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55화 (55/200)

55- 안심 캣푸드!

진욱은 알루미늄 통조림 캔의 위험성을 다룬 기사를 보고서 바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바로 신제품에 대한 기획을 한 다음 바로 아버지와 다른 임원들에게 보고 PPT를 발표했다.

“뭐야? 기어이 캔으로 만들겠다고?”

“네, 맞습니다.”

“흐음, 근데 이건 뭐야? 이지 필 방식의 디자인?”

“말 그대로 쉬운 따개로 만든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쉬운 따개는 뭐고?”

진욱은 그 상황에 대해 직접 리모콘으로 영상을 보여줬다.

PPT 영상에 나온 것은 기존의 통조림을 따고 그 날카로운 뚜껑에 다치는 안전사고 사례들을 올렸다.

특히 아이들이 잘못 만져서 다치는 사례를 말하면서 끔찍한 일이라며 보는 이들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서구권에서는 이런 사고 문제로 인해 새로운 방식의 따개를 도입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지 필입니다.”

진욱이 다음 영상을 틀자 알루미늄 호일 수준의 얇은 껍질을 벗겨내는 안전 따개가 드러났다.

“프랑스 엘리아스틸 사가 만들어낸 이 호일 방식의 안심따개가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이 방식으로 캔을 만들어서 신제품을 내놓는 것입니다.”

“세상에 저런게 있었어?”

“생각도 못했는데, 서양애들이 확실히 아이디어가 좋네요.”

안심따개가 대한민국에 알려진 것은 2010년대 초,중반.

이전의 통조림은 아예 따개를 집집마다 배치해서 직접 뜯어내거나, 고리로 당기는 원터치캔이 대세.

하지만 이제부터는 좀 다를 거다.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준 새로운 기술이 나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지 필 방식으로 습식사료 캔을 만들어 등록하고 다음 분기에 몬스터 티켓을 통한 소셜 마케팅으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흐음.”

그 이후로 예상 매출에 대한 소개를 한 다음에 이야기를 끝내자 질문 시간이 들었다.

“근데, 그 안심따개는 우리가 만드는 건가?”

상만의 말에 진욱은 고개를 돌렸다.

“아닙니다. 말씀드린 대로 프랑스의 엘리아스틸사가 특허를 가진 기술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프랑스로 가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거야, 뭐야?”

진욱은 그 질문에 빙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번에 엘리야스틸이 한국에 진출하고 법인을 만든다고 합니다. 한국엘리야스틸이라고 식품포장 제조업으로 등록이 되었는데, 그쪽에 특허권을 사들이고 저희가 캔 주문을 하려고 합니다.”

“오~ 한국에도 들어왔어?”

“이거 그러면 바로 대세가 될 거 같은데요?”

“맞습니다. 사장님. 어차피 저희는 자체적으로 캔을 만드는 공정은 없으니 아예 저 신제품 캔으로 생산 위탁을 하면 됩니다.”

“흐음, 그렇게 치면 가격이 문제 아니겠어? 특허권이 있잖아?”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협상을 진행할 것입니다.”

진욱이 나서서 포장 업체에 대해서도 협상을 할 것이고, 아성사료 내부에서는 그 포장 안심캔에 들어갈 재료만 만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식약청 인증에 대한 것 역시도 회사 내에서 처리해 줄 것이니 이대로 개발을 시작할 것이다.

“좋아. 이 건에 대해서는 재무팀하고 알아본 다음에 결정하지.”

“감사합니다.”

바로 OK싸인은 안 나왔지만, 그건 임원들 보는 앞에서 주식회사 사장으로써 말해준 것이지 사실상 99% 승낙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진욱은 PPT를 마치고서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위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

“사실 개사료라 하더라도 고양이도 얼마든 먹을 수 있지.”

“그렇기는 하죠”

아성사료에 도착해서 신제품 개발팀을 연구소에 온 진욱은 김 상무가 설명해주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습식 사료에 대해 설명했다.

“둘 다 닭고기를 베이스로 만들었고, 정제수로 빚고 칼슘, 아연, 비타민 등의 영양제를 섞어서 포장한게 습식사료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전문 음식으로 먹일 수는 없잖아요?”

“그건 먹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내부에 영양분 문제 때문이야.”

