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보수적 전망 vs 희망적 전망
[다음 소식입니다.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화된 음식인 통조림, 하지만 날카로운 뚜껑을 따면서 생기는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데요?]
[최근 그런 위험한 캔 뚜껑 대신, 안전한 호일 방식으로 따내는 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보도의 이재국 기자입니다.]
뉴스를 통해 제대로 홍보가 됐다.
언론에서 나서서 안심 따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도하고, 원래 식품으로 구상해 경쟁사와 우위를 정하려고 했던 SJ참치, 그리고 애완동물 코너에서 아성사료의 제품이 라벨만 가려진 채로 홍보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개발된 이 ‘이지 필’이라는 안전 따개 방식은 어린 아이가 손을 대도 안전한 방식으로 안전사고를 줄일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알루미늄 캔보다는 보관기간이 적으니 장기 보관에 대해서는 유의를 해야 한다는 관련 회사의 반응입니다.]
“뉴스가 알아서 광고해 주네?”
“SJ에서 이야기 나왔다나 봐요.”
TV를 보고 있으면서 흐뭇해하는 상만과 진욱.
SJ와 손을 잡고서 같은 규격으로 생산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단일 규격으로 만들어내고, 아이디어 상품도 SJ의 홍보에 같이 편승할 수 있었으며, 식약청 인증을 받은 아성제 습식사료 역시도 상당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뉴스로 몬스터 티켓이 소셜 마케팅으로 광고를 하자 그야말로 미친 반응이 올라왔다.
“완판이요? 아이고, 금방 충원해서 물류센터로 보내겠습니다.”
“네, 신누리유통에 추가 계약이요? 벌써 매진이요? 하하하, 네. 아이고 네~ 감사합니다.”
신누리유통을 통한 연락이 오면서 아성사료의 전화는 불이 났다.
“사장님, 아무래도 추가 생산분을 공장에 요청해야 될 거 같습니다. 이번에도 매진이랍니다.”
“또? 세상에 이게 벌써 몇 번째야?”
“갤럭시아 백화점에서도 연락왔습니다. 식품관에 안심따개 간식 납품 200만 개 요청이 왔습니다!”
상만은 연일 매진 연락을 받자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이야! 이거 진짜··· 뚜껑하나 바뀐걸로 이렇게나 팔린다고?”
상만이 싱글벙글해서 외친 말에 현재까지 판매고를 확인한 진욱이 말했다.
“온라인 용으로 내놓은 물량이 3시간만에 완판되고, 대형유통업계에 내놓은 물건도 나오는 대로 팔린다고 하네요.”
“그러게나 말이야! 공장애들 특근 수당 좀 잔뜩 뿌려야겠어. 하하하하!!!”
상록시 공장이 정신없이 돌아가면서 오르는 것은 아성사료의 주가.
그리고 제일식품이나 대화그룹, 신누리유통등의 대기업 협력사들 역시도 아성사료에 대해서 추가 계약을 할 테니 계속해서 물량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대기업 세 곳이 연달아서 물량 요청을 하는데 아성사료의 공장은 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바빠 미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상황에 대해서 아성사료는 또 다시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
“추가 공장인수?”
“네, 그렇습니다. 지금의 생산 물량을 소화해 내려면, 지금에야 말로 확장을 하는 겁니다.”
공장 인수에 대한 떡밥.
재무이사 이정열이 강하게 몰아붙이고, 다른 임원들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생산량 문제로 인해 대형 물량을 소화해 내려면 언제나 주변 공장과의 하청 계약 등으로 메꿔냈다.
하지만 한국마쓰모토가 계속해서 수도권 공장 일대를 인수해갈 때부터 물량 문제가 계속되자 내건 결단이었다.
“사장님. 이 정도면 올해 안에 고양이 캔 제품만으로 연 생산량 4천만 개가 가능할 거 같습니다.”
“4천만 개? 허, 이 이사. 그거 너무 오버해서 잡은 게 아니야?”
“지금의 판매량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흐으음.”
“사장님, 물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이번이 가장 큰 기회인거 같습니다.”
유 팀장도 거들어서 추가 공장 인수로 예산 편성을 할 때, 진욱은 홀로 생각에 잠겼다.
‘에반데···.’
