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K-펫 박람회
진욱은 아성사료 내의 펫드레스 사업을 위해서 관련 자료들을 찾았다.
보통 이런 자료들을 찾다보면 지자체 내에서 지원해 주는 협회 같은 곳이 있을 텐데 그쪽 관련을 검색해 나가다 보니 아주 좋은 게 있었다.
“그래 이거.”
원래였다면 정식 참가를 하려고 했지만, 아성사료와는 맞지 않아서 작년에 불참했던 박람회가 하나 있었다.
“이번에는 스폰서가 서울시에 월간지 저널펫이라… 그리고 일반 반려동물이란 말이지?”
진욱은 좋은 자료를 찾았다며, 관련 기획안에 대해서 작성했다.
한편 아예 본가로 와서 진욱과 같이 자료를 모으던 진영이 문 앞에서 노크했다.
똑똑-
“열렸어.”
문을 열고 들어온 진영은 노트북을 들고서 진욱에게 다가왔다.
“야, 이거 봐 봐. 누나가 심사위원 구했다.”
자취방에 웰시코기와 고양이까지 진욱의 동물호텔에 맡기고, 자기 사업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달려드는 누나 진영.
그녀는 진욱에게 노트북 채로 이번 펫 의류 디자인 공모전에 대해 심사위원을 알려 줬다.
“한국 애견모델협회?”
“어, 영화나 드라마, CF 같은 거 찍을 때 촬영 나오거나, 패션쇼에 나오는 강아지들 심사하는 협회인데, 메일을 보내니까 도와줄 수 있대.”
“오~ 그거 잘됐네?”
예견모델협회라면 진욱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지원도 받는 곳이며, 애견미용사 협회나 애견 의류에 대한 협찬도 많이 요청하는 곳이었다.
진욱은 누나가 제안한 곳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이 찾은 것도 알려 줬다.
“우리 이번에 K-펫 박람회 신청하고 거기서 공모전 당선 의류들 전시회 열자.”
“어?”
“작년에는 파충류, 앙서류, 어류 관련 박람회여서 참가 안 했잖아. 근데 이젠 다시 모든 반려동물 포함이래.”
“다시 돌아왔나 보네?”
K-펫 박람회.
99년 1회 박람회 이후로 반려동물 사업을 위해 움직이는 단체였다.
이후 아성사료는 기존에는 OEM만 하던지라 그냥 협회 회원으로서 영업을 위해 움직였지만, 진욱이 입사한 이후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인 곳이었다.
“이번에 서울시하고 저널펫에서 나온다고 하니까 여기하고 노려서 한번 움직여 보자.”
“어떻게?”
진욱은 거기에 대해 대략 스케줄을 정해봤다.
“일단 올해 K-펫 박람회에 신청하고, 그게 11월에 있으니 그전까지 기간 만들고 광고 올리면 될 텐데, 옷 만드는 데는 얼마나 걸려?”
“디자인 갖추고 원단이랑 재봉틀 있으면 3시간 전후로 가능해.”
“누나 기준으로?”
“웬만한 애들이면 그 정도 시간이면 돼. 내가 서울시 지원으로 그걸로 공방에서 강의도 했었어.”
진욱은 그것도 계산에 담아 놨고, 빠듯하지만 확실히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거 정리해서 아버지한테 승낙받아야겠다.”
“기간이 좀 빡빡하겠는데, 박람회까지 맞추는데 되겠어?”
“물론, 충분히 가능해.”
진욱은 과거 공무원 시절에 이런 갑작스러운 공모전 준비를 많이 떠맡아 봐서 알았다.
갑자기 정부의 높으신 분 선에서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공모전을 올려 달라.’라고 하면서 연말에 예산을 걸어 놓는 일이 많았었다.
대다수 이유는 분기에 남은 예산을 털어 내기 위해서와 공모전을 관련해서 각종 단체의 커리어 몰아주기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케팅을 위해서였으니 OK싸인만 있으면 충분히 알아서 진행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빡빡할 텐데…….”
“아버지도 똑같은 말씀 하실 거 같아.”
* * *
그리고 회사에 기획안을 올렸을 때, 상만이 말했다.
“거… 11월까지 맞추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좀 빡빡하지 않을까?”
상만의 말에 진욱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 놨습니다.”
“흐으음.”