“네, 저도 그 이야기는 알아요.”

보통의 사료에 강아지 전용이라도 고양이는 잘 먹고, 반대의 사례 또한 똑같았다.

하지만 강아지 사료만 먹였다가는 탈이 나는 이유가 고양이 사료에 필수로 들어갈 아미노산의 부재 때문이었다.

특히 아미노산 중에서도 타우린은 개 종류는 자체적으로 합성할 수 있지만, 고양이과는 자체적으로 합성하지 못해 타우린이 포함된 음식을 꼭 먹어야 했고, 반려묘에겐 그게 사료를 통해서였다.

그래서 강아지 사료에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고양이 사료에 타우린 성분은 꼭 필요했다.

“레시피야 OEM 만들 때부터 노하우가 쌓여있지만, 일단 파는게 문제인데.”

“그거는 제가 담당할 영역이니 상무님께서 좋은 재료를 만들어주세요. 포장 공장도 지금 협상 중입니다.”

“좋아요. 그럼 우리만 빨리 만들면 되겠구만, 내 하 이사 일 잘하는 건 아니까 스피드 맞춰야겠어!”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버지에 이어서 공장 관리와 생산 개발에 대해서는 상당한 능력을 보이는 김 상무 아저씨를 믿고서 진욱은 이후 엘리야스틸과의 협상을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과의 협상은 뜬금없는 암초를 만났다.

***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걔들 안 온다고요?”

“저희도 난감한 상태입니다. 프랑스 본사에서 일본발 방사능 사태 때문에 동아시아 진출을 유보한다고 합니다.”

“그게 말입니까? 법인 만들고서 강원도에 공장 인수까지 완료했다면서요?”

삼정물산을 통해 상사맨들에게 요청해서 비싼 돈 들여 준비하는 계약이었다.

르몽드부터 뉴스1까지 해외 기사까지 전부 찾아서 프랑스 엘리야스틸의 한국 진출 논의와 국내에서도 지자체가 나서서 강원도지사가 직접 기업 유치까지 신경을 썼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저쪽에서 파토를 냈다고 하자 미칠 상황이었다.

“죄송합니다. 이건 저희도 예상치 못한거라 당황스럽습니다.”

현지 업체와의 이야기로 진출하는 건인데, 전부 무시하고 위약금만 내고 땡처리를 한다는 말에 진욱은 허탈했다.

“하~ 진짜 이것들을···.”

유럽 업체들 엿장수 맘대로 상황 번복하는 거야 공무원 시절에도 인허 장난질 치는 건 많이 봤었다.

파견근무형태로 직원 고용 꼼수나, 외화 주식 먹튀, 법인세 탈세 등으로 정부는 맨날 뒷북친다고 국민들에게 욕먹으면 그 타겟이 담당공무원에게 모두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번의 삶에서도 유럽발 통수로 인해서 계획이 어그러진 진욱을 향해 삼정물산 담당자 오 차장은 다른 제안을 했다.

“저기 그래서 말입니다.”

“네?”

“지금 아성사료 말고도 엘리야스틸의 ‘이지 필’ 기술로 만든 통조림 라이선스를 협상하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

“제가 이야기를 드릴테니까 한 번 두 회사가 손을 잡고 협상을 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컨소시엄 방식으로 가자고요?”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공장만 인수한 상태에서 그들이 어떻게 쓸지는 모르겠지만, 기술 라이선스에 대해서는 협상을 시도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강원도 공장은 인수 이후에 간을 보다가 재협상을 통해 들어오거나, 아니면 주택부문으로 용도변경을 해서 국내 기업에 비싸게 팔아먹는 방법을 써먹을 거다.

그런 상황이니 중요한건 일단 기술 라이선스이지, 그들이 직접 만드는 게 중요한게 아니니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곳이 어딥니까?

영업부 오 차장은 곧바로 전화를 돌렸다.

***

진욱은 졸지에 삼정물산을 통해서 제 3의 기업과도 이야기를 하고 거기서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정말 담당자가 맞으시냐? 꽤나 젊은 분 같아 보인다.’

‘우리가 규격을 이렇게 맞췄다. 같이 맞춘다면 생산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만약 라이선스가 필요하시다면 같이 분담해서 생산하자 생산 논의에 대해서 같이 해보자.’