분명 진욱의 아이디어로 나온 이야기였고, 정말 날개 돋친 듯이 팔리긴 했지만, 거기에 따른 우려도 있었다.
지금이야 라이선스를 통해서 SJ와 같이 만든 게 대박이 났지만, 이건 선점효과였다.
물론 선점효과는 중요하다.
가장 먼저 시작하니까 미디어도 빨리 타고, SNS 시대에 인터넷 시장에서 화제성을 모아서 히트 상품에 등극했다.
“사장님. 지금 주가를 생각한다면, 아성저축은행을 통해서 PF를 추가로 받고 공장 확장을 해서 이 기회를 잡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이사. 그거 너무 무리수 아닌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 잠시 생각하던 상만은 진욱에게 물었다.
“하 이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의 추가 공장 인수는···.”
진욱의 말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을 때,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기상조 같습니다.”
“그래?”
“넷?!”
그동안 다같이 힘을 모아서 움직이던 아성사료였는데, 임원들끼리 견해차로 인해서 찬반이 나뉜 상황이 되었다.
그것도 보통 임원이 아니라 사장 아들이 말하는 것이니 사실상 무산될 확률이 절반 이상이었다.
“아니, 하 이사님. 이유가 뭡니까?”
“맞아요. 지금이 바로 아성사료가 가장 큰 성장 폭을 이룰 때 아닙니까? 게다가 안전캔은 이사님 아이디어 아닙니까?”
이 이사와 윤 팀장이 모두 물어볼 때, 진욱은 조용히 대답했다.
“일단 예상 판매량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우리 아직 분기 하나도 안 지났어요.”
“하지만 지금 판매량을 보면 정말 시간 문제입니다. 게다가 대화와 제일 쪽에서 계속 요청하는데 거기에 저희가 생산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언제까지 매진으로 계속 더 많은 매출을 올릴 때 물량 부족으로 쩔쩔매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진욱 역시도 거기에는 동감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예상을 높게 잡은게 사실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진욱은 그 자리에서 계산해서 말했다.
“일단 연간 4천만개 판매량이라는 것은 국내 시장에는 상당한 무리입니다.”
“습식캔 제품 판매량 4천만개는 한국마쓰모토나 레슬리코리아도 힘들어하는 양입니다. 당장에 마쓰모토가 연간 3천500만대 생산을 했다가 그 물량 다 소화 못해서 동남아나 대만 등에 수출로 짬 처리 시켰던게 작년 일입니다.”
“하지만 그건 작년 일입니다. 당장에 마쓰모토가 일본 지진 이슈로 생산량 줄일 때 레슬리와 P리나가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이고 있지 않습니까?”
“네. 그걸 다 감안해서입니다.”
이정열 이사를 중심으로 지금의 판매량이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희망파 vs 그리고 일단 지금 그대로 현상 유지를 하면서 가자는 진욱이 보수파가 되었다.
“차라리 지금은 습식사료 내용물에 대해서 질적 향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닭가슴살 베이스지만, 향후 어분이나 갑각류 등의 바리에이션 제품을 내놓는게 더 수익에 도움이 될겁니다.”
“질적 향상이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물량을 최대로 늘려야 할 때입니다!”
“아니요. 내부 재료가 더 우선입니다.”
팽팽하게 맞서는 이정열과 진욱의 반응에 상만은 두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자~ 자~ 그만, 둘 다 말이 옳아. 하지만 어느 쪽을 더 우선순위로 둬야 할지는 차차 정해보자고!”
“사장님, 이번에 수도권 공장을 확장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아니요. 사료 질적 향상이 우선입니다.”
끝까지 둘이 대립한 것을 보던 상만은 좋은 대립이 되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회의를 마쳤다.
그날 밤은 상만이 진욱을 먼저 집으로 보내고 임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진욱 역시도 왜 그러는지 잘 알아서 야간에 강아지나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오랜만에 하는 운동에 모두가 땀을 뺐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왔을 때 얼마나 마셨는지 전신이 새빨개진 상만이 들어와 있었다.
“으어~ 진욱이 왔냐?”
“어우, 얼마나 술을 드신거에요?”
“얘기가 좀 길어져서 말이지. 이 이사 걔들 무지하게 할 말 많더라.”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고,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꿀물을 가져왔다.