진욱은 기획안에 쓴 내용을 직접 아버지에게 설명했다.
“지난번 전속모델로 쓰는 아이즈가 홍보에 나올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K-펫 박람회에 부스를 3개 대절했는데요. 이번에 스폰서가 서울시청인데, 그곳에서도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흐음, 어떻게 이걸 또 지원해 주네?”
기획안에 서울시에서 팩스로 보낸 공문에는 [서울특별시 기술교육원]이름으로 패션아카데미를 하는데 마침 시정을 알리기 위해 홍보 지원을 해 준다고 했다.
“추가로 이건 서울시 기술교육원에서 국가 등록 자격증으로 올린 펫 패션 공방이 있어서 지원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참나~ 찾아보니 나오기는 하는구만. 나는 이런 것도 하고 있는지 몰랐네?”
“아마 알게 모르게 지나치는 회사들 많았을 겁니다.”
“근데 말이다. 대체 이런 건 다 어디서 알아 오는 거냐?”
상만은 순수하게 궁금해졌다.
아들 녀석이 입사 이후로 나라장터에, 조달청 입찰에, 국가지원 사업에, 정부 보조금에, 소상공인 유통업 입점에 별별 것을 전부 다 해 주고 있었다.
이쯤 되면 ‘전직 공기업’이긴 했어도 지금이 더 국가가 지원해 주는 회사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원래 국가지원이라는 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자신이 그쪽 일을 했던 과거가 있어서 눈 감고도 알 수 있는 영역이었다.
“뭐, 일단은 이렇게까지 준비됐고, 서울시하고도 지원이 있다니까 문제없겠구만. 한번 잘해 봐라!”
“네! 감사합니다.”
진욱은 사장님에게 허가받은 뒤로 오늘부터 준비를 위해 움직였다.
* * *
논현동의 연예기획사 LN엔터테이먼트 사옥에 도착한 진욱은 차를 주차하고서 향수를 뿌렸다.
“그래도 사옥까지 직접 왔는데, 빈손은 좀 그런가?”
몸 관리가 생명인 가수들한테 수제 쿠키 같은 걸 가져올 수도 없고, CF 모델이 있는 김에 트렁크에서 수제 간식 세트와 구비하던 아쿠아리움 카페 티켓을 챙긴 진욱은 안내데스크에서 기다리다가 위로 올라갔다.
“어서오십시오. LN의 김성윤이라고 합니다.”
“아성사료의 하진욱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최근 반려견 사료 CF로 수억 원을 안겨 준 클라이언트의 등장에 LN은 그를 환대해 줬다.
부사장 김성윤과 명함을 주고받은 진욱은 아래에서 트레이닝 중인 연습생들과 소속 가수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리듬을 맞췄다.
“하하, 조금 어수선하지요?”
히트곡 만든 고교생 아이돌 덕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이제 막 수금을 시작한 기획사였다.
여기저기에서 행사와 광고에 돈 들어오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귀를 기울이고, 지금 진욱이 온 것만 하더라도 뭔가 큰 계약 건이 더 있을까? 하면서 임원들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일단 지현 양이 오면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네? 아, 네. 지금 트레이닝 중이니 끝나는 대로 올라오라고 하겠습니다.”
김 부사장이 바로 휴대폰을 들어 연락했고, 그동안 진욱은 아성사료 전속모델에 대해서 K-펫 박람회까지의 계획에 대해서 설명했다.
똑똑-
이야기 중에 노크가 울렸고, 갓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온 아이즈, 이지현 양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진욱은 자리 한쪽을 안내했고,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를 향해 자신도 웃어 보였다.
“지현아. 이번에 애완동물 관련으로 홍보대사 제안이 들어왔는데 말이야.”
“아, 정말요?”
애완동물 옷 디자인 공모전에 대한 홍보대사, 그리고 11월에 있는 K-펫 박람회까지 해서 전속모델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나오는 CF들이 화장품, 캐쥬얼 패션, 스마트폰 등으로 ‘국민여동생’을 노리며 소녀스러운 쪽을 노렸는데, 거기에 대해서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이미지는 아주 긍정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 후원이 있어서 향후 지자체에 홍보대사 역할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제가 뭐부터 하면 돼죠?”
“자, 일단은 공모전 초안이 나오면 거기에 따라서 영상하고 사진을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서 알릴 거예요.”