제법 협상의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 회사의 규격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걸렸던 진욱은 집에 돌아가기 전 마트에 들렸다.

상록시에 있는 신누리 유통의 슈퍼마켓에 도착한 진욱은 식품 코너에서 참치캔을 종류별로 사 들였다.

그리고는 애완동물 코너로 가서 관련 고양이 캔을 전부 사 들였다.

그것들을 계산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오늘 가는 길은 요키가 포식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

딱-

지이이익-

월- 월!!!

캔 따는 소리를 듣자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와 바로 주둥이를 들이대는 요키를 보고 진욱이 제지했다.

“어, 어! 안 돼! 다쳐!”

캔을 까서 그릇에 담기도 전에 냄새를 맡으려고 달려오니 캔뚜껑을 치우면서 다치지 않게 치우는 진욱이었다.

그리고는 그릇에 담긴 닭가슴살 사료를 주자 잘린 꼬리로도 미친 듯이 흔들어대며 습식사료를 먹는 요키였다.

“아버지. 이거 어떻게 보세요?”

“뭐? 이 캔?”

진욱은 테이블에 올라있는 참치캔들을 보면서 애완동물 사료캔과 같이 비교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7~80그램 크기의 강아지, 고양이 캔들.

그리고 그 옆에는 사람들이 먹는 참치, 장조림 캔이 있었다.

“100그램하고 135그램 짜리인데, 이거 두 개로 라이선스 생산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SJ하고 협상했다더니 그거였어?”

SJ해양그룹.

수산업 특화 그룹으로 대규모 원양어선 선단을 갖추고서, 참치, 꽁치, 고등어, 맛살, 런천미트, 사각어묵 등의 가정에서 많이 먹는 제품들을 생산한 네임드 브랜드 식품회사이기도 했다.

“삼정물산에서 제안한 컨소시엄이었어요. 어차피 엘리야가 직접 생산해서 파는게 아니니 같은 사이즈를 두고서 공동 생산을 하는 방향으로 제안하더군요.”

“허어~ 그럼 포장캔 생산은 전부 그쪽에서 하는 거냐?”

“네. 저희가 제품 보내면 SJ의 컨베이어식 공정으로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허어···.”

이건 생각할 게 많았다.

크기를 획일화시키지만, 사이즈가 크다면 그만큼 단가 문제도 크다는 거였다.

“거기에 그 몬티의 광교료 생각하고 할인 생각하면··· 이거 수익이 얼마나 남을지···.”

상만은 잠시 생각해 보겠다고 한 다음, 안방으로 들어가 여기저기로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 진욱 또한 스마트폰으로 현재 나오고 있는 사료용 캔 사이즈들을 일일이 살펴봤다.

미국 마스터 푸드의 브랜드 ‘카이저’처럼 아예 사각형 캔으로 따로 만든걸 제외하면 일반 참치캔에 비하면 확실히 작은 사이즈였고, 가격도 제각각이었다.

게다가 그것도 한 번에 바로 먹이는게 아니라 적정량 투여로 인해서 반 정도만 먹인 다음에 나머지를 주라는 식으로 정량 배식에 대한 용량이 설명서로 나와 있었다.

“후우, 진짜 불편하네? 단순히 개당 파는걸로 치기엔 따질게 너무 많아.”

이왕 동물식품 업계에 와서 하나하나 따져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진짜 고객들이 사용하는 방식또한 살펴야 하니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

“결정했어. 이대로 진행하자고.”

아침 일찍 있는 아성사료의 회의에서 120그램의 안심따개 이지 필 방식의 새 제품 ‘아성사료 캔’에 대해서 상만이 제품판매를 승낙했다.

이제 남은 것은 SJ식품그룹과의 협상, 그리고 아성사료 공장에서 고양이 습식사료에 대한 내용물 개발이었다.

내용물은 닭고기 베이스와 고양이가 먹어야 할 필수영양소를 첨가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완성되고 식약청 인증을 받아 신제품이 나올때까지의 진기간은 정말 올해 중 가장 긴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온 순간···

반려동물 시장에서 안심따개 캔의 존재는 미친 판매량으로 완판으로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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