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이걸 다른 애들이 안 할 리가
진욱은 공모전에 대해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일당백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 주고 있었고, 웬만한 멀티가 다 되는 중소기업 간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미친 스케줄을 모두 소화해 냈다.
게다가 시간 대비 효율도 뛰어나서 퇴근 시간 칼같이 지키면서 다음 날 아침이 되면 그걸 또 집에서 완성해 와서 착실히 진행시켰다.
“사장님! 포스터 나온 거 보냈습니다.”
“어디… 한번 볼까?”
사무실에서 마우스 몇 번 딸깍거리면서 확인한 상만은 생각 이상으로 잘 뽑힌 디자인에 박수를 쳤다.
짝-짝-짝-
“좋아! 제대로구만!”
후원 목록에 ‘서울특별시’와 ‘제일식품’이 떡하니 박혀 있는 [아성펫드레스 디자인 공모전] 포스터.
광고 모델은 자기 집의 옷 입은 강아지를 안고 있는 아이즈고, ‘애견/애묘 패션 공모전’, ‘반려용품 디자인 공모전’ 등으로 최대 상금 1억 원을 걸었다.
물론 이 금액에서 절반은 제일식품이 제공했고, 반의반은 서울시가 제공한 후원금이었다.
“이것 때문에 당선작을 양산할 경우 원단 업체는 서울시 사회적 기업으로 골라야 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사무실에 있던 또 다른 임원 진영이 바로 진욱에게 다가와 물었다.
진욱은 바로 서울시와의 계약 조건에 대해 직접 누나에게 보여 줬다.
“서울시 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된 업체가 있는데, 여기를 통해서 원단 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스폰받은 거야.”
“헐~ 왜 굳이? 얘네 원단이 뭐 특별한 거라도 있어?”
“사회적 기업.”
“……?”
진욱은 공무원들과 공기업 간부들이 아주 사랑하는 그 존재에 대해 설명했다.
“원래 각 지자체하고, 공기업들은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서 취약계층과 장애인 인적개발을 위해 국가 지원받고 물건 만드는 협동조합 제품을 의무적으로 써야 되거든.”
“그런 게 있어?”
“엉, 그래서 기존 가격보다 비싸도 가끔 사 줘야 하는 게 있어.”
진욱은 자신이 몇 년 전에 나라장터에서 산 지금의 컴퓨터를 톡톡 치면서 말했다.
“국가에선 사회적으로 어려운 분들 고용증진을 위해서 지원하는 거고, 우리는 좀 비싸더라도 사 줘야 하는거고.”
“근데 왜 우리가 사야 하는 건데? 그런 건 대기업 재단들이나 하라지.”
“아, 그래야 조달청 입찰하는 데 눈도장을 받는단 말이야. 이쪽 물건 써 주는 조건으로 연말 되면 서울시 국장이다, 재단법인 대표다 해서 사진 같이 찍고 표창장 나눠 주고 그럴걸?”
진욱의 말에 상만은 들을수록 혀를 내둘렀다.
‘저놈 자식은 어째 나보다 더 국가지원에 대해 잘 안단 말이야. 아주 야무지게 나랏돈을 받아먹어.’
서울대에서는 그런 것도 가르치는지 궁금했지만, 진욱이 보여 주는 것을 보면 일단 그대로 이뤄지고 있으니 일단 결제 싸인만 해 줄 뿐이었다.
이번에도 아성펫드레스 공모전이 성공한다면 그 공은 80% 이상이 진욱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아예 전권을 줄지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의 큰 그림은 모든 게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닌가 보다.
* * *
[제레미 인더스트리. 본격적인 한국 진출.]
[반려동물시장 연매출 10억 달러 시대.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나온다.]
“아이고야!”
진욱은 일본발 사료 공세만 생각하고 있다가 미국 쪽 진출 이야기에 머리를 쥐어쨨다.
하기사 점점 커가는 시장을 보고서 돈 냄새 맡으면 귀신같이 들어오는 것이 외국계 기업이었지만, 제레미 인더스트리까지 움직일지는 몰랐다.
“제레미가 온다는데 이거 정면승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유 팀장의 말에 모두들 말을 잇지 못했다.
