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54화 (54/200)

054- 지점도 늘리고, 신제품도 준비하고.

진욱은 청년지원센터에서 영입한 친구들을 모으고 ‘애플리케이션 사업팀’을 만들었다.

“유대수라고 합니다.”

“네, 잘 와주셨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헤드헌팅으로 영입된 유대수 팀장은 원래라면 갓 상장한 코스닥 기업에 있기에는 상당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었다.

구로와 테헤란로 등의 IT 단지에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상당한 이름을 날렸었고, 플루트 사가 애플폰을 개발하고, 자체 앱스토어에서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공개하자 거기에 맞춰서 개발하는 사람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스마트폰에 대해서 앱 개발 기본 이론은 가르쳤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 연봉과 보너스 조건이 그렇게 높았던거군요. 하하하.”

특급 인재를 데리고 오려면 결국 돈이었다.

앱 개발비에 1억을 배정했는데, 담당자는 더 많은 돈을 주고 데려왔다.

진욱은 일단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 유 팀장에게 알려줬고, 그 역시도 IT적 지식은 잘 몰라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들어준 아이디어에 흥미가 있었다.

“일단 지금 지점을 만드는 대로, 관련 서비스에 대한 것은 제가 다 지원할 테니 개발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한번 해 보지요.”

진욱은 유 팀장과 악수하고, 본사 사무실 옆에 개발실을 만들어서 그들을 지원해줬다.

***

“요새 많이 바쁘신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못 뵌지 오래됐네요, 대신 오늘 술은 제가 사겠습니다.”

“아이고~ 술값은 원래 제가 냅니다. 하하하!”

진욱이 오랜만에 만난 인물은 몬스터티켓의 대표 최한성이었다.

소셜 커머스 마케팅으로 아성사료와 펫푸드 사업에 대해서 홍보를 해줘서 매출이 계속 성장세를 달리는데 몬티가 정말로 많은 도움을 줬다.

진욱은 이대로만 간다면 훗날의 다른 업체들과는 다르게 ‘위프라이스’나 ‘쿠폰팡’ 대신에 역사를 바꿔서 계속 성장시킬 수 있었다.

“이번에 아쿠아리움 카페는 어때요? 새로 업체 나올때가 있나요?”

“아, 그렇지 않아도 신촌점 이후로 애견 카페는 늘어나는데, 아쿠아리움 카페는 딱히 좋은 자리가 안 생기네요.”

“새 지점이 생기면 연락 주세요. 그쪽 입장권 할인행사도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네, 그럴게요.”

진욱은 그 뒤로 서로간의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애견 사료와 물질에 필요한 열대어와 금붕어 사료 등에 이야기를 하고 테마 카페 논의까지, 오랜만에 만나서 할 말은 굉장히 많았다.

그렇게 사업을 논한 다음에 가볍게 마시는 자리가 되었을 때, 최한성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 이거는 그냥 제가 재미로 하는 건데요.”

“네? 요새 뭐 하시는 취미활동이 있나요?”

“으흠~ 진욱씨 혹시 암호화폐라고 알아요?”

“!”

진욱은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격하게 뿜을 뻔 한 것을 겨우 참았다.

‘하긴 그럴때가 되긴 했구나.’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자산으로 훗날 ‘코인 붐’을 만들어내는 존재이자, 비트코인은 아예 명사화까지 되어버렸다.

진욱은 그 당시에도 시큰둥한 반응이었고, ‘누가 비트코인 투자해서 몇십억 벌었다더라’, ‘누구는 좋은 정보 들어서 코인으로 대박 났다더라.’ 등의 이야기가 퍼져서 아예 정부청사 내에서 관련 이야기 하지 말라는 공문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게 블록체인이라고, 첨단 기술로 만드는 가상 화폐 같은건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이버 머니 같은 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역시··· 진욱씨는 최신 기술에 대해서 잘 아시고 계시군요.”

“근데··· 직접 투자는 아직 안 했어요. 원리만 알 뿐이죠.”

“오~ 그래요? 그럼 이 참에 한 번 해 보시죠.”

