?”
“네?”
“아성사료 부장 대우로 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곳을 직영점으로 인수하고, 추가 프랜차이즈 아성펫푸드 지점을 창업하는 사장님들 관리까지 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아니 그 저… 이사님?”
“물론 점장님이 그걸 혼자 다하시기엔 힘드시겠죠. 본사에서 직원들을 보내고, 사업소를 하나 만드려고 합니다.”
이건 부산에 떠나기 전 아버지하고 한 말이었다.
아성사료 내에서 늘어나는 아성펫푸드와 펫드레스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두고서 서울에 사무소를 만들자고 했는데, 내친김에 부산쪽도 동물카페와 옷가게, 펫푸드 샵까지 다섯 개가 넘어가니 그곳도 만들자고 한 것이었다.
그리고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히냐는 말에 처음으로 부산 진출을 한 점장에게 맡기고 추가로 인원 충당 방식을 제안했다.
“하, 하하… 저야 뭐 배운 게 이쪽이어서 한 것이긴 하지만…….”
“네, 그 말은 이쪽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다는 거겠지요.”
애초에 부산점은 부산에 있는 펫푸드 샵 하나를 인수하고, 거기에서 사람들을 고용하고 만들어 낸 곳이었다.
자율적으로 운영시켰는데 규모가 커졌으니 이쪽 역시도 판을 키우려는 것.
진욱은 거기에 관한 이야기를 미리 해 둔 다음 본격적으로 부산·경남 쪽 확장을 위해서 사업 기획을 준비하고, 조사를 한 다음 아버지에게 보낼 자료를 모았다.
부산에서의 일은 얻은 게 매우 많았다.
광역시청 내의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합의하고, 지역구 내에 국회의원들과 사진도 찍으며, 올해 4분기부터 부산 일자리센터에 ‘수제 간식 제조공방’이 아성사료와 부산광역시의 합작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진욱이 흘러가는 식으로 말한 ‘지자체의 국가 등록 민간 자격증’은 아무래도 그 떡밥을 부산시장이 직접 물 것 같다는 이야기에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상록으로 올라갔다.
* * *
공모전에 대한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시간이 흘러 아성사료의 앞으로 수많은 반려동물 제품 디자인이 접수됐다.
이 자리에는 진영이 말한대로 펫패션의 간부들이 참여해 같이 심사위원을 봤고, 아성사료 내에서 펫드레스 사업부 직원들이 투표를 하면서 실제 강아지들을 두고서 실용성에 대한 이야기도 의뢰했다.
공 모양의 장난감부터, 가방식 케이스, 목이 전혀 압박받지 않는 하네스 줄, 그리고 수많은 디자인의 강아지와 고양이 옷들이 있었다.
“어머! 이건 진짜 예쁘다.”
“흐으음, 그렇네?”
“이야~ 아이디어 좋네? 이거 재활용 옷이라는데?”
직원들이 각자의 컴퓨터에서 이거 어떠냐, 저거 어떠냐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추슬러 낸 디자인들을 심사위원들에게 보낼 때, 그들 역시도 성심껏 심사를 봤다.
“여기 있는 것만 전부 다 만들어도 대박이겠네.”
상만의 말에 동시에 고개를 젓는 이가 있었다.
그의 아들딸들인 진영과 진욱이었다.
“이쁘기는 한데, 이거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따져야 돼.”
“맞아요. 아버지가 생산 설비 정하시고, 대량생산 라인 만드셔야 하는데, 이왕이면 대량생산 가능한 디자인과 편의성을 생각해야죠.”
두 자녀의 말에 상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 어! 그래. 맞아 이거 공장에서 생산할 걸 생각해 둬야 해.”
그래서 이쁘기는 하지만 주문 제작 아니면 공장 대량생산이 힘들 것 같은 제품들은 아쉽지만, 라이선스 대량생산 주문 계약이 없는 특별상 쪽으로 빼내기로 했다.
“참고로 대상은 아이즈가 키우는 강아지한테 입혀서 SNS에 올리기로 했어요.”
“아, 걔도 말티즈 키운다고 했지?”
“어, 아마 올리면 여기저기서 똑같은 옷 사서 자기 집 강아지들에게 입히는 릴레이 장난 아닐 거다.”
연예인 SNS 마케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진욱의 예언이었다.