“그놈 자식들은 라이타나 볼펜 잘 팔아 놓고서 또 여기까지 들어오냐?”
상만이 혀를 차면서 뜻밖의 경쟁자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진욱 역시도 이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앞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재밌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제레미 인더스트리는 미국의 생활용품 제조업체로 한국에서는 특히 300원짜리 볼펜과, 1회용 라이터로 유명한 기업이었으나 실제로는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있었고, 반려동물 상품에도 그 라인업이 있었다.
“제레미가 한국 유통시장에 납품한다는게 총 네 가지입니다. 애완동물 식기, 산책용 하네스와 목걸이, 그리고…….”
“강아지 옷.”
개당 5천 원에서 1만 원 대의 라인업으로 대량 생산을 해서 천 원샵 등의 저가 생활용품점이나, 슈퍼마켓 등에 납품을 하는데 가격으로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될 것이다.
“이 이사. 이거 어떻게 봐야 하나?”
상만이 이정열 재무이사에게 묻자 그는 현재의 매출표를 확인하면서 말했다.
“현재 하 이사님이 계약한 몬스터티켓의 소셜커머스 상품으로 인해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쪽에서 저가 공세를 하면 저희가 추가 할인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내리면 진짜 수익은 포기해야 해.”
“네, 하지만 저쪽의 생산 라인업을 생각하면…….”
압도적인 물량으로 뽑아내는 생활용품점을 상대로 아성사료가 질적 향상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상대가 될지 모르겠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마쓰모토유통이 사료 외에 반려동물 제품에 대해서 한국 유통사와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우~ 그놈들 또 움직이나?”
“지금 식품이 원자력 사고로 인해 방사능 누출로 식약청에서 제지를 받으니 다른 쪽으로 활로를 잡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그쪽 방식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 OEM을 시킨 다음에 저가 공세로 들여오는 제품인지라…….”
“후우, 어느 쪽이든 돈 있는 놈들이 덤핑으로 들고 일어난다는 거구만.”
더군다나 공모전에 대한 반응은 아이즈라는 연예인 마케팅과 서울시에 지원으로 인해서 겨우 인지도가 알려진 수준이었다.
이 상황에서 아성사료에게 필요한 방법은 하나였다.
“별수 없습니다. 지금은 그대로 밀고 나가야죠.”
“그거야 당연한 거긴 하지만, 그걸 전부로 하겠다고?”
“네~ 전부입니다.”
진욱은 이 자리에서 정공법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돈 냄새를 맡고 장사를 위해 저가 공세를 한다.
그 상황에서 진욱은 다른 거 없이 그냥 공모전의 인지도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인터넷에서는 아이즈가 공모전 홍보 모델로 나와서 인지도는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상금도 억 단위에다가 원단 또한 사회적 기업을 통한다고 하니 이걸 언론을 통해서 키우면 됩니다.”
“흐으음.”
“그리고 현재 펫푸드 대리점과 애견 카페에 하진영 팀장님이 디자인한 옷들을 두고 투표를 해서 인지도를 단골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미 동물 카페 내에서 고객들의 만남의 장소로 만들었고, 거기에서 물건을 파는데 그곳을 통해 홍보를 하는 것을 제안한 진욱.
“그리고 한 가지 또 있습니다.”
“뭔데?”
“S마트 유통과 제일 홈쇼핑, 대화 갤럭시아백화점을 통해 판매코너 부스로 홍보를 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할인은 이쯤에서 하고 차라리 경품을 늘려서 인지도를 만들어야겠습니다.”
“후우, 그래야겠구만. 오프라인 유통 파트 누가 맡고 있지?”
“접니다. 사장님.”
진욱이 계약을 따내고 담당 MD와 협상을 하는 박 부장이 손을 들었다.
그는 과거 대화유통 마트팀에 있었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유통 간에 중간 알선업체 일을 하면서 고용된 간부였다.
“박 부장이 이번 건에 대해서 부스전 협상 좀 해 줘 봐. 만약 그쪽에서 원하는 게 있으면 웬만하면 다 들어줘.”
“알겠습니다. 사장님.”
진욱은 그 상황에서 언론은 자신이 맡겠다고 손을 들었다.