이쯤 되면 훗날 이 인연만으로도 계속 알고 지내야 할 사람 같았다.

삼정가와 J그룹이라는 배경도 좋으면서 중소기업 출신인 진욱 같은 사람들에게도 친절하며, 이 정도의 고급 정보도 알려준다.

“일단 거래소는 외국에만 있는데, 제작용 컴퓨터를 하나 마련해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채굴 말이죠?”

“채굴? 하하하, 그렇게 부르죠.”

진욱은 ‘그래픽카드 대란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다’, ‘암호화폐 규제다.’ 하는 이야기가 훨씬 나오기도 전에 채굴용 컴퓨터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건 훗날의 사업을 위한 미래 자산으로 써 먹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2008년 서브프라임 이후로 인버스 선물이나 주식, 판교 부동산 같은 굵직굵직한 것은 전부 손댔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나도 코인을 하네.’

남들보다 삶을 두 번 살면서 과거에서 시작하는 암호화폐 투자였다.

***

“후~”

진욱은 아쿠아리움 카페 신규 지점을 위한 곳에 도착해서 일대를 둘러봤다.

“진짜 이 동네는 언제봐도 대박이야.”

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어울리는 신도시.

진욱이 둘러보고 있는 곳은 ‘동탄신도시’였다.

특히 랜드마크로 지상 66층의 ‘동탄 메가팰리스’는 유명 연예인들도 거주하고 있는 신흥 부촌으로 유명했다.

원래 진욱이 노리던 곳은 이미 완성되가는 신도시 동탄이 아니라, 새로운 신도시로 지정된 수원 광교 일대였다.

하지만 대화유통이 그곳에 아쿠아리움을 짓는다는 말에 그쪽과 협상을 해서 테마 카페를 입주하기로 하고, 바로 동탄을 노리기로 했다.

‘지금은 좀 비싸도 수요는 확실히 있을 거야.’

조금 비싸게 입주하긴 해도 훗날을 생각한다면, 인지도를 알리기에 충분했다.

진욱은 그렇게 동탄점을 결정하고, 거기에 이어서 지방 지점으로 부산과 대전을 선택해 향후 랜드마크를 만들기로 했다.

***

“지점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관련 서비스업 하는 것도 중요한데 말이다.”

“네? 무슨 일이 또 있나요?”

“새 입찰 쪽을 찾는데 찾기가 힘들다.”

“조달청에도요?”

“맨날 똑같지.”

상만의 말에 진욱은 아성사료 자체에서 사료업의 성장세가 더뎌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쓰모토가 물먹고 있을 지금이 딱 적기인데, 수요를 늘리고 할인을 해도 점유율 그게 진짜···.”

“뭔가 새로운 시장이라도 또 개척해야 할까요?”

“우리가 지금 개척할게 뭐 있겠어?”

“고양이라도요.”

“!”

고양이라는 말에 상만은 잠시 흠칫하다가 이내 머리를 긁적였다.

“그쪽 특허는 죄다 마쓰모토가 가지고 있어서 힘들다며?”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는 나름대로 고양이 사료 시장에서 건식사료와 습식사료를 위탁생산으로 받아서 만들었지만, 마쓰모토의 진출 이후 스틱형 사료 ‘츄르펫’으로 인해 그쪽은 OEM 말고는 중요사업에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래도 아예 안 만들수는 없겠죠. 아예 OEM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한번 개발해서 생산을 준비해볼까요?”

“공장 라인은 어떻게 하고?”

“이번엔 저희가 연구개발을 하고, 생산 하청을 맡기는 겁니다.”

“어이구, 그러면 일이 커지겠는데···.”

상만은 그 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아마도 진욱 외에 다른 임원들에게도 반응을 물어본 다음에 결정할 것 같았다.

‘답답하기도 하시겠지. 어디까지나 아성‘사료’니까···’

진욱 역시도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아서 따로 준비를 해 보기로 했다.

***

진욱은 집에서 자료를 모았다.

그동안 아성사료에서 고양이 사료로 생산했던 리스트들을 한 번 추려내고, 거기에서 고양이 캔을 만들었던 기록들을 찾았다.