진욱은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기획에 대해 알렸고, LN 엔터테이먼트는 아성사료의 스케줄에 따라서 아이즈의 홍보대사 준비를 착실히 하기로 했다.
“아, 그리고 이거는 저번에 광고 이후로 회사 제품인데요.”
진욱은 아성사료 내 가장 히트 상품인 상어 연골과 오리 목뼈등이 포장된 수제 간식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혹시 회사 내에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 있으면 사진 하고 같이 올려 주세요.”
“어머, 저번에 말한 그건가요? 감사합니다.”
아이즈는 그중에서 바로 손을 뻗어 강아지 간식 몇 개를 챙겼고, 김 부사장은 다른 직원들에게도 나눠 주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저 소녀가 집에서 말티즈 키운다고 하더니 정말로 애정이 넘치나 보다.
“앞으로 LN하고 조율해서 지현 양 스케줄을 잘 맞춰 보죠.”
“네, 저희도 광고전속 기간 동안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 부사장과 아이즈가 일어나 진욱에게 인사했고, 셋은 악수를 하면서 LN과의 이야기를 마쳤다.
* * *
다음 날.
진욱은 동호로 제일식품 본사가 있는 방문해 용철을 만났다.
그동안 술자리에서만 보던게 아니라 정식으로 사업 이야기를 위해서 제안서를 내놓은 것이었다.
“K-펫 박람회?”
“네, 거기에서 사료 전시회와 애완동물 패션 공모전을 하려고 합니다.”
“흐음, 거기는 우리도 후원을 하고 있는 곳이라 부스 크게 잡을 거긴 한데…….”
용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기획안에 대해 한 가지를 제안했다.
“그 공모전이라는거, 지금 서울시 후원에다가 LN의 아이즈가 홍보대사라고 했지?”
“예, 마케팅은 잘될 것 같죠?”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좀 쓸 수 있을까?”
“네?”
용철은 거기에 대해서 진욱을 향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아성사료 전속모델이 아이즈라며, 이왕 홍보하는 김에 우리 쪽 사료 OEM 추가로 하면서 인지도 좀 올려 주라고.”
“추가 물량에 대한 OEM을 하고 저희는…….”
용철은 거기에 대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애완동물 디자인 공모전에 우리도 후원을 하지.”
“네? 아이고, 그래만 주시면…….”
“많이는 못 해. 하지만 스폰서 이름 쓸 정도는 해 주지. 대신 이번에 건식 사료하고 습식 사료까지 맡아 줘야겠어.”
“생산량이 많은가요?”
“작년 대비 20% 늘릴 생각이야.”
“어우…….”
용철의 인맥과 삼정재단 특수견 훈련센터 자원봉사로 인해 사실상 갓 상장한 회사가 1협력사의 대우를 받으면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제일식품의 공격적인 경영에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물량을 받게 되었다.
진욱은 순간적으로 제2공장 증설 때까지 그 물량 소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 아버지와 상의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 농협사료 OEM 건이 끝나면 비는 라인이 있다고 하셨으니 어떻게 될 것 같기도 한데…….’
진욱은 거기에 대해서 빠르게 계산한 뒤로 결정했다.
“네,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용철은 피식 웃으면서 진욱과 같이 나와 담배 한 대의 시간을 가졌다.
“후우- 진욱 씨.”
“네.”
“이번에 잘 좀 하자고. 내가 이번에 노리는 건이 있거든.”
“네?”
노리는 건이라고 하는 걸 보니 아성사료에 대한 OEM과 광고에 대해서 뭔가를 생각하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최근 공정위하고,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일식품이 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상에 올라와 있거든.”
“……!”
진욱은 그게 뭔지 잘 알았고, 상황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 미소를 지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쪽이라면 국무총리 표창이겠군요?”
“일단은.”
정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부추기면서, 상생대상이라고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이후 중기청이 중소벤처부로 격상 이후 중소벤처부 장관상을 주게 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겠지만 용철 같은 재벌가의 후계자들에게 있어서는 대중적으로 선보일 커리어와 이미지마케팅으로 쓸 만한 표창이었다.
제일식품이 아성사료 좋으라고 푸쉬해 주는 것도 아니고, 역시나 노리는 것이 있는 거다.
“알겠습니다. 기업 상생을 위해서 저희가 노력하겠습니다.”
진욱은 거기에 기꺼이 어울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