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52화 (52/200)

52- 일본발 공세 위기(2)

[다음 소식입니다. 국제곡물가 상승에 따라 늘어나는 사료 가격에 농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 대신 해외 업체가 사료 인하를 선언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용인에 있는 한 외국계 사료 기업입니다. 과거 한국의 회사와 합작으로 세워진 법인인 한국 마쓰모토는 어려운 영세 농가를 지원하겠다면서, 올해의 사룟값을 작년 대비 2.5%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덤핑공세.

그것도 펫푸드가 아닌 양돈 사료와 가금류 사료부터 시작이었다.

그 소식이 들리자 실시간 검색어로 마쓰모토에 관한 이야기가 퍼지고, 관련 주가 역시도 오르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신문사 칼럼에서는 이 사태를 두고 ‘외국계 회사가 먼저 하는 인하, 누가 진짜 농민을 위하나?’라는 어그로성 짙은 기자들의 펜놀림이 이어졌다.

그로 인해 당장에 제일식품이나, 대한사료, 농협사료 등의 국내 대기업 사료 회사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그쪽들 역시 한국 마쓰모토의 덤핑 공세에 손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후우, 단가 줄여야겠네.”

“언제부터인데요?”

“다음 생산분.”

“하긴··· 지금만드는건 계약상이니까 그렇죠?”

진욱은 아버지 상만이 제일식품 사료사업부 담당자와 한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2010년대라서 옛날같이 대기업이 갑자기 제품가 인하한다고, 기존에 쓴 계약서 무시하고 지금부터 단가 낮추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지는 않았다.

“그래도 제일이랑 하는 양계사료와 성견사료가 가장 중요한 돈줄인데, 큰일이야.”

“사장님, 어분사료 납품의 비율을 늘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건 원자재도 점점 내려가는데요?”

유 팀장의 말에 상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국내 양어장 업계 죄다 훑어도 아직 큰 거래 건이 못 나와. 게다가 그쪽은 다들 영세기업이라서 인맥장사라고.”

상만 역시도 양어장의 배합사료는 술자리와 골프 자리로 따낸지라 조달청때의 국가 입찰을 받아 납품하는 것으로 주변 추천을 통해 뚫는 길이었다.

“펫푸드 쪽의 비율을 좀 더 늘이겠습니다. 안 그래도 대화 갤럭시아에서 판매가 준수하다고 하니 추가로 고급 브랜드 제품을 개발해서 매출대비 수익을 올려야겠네요.”

진욱 역시 아이디어를 내 놓았고, 상만은 그러라고 하면서 승낙은 했지만, 이것도 당장에 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아성사료 내에서는 급변하는 원자재값과 곡물 값 인하에 맞서는 마쓰모토를 상대로 살아남을 방법을 밤새 회의했다.

***

“그런 제안이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뭐, 돈 더 준다는데 가는거야 어쩔수 없다지만···.”

애견카페 아성 퍼피스에서 최근 직원 다섯 명이 그만두는 일이 생겼다.

큰맘먹고 알바생부터 시작해 정규직까지 차근차근 올려준 차기 매니저들이었는데, 그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스카웃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데려간 곳은 바로 마쓰모토였다.

“한국마쓰모토가 유기견, 유기묘 지원 사업을 하면서 동물 카페를 만들었는데, 그곳 매니저로···.”

“아아, 그건 알고 있어요. 전부 다라는 건 그렇지만.”

진욱은 마쓰모토 놈들이 점점 여기저기에 압박을 들어오는 것을 실시간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에, 한발 앞선 사업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눈치 보고 바로 움직이는 사업.

더군더나 이런 일반음식점 서비스로 된 카페 종류는 표절에 대해서 상당히 무덤덤했다.

그 옛날 9봉비어, 달봉비어, 상우비어등의 스몰비어 프랜차이즈들이 그랬고, 탐탐이나 커피베네 등의 디저트 카페가 그랬다.

돈 많은 놈들이 미투 상품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데 그것에 대해서 당분간은 여기저기 발에 땀이 날 것 같았다.

“일단 새 인원을 충원하고, 삼정재단 사육사쪽에서 추천을 해 준다고 하니 리스트 오면 지점장님이 직접 채용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사님.”

진욱은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다 아성의 애견카페 1호인 사당점 점장에게 말했다.

“저희가 지금은 이제 시작하는 소기업이라 좋은 조건이 온다면 가시는 건 어쩔수 없지만, 지점장님은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아, 네.”

“월급도 좀 더 올려드리고 채용 권한도 늘려드리죠.”

진욱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사업체에 대해서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그 곳에 보고받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갔다.

