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다른 지자체도 반려동물 사업 관심 있다고?
“아이고! 형님이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왜? 갑자기 와서 뭐 켕기는거 있냐?”
“하하하하, 원 농담도.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아주버님. 어서오세요!”
“숙모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늦은 주말 저녁에 갑자기 손님이 찾아왔다.
큰아버지 상규와 사촌 형 진성이 고급 위스키를 가지고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원숙이 재빨리 안줏거리 될 과일하고, 음식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거실에서 술상을 준비하는 동안 진욱이 재빨리 얼음하고 술잔들을 세팅했다.
“어이구, 진욱이가 센스 좀 있어? 바를 많이 다녔나?”
샷 전용 잔과 언더락 잔을 따로 비치하고, 냉장고에 있던 홍차를 꺼내 오자 흡족해하는 큰아버지 상규였다.
“진성이 형이 저를 많이 데리고 다녔죠.”
“좋은 거 가르쳤다.”
“하하, 그냥 동생하고 같이…….”
“됐어. 진욱이가 한잔 따라 봐라!”
로얄 살루트 38년 위스키를 따고 큰아버지에게 한잔 따라 드리자 바로 한잔 쭉 들이켰다.
그리고 때 맞춰 원숙이 과일을 깎아 왔고, 바로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큰아버지.
거기에 맞춰 요키가 달려올 때, 상규는 머리 한번 쓰다듬어 줬다.
확실히 개 싫어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붙임성 있게 다가오는 요키를 보고 상규가 연신 쓰다듬어 주다가 상만과 진욱에게 말했다.
“요새 아성사료 잘나가더라? 주가가 떨어질 줄을 몰라.”
“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내가 좋게 본다고 주식이 오르나? 우리 동생은 좀 당당하게 나갈 필요가 있어. 이젠 육십도 넘었으면서 말이야.”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한 상규는 동생과 조카에게도 한잔 받으라고 위스키를 들었다.
그렇게 고급 위스키의 술자리가 시작될 때, 상규는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해서 슬쩍 운을 띄웠다.
“혹시 부산에 뭐 준비하는 거 있어?”
“네? 갑작스럽게 그 무슨……?”
“이번에 우리 부산으로 진출한다.”
“……!?”
상만은 뜬금없는 소식에 깜짝 놀랐고, 진욱 역시도 부산 진출이라는 말에 예상 외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의외네? 수도권 지점 용인에 그거 하나 인수하고, 바로 PK로 가신다고?’
진욱이 보내 준 8월 부실 저축은행 퇴출 리스트.
거기에 맞춰서 아성저축은행은 빠르게 확장을 시도해 용인의 은하저축은행을 인수하여 지점을 늘였다.
그리고 세 번째 지점으로 이번 저축은행의 시발점인 동래저축은행 사태를 노려 2금융권이 싸그리 나가리된 부산을 노리고 들어간 것이었다.
“금융당국이랑 이야기가 된 겁니까?”
“오~ 역시 조카가 똘똘해?”
“그쪽에서 M&A가 아니라 P&A(부실자산 제외 부분인수)방식으로 간다고 했으니까요.”
올해 퇴출되는 저축은행 리스트가 14개.
그걸 죄다 해산했다간 막대한 경제 타격이 있을 테니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나 보험&증권사를 통한 저축은행 인수를 종용했고 떠맡게 되는 파트가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큰아버지의 아성저축은행은 규모 확장을 위해 움직였고, 부산 진출은 괜찮은 수가 될 것이다.
“큰아버지. 어느 저축은행을 인수하시는지 저도 알 수 있겠습니까?”
“가야저축은행.”
“아, 거기 좋지요!”
“뭐, 진욱이 네가 거길 알아?”
진욱은 순간 ‘옛날에 거기 감사 갔는데, 생각 이상으로 회생 의지가 강해서 구조조정 이후 살아난 곳이에요. 제가 봤죠.’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대충 둘러댈 말을 찾았다.
“그… 애견 카페하고 펫푸드 부산점 세울 때 알게 된 곳입니다. 동래보다는 확실히 알찬 곳입니다.”
“융자도 했어?”
“조금 했습니다. 나머지는 1금융권 부산은행에서 했습니다.”
“짜식, 알차게도 했구만.”
“지방 진출에는 특히 그 지역 금융권하고 친하게 지내야 하니까요.”