“쥬신이고, 중원이고, 한누리고 전부 다 연락할 겁니다. 일단 선점했을 때 여론을 잡읍시다. 안심따개 때처럼요.”
진욱의 제안에 상만은 일단 전부 승낙해 줬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진욱이 사무실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나가 수시로 신문사 기자들과, 지면 광고에 대한 이야기로 협상을 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마쓰모토와 제레미 인더스트리가 신제품을 들여오는 데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그때까지 아성사료의 인지도를 확 끌어올리기 위해 진욱은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 * *
“시연 테스트 어떠셨습니까?”
유대수 팀장의 말에 진욱은 엄지를 올렸다.
“가게 점포 틀린 것도 없고, 괜찮네요. 바로 마켓에 올려도 될 거 같습니다.”
자재팀 유 팀장에 이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업부의 또 다른 유 팀장, 유대수.
진욱이 회사 예산 1억을 투자해서 ‘아성사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의뢰한 것이 이제야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최종 시연을 내일 할 예정입니다. 사장님 외 임원 여러분들 다 보고 계실 테니 여기서 실수가 있으면 안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거 개발하느라고 크런치 모드로 아주 고생했습니다.”
“개발팀은 제가 말해서 내년 성과급 한번 이야기해 볼게요.”
IT 업계 특유의 강도 높은 마무리 근무를 했던 유 팀장 밑의 개발팀을 달래기 위해서는 역시 보너스였다.
그래도 선장이 확실하니 애플폰용과 안드로OS용 폰 전용으로 나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걸 일자리 센터에서는 6주 교육만으로 취업전선 투입시켜서 한 달이면 앱을 만든다고 했단 말이지…….’
과거 고용노동부 산하 내일배움센터에서 센터장을 맡았던 진욱은 이런 개발에 대해서도 지식을 좀 쌓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 * *
그리고 다음 날.
특별히 사장님의 에르쿠스 차량을 두고서 네 명이 한 차에 탔다.
운전은 진욱이 하고, 조수석에는 진영.
그리고 뒷좌석에는 유대수 팀장이 개발한 앱 ‘아성펫’의 시연을 상만 앞에서 보였다.
“사장님, 이렇게 현재 위치를 통해서 가장 가까운 아성사료의 대리점과 카페를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영업 상태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 그렇구만. 혹시 자체적인 판매처도 가능한가?”
“네, 여기 온라인 구매 코너로 가면 가장 가까운 판매점을 통해서 택배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입니다. 즉 이 앱이 있다면 어디에서나 아성사료의 제품을 파는 곳을 알수 있습니다.”
“흐으음. 이젠 휴대폰으로 실시간 가게 리스트를 볼 수 있겠구만.”
상만은 괜찮은 방법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스마트 시대에 대해 적응이 힘들었지만, 적어도 이게 돈이 된다는 것과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단 하나였다.
“일단 앱을 내놓은 뒤로 다음 업데이트에 대한 준비를 추가 전자결제 업데이트를 할 것입니다.”
“업데이트라니? 뭐를?”
상만의 물음에 운전하면서 가장 가까운 아성사료 지점을 찾아가는 진욱이 말했다.
“원클릭 구매요. 액티브X 없이.”
“야~ 그거 되면 진짜 소원이 없겠다.”
진영이 인터넷 쇼핑몰 짬밥 3년이 되어 가면서 옷 한 벌 구매하려 하는데 깔아야 하는 프로그램에 대여섯 개 되는 것으로 고객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유대수 팀장이 뒷좌석에서 사장님과 두 자녀들에게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원클릭 구매. 올해 안에 업데이트 끝내겠습니다.”
“오케이~ 그것만 되면, 일단 온라인 판매량은 배 이상으로 늘 겁니다.”
진욱은 지금의 애플리케이션 시연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가장 가까운 아성펫푸드 지점에 도착했다.
“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앱을 까는 순간 바로 인근 지점으로 안내해 주는 서비스!”
진욱은 시연에서 만족스럽게 나온 아성펫 앱을 통해서 회사의 다음 발전을 노렸다.
국가지원, 대기업 스폰서, 신문사 광고, CF모델, SNS 마케팅, 스마트폰 앱까지 빌드업은 차근차근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