그리고 사업 확장도 좋지만, 이렇게 인재 유출을 대비해서 전체적으로 서비스업 직원들을 늘이고, 복지도 조금씩 신경을 썼다.

그런 상황에서 진욱을 빡치게 만드는 일이 또 하나 있었다.

“아니, 일산까지도요?”

“죄송합니다. 좋은 위치라 생각했는데, 한국 마쓰모토가 그곳에 펫푸드 대리점을 연다고 합니다!”

“아~ 진짜 새치기 오질라게 하네!!!”

그동안 이런저런 일이 있어도 화를 잘 안내던 진욱이었지만, 이번 일에는 정말 빡쳤는지 집무 테이블을 발로 걷어찼다.

그 순간 움찔한 다른 직원들 역시 뭐라고 말을 하질 못했다.

홍대입구 동물카페에 이어 일산의 펫푸드 대리점 자리까지도 물을 먹었으니, 이래서야 발품을 팔면서 핫플레이스 자리들을 뺏기니 모든게 다 공염불이 되는거다.

그 상황에서 전화가 왔을 때, 진욱이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이 과장님!”

이 과장이라면 애견카페 3호점의 자리를 두고서 수도권 동부 일대를 알아보던 직원이었다.

“그래서요? 아, 아··· 그래요? 후우~ 그나마 다행이네.”

직원들은 진욱이 다행이라고 말하자 그쪽은 협상이 성공한 것 같아서 안도했다.

진욱은 통화를 마치고 이번에 일산점 물을 먹은 직원들에게 말했다.

“분당점 진출 성공한 것 같습니다. 서현역에 상가 복층으로 2층은 퍼피스, 1층은 펫푸드로 구상한거니까 일단은 그쪽으로 다들 모여주세요.”

“네, 이사님!”

진욱은 어차피 물먹은 일산 진출은 넘기고서 분당에 진출하는 업체에 대해서 오픈을 위해 특별팀을 만들었다.

동물 카페는 그렇게 계속 확장했고, 그 뒤로 펫푸드 대리점 쪽의 물량을 늘려서 마케팅에도 신경 썼다.

그리고 진욱이 각 대리점을 돌면서 매출 상황을 살필 때였다.

“요새 판매량이 어때요?”

“이사님이 말하신 대로 각 지점별 재량으로 할인이 된다고 해서 저희도 재고들 다 털기는 했습니다만···.”

“순수익은 기대 힘들겠군요.”

“그래도 악성 재고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요. 일단은 저쪽에서 덤핑을 그렇게 해대니까 어쩔 수 없죠. 괜찮으니 계속 진행 시켜요.”

“아, 네. 알겠습니다!”

주민센터 교육생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동네 상권을 붙잡으며 상술에는 도가 튼 주부 사원들이었다.

진욱은 그 이모님들을 믿기로 하고, 아성사료 본사에 있는 상황에 매달리기로 했다.

“최근 마쓰모토가 인수한 곳들이···.”

100억 내외의 공장들을 하나둘씩 먹어치우더니 그것들을 전부 마쓰모토산 사료로 돌리고 있으니 당장에 하청업체 구하기도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러다가 사료협회에서 정식으로 ‘전문 사료공업 산업단지를 만들어 달라!’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상황에 대해서 공급은 꾸준하니 별 상관하지 않고 시큰둥했다.

“마쓰토모 저렇게 처먹다가 진짜 체하지 않을까요?”

“양아치 들이라 그래. 세상에 주변 하청 공장 쓸어가서 돌리느라 물량 못 끌어내게 하는 게 언젯적 수법인데···.”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단순 경공업에 한했지만, 중소/중견기업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공격이었고 대기업도 성가셔 하는 공격이었다.

기술이나 자본이 부족한게 아니라 기계랑 사람이 부족해서 ‘납품빵꾸’가 된다는 사실 또한 용납이 안될 일이었고 말이다.

“어제는 충남까지 내려갔어.”

“당진하고, 아산쪽 공단들도 나쁘진 않겠네요.”

“나쁘진 않지. 운송비가 문제여서 그렇지.”

진욱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수 없네요. 일단은 운송비가 좀 더 든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만은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운송비도 더 나오고, 거기에 단가도 낮추면서 할인 덤핑도 같이 해··· 이거 매출 장담할 수 있겠냐?”

“힘들겠죠.”

“그 상황에서 우리는 사내 현금 20억도 투자해서 ‘그 종편’에 투자까지 했어.”

“필연적이어서 미리 한 겁니다.”

“그리고 상규 형님 통해서 200억 투자까지 끌고 갔다면서?”

“네~ 만약에 실패하면 제가 다 갚기로 한 계약서 까지 썼죠.”