그리고 이번 공모전으로 인해 아성사료의 이름이 점점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고, 공모전 결과가 나왔을 때, 아성사료는 상록시 실내체육관을 대절하여 입상한 제품들의 디자인 제품을 전시하고 지역지 신문사들을 모아 인터넷에도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렇게 11월까지 착실하게 준비하던 아성사료의 빌드업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 * *
2011년 11월.
양재 AT센터.
[반려동물 K-펫 박람회]
전시관 2개 층을 전부 대절한 이번의 행사는 대기업들도 포함된 반려동물 사업의 자본이 거의 다 모인 상태였다.
원래였다면, 올해 스폰서를 하면서 얼굴 자주 봤던 오 시장이 올 줄 알았지만, 8월에 뜬금없는 사퇴로 인해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야당 시장이 축사를 했다.
[반려인구 1천만 시대… 저 역시도 진돗개를 키우는 반려인이며…….]
진욱은 안경 너머로 싱글거리며 웃는 그 시장님을 보고서 내부 부스를 살펴봤다.
대중적으로 많이 보이는 1층의 부스는 대기업, 2층은 외국계 기업이나 이제 막 진출한 신규 기업들이 들어오는데, 아성사료는 굉장한 특혜를 받아 1층으로 부스에 입점했다.
바로 [서울시] 로고와 [제일식품 사료 부스] 옆에 부스 3곳을 합친 길이로 말이다.
그리고 이곳에 참여한 방문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끌게 했다.
“어머머, 이 옷 너무 예쁘다.”
“우리 토리 입혀 보면 좋겠네? 이거 사이즈 큰 것도 있어요?”
“세상에… 이게 다 개나 고양이에게 입히는 거예요?”
애견인과 애묘인, 그 중에서도 20대와 50대의 여성층이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젊은 여성 측은 직접 데려온 강아지들과 같이 전시된 옷을 가져다가 대 보고, 샘플을 입힌 다음 바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주머니 고객들은 그 자리에서 이거 얼마냐, 재질이 어떠냐? 털은 밀고 입혀야 되는 거냐? 등으로 애들 옷 사 입히는 정성으로 직원들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 상황에 진욱은 웃으면서 부스 관리자 겸 직접 나서서 제품에 대해 설명해 줬고, 카운터를 보는 진영 역시도 전시품 옷을 두고 그 자리에서 주문하는 고객들의 정보를 작성했다.
3일 동안 진행되는 박람회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진욱은 전국에 모인 애완동물 관련 사업 부스들을 보고서 하나하나 아이디어를 담았다.
애견 전용 영양제, 전문 미용샵, 물거나 사나운 동물 행동치료 부스, 심지어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SBC에서 온 동물의 농장 촬영팀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중에서도 아성사료의 부스는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추첨을 통해서 반려견 옷과 제품 사전예약 구매 시 사은품으로 ‘말티즈를 안고 있는 아이즈 포스터’를 대량으로 출력해 사은품으로 동봉한다는 말에 유독 남자 손님들이 이틀차에서 늘어났다.
그리고 사흘 동안 정신없이 진행되는 박람회 속에서 진욱은 저녁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하나 봤다.
[네, 천만 반려인구 시대. 이제는 소수가 아닌 우리 사회에 공존하는 또 다른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반려동물에 대한 제품이 모두 모인 K-펫 박람회가 서울 AT센터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시장에 제일그룹 등의 큰손들이 오간 자리라 뉴스도 타게 되었고, 그중에서 진욱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아성사료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진영(A펫드레스): 여기 보이는 이 옷들은 전부 저희 회사가 디자인 공모를 통해 전시한 제품인데요.]
[반려견과 반려묘가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옷은 특히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9시 뉴스 공중파에 탄 누나의 더듬거리는 인터뷰를 보고서 진욱은 순간 뿜었다가 링크를 바로 누나에게 보냈다.
그 덕분에 가족들은 배를 잡고 웃느라고 난리도 아니었고, 서로가 훈훈하게 웃는 속에서 K-펫 박람회는 성황리에 끝이났다.
그리고 아성사료를 기다리는 것은 폭주하는 펫드레스의 주문 물량이었다.
캔에 이어 이번엔 옷으로 직원들 야근 릴레이가 벌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