“흐으음.”

아성펫푸드 내에서도 강아지와 고양이가 같이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상어연골, 그리고 닭가슴살 육포, 연어큐브 상품 등이 있었다.

이건 분명히 둘 다 먹을 수 있는데도, 고양이 쪽 키우는 고객들은 그렇게 신경을 안썼다.

마케팅도 ‘두 반려동물 모두 먹을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수제 간식보다는 습식 사료를 더 선호하는 반려묘 고객들이었다.

“츄르펫이 너무 떴어.”

아예 제품 하나가 보통 명사로 만들어 질 정도였고, 쨔 먹는 스틱형 습식 사료가 국내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진욱 역시도 그쪽을 개발하려 했으나 지금 일본 본사도 난리가 나서 두 눈이 시뻘게진 마쓰모토가 당장에 특허 문제로 소송을 걸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습식사료를 아예 포기할 수도 없었고, 매출 증대와 신사업을 위해서는 필요했다.

“천상 이거 캔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후우···.”

내용물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이름값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려묘 고객들을 어떻게 모아야 할지 고민이 깊은 진욱이었다.

***

얼마간 고민하던 진욱은 아직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계속 머릿속에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요새 왜 그렇게 울상이야?”

“어우, 제가 그래 보이나요?”

“얼굴에 근심이 그득~ 하구만.”

진욱이 소파에 앉았을 때, 상만의 한 마디.

그리고 강아지 요키가 달려와 진욱의 품에 안기자 그 녀석을 쓰다듬어 주면서 지금 상황에 대해 말했다.

“아버지가 저번에 말하신걸로 고양이 사료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 그래. 그렇지 않아도 한국레슬리하고 같이 사업하기로 했다.”

“!”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이자, 한국에서는 스틱형 커피인 ‘레스프레소’와 우유에 타먹는 초코 분말 ‘레스초코’등의 대중적인 브랜드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라는 이름 그대로 사료까지 생산하고 있었는데, P리나 라는 애견/애묘 사료로 유명했다.

“그쪽이면 건식사료인가요?”

“그래. P리나에서 우리쪽으로 고양이사료 위탁생산 맡긴다고 하더라.”

포장은 P리나가 하지만, 내용물인 사료는 각 공장에 맡겨서 생산해내고 브랜드를 쓰는게 그들의 방식이었다.

덕분에 아성사료 같은 규모의 공장들에게는 거래건 받으면 땡큐였다.

“일단 고양이 사료는 그렇게 되겠네요.”

“자체 개발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건 습식사료로 해야겠지.”

“후우~ 고양이 사료도 진짜 돈 되는 시장인데.”

진욱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상만은 언제나처럼 뉴스나 보자면서 TV 불륨을 높였다.

거기에 맞춰서 어머니 원숙이 과일을 깎아 가져왔고, 사과 한 조각을 먹으면서 요새는 동물 관련 뉴스 안 나오나 귀를 기울이는 진욱이었다.

9시 뉴스는 처음에는 정치권 뉴스, 그다음은 사회부 이야기 등이 나왔고, 별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그 중에 나온 뉴스 하나가 진욱의 귀를 트이게 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늘어나는 등산인구에 관련 사업이 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등산객들의 추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음?”

진욱이 본 기사는 일부 등산객들이 벌이는 짓거리에 대한 뉴스였다.

[산 위에 취사 금지라는 팻말을 붙여도 멀지 않은 곳에서 불을 피우고, 술을 마시는 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 중 통조림 캔이나 깨진 유리병에 야생동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어?”

날카로운 통조림 뚜껑과 깨진 소주 병등을 보고서 진욱은 조용히 주방을 바라봤다.

어디에서나 쓰이는 통조림 캔.

지금 어머니도 오늘 음식에 쓴 꽁치 캔을 따낸다음에 그 뚜껑이 날카로워 아예 뜯어내고, 다른 것으로 감쌌다.

“저거다!!”

“뭐가?”

상만은 갑자기 뉴스보다가 크게 외치는 아들을 보고 이놈이 또 왜 이러나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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