물론 큰아버지 상규의 성격상 말만 그렇게 하고 정말 사채같이 추심을 하진 않을거다.

그저 자기 밑의 회사에 두고서 적당히 이용해 먹으면서 눈칫밥 좀 준다음에 먹고는 살 수 있게는 해 주겠지.

“다 중요한 거니까 그렇게 한 겁니다.”

“알아, 나도 아는데··· 지금 상황이···.”

“사장님, 아니 아버지! 지금은 무슨일이 있어도 버티기 싸움이 되야 돼요.”

덤핑공세는 이른바 태풍과 같은 것.

강력한 대기업은 철저하게 제방을 쌓고, 복구팀을 바로 보내겠지만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이리저리 떠내려 다니다가 이리치이고 저리 치일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아성사료는 버티는 거다.

진욱이 약속한 시간.

거기까지만 버티면 반드시 뒤집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

그렇게 일단은 버티자면서 진욱이 스스로 사재 출연까지 시도했고, 사장 아들이 하는 그 퍼포먼스에 상만 또한 사기를 올려서 최대한으로 아성사료를 운영해 나갔다.

그리고 마쓰모토 그룹이 국내에서 생산공장 싹쓸이를 하면서, 2분기 예산으로 10%를 더 투입해서 다시 한 번 생산 쇼핑을 하려고 할 때··· 생각지도 못한 천재지변이 일어났다.

[네, 지난 11일 동일본에서 있었던 지진이 9.0으로 공식 발표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속보입니다.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사망 및 실종자가 2천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2011년 3월에 일어난 세계적인 대재앙.

역사상 몇 안 되는 진도 9.0의 강진이 일본 열도를 뒤덮었고, 순식간에 초토화된 일본은 그야말로 생지옥을 방불케했다.

[속보: 치바현 나리타 국제공항 폐쇄]

[속보: 치바현 가스저장고 폭발 사고 인근 화학공단까지 대화재.]

[속보: 마쓰모토 화학 2공장 화재. 재산 피해 집계 힘듬.]

치바에 있는 마쓰모토 화학 공장 하나가 지진 여파에 이은 가스폭팔로 인해서 그대로 타 버렸다.

한국에 진출하기로 했던 수백 만톤의 자재와, 완제품 습식 사료등을 부산항으로 보내려던 상황은 올 스톱으로 끝났다.

***

“우와~ 미쳤네? 저거···.”

큰아버지 집에 초대받아 대형 스크린 TV 속으로 기사를 보고 있던 상규는 혀를 끌끌 찼다.

“난 쪽바리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저리보기 불쌍하긴 하네.”

“큰아버지. 그래도 그 표현은···.”

“뭐? 니 근처에 일본 친구라도 있냐?”

언제봐도 호탕하면서도 그 속에 꼰대와 필터링 없는 언변이 있는 분이었다.

“일본 주식 전부 빼 버리고, 상하이증권거래소 쪽으로 중국에 간게 정말 다행이네요.”

진성은 어머니가 주신 사과를 포크로 찍어 먹으면서 이번에 진욱이 알려준 ‘큰 정보’를 두고서 자금 확보를 위해 안정 자산이던 일본 중공업/공기업 주식들을 전부 빼내고 금/은이나 중국 쪽으로 투자한 상태였다.

거기에 때마침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서 그동안의 사업은 올스톱.

마쓰모토 역시도 제대로 물먹어서 본사 피해액 메꾸는데도 일본 정부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설마설마 했는데, 이걸 예상했냐?”

“···큰아버지. 제가 무슨 무당입니까? 게다가 사람이 저렇게 많이 죽은 자연재해인데요.”

“아니, 임마. 근데 너무 절묘하잖아? 너 3월에 재미있는일 있을거니 안전자산 다 빼라고 했는데, 이게 뭐냐고?”

진짜 진욱의 ‘거절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해서 일본쪽의 경제 상황과 최근 중국 상하이 투자유치 건에 대한걸 직접 번역해서 그래프까지 만들어 보내줬을 때, ‘어떻게 호재를 알아왔지?’ 싶었지만, 대지진 정보가 아니란다.

“말해봐. 이게 그 정보 아니면 뭐야?”

“이겁니다.”

진욱은 오늘 찾아온 김에 큼지막한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상규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진성이 잡아서 뜯어 안에 서류를 천천히 살펴봤고,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 이게···?”

“뭐냐? 진욱이 점마가 어디 기밀문서라도 빼왔어?”

가져오라고 손짓한 큰아버지 상규, 그리고 그분 역시도 그걸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진욱을 바라봤다.

“이게 제가 말한 ‘진짜 특급 정보’라고요.”

“미친··· 이걸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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