“어휴~ 대체 회사가 어떻길래 맨날 술이에요?”
“요즘 같으면 진짜 술만 먹어도 문제 없어~ 하하핫!”
기분이 좋아 보이는지 어머니가 주신 꿀물을 받아 마신 상만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두 팀이 기획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김 과장님. 제가 말한 엑셀 파일 작성 끝났나요?”
“아, 네. 지금 보냈습니다.”
“오케이~ 확인했고.”
진욱은 사내 인트라넷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키보드를 정신없이 두들겼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되었을 때, 진욱은 사내 메신저로 연락을 받았다.
[띠링]
[이정열: 이사님. 잠시 시간되십니까?]
“?”
진욱은 같은 사무실 내에서 메신저를 보낸 이 이사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하진욱: 네, 됩니다.]
[이정열: 식사 같이 어떠십니까?]
[하진욱: 네, 그러죠.]
진욱은 자신을 설득하려고 하는 이 이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둘이서 식사를 마치고,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먹을때였다.
“이사님. 이번 공장 증설은 꼭 필요합니다.”
“저는 말씀드렸듯이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질적 향상이 중요하긴 하지만, 양을 포기할 수 없지 않습니까?”
진욱은 어차피 이렇게 둘이 토론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하나하나 말하기로 했다.
“현재 안전 캔 제품은 저희가 특허를 낸 것이 아니라, 특허를 라이선스 받은 것입니다.”
“네, 물론 압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신제품 생산을 할때면, 이미 올해는 저희가 독점하면서 갈 겁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네?”
진욱은 조용히 스마트폰을 눌러 검색한 다음 타 회사의 움직임에 대해 알려줬다.
“사각형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든 레슬리의 제품입니다.”
“이건 캔과 다르게···.”
“내용물은 똑같이 습식입니다. 그리고 안전 캔은 확실히 성장하지만 그렇다고 기존 캔들이 사라지는 일도 없을 겁니다.”
“아니, 하지만··· 그래도 땡길 수 있을 때 확실히 하는 것이···.”
진욱은 그 상황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해서 무리하게 생산 라인을 늘이다가 지금의 매출량이 떨어지면 그 해결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한 게 아닙니까?”
“아니요, 그럴 가능성까지 확실히 해야 됩니다.”
결국 둘은 팽팽하게 맞서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점심 시간을 마쳤다.
그리고 진욱이 회사 사무실로 돌아와서 ‘추가 생산라인 공장 증설안’ 대신, ‘바리에이션 신제품 출시’ 쪽으로 가닥을 잡으며 발표를 했다.
“양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질적으로 계속 발전을 시켜야 합니다. 무리한 생산라인 증설은 오히려 선점효과를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진욱의 발표에 모두가 심각한 얼굴로 바라봤지만, 상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욱이 제안한 질적 향상쪽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하얀 국물 라면’이 식품업계에서 큰 히트를 치고 있지만, 거기에 따른 매진 행렬은 패러다임을 교체하지 못하고, 더 이상의 성장이 멈춘 상태입니다.”
아주 가까운 예시를 들자 술렁이는 분위기.
그리고 진욱은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를 말했다.
“지금의 생산량으로 ‘매진행렬’이라는 품귀현상을 이용하는게 아성사료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리한 생산량 증가는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결국 진욱이 필사적으로 막아낸 덕분에 임원진 내에서도 공장 추가 인수에 대해서 흐지부지 되었다.
그리고 진욱의 아이디어를 받아 들어서 아성사료 상록공장 내에서는 영양분을 더욱 포함시키고, 신제품에 대한 바리에이션을 늘리며 지금의 ‘품귀 현상’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결정은 유효했다.
타 기업에서 뒤늦게 안심 캔따개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 아성사료는 선점효과로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았고, 비록 4천만개 생산량의 계획은 허공으로 사라졌지만,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면서 1천만대 이상은 확실하게 물량을 잡은 것이었다.
그동안 확장을 계속 부르짖다가 별안간 보수적으로 나서서 신중론을 펼쳤던 진욱의 그 제안.
공교롭게도 그것이 숨고르기가 되어 아성사료는 내실을 다지는 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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