그 대화를 할 때 상만은 껄껄 웃으면서 위스키를 비웠다.
“형님, 저 아무래도 은퇴해야겠습니다. 제가 해야 할 말을 이 녀석이 다해 주네요?”
“어, 그래. 너 아들 농사 잘 지었다. 아주 잘나셨어!”
낄낄거리면서 동생 상만에게 엄지를 들어올린 상규.
그리고 원숙이 가져온 술상이 차려지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부산에서 인수 계약하러 가는데, 어떻게 같이 갈 생각 있어?”
그 순간 상만은 진욱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다.
“네, 있지요.”
“호오~ 네 아이디어냐? 아니면 조카 아이디어냐?”
“둘다입니다.”
진욱은 상만에게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를 기획안으로 올렸었고, 그것에 대해 천천히 설명했다.
“저희가 지금 서울시와 제일식품이 스폰하고 있는 디자인 공모전하고,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뭐… 쬐간한 기지배 가수 하나 데리고 홍보 잘하더라?”
“아버지, 아이즈라고….”
진성이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지만, 상규는 별로 신경 안 썼다.
“내가 걔 볼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아무튼 그렇게 서울에서 홍보 잘하고 있는데, 부산도 그렇게 하려고?”
“예, 부산시장이 그걸 보고서 지자체적으로 애완동물 사업으로 하려나 봅니다. 거기에 대해서 저희는 대략적으로 담당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고요.”
“하이고~ 진짜 개밥하고, 고양이밥이 진짜 효자 상품이네? 이렇게까지 시장이 커질 줄은 몰랐어.”
“아, 형님. 사료라는 이름이 있는데 자꾸 개밥 운운은…….”
“알았어 임마. 그래서 같이 갈 거야?”
“진욱이 보낼 겁니다. 이 녀석이 나랏돈 받아먹는 데는 아주 귀신같거든요.”
“그러게 말이야. 우리도 이번에 금융위랑 금감원 기름칠 전에 아는 거 다 말해 주더라? 요새 서울대는 그런것도 가르치나 봐?”
아버지하고 똑같은 말을 하는 큰아버지의 말에 진욱은 그저 웃었다.
그렇게 아성금융그룹과 아성사료의 임원들이 같이 내려간다고 할 때, 두 어른들이 술을 마시는 동안 진성은 진욱과 자리를 옮겨서 2층 방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거야.”
[부산시 창업전문교육원 공모안.]
“와~ 이런 게 있구나?”
“부산 내에서 청년창업 교육 사업한다고 하는데 수제 간식 제안을 올리니까 담당자가 이야기 한번 하자고 하더라고.”
“잘됐다. 이번에 같이 가면 우리도 가야저축은행 인수하면서 부산시청 공무원들 만나야 했는데.”
“음, 뭐 할 게 있어?”
“그래도 부산 첫 진출인데 뭐 하나는 해야 그쪽에서도 좋게 봐줄 거 아니야?”
진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나라 지원을 받는 건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 대로의 법이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생각해?”
“응, 뭐가?”
“야, 진욱아. 나도 네가 동업하자고 해서 아성사료 주주야. 그리고 너도 이번에 아성산업개발 상장하면 주식 받게 되잖아? 서로 좀 상부상조하자.”
“아니, 그러니까 왜 내가…….”
“너 아성사료에서 기획안 올리는 걸로 10루타 각 보는 거 다 보여. 숙부님이 네 칭찬을 얼마나 하셨는데.”
“…….”
진욱은 그사이에 아버지가 참 많이도 알리셨다면서 쓴웃음을 보였다.
뭐 이렇게까지 말해 주고, 대가가 큰아버지 회사의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받는 거라고 하니 그럼 한번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광역시나 도 내에 가장 먹히는 건 장학재단이야.”
“응?”
“이왕이면 대학교 장학재단. 저축은행도 자체적으로 학자금 대출 상품이 있지만, 그거 말고 하위계층 쪽으로 장학프로그램 한번 진행해 봐.”
“흐으음.”
“그러면 가장 먼저 떡밥 무는 게 지역 언론사야. 그런 다음에 그거 허락해 준 담당 공무원 윗선 양반이 올 거야. 한 과장급 이상으로 지자체하고 교육청 양반들이 와서 사진도 찍겠지.”
진욱은 시나리오를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 줬다.
“그렇게 하면, 일단 지자체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을 해. 그런 다음 생활밀착형 금융 상품을 내놓는 거야. 예를 들면 부산은 야구 좋아하니 관련 상품으로 이율을 정한다거나, 중소상공인 대출상품을 만들어 준다거나 하면서 말이야.”
“오오, 지역 행사 스폰서를 생각했는데, 그거보다 장학재단이 더 먹히겠네.”
진성은 수첩을 꺼내서 바로바로 적어 놨다.
스마트폰 시대인데도 아직 아날로그의 펜과 수첩으로 빼곡하게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본 진욱은 그 다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번 저축은행 사태만 잘 넘기면 2금융권에 대해서 금감원이 뭐 하나 할 거야.”
“그 뭐 하나가 뭔데?”
“저축은행 방카슈랑스 판매 허용.”
“……!?”
은행에서 제휴보험사와 협약을 맺어, 은행고객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
지금은 제1금융권, 그중에서도 대형 금융지주만 가능한 상품이었지만, 훗날 금감원이 규제를 풀게 되는 게 2년 뒤의 일이었다.
이후로 2금융권 상호저축은행에도 신용카드 판매가 허용이 되고 카드사와 제휴를 해서 저축은행의 활로가 열리는 것이 멀지 않은 미래였다.
“뭐, 이건 그냥 추측이야. 내 말이야 그냥 뇌피셜일 수도 있으니 너무 믿지는 말고.”
“아, 그래… 우리도 정보를 추합하고서 결정해야지. 아무튼 고맙다.”
진성은 사촌 동생에 감사를 표하며 그것에 대한 자료를 한번 모아 보기로 했다.
* * *
얼마 후 부산에 도착한 진욱은 먼저 와 있었다는 상규 일행을 만나서 전망 좋은 호텔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야기가 좋게 끝났는지, 싱글벙글한 큰아버지의 얼굴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줬다.
“부산 애들 전부 다 밀고 당기고가 확실하더구만, 신문사고 공무원들이고, 정치인이고 죄 끈끈해!”
“지역색이니까요.”
진욱은 그 말을 들으면서 협상이 잘된 큰아버지 상규에게 몇 가지의 선물을 받았다.
“진욱이 이번에 지점 늘릴 거 있으면 말해라.”
“네?”
“내가 여기에도 상가 몇 개를 사 놨는데, 원한다면 거기 들어와서 너희들 대리점 하라고.”
펫푸드와 동물카페에 대한 목 좋은 자리는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야기 다 끝났으니 관광이나 하러 가야지. 낚시대도 준비했다.”
상규는 껄껄 웃으면서 부산 낚시를 기대했고, 진성은 슬며시 진욱에게 귀띔을 해줬다.
“아버지가 미리 부산 쪽 그 펫푸드 지업사원에 대한 거 담당자에게 이야기하셨대.”
“하하, 안 그러셔도 되는데.”
“너 그거 계약 체결하면, 부산신문에서도 단독 인터뷰 온다고 하더라.”
“거기는 부산경남권 제1신문사이자 이 지역에서는 메이저 언론사가 부럽지 않은 곳이니 인터뷰를 한다면 충분히 도움이 된다.”
진욱은 그래도 나름 조카에 대한 이야기는 해 줬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큰아버지는 식사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용돈이나 하라고 봉투를 하나 주시고 가셨다.
봉투 안에 지폐는 없고, 전부 수표여서 세 보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난번 용돈보다 더하면 더했을 것이다.
“후우~.”
큰집 이야기를 한 뒤로 진욱은 숙소를 잡아 놓고서 우리 회사 일에 집중했다.
실시간으로 상록시에서 아성펫드레스 디자인 공모에 대한 것도 누나한테 메일과 메시지를 받고, 이쪽에서도 K-펫 박람회에 이은 제2의 반려동물 사업 행사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으로 땡길 셈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뉴스를 통해 앞으로의 경쟁사들이 강아지 옷으로 예상 매출을 얼마로 잡고 있느니, 일본에서 반려견/반려묘 관련으로 무슨 신제품이 들여오느니 하는 기사들도 실시간으로 확인했지만, 아버지에게 말한 대로 일단 아성사료의 이름을 알리면 자연스럽게 먼저 출발할 수 있을 거다.
“흠흠, 그럼 PPT 연습 한번 해볼까?”
진욱은 부산광역시 공무원들에게 보여 줄 프레젠테이션을 밤새도록 연습하며, 관련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